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런 식으로 웃지 말아줘..
.. 그런 식으로 날 보지마...
.... 난...
....
".... 어째서..."
".....아리야."
"...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 아리야.."
"어째서요!!!!!!!!!"
내 눈을 비집고 눈물들이 더욱더 흘러 내린다.
당신이 원망 스러워요... 이렇게 아프게 놔둬 버린 당신이 원망 스러워요.
당신에 대한 내 죄책감을 어떻게 씻어낼수도 없게 만들어 버렸잖아.
.. 그래서 더욱더 원망스러워. 그래서 더욱더 아파. 그래서 ... 더욱더..
... 미안해요..
"... 너무... 나빠.. 엄마.."
"... 미안하구나.."
"... 어째서.. 엄마가... 미안하단 말을 하는 거야.."
".....아리야, 엄만.."
"... 하나도 기쁘지 않아. 엄마 아빠 따라 가는거, 하나도 고맙지 않아요,
... 나는요.. 나는... 난.... 지금 이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어.."
제발 깨어나길..
제발.. 이 눈물도.. 악몽도.. 아픔도..
모두 다 거짓이었으면..
..... 이렇게 아픈것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도..
"...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누가... 누가.. 엄마 괜찮은거 물어?!!!"
"...."
"... 누가, 엄마 괜찮은거 묻냐구!!! 하나도 안 괜찮아. 하나도 ..!!!
.. 나는.. 아파.. 하나도 안 괜찮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흐으읍.. 흐윽..으윽.."
... 제발.. 제발...
"...."
".... 가지마.. 엄마......흐읍... 하-.."
너무 미웠어. 아빠 기일도 챙겨주지 않은 당신이 미웠어.
너무 미웠다구. 아빠도 잊고 새 아버지랑 잘 사는 당신이 미웠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지..? 사실은.. 엄마도 가고 싶었던 거야?
... 아빠 기일도 매일 챙겨주고, 새 아버지를 통해서 아버지를 잊으려고
했던.. 바보 같은 짓을 결국.. 하고 만 거야..? 이 자리에.. 계속 이대로
있을수가 없었다. 눈물이 내 얼굴을 더욱더 덮여 버릴거 같아서,
못된척 포장된 내 얼굴이 다시 벗겨질거 같아서... 결국..
"... 짜증나.. 갈꺼야. 내일 올께.. 엄마. 나.... 내일 또 올께.."
뒤돌아 버렸다.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나는 나약해 진다.
머무르면 머무를 수록.. 더욱더 비참해 진다.
괜찮아, 죽어 버릴거 아닐거야.. 그런거 아닐거야.. 그렇게
병실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 내일은... 아진이도, 데리고 와줄래?"
".....
.....응.."
탁... 문을 닫고 그 곳에 기대어 흘려내려 오는 눈물과 함께,
비참한 표정으로 웃고 말았다. 지금 내가 웃는건지, 우는 건지..
알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난....
"... 하... 하하... 윽.. 흑.. 하하... 병신.. 유아리.. 흐윽.. 하..하..흑..으으윽...읍.윽."
또 다시 그렇게 한 사람이 가 버리는 걸까?
또 다시 난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 한체.. 사랑하는 한 사람을 보내는 걸까?
.. 나는.. 이렇게 살아 가는데...
.... 나는 이렇게 숨쉬고 있는데...
... 한 명씩.. 한 명씩..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사라져 간다.
...그렇게.. 나는 무력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떠나가는 사람을 보내버린다.
... 내앞에 낯익은 한 사람의 신발이 보이고. 고개를 들어 올리면,
새 아버지란 사람이 손을 내밀며, 나를 일으켜 세워주곤 나를 자신의 원장실로
이끈다. 그리고..
"... 폐암.... 다시, 치료할수 있죠?"
"...."
". 그거, 재활치료 하면 살수 있잖아요... 엄마는.."
".. 이미 늦었어. 너무.. 시기가 지났어, 암이.. 이미 폐가 아닌, 온몸에
퍼져 있어.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
"..하.. 말도 안돼."
"..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던 거야. 처음부터... 죽어버릴 작정.."
".... 말도.. 안돼.."
멍하게 시선을 둘줄 모르는 내 앞에 한 사진을 들이밀곤..
그 안에 퍼져있는 것들이 암이라고 설명하며.. 새 아버지도 피식-..
웃어버린다. 그 웃음은..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닌.. 허탈하고..
절망하는 웃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
".. 역시, 알고 있었지. 처음부터.. 그 사람 잊지 못한다는 것 쯤은.. 하지만..
이런식으로, 내가 놀아나는 꼴은... 정말.. 예상 밖이었어.."
"....."
"... 이미, 아진이를 그렇게 차갑게 대할때 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그래서, 그랬겠지. 피는 섞이지 않아도 자신의
몸보다 아끼는 자식을... 그렇게 차갑게 대한건..."
"..... 처음 부터... 알고 계셨네요.."
허탈한 표정과 함께 이내 피식- 웃어버리는 새 아버지.
당신도.. 너무 불쌍하시네요. 당신도... 사랑하셨잖아요.
우리 엄마..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셨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당신의 사랑은 인어공주의 사랑 마냥 물거품이 되어 버렸네요.
".....
...... 그럼, 도저히... 살 방법이 없는.. 거예요?"
".... 미안 하구나.."
"....하.."
그 자리를 그대로 일어 났다. 병실을 어떻게 빠져 나왔을까?
맨 정신이 아닌, 그대로 누군가에게 부딪치기를 몇번. 신호등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체, 빨간불이 되어 버린 신호등을 빤히 쳐다 보았다. 그리고..
.. 내 앞으로 다가온 누군가의 얼굴 때문에.. 고개를 돌려 보았고..
.. 그 얼굴은...
"...연우...?"
".........왜, 버렸어..."
".....글쎄, 나 왜그랬을까..?"
그래, 나 왜그랬을까..?
.. 엄마.. 그런 마음도 못 알아 주고..
.... 원망했다. 어째서 기억해 주지 않는 거냐고..
당신은.. 아버지의 사랑을 잊어 버린 거냐고...
.. 나는... 원망했었는데.. 그런데..
"...아파..."
"..뭐라고?"
"..... 니가 바흔이 버려서... 바흔이 아파.."
연우의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 나도 아파. .... 나도 슬퍼. 이대로 시간이 멈춰주었으면.
... 그래,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바흔이.
.. 그런데 어쩌지.. 이젠, 바흔이 생각도 .. 걱정도.. 할수 없겠다.
... 왜냐면... 내가 너무 아프니까..... 더 아플수도.. 더 슬플수도 없으니까..
"... 연우야.."
"....."
"... 그거 알아..?"
"....."
".....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순간에도..."
"...."
"...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나약한... 동물이라는 거.."
.... 아무것도.. 할수 없는..
.... 아무것도 ... 기댈수 없는..
... 비참하고... 비참한 생물 이라는 거...
그게, 나란 사람.. 유아리다....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씩 조금씩 가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할수 없는 바보.
32#
"...유아리야.."
"..바흔이는.. 괜찮지?"
"......
...... 아니, 맨날 화내고.. 맨날, 울고.. 맨날 술먹어"
그 말에 그냥 무덤덤히 땅을 바라 보았다.
어쩌자는 거야, 은바흔. 매일 화만내면.. 매일 울고 나면.. 매일 술을 먹고
나면.. 무엇이 얻어 진다는 거야..? 아무것도.. 얻어지는건 없어.
더욱더.. 슬퍼지는 거야. 이 바보야.
"... 그렇구나, 그렇구나. 바흔이.. 아프구나."
"......
..... 지완이 버리고, 바흔이 한테 가면 안돼?"
"......"
".... 바흔이가, 그랬어. 지완이가.. 아파서, 널 데려올수 없대.
.... 자기도 아프면서.."
연우의 말에 그냥 그 아이를 볼수 밖에 없었다.
... 알고 있지, 넌.. 지완이가 아픈거... 자신의 두 눈앞에서
죽어버린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지완이를... 알고 있어서,
넌... 내 옆에 다가 올수도 없는 거지.. ? 고맙다. 은바흔..
너무 고마워. ... 이 자리 그대로 있을수 있도록 해준거. 은바흔. 너무.. 고맙다.
"... 연우야. 바흔이 한테 전해."
"..."
"... 고맙다고,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리고.."
"...."
"... 정말, 넌 좋은 친구라고...^-^"
그렇게 초록불로 바뀌어 있는 신호등을 지나치려 뛰었다.
잔인한 말인지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잔인해야 한다.
.. 강해지길 원했다. 나는.. 눈물이 나도 눈물 같은거 무서워 하지 않을
유 아리를 바랬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순간에도 슬퍼하지 않을 유 아리를 바랬다.
하지만, 그때 난 단 한가지를 몰랐던 거야.
