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은
위대하고 관대하고 아름답고 선하다.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과
그분의 신성한 작품 속에는
그분의 선(善)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
노리치의 줄리안
거의 일주일만에
화창한 날씨를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면서 논밭에 심겨진 마늘 싹을
쑥쑥 자라게 하는 늦가을비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도 날씨를 타는지 조금씩 가라앉다가
오늘에야 화들짝 놀라서 일어섭니다.
유리창으로 비쳐드는 눈부신 햇살이 사선을 긋고,
대숲과 탱자나무 숲에서는 빛살을 쬐며
축축한 깃털을 말리는 새들의 소리 요란스럽습니다.
손짓하여 부르는 빛살과 새소리에 이끌려
목사관 오른쪽 벽으로 빙 돌아갔습니다.
그곳은 한겨울에도 햇살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고,
무엇보다도 단감나무 과원, 유자나무들,
그 사이사이에 무성히 자란 고사리들,
밭둑을 두른 탱자나무울타리,
대숲이 한 자리씩 차지한 곳입니다.
그곳은 즐겨 읽던 책과
즐겨 듣던 음악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그곳은 제가 신의 뜰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함직한 작은 길지(吉地)입니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른 빛깔로 물들어
한 점 티 없음을 자랑하고,
유자나무 잎새들은 간간이 불어드는
바람을 따라서 이리저리 간들거리고,
그때마다 그 위에 얹혀 있던 빛살들이
덩달아 파문을 일으키며 투명한 허공을 갈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무심코 황토바닥에 앉아서
은총처럼 쏟아지는 빛살을 받아들이며
울녘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즐겁게 달아오르는 마음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습니다.
'창조주의 광채를 눈부시게 내뿜는
저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고귀한가!
착 가라앉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들어올리는
저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관대한가!
자기 안에 깃들인 창조 에너지를 맘껏 방출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쥐고 흔드는
저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하는 감탄이 안에서 솟구쳤습니다.
그러면서 내 속에 보금자리를 치고 계신
창조주 하느님의 광채를 생각했습니다.
"님 안에 가득 차 있는 창조주의
창조 에너지를 맘껏 방출하세요.
님 안에 자리한 그분의 광채를 맘껏 내뿜으세요."
하는 저 형제자매들의 말이
마음을 울리며 들려왔습니다.
피조물 형제자매가 내뿜는 하느님의 창조 에너지는
언제나 흘러 넘치고, 맑게 비치고,
보는 이의 영혼을 푸릇하게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서신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는
"창조세계는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진리도 방출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참임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서재로 돌아와서
"창조주 하느님의 광채를
발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노리치의 줄리안은 인간을 일컬어
하느님의 신성한 작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선이 만물과 인간 안에
가득 차서 흘러 넘친다고 보았습니다.
그녀는 만물과 인간이 방출하는
창조주의 창조 에너지를 분명하게
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녀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피조물처럼 위대하고 관대하고
아름답고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은 피조물 형제자매처럼
하느님의 선(창조 에너지)을 맘껏 방출하는 것입니다.
태초의 인류를 대표하는 아담에게
맡겨졌던 사명은 정원사의 길입니다(창세 2:15).
그것은 말 그대로 하느님의 동산을 돌보는 길입니다.
그것은 신의 정원을 자주 찾아가서
만물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길입니다.
신의 정원을 관리하고,
만물이 맘껏 내뿜는 하느님의 선을 보면서
자기의 영혼을 푸릇하게 가꾸어 가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쁨의 길이 본래 인간에게 맡겨진 사명이고,
지금도 우리가 굳게 붙잡아야 할 사명입니다.
성서는 창조주 하느님이
자신의 정원을 거니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창 3:8).
하느님은 지금도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자신의 뜰로 다가가서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피조물 형제자매에게 입을 맞추십니다.
그러면 피조물은 더 한껏 달아올라
그분의 향기를 더 한층 짙게 발산합니다.
지금도 창조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신의 뜰을 하느님과 함께 거닐며,
피조물 형제자매가 맘껏 내뿜는
창조 에너지에 흠뻑 젖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의 정원을 돌보며
자신의 영혼을 푸르게 가꾸는 정원사의 길은
피조물 형제자매처럼 자기 안에 깃들인
창조 에너지를 맘껏 내뿜어 울녘을 들뜨게 하는 길,
신의 정원을 거니시는 하느님께
기쁨을 안겨드리는 길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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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나님의 정원... 그런 찬양이 문뜩 생각 나네여. "너 하나니믱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하나님의 창조에너지를 발산하는 삶이란..그분의 광채를 발산하며 사는 삶이란.. 오늘도 세상이란 정원을 하나님과 데이뚜하며 다정히 걷는 것.. 주님 사랑해여^^
감사합니다. 그렇게 투명한 빛으로 내 이웃의 창조 에너지를 볼 줄 안다면... 그리고 내 안의 에너지를 스스로 보고 놀라고 감사하며 스스럼없이 발산할 수 있다면...
베땅이님! 듣고 싶네요. "너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말입니다. 찾아서 한 번 올려주시죠. 부탁드립니다. 하느님의 정원에서 하느님의 손을 붙잡고 다정하게 눈길을 주고 받으며, 피조물이 맘껏 발산하는 창조 에너지를 흠뻑 들이며 거니는 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기쁜 하루 되세요. ^^*
그대로님! 바람(소원)은 사람을 끌고가는 힘이 있습니다. 굳게 붙잡고 놓지 마십시오. 님의 바람이 님을 그곳으로 태우고 갈 것입니다. 이웃과 자기 안의 창조 에너지를 발견하고 맘껏 분출하며 기뻐하는 삶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는 눈을, 느낄 맘을 먹으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니 이미 주셨는데 우리가 소중히 갈무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미 주어진 것 들여다보고 잘 갈무리하여 맘껏 내뿜으면서 울녘을 환하게 하고, 갈 데 없이 들뜨게 하고, 어깻바람 일으키며 춤추게 하는 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숨쉴 때마다 경이를 맛보는 하루가 되시기를...^^*
목사님을 통하여 오늘도 하나님의 뜰 안에 거니는 축복을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아굴라님! 하느님의 뜰을 거니는 복을 누리고 계시다니 제게는 여간 듣기 좋은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의 정원을 거닐며 자기 안에 자리한 창조 에너지를 맘껏 뽑아올려 울녘을 환히 밝히며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