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대표하는 버스터미널은 단연 동대전터미널. 이전에도 한 번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대도시치고 너무 열약한 시설에 적잖은 충격을 먹었지만,
뒤이어 갔던 유성과 서부가 너무 인상깊었던 까닭에 여기는 그냥 그럭저럭이었던 느낌으로 기억된다.
전국 6대광역시 중 철도가 가장 발달된 대전, 대구만 유독 터미널이 부실하다.
그 중 대전은 그나마 가장 이용객이 많은 '동대전' 한 곳이라도 건드리기 시작하여,
2009년 12월부로 기존 건물을 부수고 임시로 운영을 하고 있다.
낡고 지저분했던 터미널이 임시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나마 찾아가 봤는데,
생각보다 빠른 이전에 한 번 놀라고 어수선했던 주변 분위기에 두 번 놀랐다.
그런 분위기를 사진으로 조금이나마 전달하여 보는 분들께서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옥천에서 607번 시내버스로 정확히 1시간을 달려 대전의 낯선 땅에 발을 내딛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차량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오는게 눈에 들어왔는데,
그 옆으론 거대한 뼈대가 무언가를 잡아먹을 것마냥 서있었다.

드넓은 대로변 옆으로 조그만 골목길이 있다.
그리고 그 골목길에는 한두 차선을 남겨놓고 수많은 버스가 '잠을 자고' 있다.
사진만 보면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일 오른쪽에 불이 켜져있는 삼화고속 차량만 신호를 기다릴뿐,
나머지 금남, 경북, 충북리무진과 그 뒤의 수많은 차량이 전부다 멈춰서 있는거다.

사진의 공사현장이 예전 고속터미널이 있던 자리고, 골목길 뒷편으로 시외터미널이 있던 자리다.
예전엔 수시로 버스와 자가용이 왕래했던 길을 지금은 버스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건데,
도데체 얼마나 지금 자리가 비좁으면 도로 하나를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다.


시외버스, 고속버스 하차장도 전부 임시로 인근 골목길과 주유소를 이용하는 중이다.
터미널을 공사하는 후폭풍이 너무나도 거센듯..
주변 도로는 많은 차들로 몸살을 앓고 버스까지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어수선하다.

물론 아예 주차한게 아니라 잠시 쉬고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들어가기가 힘들면 도로변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을까 싶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몸을 꽁꽁 숨기는 변태 과정을 거치듯,
임산부가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기 위하여 10개월간 고된 역경과 시련을 견뎌내듯...
동대전은 그렇게 진통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대전고속·시외버스 임시터미널'
기존의 고속터미널, 시외터미널을 모두 허물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만든 말 그대로 '임시터미널'이다.
그러나 두 개를 각각 따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합쳐놓았는데,
가뜩이나 좁았던 부지에서 더 좁은 부지로 둘을 합쳐놓으니 인근 도로가 카오스화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허나 어차피 지금 짓고있는 건물도 통합터미널로 쓸 예정이고,
인근이 모두 개발되어 부지도 없었던 상황이므로 아예 폐쇠하지 않고 이 정도로 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용한 거다.

여기가 대합실로 들어가는 입구다.
시외던 고속이던 동대전터미널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여기를 거쳐야만 한다.
휠체어 하나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로 좁다.
이 날이 평일이었는데 사람이 북적이는 금요일이나 주말 오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엄연히 건물을 합쳐놓았지만 시외와 고속을 따로 구분해 쓰고 있다.
예전처럼 건물 밖으로 나와서 차가 드나드는 길을 걷고 할 필요는 없지만,
워낙 대도시에 고속노선도 많은지라 자신이 어딜 가냐에 따라 조금 헷갈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고속버스 표를 파는 공간이 나오는데,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다만 LED로 안내했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위에 시간표를 아예 걸어놓고 안내한다.
예약할 때는 편하겠지만 바로 탈 때는 조금 불편해졌다고나 할까.

옆동네도 시외버스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 구조는 똑같다.
다만 예전 터미널에서 쓰던 시간표와 자동발매기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내부는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다소 어둡긴 매한가지다.