...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순간에도 슬퍼하지 않는건.. 감정 없는 인형 따위가
하는 짓이라는걸... 그런데 어쩌지. 자꾸 머릿속에. 엄마의 얼굴이 맴돌아.
내게 화를 내셨던 엄마의 얼굴이 내 눈앞에 있어.
어쩔수 없이 이렇게 아파하는 나 자신을 보면,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감정이 없이 매말라서, 웃지도 못하는 인형은 어쩌면 행복한건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고야 말아. 차라리.. 웃지 못하는 인형은.. 아픔은 모를테니까.
꽤 늦은 시각이 된 건지, 깜깜한 길에 불빛이 비추고.. 그 길을 따라 지완이의 집으로
또 다시 터벅 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여전히 계단 위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지완이가 보였다.
"..... 언제 부터 기다린 거야?"
"......"
그리곤 지완이의 손에 들린 담배가 보이곤, 어쩔수 없이 구겨지는 인상과
함께 녀석의 담배를 잽싸게 잡아 챘다.
".. 이딴거... 피지마."
".......
........ 어디 갔다 온거냐"
".. 말해, 이딴거 피지 않겠다고.."
"....."
그리곤 녀석이 보는 앞에서 그 담배 꽁초를 반으로 뚝 가른체,
발로 지져 버렸다. 싫다.. 이딴 조그만한게, 내 모든걸 뺏아 버린거 같아서.
내가 사랑하는 아빠도, 이딴거 하나 때문에 사라져 버려서.
그리고.. 이젠. 엄마의 목숨도 ...... 그렇게 가져가 버릴까봐.
".... 어디, 갔다 왔냐니까..."
"... 말해줘, 다신 이런거 피지 않겠다고.."
"... 유아리.."
".... 이딴거.. 따위.. 이딴거....."
싸아한 정적이 잠시 우리 주위에 맴돌고..
나는 지완이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왔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나를 뒤따라온 녀석의 목소리가 잠시 동안 나를 불러 세우고..
"... 왜 그러냐..."
".... 미안, 혼자 있고 싶어."
"....."
"... 나중에.. 나중에.. 내 머리에 있는거 정리 되면, 그때서 얘기 하자."
뒤에 있을 녀석의 표정 따위 어떻게 신경도 쓰지도 않은체,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푹- 누워 버렸다. 끝끝내 내 머리속을 다시 자극하는건
3년전 빌어먹을 그때의 아버지의 웃음.
아무렇지 않은듯 , 행복한듯, 그렇게 내게 보여줬던 웃음.
..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지워버리고 싶어서, 기일때만 항상 꺼내봤던,
그 웃음이 .. 날 괴롭게 했다.
'.. 아리야..^-^ '
그리고 그 순간에 아버지를 따라 죽겠다고, 그 향이 그리워서,
담배라는 것에 손을 대어버린 엄마의 얼굴도 함께 떠올랐다.
아버지와 같은 표정으로 날 보며, 웃어주신 어머니의 얼굴이...
"....
........ 데려가지 말아요...아빠"
난 무엇 때문에 지금껏 살아온 거죠..?
..... 살아계신 어머니의 모습도 ... 믿지 못한 바보 같은 딸.
어머니가 나를 믿지 못했던게 아니라, 내가 어머니를 믿지 못했던 거야.
바보 같은 유아리. 이제서야 깨닫고 마네?
사실은.. 그런거 잖아.
.. 알고 있었던 거지, 엄마는...... 모두.. 알면서,
내게 상처를 줘가면서, 자신의 병을 .... 밝히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 사실을 안 순간에도 배신감에... 아프지 않게.
잠시 생각에 젖어 있을때 였다.
그 순간 똑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내 방문이 열리고..
".... 먹어.. "
"...... 나중에 먹을께.."
쟁반에 이것저것 먹을것을 챙겨온 지완 녀석의 얼굴은 보지도 않은체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지금 내 눈엔 그딴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니까..
그리곤 녀석이 그것을 책상위에 올려다 놓은것 인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려 보자, 녀석의 손에 잡힌 꽤 낡은 앨범.
3년전 그때 이후로 한번도 들여다 보지도 않은체, 그냥 품고 다니기만 했던 사진들이..
그 안에서 무수히 떨어졌다. 그 떨어진 사진중 꽤 낡은 사진이.. 눈에 띄이고
녀석도 마찬가지 였던 건지, 그 한장의 사진을 자신의 손에 올려다 보았다.
".... 가족 사진...이냐?"
".적어도... 예전엔.."
내 말소리에 나를 한번 쳐다 보는 녀석은 내 앞에 그 사진을 들이 민다.
그리곤...
".... 지금은..?"
"....아니야...지금은..."
당황스러워 하거나, 미안한 표정도 없이 계속 나를 내려다 보는 녀석의
얼굴 때문에, 당황하는 쪽은 내가 되고 말았다.
... 이젠 이 가족사진의 위치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엄마와..
.. 의사인 새 아버지... 그리고 그 옆에 아진이. 나. 현은이 까지...
그렇게 되어야만 새 가족이 되는 것 인가..?
"....."
...............
...........
........
"... 죽어 버리셨거든... 우리 아빠..^-^"
"....."
.. 눈물이 내 얼굴을 덮여 버렸다.
.... 어째서, 이 녀석에겐 내 눈물을 쉽게 보여주게 되는 걸까..
.. 어째서...
".... 그리고 이젠.....죽어버릴 지도.. 몰라.."
"....."
".... 내가 사랑했던 , 엄마 라는 사람이.... 또 다시.. 죽어 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또다시...
.... 내 눈앞에서.....
33#
내 기억의 회로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한다.
수없이 다정하게 이야기한 아버지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
그리곤 그 필름 사이로, 오늘 병원에서 보았던 나약한 엄마라는 존재를...
끼워맞추고 말았다.
".... .... 도데체..."
"....난..."
".... 뭐가 널 그리 힘들게 하는 거냐.?"
"..... 난... 난.."
안쓰러운듯 나를 보는 녀석의 손에 의해 침대에 눞혀지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이대로 쓰러져 버릴 나를 위한 배려일까..?
".... 힘들면, 묻지.. 않을께. 그대로 누워있어. "
"....."
"....... 옆에서 지켜줄 테니까.."
그 소리와 함께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곤 내 정지된 머릿속에.. 날 보며 웃어주시던 엄마의 얼굴을 잠시 동안
지워 버렸다. ... 그렇게.... 녀석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곤..
흘러내린 눈물과 함께 잠에 빠져 들었다.
"... 잠자는 숲속의 공자가 될지라도.."
\다음날
지끈 지끈 아파오는 머리로 급히 시계를 보니, 3시를 향하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곤, 씻으러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어제와 변함 없는 나 자신의
모습에.. 난... 나 자신을 비웃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 넌 살아가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데도.. 넌 살아가겠지. 어쩔수 없이 죽음이란 단어가
두려워서.. 너는 그렇게 슬퍼할 시간도 없이. 살아가겠지. 유아리..
그리곤 맹세하고 말았다. 다시는....... 누군가를 위해 웃지 않겠다고. 다시는..
상처가 될 웃음 따위 배우지 않겠다고.... 그렇게..
교복을 갈아입은체 요 몇일 가지 않은 학교로 향했다.
이번에도 가지 않는다면, 정말 .. 대학 문제로 엄청 골치 때릴 테니까.
정말 제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땅콩 선생은 여전히 침을 탁탁! 튀겨가며
수업에 열중이었고... 긴 한숨을 들이쉬곤 문을 열면.. 나를 보며 흥분을 가시지 못한체
눈에 빗기를 세우는 땅콩 선생이 보였다.
"유아리 학생! 지금 시간이 몇신가? 벌써 4시를 향하고 있어.
이래가지곤 대학이라도 가겠어?쯔쯔쯧.."
그 땅콩 선생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기 싫어, 그냥 지나쳐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지완이와 배째와 촉새의 옆에 갈려고 하면, 나를 그 자리에
서게 하는 땅콩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말이 말 같지 말같지 않아?!"
"....... 면... 마.."
"..뭐?!"
".... 나한테 그 딴 설교... 처 지끼지 말란 말이야!!!!"
싸악. 하고 고요히 맴도는 정적과 함께 내게 손을 올리는 선생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체, 그렇게 노려보고 있는데. 그 손은 누군가에 의해
막아지게 되고.. 싸늘하고 차가운 녀석의 눈동자가 보인다.
".... 이손.... 치워."
싸늘한 녀석의 말에 몇번을 헛 기침을 하고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땅콩.
역시, 권력의 앞에선 어쩔수 없는 건가? 대원 그룹의 손자. 민지완.
은바흔을 통해 들은 이 이야기가 새삼스레 떠오르는건.. 왜 일까?
