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역에서 8시21분 무궁화호를 탔다. 창밖으로 보니 얼마전 까지 황금 빛이었던 논의 벼는 다 추수가 끝나고 산과 들의 나무는 단풍이 곱게 들어 가을이 깊어 감을 알게 한다. 사실 새마을호를 타면 여행하는 재미는 좀 줄어든다. 모두들 예의를 지켜 조용하고 다소 딱딱한 분위기다. 그래도 한 중년의 남자가 시골 장모님에게 보낼 생크림 케익과 꽃을 주문하면서 객차내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해서 우리 뒷좌석의 누군가 궁시렁거리며 험담을 하긴 했지만.. 암튼 무궁화호나 통일호를 탔을때보다는 좀 심심하다. 11시 15분에 순천역에 도착 역앞 정류장에서 송광사행 시내버스를 탄 시각이 11시 40분 다음 정류장에서 장보러온 사람이 차안을 가득채운다. 대전으로 돌아갈 기차는 6시 58분 무궁화호로 예약되있고 산행을 가능한 많이 하려면 시간을 절약하는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아침밥도 6시에 먹은 탓에 배도 고프고 김밤을 은박지에서 풀어 둘이 맛있게 먹고 배도 하나 후식으로.. 냄새를 피워서 좀 거시기하긴 하다만 그래도 머시기 한 것보다는 낫지. 송광사에 도착하니 단풍이 든 길이 지난 봄에 왔을때 보다 더욱 운치있어 다시 여기를 찾은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엔 계곡길을 따라 장군봉 정상에 올랐다가 선암사로 내려 갔었는데 이번엔 전번에 가지 않았던 코스를 택해 천자암 코스로 정했다. 걸음을 빨리하니 동행은 힘들어 하며 뒤쳐진다. 할 수없이 기다려 서서 물한모금하고 다시 열심히 걸어 능선길로 접어들고 산허리를 돌고 돌아 천자암에 도착했다. 동행은 보온 밥통에 밥 싸온게 무겁다 하고, 헬기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밥은 아직 따뜻하다.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버섯과 컬리프라워를 초장에 찍어 맛있게 먹고 짐도 덜고 힘내어 다시 길을 재촉했다. 천자암에서 선암사까지 6키로란다. 선암사에서 5시반에 순천가는 버스가 있기에 거기 맞추려고 뛰다시피해서 선암사들려 그 유명한 해우소에 가서 쉬하고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한게 5시15분 오분후에 버스가 왔는데 등산객들로 만원이 되니 바로 출발한다. 서두르지 않았으면 다음 버스 타고 기차도 놓칠번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 화장실에서 얼굴도 씻고 옷갈아 입으니 6시 반, 식당가서 밥먹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베낭에 남은 간식을 보니 찹살 모찌와 귤이 두개, 카스테라 하나, 홍익회 카트에서 삶은 계란과 바나나 우유를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역시 삶은 계란은 기차에서 먹는게 젤 맛있다.
10시 20분 서대전역도착, 하루를 참 길게 보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첫댓글 잘 다녀오셨네요 저두 진한 단풍 구경을 못해서 안타깝네요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6.8km 정도의 거리니까 꽤 힘드셨을텐데...... 고생 많이 하셨고 후기 감사드려요. 박준규 올림
와....진짜 멋진 여행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저도 한번 조계산 꼭 가보고 싶네요.....하긴 저야 뭐 워낙에 여행다닌곳이 별로없어서 가봐야 할 곳만 엄청나지만요....언제나 즐거운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