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주초등학교 제17회 동창생 여러분에게,
1965년 12월 21일 망주를 떠났습니다. 12월 23일이 군대에 입대하는 날이었지요. 2년에서 2달을 못 채우고, 찬바람에 눈보라가
제법 휘날리는 해변 도로를 따라 머슴애들이 추위에 떠는 것이 안쓰러워 말려도 말려도 섭섭해하며 계매까지 따라와 손을 흔드는
까까머리들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보성역에 내려서 20리길을 걸어 집에 가다보니, 웬걸 양복 호주머니에서 계란이 깨져 걸음에 스치며 바지까지 젖었습니다. 아뿔사 ! 낭패로고.
1964년 3월에 부임하여 교실 책상 설합을 열어보니 무슨 달걀이 있길래, 선배 선생님에게 물어 봤더니, 목이 터지도록 열심히 공부를 잘 가르치고 목이 쉬면 마시라고 학부모님이 보내 주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누가 가져왔다고 표를 내지도 않고. 아무튼 그 달걀을 잘 먹었고 지금 생각해도 찡하게 눈물이 나도록 감동스럽습니다. 그 시절엔 귀한 손님이 오시면 대접하는 것이 계란이었습니다.
계매에서 망주까지 갯벌과 바다가 보이는 그 아리랑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6월 어느날 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산비탈 논밭에 노랗게 보리가 익어가고, 배고픈 사람들이 힘겹게 사는 '보릿고개'를 아는지 뻐꾸기가 노래했습니다.
선정 앞바다의 그 파란물과 갯벌이 눈에 선합니다.
스물 한살 소년 교사가 여러분을 처음 만나 경험은 부족하고 마음은 성급하여 걸핏하면 매나 때리고, 지금 생각하면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무어라 할 말이 없고 부끄럽고 뒷꼭지가 간질간질 합니다. 망주는 그런 나를 포용해 주었습니다. 마음은 늘 공부를 열심히 잘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망주는 참으로 인정있고 사람 좋은 고장입니다.
나의 제2의 고향입니다. 훈련소에서 군가를 부르며 훈련을 할 때면 가을운동회 때에 만국기가 펄럭이는 망주학교 운동장에서 신영옥 선생님이 지도하여 학생들이 무용을 하는 모습이 머리에서 늘 아롱거렸습니다. 동이 트는 새벽 꿈에 고향을 본 후~ 외투입고 투구쓰면 맘이 새로워~ 거뜬히 총을 들고 나서는 아침~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 산도 곱고 물도 맑은 이 강산 위에~ 서광을 비취고자 행군이라네~ 잠깐 쉴 때 담배 피며 고향을 본 후~-------------
첫댓글 선생님! 이렇게 긴 글을 올려주셨군요
옛날 그 모습을 회상하며 내일 만나뵈면서 더 많은 얘기 나누시어요
어제는 염상현 선생님과 통화도 했었네요 내년에 광주에서 모시겠다고 말입니다.
남자 친구들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뵈니 저는 부럽기까지 하답니다.
아무쪼록 카페에 정감있는 글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요~ 내일 뵙겠습니다.
선생님 너무 반갑습니다 !
저희반은 아니였지만 선생님 모습 조금 떠오릅니다 .
많은 세월이 지나갔어도 멋진모습과 함께 어릴적 저희들의 촌스런 모습까지 기역나는 군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저의 형님(신송식)과 연병장 동기신걸로 알고 있읍니다. 5학년 담임때
동전갖고 차력도 보여 주셨는데,어제 서울지역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46년 만에 만난
감회가 새로웠겠읍니다.부디 자녀분들과 손자손녀들 재롱 받으시며 즐겁고 건강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