역시. 나약해 질수 밖에 없다. 인간은.. 돈 이란 존재에 대해서.. 구질구질한 걸레가
되어 간다.
"... 집에.. 더 누워 있지 그랬냐.."
"이젠, 그럴 필요 없거든."
.. 이젠 다 필요 없는걸 느껴 버렸어.
거울속 내 얼굴을 본 순간. 다 필요 없다는 걸 느껴 버렸지.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이런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배째와 촉새의 모습을 모른척 했다.
"...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이젠 의미 없어 졌어. 더이상...."
어차피.. 죽으면 모두 다 잃어 버릴거.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아픔을 모를 테니까.
그래서, 너도 이 순간에 버리려고 한다.
... 너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혹시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언젠가는..
누군가 처럼, 떠나버릴 널. 이순간에 버린다면, 그 아픔도 없겠지. 처음부터 그런 아픔도.
"... 유아리.."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 미친듯이 괴로워서 날뛰던 유아리는 죽었으니까."
아무말 없이 무표정으로 날 보던, 녀석이 만들어낸 정적을 깬건 다름 아닌,
촉새 였다. 날 보며 시니컬 하게 웃더니.
"하하-0-; 유아리야. 정신 차려. 도데체 무슨 장난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냐?"
"장난?"
"..그래-0- 임마. 그것도 적당히 해둬야."
"... 이건 절대 장난이 아니야. 돌아가려는 것 뿐이야. 민지완을 만나기전
유아리로. 처량하게..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기전... 유아리로..."
그렇게 아빠를 잃고 아파해서, 새 아버지를 받아 들인.
시들고 시들어진 , 차갑고 냉소적이게 변한 나 자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일뿐.
예전의 나로 변해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너무 섬뜻하게 받아 들이지마.
사실은, 나도 괴로우 니까. 나도... 녀석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가진 나도.
괴로우 니까. 녀석의 등에 힘들게 벼텨온 나 자신을 다시, 지워가는 지금이,
나도 사실은 엄청 힘드니까. 그런 표정으로 날 보지마.
"그러니까, 너희들도. 앞으로 그런식으로 날 대해주지마.
..... 이제, 그 썩어빠져 흐늘거리는 유아리.. 잊어주었으면 좋겠어."
동정 섞인 배째와 촉새의 눈빛을 피해 버렸다.
그래, 지금 이 순간 부터 죽었어. 잊고 있었나봐.
나한테 행복이란거, 누군가의 도움이란거, 어울리지 않을텐데.
이제서야 알았지. 너에게 기대면 기댈수록 난 일어설수 없다는 걸.
숨죽여서 지금 이순간에도 수명을 단축되어가 있는 엄마를 보고도 ..
난 다시 눈물 밖에 지을수 없다는 걸. 그래서 또 다시 너란 남자의 곁에 기대는
나약한 여자 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어. 비틀어진 나의 엄마 라는 사람을 보고.
내가 나약해 질수록... 그분에게 해줄수 있는건 더욱.... 아무것도 없다는거...
그래서 널 버릴 꺼야. 내가 강해지기 위한 이유. 지금 이순간에 죽어가는 그분에게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어서, 강한 내 자신으로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서.
짧막한 수업이 끝나고, 저마다 한명씩 아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담임의 종례는 없나 보다. 익숙하게 교숙을 빠져 나가려고 할때..
내 손목을 잡아버리는 녀석의 행동.
".....들어야 겠어."
"뭘?"
".... 어째서.. 이러는 건지.."
"더이상 필요 없거든... 너란 남자. 네 용도는 여기 까지야."
싸늘하게 녀석을 지나쳤다.
내 심장이 수십번 녀석을 향해 부르 짖고 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유아리 거짓말 쟁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지완아.
금방 이라도 녀석이 붙잡아 줄거 같았다. 하지만.. 녀석은 날 붙잡지 않았다.
내가 녀석을 놓아야 할 이유는 수십개.
잔뜩 어둠으로 가려진 나 때문에, 다시 녀석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까지나 기대기만 하는 유아리로 존재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용히 잠들려고만 하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강하게, 잘 살수 있는 유아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극이 아닌, 정말 혼자서도 떳떳이 강하게 살수 있는 유아리. 이것이.
내가 엄마에게 해줄수 있는 마지막 선물 이니까.
그 순간... 벽쪽에 기대어 있던 한 사람의 형태가 보이고..
"빙고♡"
진도린 이란 여자가 내 앞을 막아 버림 으로써,
내 인상은 더욱더 거칠어 졌다.
"뭐야?"
".. 이거, 내가 손을 어떻게 쓰지 않아도.. 알아서 떨궈 줘서 고마워^-^"
"...."
"선물은 잘 받을께.^-^ 간만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니 기분이 좋을걸? 수고해~"
나를 지나쳐 가는 그 진도린 이란 여자를 향해..
... 난.... 내 가슴게 못을 박는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
"... 부탁이있어.."
"...응?."
"..... 그녀석의 돈이 아닌... 그 녀석의 마음을 사랑해줘."
"....."
".... 부탁.. 할께... 그럼.."
그렇게 그 여자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 당신 이란 여자가, 처음 그 녀석에게 접근 했던 상처가 되는 말 따위.
하지 말아줘. 그 녀석 마음에 상처를 내지 말아줘. ... 이제서야 한발짝 웃음 이라는걸
알아버린 그 녀석의 웃음을 사랑해 주길 빌께. 그렇게...
아리의 말 한마디에 굳어지는 그 여자의 표정.
아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지는... 잘 알기에 그런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리곤 허탈한듯 피식- 웃고 만다.
"... 대단한걸.. ? 역시.. 민사린이 선택한.. 여자라.. 이건가?"
흐릿해지는 한 남자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그려지고 말았다.
... 시계가 멈춰져 있다며 , 어쩔줄 몰라하는 한 여자 아이.
그리곤.. 자신의 앞에 피를 흘린체, 움직이지도. 웃지도 않는 마치, 인형인 마냥.
깨어진 시계를 들고 있는 엄마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수 없는.. 고통을 맛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여자 아이가,
깨어진 시계의 앞에 서며, 자신의 엄마의 죽어버린 마지막 모습에 흘러내려오는
핏물을 닦아 버린다. 그리곤...
'... 이 인형은... 어째서 웃지 않는 거지...?'
그 아이의 말에 ... 고장난 시계를 들고 있는 엄마를 향해 앞서 걸어갔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정적을 깬건, 그 여자 아이.
' 차라리.. 처음부터 모두 가지고 있지 않았음 좋았어.
어차피. 잃어 버릴거, 이 인형처럼... 웃는 방법을 모르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좋았을껄. '
차라리..
모든걸 잃을 바에, 모든걸.. 가지고 있지 않는게 낳다.
그런 걸까..?
'.... 가지고 있는 자는.. 항상.... 아파야 하잖아.'
아픈 눈으로 움직이지 않는 시계를 들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그리곤... 그 엄마의 흘러내려오는 피를 닦아 버리자. 엄마의 모습이 흐릿해 지더니..
한 사람의 얼굴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초췌한 낯선 중년의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보며, 그 여자가 이야기 한다.
'... 아빠...'
34#
학교를 빠져나와 내가 간 곳은 다름 아닌, 화성고.
하루 라도 빨리, 빨리.. 모든걸 되돌려 놓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 하지만, 뜻밖에도 난, 내가 원하는 아진이를 먼저
만나기 보다는, 은바흔 이라는 인물을 먼저 만나고 말았다.
아직은 겨울인지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니꼽게 나를 쳐다보는
화성고 아이들의 시선도 무참히 무시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며 인사해 오는
낯익은 이의 음성이 들렸다.
".. 아리? ㅇ_ ㅇ"
무심결에 고개를 돌아 보았을때, 나를 보는 은바흔, 연우. 은후의 모습이 보였다.
"...ㅇ_ ㅇ 우와. 우리 바흔이 보러 온거야?"
"아니, 그런거 아니야."
"그럼, 여기 도데체 왜 온건데? 잘난 니 동생 보러 온거지?"
날카롭게 내게 묻는 은후.
아무래도 바흔이 일로 내게 쌓인 일들이 많은가 보다.
그리곤 그런 그들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없이 다른 한곳을
응시 하고 있다. 나를 보는게 아닌, 상관도 안한다는 듯..
다른 한곳...을.
"..그래, 내 잘난 동생 보러 왔어. 그게 뭐가 문제야?"
"....씨발, 니 눈엔 은바흔 안보여? 그런일 있고 한번 이라도 찾아 오긴 왔었냐?"
"... 바흔이는.... 바흔이는.."
내 목소리에... 나를 쳐다보는 바흔이.
그리곤.. 조금씩 떨려 오는 내 목소리에서,
녀석에게 상처가 될줄 알면서 나오는 한 마디.
"... 친구니까. 내 소중한 친구."
