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스타트업 빅헬스(Big Health)는 불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우 특별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한 그룹의 불면증 환자에게는 위약이 주어졌고, 다른 그룹의 환자에게는 진짜 약으로 시험한 결과, 진짜 약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그런데 환자에게 주어진 위약과 진짜 약은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약’의 개념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약은 바로 이 회사에서 개발한 불면증 앱이었다. 즉, 위약 버전의 앱을 받은 환자들은 그에 따라 가짜 불면증 극복 훈련을 한 반면, 진짜 앱을 받은 환자 그룹은 진짜 훈련을 따라한 것이다. 빅헬스의 CEO 피터 하메스는 자기 회사의 앱이 실제 약물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버타 헬스(Virta Health)라는 기업은 수술 없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이다. 이 앱을 이용해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실시된 임상연구에서 10주간의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받은 262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거의 절반 가량은 혈당지수가 정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의료 산업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 ScienceTimes
웰닥(Welldoc)이라는 회사가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앱인 ‘블루스타’는 이 같은 모바일 지시 치료법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를 화학 기반의 약과 단백질 기반의 약의 뒤를 잇는 의학의 제3의 물결이라며 ‘디지털 약’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 데이터 확보 및 분석 등이 활발해짐에 따라 최근 의료 분야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사실 그동안 의료 산업은 큰 규모에 비해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어 의료 산업은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의료산업 중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흐름으로 원격진료, 알고리즘 의학, 차세대 캡슐, 유전자 과학 등을 제시했다.
온라인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원격진료
원격진료란 환자들이 새로운 의료기기를 활용해 혈압 및 심박수 등의 생체신호를 의사에게 원격으로 전달하여 만성질환 등의 질병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정보통신 기기의 확산 및 보험회사의 정책 변경 등에 따라 많은 의료기관들이 이처럼 온라인으로 환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미국 의료기관의 약 61%, 병원의 40~50%가 원격진료 형태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원격진료협회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억5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원격진료의 가장 큰 장점은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비용 절감 등이다.
약 1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원격진료 기업 ‘아메리칸웰’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삼성 스마트폰을 활용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40개 주에 300여 개 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헬스케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의료분야에서는 매일 많은 연구논문과 임상실험 결과, 과학 연구, 특허, 건강정보 등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많은 새로운 정보를 인간의 능력으로 모두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새로운 정보는 물론 개별 환자의 의료기록까지 빠른 속도로 습득할 수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 의약품이 어떤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술이 바로 알고리즘 의학이다. 예를 들면 스탠포드 의과대학은 구글과 유전자 분석에 대한 제휴를 맺었다. 따라서 구글 클라우드에 스탠포드의 연구 데이터를 입력하면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들이 차세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최근 암 진단을 비롯해 유전체 분석, 신약 및 치료법 개발, 임상시험 매칭, 의료 영상 분석 등의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왓슨은 원격진료와 유사하게 원거리 분석도 가능해 올해 초부터 플로리다의 지역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암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 허가 최초로 획득한 차세대 캡슐
차세대 캡슐이란 진단 및 약물 전달 효과를 개선하고 다양한 질병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서, 카메라, 패치, 추적기 등으로 구성된 의약품을 말한다. 스마트 캡슐이라고도 불리는 차세대 캡슐은 삼키거나 혹은 피하에 삽입할 수 있으며, 포괄적인 건강 모니터링과 환자의 약물 순응도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미국 브래번 제약이 아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부핀’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부핀은 환자의 팔에 삽입할 수 있는 성냥개비 크기의 임플란트로서, 아편과 유사한 부프레노르핀이라는 약물을 최대 6개월간 소량씩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아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금단증상 완화를 위해 엄격하고 규칙적인 약물 투여가 매우 중요한다. 프로부핀은 정기적으로 약물을 분비함으로서 환자가 매일 신경 쓰지 않아도 편리하게 아편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 프로부핀은 FDA의 허가를 최초로 획득한 차세대 캡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과학은 의학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 중 하나로,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라고 불리는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간단히 자르거나 대체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선천성 장애나 유전에 의한 질병을 100%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