임시터미널이어도 나름 꾸며놓기는 잘 꾸며놓았다.
승차장 또한 정식터미널 못지않게 번듯하게 꾸미고 버스도 많이 들어올 수 있게 해놓았다.
담배도 피고 커피도 마시며 앉아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공간이 너무 없어 건물 밖까지 승차공간을 마련해 두고,
하차장은 아예 건너편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답이 없다 싶기도 하다.
어차피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중에 통합터미널이 완공될 것이지만,
너무 늦게 진행된 선진화에 버스기사, 업주, 무엇보다 이용하는 고객들이 고생이 많다.
대체로 터미널을 이전한 동네는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노포동), 강릉, 원주, 성남, 부천, 고양, 안성, 안동 등등.
주변의 공주, 영동같은 도시들도 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거나 수요가 확 줄어드는 등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곳이 많다.
대전의 경우도 동부, 유성이 한꺼번에 이전을 하기로 계획했었는데
그나마 사정이 나은 동부를 공사하고 오히려 사정이 안 좋은 유성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지금의 동부도 임시라는 특수상황 덕분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 혼잡해진데다
올해 말이라는 공사기간조차도 확실치 않은 상황.
번데기가 탈을 벗고 멋진 날개를 예쁘게 팔랑이는 나비가 될지,
아니면 비실비실 힘을 잃고 음지에서 날아다니는 나방이 될지,
현재 임시터미널은 아무런 말이 없다. 오직 시간만이 먼 훗날의 일을 조용히 혹은 시끄럽게 기록하게 될 것이다.
첫댓글 터미널이 복잡하네요...
많이 복잡하더군요;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대전에서 멀쩡한 터미널이 없지요.. 동부와 유성이 동시에 하기로 위에 언급을 하셨는데 동부지역은 구도심 지역이고 유성이 세종시와 인접하고 노은,지족,반석쪽이 신도심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성도 동시에 개발하게 되면 동부가 많이 쇠퇴할거라는 예상에 의해 유성은 보류한다는 소리도 있더라구요..
학기중엔 매일 유성시외를 이용하고 1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가게 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방법조차 없지요.. 어서 하루빨리 대전의 터미널들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시설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유성이 미뤄진게 그런 정치적인 이유도 일부 있었던 모양이군요. 단순히 사업자를 못 구해서 미뤄진건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오히려 도안신도시, 세종시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하루빨리 해야 기존 이용객들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들도 편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늘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넘 길어서 잘 보고 갑니당~
예 :)
기존 동부터미널이 워낙 오래되었던 것도 있고, 주변이 혼잡하면서 출입구조자체가 워낙 복잡해서 터미널에 대한 말이 상당히 많았던 곳이지요. 임시라도 불편을 감수하고 주변을 정돈하는 게 차라리 나아보입니다. 사실 다른 부지로 옮기기에는 대전에 터미널이 분산돼 있는 점 때문에 고려하지 않은 듯 합니다. 유성은 뭐, 정말로 노선만 불릴 게 아니라 박차 공간이라도 제대로 구비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저도 동감하는 입장입니다. 대전의 터미널들 동선이 죄다 문제가 많았는데 그나마 동부라도 개선을 하니까 다행이네요. 유성은... 곧 옮기는 입장이어서 박차공간 확보도 쉽지 않을거고(부지조차도 없죠) 이대로 놔두기엔 너무 심각하고... 하루빨리 옮기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크롤이 긴 만큼 아주 의미 있는 내용들을 한 번 더 심도 있게 깊이 이해하며 보고 갑니다. 한 편으로 저는 대구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써 부럽기만 하네요 만약에 대구 저런 공사를 한다면 얼마나 어수선할지 한 편으로 걱정도 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동대구역 역세권에 신세계라는 자본이 들어 온거 같은데 긴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또 바뀌어 있겠죠 좀 바뀌더라도
시민들에게 혼란이 과중 안되고 잘 바뀌기를 기원 할 따름입니다. 늘 잘 보고 갑니다. 제가 몰랐던 터미널도 알게 되고 다음에 가게 될 곳도 미리 보게 되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열렬한 팬입니다... Maximum 화이팅!!!
대구에 오시면 한 번 길잡이가 되어 드리고 싶네요 정말로요... 진짜로...
안 그래도 날잡고 대구권 터미널들을 돌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돈 문제로 아직도 못하긴 했지만 만약 내려간다면 한 번 만나뵙고 싶네요. 대구 또한 동대구역 인근에 통합터미널을 공사한다고 들었으니 거기만 완공된다면 버스타기가 훨씬 수월해지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
사진 잘 보고 갑니다~나름 광역시인데 터미널이 뭔가 좀 많이 부실해 보이네요...
임시라서 그래요.. 건물이 완공되면 정말 좋아질 겁니다.
대구도 올2014년 대전처럼 동대구역에 통합환승센터를 건립한다고는합니다.하지만 6대광역시중 시외정류장이 무려4개나 가지고있는 기가막힌곳이지요..워낙 교통망이 서로 잘되어있다보니 그런걸수도있죠...저도 가끔 대전터미널을 이용하는입장이지만 주말은 특히나 복잡하더군요....평일에도 저녁퇴근시간대에 복잡하구요
제가 갔을때도 평일인데 너무 복잡하더군요. 대구는 지역 주민이 아니면 도저히 버스를 이용하기 힘들 정도로 분산이 심해서 무슨 노선을 어디서 타야할지 헷갈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간단히 보충하자면 경북,수도권,강원도-북부 전라도,경남-서부 동해안-동부 청도&밀양대구인근-남부로 보시면됩니다...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하심되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예 :)
네... 저 역시 언제나 환영 합니다. "Maximum" 한 번 연락 한 번 주십시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직 머나먼 먼 나라 이야기인거 같습니다. 4군데의 터미널의 취약성을 한 번 같이 한 번 짚어 보고 싶네요... 보시는 각도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말 주변도 없고 그래서... 담아 보지를 못하겠네요...
시내버스조기사님께서도 같이 글을 써주시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네요. 외지인이 잠깐 들리면서 보는 관점과 현지인이 직접 느꼈던 관점이 확연히 다르니까요. 만약 대구 갈 일이 생긴다면 많이 도와주세요. ^^
복합터미널은 올해말 완공예정입니다..임시터미널은 그나마 예전 동부, 고속터미널보다는 형편이 좋긴 하죠..
하지만 주변은 너무 복잡하네요..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전국최고의 시설을자랑하는 터미널 기대됩니다
올해말 완공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저희 동네(일산)의 경우만 봐도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이제 뼈대가 겨우 올라가고 있는 것만 봐도요. 아무튼 이미 삽을 팠고, 기왕 하는거 최대한 멋진 작품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