그리곤 내 소리에 픽- 하고 녀석이 웃고 만다.
알고 있지? 은바흔? 너랑 나. 그 이상은 안된다는거.
니가 더 잘알잖아.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 할려는 그 찰나..
나를 향해 인사하는 아진이의 목소리가 구세주 처럼 들렸다.
".. 여기 갑자기 무슨 일 이야?"
".. 아. 갈곳이 있어서."
"..그래? 그럼 가자."
장소도 묻지 않고,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내 손목을 꽈악 쥐고
제빨리 이곳을 벗어나길 빌었던 그때.. 다른 한쪽에서 내 손목을 누군가
잡아 버렸고. 결국 , 한발짝씩 떼던 걸음은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내 손목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바흔 이였다.
"......아는데.. 나 아는데, 씨발. 그 자식. 민지완 그자식 운명이 죤나.
엿 같애서, 너 보내줘야 하는거 아는데. 그게 안된다. 씨발.... 자꾸 그게.. 사라져
버린다. 널 보내야 할 이유가.. 자꾸 흐릿해져 버려..."
그리곤... 주저 없이.
내가 바흔이의 손을 ... 쳐 내 버렸다.
"......
......... 잊어, 유 아리.... 지금 이 순간 부터 없는 거니까.."
절규 섞이는 그 아이의 음성도 무시한체,
그냥 아진이의 손을 꾸욱 잡은체, 그렇게 그곳을 벗어났다.
화성고가 눈앞에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아진이가 묻는다.
"여기까지, 어쩐일 이야?"
"병원.. 병원 가자."
"왜? 어디 아파? 어디가?"
다급하게 물어오는 아진이.
그리고 떼어지기 힘든 내 입에서 흘려나오는 답은.
"...아니, 아파. 엄마가. 아파. 아프시대."
그리곤 내 입에서 엄마라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마자, 표정을 굳혀버리고
마는 아진이. 하지만 그런 아진이와 상관없이 아진이의 손을 잡고 새 아버지의
병실로 이끌려고 했지만, 꿈쩍도 않는 놈.
"... 그 사람 아픈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어. 네 엄마 잖아. 우리 엄마 잖아."
"... 내 엄마 아니야."
".. 너 엄마야."
"... 내 엄마 아니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아진이. 하지만, 그에 꿈쩍도 하지 않은체,
끝까지 아진이를 잡아 당기는 날 보면서도 아진이는 흔들리는
동공과 무관하게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유아진. 너 지금 안가면 정말 후회해."
".....난 그런 사람 몰라."
"엄마, 폐암이야."
"........."
놀란 듯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는 아진이.
거봐. 역시 그런 거지? 너도 걱정 되었던 거지?
사실 엄마 아프단 말에, 너도 흔들렸던 거지?
그리곤...아진인 주먹을 꾸욱 쥔체...
"...그게... 그게... 무슨 말 이야?"
"말 그대로. 그 다음 이야기는 내가 해줄게 아니야. 너가 들어야 할 일이야.
가자. 아진아. 가자. 엄마가 너 보고 싶어 하셔. 기다리고 계실 꺼야."
그제서야, 내 손을 꼬옥 잡은체, 새 아버지의 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곤 이내 익숙한듯 엘리베이트를 타고, 5층 버튼을 누르면 익숙한 띵동,
이라는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틀어 들어가 노라면, 그곳에 705 라는 숫자가 내
눈안에 꽈득 차이고... 손잡이를 비틀어 열려고 할때.
내 손을 꼬옥 잡고 마는 놈.
"..... 잠깐.. 잠깐만.."
".... 그래."
"...후....후.. 들어가자."
긴 한숨을 내뱉고 만 아진이가, 먼저 손잡이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환자복을 입은체, 말라버린 자신의 몸을 유지하곤.
밖을 내다 보며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눈안에 들어 왔다.
35#
끼익_ 하고 열리는 문 소리도 듣지 못하신 건지,
밖을 바라보시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목이. 탁 막혀 왔다.
그리곤 천천히 엄마의 앞으로 걸어갔다.
"... 엄마. 저 왔어요."
그리곤 그제서야 날 바라보시며,
오랜만에 보는 인자한 웃음으로.. 날 반긴다.
".. 그래? 왔니. 근데..."
그 순간 눈동자를 돌리신 엄마의 눈이 어느 한곳에 멈춰
버리시곤. 이내, 그 눈이 ... 아진이를 향하던 그 눈이 커져 버리셨다.
그리곤.. 다시금 웃어 버리신다.
아무일도 ... 없었던 것 처럼, 웃어 버리 신다.
"... 결국...
.... 모두 다 알아 버렸네..아리도.. 그리고 우리. 아진이도.."
엄마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숙이던 아진이가 고개를 들어 버렸다.
그냥 아진이도 아닌. 그냥 유 아진도 아닌.
우리 아진이. 우리 아진이.
".... 참, 불쌍해 보이지 않니?
....... 너에게 그렇게 대하던 엄만데.. 뭐가 이쁘다고.
... 이렇게 와준 거니?"
"... 그러게요, 뭣 때문에 왔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엄마의 말에. 허탈한 자신의 표정을 지으며.
아진이가 말했다. 싸늘하고 냉랭한 기운만 돌줄 알았던 아진이.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진이는... 자신의 두 눈으로.
엄마의 모습 조차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 많이, 원망했니?"
잠시간의 긴 친묵을 깬건. 엄마의 물음.
... 자신을 원망했냐고 묻는 엄마의 말.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오는 아진이의 말.
"네."
그리곤, 쓸쓸히 고개를 떨구는 엄마의 모습을 보곤..
난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아아. 참, 그런거 아니야 . 엄마. 아진이도.. 아진이도.
많이 그리웠을 꺼야. 참! 약은? 약은 먹었어? 매일 꼼꼼하게 챙겨 먹어야
하는데."
"...."
그리곤 내 발걸음은 냉장고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엄마. 먹을껀 많이 먹었어? 여기 냉장고.."
"많이 먹었어... 걱정 하지 않아도 되."
".. 거짓말. 어제랑 별 차이가 없잖아...엄마, 얼굴이..."
헬쓱해진 엄마의 얼굴은.. 그대로 였다.
하나.. 달라진것 없이. 그리곤.. 이내, 똑똑.
이라는 노크 소리와 함께. 정현은 이와, 새 아버지가
병실에 들어 오셨다. 이내, 아진이를 확인하곤. 적지 않게
당황하셨지만.. 금방 그 눈길을 엄마 쪽으로 돌리셨고.
현은 이는... 아진이를 보자 마자.. 큰 눈을 더 땡그랗게 뜨더니.
금방 눈을 땅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 어쩌다가...
"괜찮아?"
따뜻하게 물어 오는 새 아버지의 물음에.
아진이의 눈치를 살펴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
그리곤.. 마침, 냉장고에 잘 깍아 놓은 사과가 눈에 보이곤.
제빨리 엄마 앞에 섰다.
"엄마, 이거 먹어봐. 뭐라도 먹어야 할꺼 아니야?"
접시에 담아 둔체, 그냥 냉장고에 넣어둔 사과를.
받아준 엄마. 그리곤 자신의 입으로 옮겨 버리는 엄마를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을때.
".. 우욱.. 욱.. 으욱.."
재빨리 화장실을 향하는 엄마.
그리곤 다급하게 그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는 새 아버지를
지나쳐, 아진이가 먼저 엄마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곤.
거봐, 유아진. 너 그런거지? 내색하지 않아도..
걱정되었던 거지? 그래서, 그렇게.. 다급하게 따라 들어간 거였니?
.. 바보, 유아진. 아진아. 이 바보야.
그런 생각에 빠진게 얼마 되지 않아, 아진이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 왔다.
"..... 엄마..."
그런 아진이의 말에.. 이제 구역질을 멈춘 엄마가 고개를 들고.
아진이를 보며, 피식- 웃으며.
"그래, 드디어. 오랜만에 아진이가, 엄마라고 불러 주는 구나."
그런 엄마와 대조적이게 아진이의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그리고.. 고개를 든 엄마를 보고..
우리들.. 나와 새 아버지. 현은이의 표정도 점차 굳어져 갔다.
"지금 웃을 기운이나?!!! 당신 미쳤어?..제정신 이야?!!"
"..아진아.."
"왜.. 왜?!!! 이렇게 아프면서 까지 말하지 않았어?!! 왜!!!!"
".... 엄마는 행복해. 엄마는... 죽은 니 아버지 따라... 엄마는....엄..만.."
그 말을 끝으로 엄마가 쓰러지곤.
그리고.... 고개를 떨군 새 아버지가 그런 엄마의 곁으로 다가가
엄마를 안아, 병실 침대로 다시금 옮겼다.
그리곤... 화장실 안에 변기통엔... 새빨간 피들이.. 그 안에 고여 있었다.
믿기 힘든 현실. 그 순간.. 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아진이.
그런 아진이를 따라가는 현은이. 바보같이.... 그 변기통을 빤히 쳐다보는.
유아리. 그 변기통 안에 고여 있는 빨간 피들을.. 가만히 노려 보고 있는....
... 나약한 내 자신.
".... 새 아버지.."
".... 그래."
"... 결국, 죽는 건가요... "
"....."
".... 어쩔수 없는 건가요.."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새 아버지의 말이 긍정 임을 알고 있다.
이미 손 쓰긴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너무나 철저하게 자신의 병을 숨긴체 살아온 엄마의 모습.
...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어쩔수없이, 엄마를 원망한... 바보 같은 딸.
나.. 유아리가.. 만든 또 다른 결과 였다.
미련 하게도.. 너무 나약한 자신이 만든 결과.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보았다.
이미, 어머니께 등을 보이신체, 창 밖을 바라보시는 새 아버지.
이내.. 내 걸음이 엄마의 앞에 가곤..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눈에 바로 보이는 엄마의 손을 잡아 버렸다.
".... 괜찮아. 엄마. 괜찮아..."
조용히 엄마의 손을 내 얼굴의 느낌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긴 지났나 보다.
예전 보다 훨씬 거칠어진 손이.. 내 가슴에 아픔으로 와닿았다.
그리곤.. 이내.. 거칠게 내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려왔다.
"..... 당신 마저... 가지 말아요... 엄마.."
따뜻한 햇빛이 엄마의 얼굴을 비추고.
내 얼굴 조차도 비춰주고 있다.
.... 하지만...... 이제 닫아지는 내 마음 까진...
... 그 빛이 오지 않았다.
36#
'... 그렇게.. 그렇게 가지 말아요. 엄마.'
콕콕콕.
아파오는 심장을 살짝 쿵 다스린체.
병원을 빠져나오 려는데. 낯익은 얼굴을 보곤,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나를 보곤 .
"나도. 썩 반갑지 않아. 유아리."
진도린 이란 여자가 ...
날 향해 자신도 똑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 한다.
그리곤.. 할말이 있다면, 자신의 두손에 든 커피 하나를 내게 건네주며.
병원 뒤에 있는 벤치에 앉게 되고 말았다.
".. 할말이 뭐야?"
"...음. 그냥. 그렇게 대단한 민지완 이라는 결벽증 환자가.
어째서, 유아리 라는 여자를 허락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자. 그냥. 뭐."
처음 보았던 앙칼진 여자의 이미지는 이미 잊어 버린 건지,
내 앞에서 털털하게 웃더니. 자신의 손에 들린 커피에 한모금 입에 대었다.
그리곤.. 그런 그 여자를 보고...
"... 그 녀석, 말이야... 아프게 하지마."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진도린 이라는 여자.
"사실은... 사실은.... 정말 사랑하지만. 그래도 너 줄께. 그녀석.
그러니까. 아프게 하지마. 그러니까 그녀석.... 돈 보고 좋아하지 말라고.."
"..... 어떻게... 알아.."
"뭘?"
"... 내가 민지완 그녀석.... 돈 보고 좋아하는지."
"......"
"은바흔... 이 개자식... "
다시금 험악한 욕이 그 아이의 입에서 나와.
일어서는 그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아 주고 말았다.
험악하게 일그러진 그 아이가 입을 열었다.
"놔."
"... 진도린."
" 이거 놔."
"기분 상해? 아파? 내가 알아버려서 열받아?"
꾸욱 입을 다문 그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잔뜩 화가난 눈빛으로.. 잔뜩 열 받은 눈빛으로..
그렇게.. 날 보며 소리를 지른다.
"그래, 짜증나!! 너 같은 계집이 알아 버린거. 정말 열받아서 미칠거 같애!
지금 동정 하는 거야?!! 그런 불쌍한 계집이라고 지금 동정 하는 거니?!!! "
".. 그래. 지금 동정해."
"뭐?! 하. 그래?!! 내가 불쌍해 보여?!!! 니 눈에 내가 불쌍해 보이냐구!!!!!"
"응.. 너 불쌍해. 한심해 보여."
"..... 하.. 유아리!"
"근데.... 너보다 내가 더 불쌍해 보여."
잔뜩 화가난 그 아이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너 보다 내가 더 불쌍해. 진도린.
너 보다 내가 더 한심해 보여.
그리곤.. 이내, 어쩔수 없이 눈 가에 고이는 눈물을
보인체. 웃어 버렸다. 그 아이를 바라 보며.. 웃어 버렸다.
"너.. 보다. 내가 더 한심하고. 어쩔수 없는 인간이야."
".... 어째서.."
진지하게 물어 보는 그 아이를 향해.
난 다시금. 이젠. 내 눈속에 가득 차 흘러 버리는 눈물을
아무렇지 않게 닦아 버린체. 다시금. 다시금. 씨익. 웃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데. 모르고 그냥 지켜만 봤으니까."
"....."
"사랑하는 아빠란 존재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사랑한단 말도 못 해줬으니까."
"......."
"그리곤... 이젠, 엄마란 바로 앞에서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해줄수 없거든."
"...."
"이정도면 완벽한 조건 아니야? "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주책스럽게 자꾸 눈물이 흘려 내려와. 내 아픔을 더하고 있어.
그런 나를 보며.. 일어 선체. 나를 내려다 보는 그 아이가 보여.
눈물은 흐르는데. 바보 같이 입은 웃고 말아. 한 없이 거짓으로 치장된
유아리가 웃는다. 거짓된 웃음을 달고. 그렇게... 웃어 버렸다.
그리곤. 그런 나를 보며 그 아이가 입을 연다.
" 불쌍하네. 유아리. 눈물 나도록."
"그래. 나 ... 너무 불쌍하다. 눈물 나도록. 너무. 불쌍한 유아리."
내 말에 그 아이도 시선을 돌려 버렸다.
이내 얼마 가지 않아 병원 뒤에 있는 공원 을 벗어나.
잘가라는 인사와 함께 뒤돌아 서는 날 향해 그 아이가 소리쳤다.
"유아리!!!"
그리곤 그 소리로 인해 돌아간 내 고개.
"울지마, 이 병신아!!너 울면 아픈 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 아아의 의미 모를 말에 난 그냥 넌지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런 환경에. 이렇게 만나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저 아이와 난. 정말 친한 친구가 될수 있었을 텐데.
그리곤 한발짝씩. 어느세 캄캄해져 달빛이 유난이 아름 답게 빛나는 밤을
보며. 혼자 아쉬운 웃음과 함께 눈물을 떨궜다.
"... 그래, 맞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유아리.
.. 어쩔수 없이 아픈 유아리. "
불행한 운명을 쥐고 태어난 유아리.
울어도 울어도 더 많은 눈물을 뱉어내야 할 운명.
그 달이라는 아름 다움에. 한 사람의 얼굴을 집어 넣었다.
. 민지완.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녀석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리곤 캄캄한 집안으로 들어 왔다.
녀석이 오지 않은 건지..
"아무도 없나..?"
혼잣말 처럼 중얼 거리곤 거실 스위치를 누른 순간.
환하게 밝아지는 빛과 함께. 거실 쇼파에 앉아 술을 먹고 있는
민지완 녀석의 얼굴이... 보이고 말았다.
그리곤... 아차.. 하며, 내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
.........왜 이렇게 늦게... 오냐.."
혀가 꼬인 듯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그 아이를 다독여 주고 싶었다.
뒤돌아 그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꾸욱 참은체. 뒤도 돌아 보지 않은체 이야기 하고 만다.
"너와 상관 없는 일이야."
"...."
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아무말도 없는 그 아이. 방으로 들어 가는 순간 까지.
붙잡아 줄거라고 믿었지만, 녀석은 그 순간 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힘겨운 내 울음 소리가.. 들릴까봐.
입을 막고.. 울고 말았다.
"... 으윽.. 흡....윽...흡.."
꾸욱 깨문 입술 아이로 흘러 내려가는 눈물 들이.
이렇게 야속해 보일수 없었다. 그리곤... 술에 쩔어 있는 녀석에게.
수없이 속으로 외쳐 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지완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지완아.
내 간절한 외침은 항상 매아리가 되어 내 입안에 퍼지고 말아.
그런데 어떻게.? 더이상 너한테 기대는거 못하겠어.
나약하고 . 나약한 유아리 될거 같아서. 그래서. 바보 같은 우리 엄마.
아파하는 우리 엄마. 지켜주지도 못할거 같아서. 그래서 안되겠어.
강한 유아리. 연극이 아니라, 진짜 강한 유아리 엄마 앞에 보여주기 위해서 라도
안되겠어. ... 그냥. 그냥. 너 사랑하는거야. 너한테 뒷모습 보이고.
혼자서 사랑한다 말할래.
혼자서 그립다고 말할래.
창가 사이로 달빛이 스며 들어 오고 있다.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짙어서. 슬퍼서. 우는 거야.
내 사랑이 슬퍼서도. 내 비참한 운명이 슬퍼서 우는게 아니야.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슬퍼서. 우는것일 뿐.
내 침대 맡에 놓인. 무표정인 웃을수 없는 인형이 아파서 우는 것 일뿐.
..... 다만....
.....다만.....
그 무표정의... 인형의 얼굴에...
.... 자신의 얼굴 같아서.. 울어 버리는것 뿐...
그것 뿐이야. 그것 뿐 이다. 그리곤... 그 울먹이는 내 울음 사이로.
조용히.. 한마디가 흘러 나왔다.
"... 사랑해... 진완아..."
37#
차곡 차곡. 책가방에.
책을 넣는게 아닌, 짐을 꾸리고 있다.
그 가방안에 이곳에서 머물렀던 나의 옷들을 가득 담은체.
쓸쓸히 웃어 버렸다. 더이상 이곳에 머물어야 할 이유가 존재 하지 않는다.
양손에 짐을 쥔체, 힘들게 끌고 내려오는 순간.
막 방에서 빠져나오는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곤 어쩔수 없이 숙여지는 내 고개.
차가운 녀석의 음성.
"..... 뭐하는 거야.."
"나가려는 거야. 더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재빠르게 나가려는 내 손목을 잡아 버리는 녀석.
그리곤 처음 보는 낯선 표정으로...
"..... 그런식으로.. 피하지마."
"피한적 없어. 착각하지마. 더이상 너랑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 없으니까"
또박또박 녀석의 짙은 검은 눈동자를 피하지 않은체
이야기 했다. 마치.. 너무 질려버린 냥. 너란 남자, 질려 버렸다는 눈빛으로.
끝내는 내 눈빛을 피하고 마는건 녀석이 되고.
".... 갈께."
내 마음과 달리, 내 몸은 이미 그곳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다시금.. 한 없이 자신이 바보 같아 지고 만다.
꼭.. 이럴수 밖에 없는 걸까? 유아리가 강해지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서. 민지완을 버릴수 밖에 없는 걸까.
흘러 내려오는 눈물을 닦으려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품에 날 가둬두는 그 느낌에.
그 낯익은 향기에. 멈춰야할 눈물을 더욱더 쏟아 내고 말았다.
".... 나한테서 뒷 모습 보이지마."
"......놔.. 이거."
".....병신...."
병신. 병신. 병신.
그래. 나 병신 인가봐.
어떻하지. 어떻하지.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녀석의 품안에 있는게 너무 행복해.
수없이 내 마음속은 내 머릿속은 여러번의 갈등을 거듭한다.
살수 있니.? 떠나가는 엄마의 뒷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금 웃을수 있는 자신이 있어.? 강하게 되기로. 강하게. 강하게.
그렇게. 보내줄수 있니? 아무렇지 않게 지낼 자신이 있는 거야?
그 ... 대답은.... 아니.. 였다.
"..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몰라서 묻는거냐.."
"....그래, 몰라. 너 마음 같은거 난 몰라. 몰라. 그런거 모른다구!!!"
악에 악을 써대는 내 손을 녀석이 잡아 버렸다.
그리곤.. 끝끝내 흘러 내려오는 눈물을 닦지 못한 바보가.
그 녀석을 놀란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녀석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 버리고선 눈물 흘리는 병신."
"......눈물 아니야."
"또.....울꺼냐..."
"... 안울어."
"..병신... 어제 처럼...... 또 울꺼냐고...."
"....."
들어 버린거야. 너.
눈물 흘리면서 아파하는 문 틈에 기대서.
울어 버리는 내 목소리 들어 버렸구나.
한심한 바보의 노랫소리. 바보의 슬픈 눈물을 들어 버렸어.
그런데. 어쩌지. 바보 같이 눈물이 흘러 나와.
바보 같이 . 난 울어 버려. 그런 녀석의 마음이 고마워서도 아니야.
울어버린 내 마음을 알아줘서도 아니야.
내 앞에 있는 네 모습이 너무 감사해서.. 우는 거야.
"... 그래, 울꺼야. 내일도 . 모레도. 울꺼야."
".... ..."
"... 너 그리워서, 울꺼야. 너 버려놓고, 혼자 힘들어서 울꺼야."
"....그러니까."
"....."
"..... 나한테 와. 병신. 내가 받아 줄께."
내 목소리는 이미 젖어 있어요.
나한테 손을 뻗이는 녀석의 손을 뿌리 쳤죠.
당황한 녀석이 인상을 찌푸린체, 나를 보네요.
근데요. 근데요. 나 혼자 아픈걸로 난 족해요.
나 혼자 슬픈 걸로, 나 그냥 그러고 말래요.
나 이제, 넘어질 날이 멀지 않았어요. 나 이제..
아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매일을 울꺼 거든요.
그래서 매일 아플 꺼거든요. 그래서 매일 넘어 질꺼예요.
근데, 민지완 이란 나무가 말해요.
'.... 나한테 와. 병신. 내가 받아 줄께.'
매일 눈물 흘리는 날 보며, 안 아플 자신이 있을까요? 저 나무는.
매일 아파하는 날 보며, 웃어줄 자신이 있을까요? 민지완 이란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도, 나 몰래 아파할꺼 면서요.
나 몰래 자신도 힘겨워 할꺼면서. 그 나무는 든든한 자신의 등에 기대래요.
그래서, 그냥 뿌리 칠래요. 그냥 뿌리치고 말래요.
혼자 울고 말래요. 뒤에서 몰래 우는 녀석의 뒷 모습이 보기 싫어서.
그냥, 혼자 넘어져 울고 말래요.
"... 미안. 민지완. 나한테 필요 없어. 너. 나.... 웃을수 있거든..
.... 니가 없어도....^-^"
또르르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려와 버렸다.
웃는 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 내려오고, 그런 내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뻗이는 녀석의 손을 쳐내 버리곤, 무작정 뛰었다.
그리곤... 듣지 말아야할 목소리를 듣고 말았지.
"....난, 병신 없으면.... 웃을수 없어..."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서 도착한 집이 눈앞에 보였다.
오랜만 이라서 그런지, 꽤 낯설어 보이는 그곳에 들어가기도 전에.
흘러내려 오는 눈물을 닦아 버렸고,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 가면,
그 안에 먼저 와 있던 아진이의 모습에.. 노란 눈으로 쳐다 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녀석이 말한다.
".... 뭘 그렇게 놀래? 내가 내 집에 있겠다는데..."
"....너....."
".... 젠장. 그런식으로 보지마. 슬슬 짜증나려고 하니까.... 유아리.... 누나..."
다시금 토끼 눈으로 녀석을 바라 보았다.
... 누나.. 누나.. 그냥 누나도 아닌..
유아리 누나.... 잘못 들은게 아니지?
..... 아진아. 잘못 들은게 아니지?
그런 내 눈빛을 보며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더니.
"..젠장. 이딴걸 시키고 지랄이야. 정현은... 그 계집얘.."
아진이의 말에. 다시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릴라 치면,
날 보며.. 낯설게 환하게 웃는 현은이가 눈에 보이고...
그리고.. 내 앞에 그 하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환영할께. 다시금 진짜 가족이 된걸..^-^"
‘환영할께. 다시금 진짜 가족이 된걸..’
38#
".... 돌아가자, 우리. 진짜 가족 처럼. 정말 가족 처럼. 평범한.. 가족 처럼."
내 앞에 손을 내미는 현은이가 한말.
진짜 가족 답지 못했던 우리.
보면 서로를 물어 뜯기만 했던 우리.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새겼던... 우리가.
"...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아니야.
...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죽어가는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 인거야."
현은이의 입에서 엄마. 라는 단어가 퍼져 나오고.
금새 난 피식- 웃으며. 그 아이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곤 의미모를 눈물을 흘려 버렸다.
"... 선물,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선물... 젠장."
죽어가는 사람.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젠장을 내뱉는 아진이.
언젠가는 이 괴로운 운명도 끝이 나길 바라며.
서로 마음속에 들리질 않는 다짐을 하고 있다.
시계의 초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간은.
.. 멈추지 않는 다고. 그 초점이 멈추는 때에.
엄마의 초점이 멈추는 때에. 이 필어먹을 시간의 여유도.
끝이 라는걸.
"가자, 엄마한테. 시간은.... 얼마 없잖아."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입은체..
새 아버지의 병원으로 셋이서 향하고 있다.
.... 지켜봐 주세요. 아빠, 나. 지금 부터 성장할 꺼거든요.
3년전 바보 같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체로 당신을 떠나 보내던 유아리 아니예요.
3년전 병신 같이 눈물만 흘려대던 멍청한 유아리 아니예요.
그래서 보상할려구요. 이미, 가슴에 나사가 두개 세개는 빠졌을 엄마.
그 마음. 제가 보상해 드릴려 구요.
그리고 말해줄려구요. 사실은.. 사실은.. 원망하는 시간이 너무 아팠다고.
사실은. 사실은. 사랑할수 없어서 너무 괴로웠다고.
사실은.... 그 참혹한 순간에도.. 당신을 괴롭게 사랑했다고.
.... 사랑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나의 하나 뿐인 어머니.
외칠수 없는 한 마디가 내 입 가운데 맴돌고.
눈 앞에 보이는 705라는 숫자는 현은이의 손에 의해 열려지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매일 평온하게 창밖을 내다 보시는.. 엄마가 아닌,
괴로이 소릴 질러대시는 엄마가... 있었다.
"..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다급하게 나와 현은이. 그리고 아진이가 그 앞에 서노라면.
괴로이 아픔을 토해낸 엄마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다.
".... 하... 하... 하아... 왔..구나..하아.."
".. 왜 이래, 엄마. 왜 이러는 거야.. ? 괜찮아?응?"
"...하..하아... 아아아악!!!!!"
결국 이내, 현은이의 고개가 돌아가는 걸 보곤.
굳어 버린체, 엄마를 바라보는 아진이도 보인다.
.. 그리곤 고통을 호소 하는 엄마가.. 나를 밀쳐 낸체.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 가고...
"욱.. 으욱...욱.."
그 입에서 나온건. 지금 까지 먹어댔던 음식과 함께.
빌어먹을 피들이.... 또 다시 그 안에 고여 있다.
... 한참을 뱉어낸 엄마가.. 한숨을 쉬자... 다시금.. 다시금...
...... 그 안을 꽈득 채우는 피들이... 보인다.
그리곤...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 주저 앉아 버린 엄마의 등을 다독여 버린다.
"...하... 하... 괜찮아. 엄마. 괜찮아..."
"......"
"... 이런 고통이구나. 너희 아빠도... 이렇게 괴로운 고통으로..."
"....하...으윽.."
"..... 그렇게 죽어 버렸구나. 그래... 하... 몰랐지. 이렇게 아파하셨는지. 몰랐지.
이렇게 괴롭게 아파하셨는데... 이렇게...하.."
"...흐흐윽... 으읍.. 윽...하.."
눈물이 비집고 내 입사이를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에 주저 앉아서 울고 계시는 엄마를 바라보고.. 혹시나.
그 괴로움을 못 이기실 까봐. 이렇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나약한 딸.
이런 한심한 딸은.. 그저 엄마라는 사람의 등을 다독여 줄수 밖에 없어.
그런 소리를 들은.. 아진이가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질렀어.
... 자신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로.. 함께. 소리를 질러.
"그딴 소리 집어 치란 말이야!!!!!"
날카롭게 변한 아진이를 엄마가 바라보고, 내가 바라보고. 현은이가 바라봐.
하지만... 주먹을 꾸욱 쥔체 ... 자신의 입을 지나고. 턱을 지나는 눈물은 어쩔수 없나봐.
그런 아진이도 어쩔수 없나봐. 피해갈수 없나봐.
..한없이 원망했었던 엄마라는 사람의 아픔을.. 그 괴로움을..
보는 자신을... 그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자신이.. 없나봐.
그런 아진이가 뚜벅 뚜벅 엄마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어.
그리곤.. 엄마의 갸냘푼 어깨를 흔들어 버렸어.
".. 아빠 아빠 아빠.. 란 소리. 그만해. 작작 하란 말이야. 그딴 소리 들으려고..
이렇게 온거 아니야. 살아 남아.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 그래서 보여줘야지."
"....."
"당신 없어도.... 하... 잘살수 있는 유아진 보여주려면..... 주려면..... 하.
당신이 살아 남아야지. 엄마라는 당신이.. 살아 남아야 할꺼아니야....살아.. 남으란 말이야."
".... 우리... 아진이는..."
"....."
".... 행복하렴......"
엄마의 마지막 말소리에. 끝내. 젠장 이라는 소리만 남기곤.
아진이는 뛰쳐가 버렸다. 그리고 가만히 서 있던 현은이가.. 와선.. 엄마 앞에
서서 말한다. 말하고 만다. 자신도 울먹이는 울음을 다시린체.
"... 엄마.. 엄마."
그 소리에 놀란듯 엄마가 고개를 들어 현은이를 바라보고.
"이렇게 한번 불러보고 싶었거든요. 연극이 아닌, 진짜로.
한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불러 보고 싶어요. 연극이 아닌.. 진짜 마음으로."
".....현은아."
"그러니까, 아진이 말대로. 살아 남아주세요. 아진이.. 저렇게 말해도 아니니까.
그런 뜻 아니니까. 당신이라는 .. 엄마라는 사람이 살아남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니까.
.... 그때는... 말해 줄수 있죠? 아진이를 향해.. 사랑한다고.."
살짝 웃는 현은이가 일어서서.
아진이를 따라간다. 그리곤.... 그런 엄마의 눈에도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려
버렸다. .. 그래.. 멋진 모습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가 말해줘.
그런 의학.. 믿지 않아. 회복될수 없다는 그런말. 믿지 않으니까.
엄마가 말해줘. 건강한 모습으로....
.... 사랑한다....
........ 아리야.......
39#
"...아리야..."
잠깐의 정적을 깬건, 엄마의 목소리.
그리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은체, 활짝 웃는 얼굴로.
그 말에 답하고 만다.
".. 응 엄마.^-^"
"..... 살수 없어.."
엄마의 말에.. 금방 고개를 떨어 뜨리곤. 억지로 웃었던.
내 웃음 또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 살수 없다. 아리야. 엄마 살수 없어. 혼자선....
.... 어떻게 살아왔는데. 너희 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 왔는데.."
"... 엄마.."
".... 그러니까, 아리야.."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 자리에 벌떡 일어서고 만다. 그리곤...
"... 몰라, 나 아무것도 몰라. 모르겠어. 나 갈께."
뒤 돌아서려는 내 뒤에 들리는 목소리.
"......
....... 어차피, 죽어 버릴거야... 엄마는.."
그 소리에 아쉬움을 남긴체 이제막 들어오는 새 아버지를 지나쳐,
가 버렸다. 그리곤 그 제서야 꾸욱 깨운 입술을 놓아 버리곤.
넘쳐 흐르는 눈물을 놓아 버린다.
"....하... 흐으윽... 흐읍.."
705라는 문 앞에서 그냥 눈물만 흘려 댈뿐.
몇몇 지나가는 병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 보더라도.
끝끝내. 끝끝내. 눈물을 삼키지 못하고. 닦아 버리곤.
다시 눈물을 흘리고. 닦아 버리곤. 다시 눈물을 흘리고.
.....
"어쩌자는 거예요... 어쩌자는 거예요... 흐으읍... 흐윽.."
어쩌자는 거예요, 엄마.
어쩌자는 거죠? 그렇게 나약한 소리를 엄마가 해버리면.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하나요? 괜찮다고. 살수 있다고 말해 드릴까요?
.... 당신 가슴에 비수가 될줄 알면서, 그 말을 계속 반복해야만 하나요?
.... 어째서, 아버지가 그리운 것을.. 그런식으로 풀어 버리는 거예요?
.. 어째서.. 그 분과 같은... 병으로..
... 그런 식으로...
눈물을 한참을 흘린 후에야. 알았다.
내 앞에 누군가의 신발이 보이고, 고개를 들어 보았을때.
울고 있는 내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는지,
진도린 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이야, 유아리도 우는 구나."
"....어쩐일 이야.."
"우리 엄마, 병실도 여기 쯤 이거든. 우연도 이런 우연이네."
내말에 빙긋 웃어 버리는 진도린.
그리곤 아직도 차곡 차곡 흘러내려오는 눈물을 닦아내기
바쁜 나를 보며, 그 아이가 손을 뻗였다.
"가자, 보여줄께. 너 우는거 봤으니까. 내가 우는 모습.. 보여줄께.^-^"
내가 미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 아이가 내 손을 꼬옥 잡은체, 엄마의 병실 반대쪽 길로 연결된
통로 안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그 왼쪽 상단에 박힌 글자가..
[Psychosis 정신병 치료 실]
그 글자를 보고, 얼마 되지 않아. 802 라는 숫자가 적힌 곳
앞에 서고 있는 그 아이. 그리곤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곤.
"... 자, 헤헤. 나 웃고 있지?^-^ 흠흠.. 음.. 됐다. 들어 가자."
그리곤 달칵_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들어 갔다. 그 안에는 엎드려 사탕을 빨며 텔레비젼을
보고 계시는 중년의 한 여자가 있었다.
".. 나왔어. ^-^"
도린 이라는 여자가 웃으며, 말하자.
티비를 보던 그 중년의 여자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 한다.
"어-? 언니 왔네? 헤헤.. 오늘도 맛있거 사왔어?"
그리고 그 중년의 여자의 입에서 나온 언니라는 소리에
아주 잠시.. 어두운 얼굴을 하던 도린이가 다시금 활짝 웃으며,
그말에 긍정 하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더니,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며,
그 안에 든 빵과 우유를 잔뜩 꺼낸다.
"우와-.. 헤헤. 잘 먹을께... 근데... 뒤에.."
나를 보자 마자, 얼굴이 세하얗게 질린 그 중년의 여자.
하는 행동이 꼭 6살 먹은 어린아이 처럼 행동하는 그 중년의 여자가..
이내, 자신의 고개를 돌려, 도린이의 손을 뿌리 치더니.. 온 몸을 웅크려 버린다.
그리곤...
"...이..이거.. 가져가. 나...나.. 돈 없어.. 돈없어요.."
"...갑자기 왜그래? 응?"
"..나..나.. 돈 없어... 살려줘... 살려줘.. 아아악!!!! 아..아악!!!"
"엄마!!! 엄마, 정신 차려.!!!"
"...아아아악!!! 가란말이야!!! 아악!!!"
나를 보며, 발작을 일으킨 듯한 그 중년의 여자는 끝내,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도린이는 작은 한숨을 들이
쉰다. 내게 그 뒷모습을 보인체...
".... 봤지?.... 이게 진실이야... 낯선 사람만 보면, 발작을 일으키셔."
"....."
"...그때, 그 충격으로... 기억도 잃으셨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5살때 기억으로 돌아가서 행하고 있어. 그런데도, 이상한건. 그때의 일을
기억이라도 하는 마냥, 낯선 사람을 보면... 이렇게 발작을 일으켜."
"........."
"그때마다.. 정말, 괴로워서 죽어버릴거 같애. 젠장...."
조금씩. 조금씩.
그 아이의 어깨가 떨려 왔다.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줄수 없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같은 층의 병실이라니....
들어오기 전, 마구 웃는 연습을 하던 그 이유,
알거 같았다. 아니, 알수 있었다.
매일 아침 마다, 웃는 연습을 하는 바보 같은 내 모습이랑
닮았으니까.
"..... 진도린....."
내 말에 빨개진 눈을 애써 수습한 그 아이가 나를 마주 보았다.
그리곤.... 웃을수 없는 그 얼굴로.. 웃고 만다.
...... 지켜보는 내가 더 허탈해 보이는 것 마냥.. 웃고 만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히 보지는 마. 아직..은, 이겨낼 자신 있으니까."
"..... 너도... 나와 같은 바보 구나... 진도린.."
"..^-^.."
웃을수 없는 바보.
진심으로 웃는 방법을 모르는 바보.
한 없이 강한척 하는 바보.
짹깍짹깍.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신은 어째서 알려주지 않을 걸까?
흘러가는 시간... 시간이 흘러가는 방법은 알려 주었으면서.
어째서.... 시간이 멈추게 하는 방법은 알려 주지 않았던 걸까?
.... 어째서....
40#
"... 이래서, 버릇은 못 쓰는 거야.."
병원을 빠져 나온체, 그냥 무작정 걸었던 결과.
민지완 녀석의 집앞에 우뚝 서고 말았다.
역시. 아직도 내 마음은 이 녀석을 찾고 있는 거겠지.
그 증거겠지.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
.....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녀석을 보고 꽤. 당황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 어쩐일 이냐.."
그런말을 물어 보는것이 당연한데.
당연한 건데. 바보 같이. 어쩔수 없이, 새겨지는 그런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그리곤.. 미처, 무슨 말을 할까, 고민 하던 내가.
".... 아... 음.. 응. 미안. 잘못 왔어."
"......."
뚫어지게 날 응시하는 녀석이 부답스러워 고개를 돌릴려고 할때.
캄캄해서 몰랐던 순간.. 녀석의 입가에와 볼쪽에 새겨진 흉터들이
보이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녀석의 얼굴에 손을 댄체...
"이거 왜그래?"
"....."
"어쩌다 이런거야? 다쳤어? 싸웠어? 혹시?"
"......"
"....아...."
바보 같은 유아리.
무슨 짓을 했니. 무슨 일을 한거야.
걱정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나간 손을 내릴려고 할때.
순간... 내려가는 내 손을 다시금 꼭 잡는 녀석.
근데.. 한심하게... 헤어진 이 순간에도 내 심장이 뛴다.
먼저 버린건 난데... 미친듯이 심장이... 주인을 알아 보듯 뛰어 버린다.
"..... 손 내리지마."
"......."
녀석의 상처를 살짝 살짝 건드렸던 아까와 같이.
녀석이 내 손을 쥔체, 따끔 거리는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지,
자신의 상처에 내 손을 갖다 대 버린다. 하나 하나 쓰담듯이.
녀석이...
"... 그만. 그만해. 너 아프잖아, 그러면. "
"....."
내 말에 그저 나를 응시한체, 더욱더 자신의 상처를 꾸욱
눌러 버리는 녀석. 그런 녀석을 보고 애꿎게 난 내 입술을 깨물고 만다.
......
"그러지마. 하지마. 그렇게 자꾸 누르면 덧난단 말이야."
"......."
"아프잖아. 그만해."
녀석의 힘을 어떻게 이기지 못할거 알면서, 손을 떼고자
힘을 쓰는 나를 녀석이 더욱더 세게 조여 버린다. 그리곤..
붉고 붉은 녀석의 입에서...
".... 아픈건... 심장이다. 유아리.."
"....."
"......덧나버린건.... 심장이라고..."
"......."
녀석의 마지막 말에 질끈 눈을 감은체.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뿌리치는 나를 보고도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내 눈을 똑바로 응시 할 뿐이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내 눈빛이 떨려오고.. 내 심장이 떨려 오고 만다.
.......
"..... 비겁하다 ... "
녀석의 입에서 비집고 나온 한마디.
"....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건..... 유아리... 너다.."
"......"
"내가.. 아플때... 넌 뭐라고 그랬냐..."
"......."
"...... 너한테 내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냐..."
주저 앉아 버렸다.
주저 앉아 버렸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지완이를 보지 못하고..
주저 앉아 버렸다.
'나 한테 한마디도 못 할만큼, 내가 먼 존재 였던 거야?'
'...뭐가, 널 그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그래, 그랬다. 한번만 봐달라고.. 한번만 봐달라고..
그렇게 말했지. 내가... 웃을수 있는 너 모습이 보고 싶어서.
한번만 봐달라고 말했었어. 그래, 그랬는데...
...... 난... 어째서 지완이 한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은 거지?
...약해지는게 두려워서... 널 피했어. 또 다시 기대게 될까봐.
"..... 미안해... 지완아."
"...."
강해지고 싶다는 핑계로... 녀석을 피했어.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냥 무작정 피했어.
"... 미안해... 미안해...미안해.."
"........"
하지만 그게 아니었 잖아.
.. 웃을수 있는건... 웃을수 있었던건....
..... 사실은....
"...... 미안해.... 정말......미안해.."
".... 울지마...."
아픔을 잊고... 강해 졌다는 증거 였으니까....
............
... 어째서... 울고 있는 자신만 생각한 걸까?
"...안 울어..."
"...... 씨발... 너 울잖아."
웃고 있는 자신은 어째서 잊어 버린 거지?
어째서 기억하지 못했던 거지?... 정작... 강하게 만들어 준건..
... 이 녀석 이었는데...
"....."
"..... 불안하다...."
"....."
"..... 또 도망가 버릴까봐..."
"........"
녀석의 손에 내 눈가에 젖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
눈물 때문에 뿌옇게 흐려졌던 녀석의 모습이 눈앞에 뚜렷하게 보인다.
".....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울어 버릴 까봐.."
그 말 한마디에... 피식-.. 웃어 버리는 나.
그리곤... 어색하지만, 어색하지만.. 너무나 이쁜 웃음을 보여주는 지완이.
.......
........웃을수 없던 녀석이 웃는다.
그리고.. 나도 웃어 버린다.
달빛에 반사된 녀석의 미소에 더욱더... 활짝 웃어 버렸다.
아른 거리는 녀석의 음성이 다시금 귓가에 맴돈다.
"...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심장이 굳어 뛰지 않는 그 순간 까지.."
소설제목 : 인형의 슬픔은 웃을수 없는 자신의 얼굴‥`
작가명 : Goodlucky
카페 게시글
´°³°³оΟ 같이 웃자!
[감동]
{소설}인형의 슬픔은 웃을수 없는 자신의 얼굴''[31~~40
금탱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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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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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곳에서 눈물이 찔끔.ㅋㅋㅋ..누가 볼까...퍼뜩...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