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AID주공아파트, “미분양 사태, 책임져라”
12월 말 ‘입주’ 앞두고 때 아닌 사업방식 논란(조합 ‘확정지분제’ vs 현대건설·두산건설 ‘도급제’)
시공자 측, 추가부담금·할인 분양·공사 중단·유치권 행사… 조합원 집단 반발
미분양에 따른 공사대금만 4000억원에 달해
[코리아리포스트=최종룡 기자]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세워진 AID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이 미분양에 따른 시공자 측의 무리한 요구로 입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힐스테이트위브 건설 현장에 7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시공자인 ‘현대건설·두산건설 규탄 집회’를 열고, “미분양을 핑계로 시공자가 애초 계약한 ‘확정지분제’ 사업 방식을 ‘도급제’ 사업 방식이라 말을 바꾸고 있다”며, 할인 분양으로 인한 손실 책임을 두고 조합원들에게 공사 대금 4000억원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의 명소인 달맞이언덕에 건립되는 힐스테이트위브는 국내 재건축 사상 처음으로 설계를 ‘국제현상공모’한 야심작으로 총 2369가구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534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이중 분양된 물량은 전체의 10% 정도이며, 3.3㎡당 평균 분양가가 1500만원으로 전용면적 165㎡ 이상인 90%가 현재 미분양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에 따른 손실만 4000억원대에 달하자, 올해 12월 말 입주를 앞둔 조합원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사대금 부담이 생긴 시공자가 ‘할인분양’을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손실 책임을 조합원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달 22일에는 시공자가 공사금 회수를 위한 조치로 ‘유치권 행사’(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해당 재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논란은 가속화됐다. 이 현수막에는 “현장 내 모든 건축물에 대해 출입을 금한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어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힐스테이트위브 입주자비상대책협의회(이하 조합원)는 “현대건설 측이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 할인 분양, 공사 중단, 유치권 행사, 절대 입주 불가 등으로 압박하고, 여러 차례 편지와 전화, 개별 방문 등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명백한 대기업의 횡포”라며 규탄 대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맞서고 있다.
‘확정지분제’가 ‘도급제’로 바뀐 사연
이곳 조합원들은 시공자가 조합원의 지분율과 부담금을 사업 초기에 확정하는 ‘확정지분제’를 주장하고 있고, 시공자 측은 조합이 직접 사업을 주관하여 ‘분양’의 책임 또한 조합이 떠안게 되는 ‘도급제’를 주장하면서 대립은 깊어졌다.
‘지분제’ 혹은 ‘도급제’는 재건축에 있어 개발 이익을 나눌 때 해당 사업의 책임을 시공자와 조합 어느 쪽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계약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시공자 선정 초기에 조합은 조합원들의 의결을 얻어 사업 방식을 미리 정한다. 이에 시공자가 ‘도급제’ 혹은 ‘지분제’ 사업 방식을 토대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사업제안서를 근거로 “시공자를 선정할 때부터 조합원들은 확정지분제로 알고 있는데, 리스크를 안게 되자 지금에 와서 시공자가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고, 시공자 측은 “조합원들이 알고 있는 확정지분제는 이미 무효화 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합은 2006년 12월 ‘국제현상공모’작 선정 이후부터 1차 시공자 선정 공고를 할 때인 2008년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전문 기관을 통하여 예상 공사비와 적정 분양가 산출 등의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를 ‘입찰 시 도급공사계약 내용의 수용’이란 조건으로 현대건설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2008년 8월 열린 부산 해운대AID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하 재건축 사업) 시공자 선정 공고(3차)에서 현대건설과 두산건설로 구성된 공동사업단과 현대산업개발 2곳이 입찰에 응했고 그해 10월 12일 열린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현대건설·두산건설이 조합원들의 지지로 시공자가 된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두산건설은 ‘조합이 제시하는 도급공사계약 내용의 수용 → 입찰에 참여 → 조합원에 의한 선정 →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서 계약’이라는 절차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이때 “입찰 당시에 사업 방식은 ‘확정지분제’로서 조합이 제시하는 도급공사계약 내용을 따르는 업체에 한함’이라고 공고문에 명시되어 있었으며 이를 수용한 시공자는 입찰에 참가한 것이다”며 “당시에는 무상지분율이 시공자를 선택하는 데 기준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조합원은 “시공자가 선정되기 전인 2007년 말에 이미 조합 측에서 의뢰한 감정평가 전문 기관에 의해 개략적인 분양 금액이 산출됐으며, 시공사에서는 조합이 제시한 그 조건대로 시공에 참여한 것이다”며 “그 후 세대별 면적과 금액은 시공자 측에 의해 몇 번의 수정을 거쳐 확정되었던 만큼 확정지분제로 계약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시공자는 사업 방식 논란의 원인이 된 미분양 사태가 ▲첫째, 유럽발 금융위기 ▲둘째, 글로벌 경기 침체 ▲셋째, 국내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대형 평형의 선호도 추락 ▲넷째, 조합원 선분양으로 인한 일반분양 세대의 열악한 주거환경 ▲다섯째, 조합원 분양 세대의 대량 시장 유입 등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시공자가 일반분양을 위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은 “시공자 측이 주장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2011년 불붙은 부산 지역 부동산 분양시장과는 무관하며, 세 번째의 대형 평수 선호도 추락은 사실이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경우 기존의 조합원들도 저층을 분양 받았으며, 조합원 물량이 많은 것이 일반분양을 방해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시공자 측은 “미분량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예정대로 입주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조합 측과 작성한 공사도급계약서를 토대로 공사비 회수를 주장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시공자,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정당성 주장
조합원들, ‘사기계약’이라며 맞서
시공자 측은 조합 측과의 공사도급계약 문건을 근거로 ‘도급제’를 주장하면서 계약 과정에서 확정지분제라고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시공자 측의 이러한 확정지분제와 도급제라는 사업 방식의 문제 제기는 미분양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도급제’가 마치 새로운 특허품인 양 내세운 시공자의 억지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2009년 정기총회에서 공사계약서 인준 당시 조합원은 시공자가 제안한 사업제안서를 토대로 확정지분제 사업을 확인했다”며 “애초에 도급제 계약이면 도급제 계약임을 계약서상에 분명히 명시하던지, 이미 확정지분제라고 알고 있던 조합원에게 도급제 계약임을 설명했어야 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과연 계약서가 인준되었겠나”고 반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자의 주장대로 사업제안서의 확정지분제 표시는 본계약과 무관한 것이며 또한 몇몇 계약 조항들로 인해 도급제라고 한다면 당시의 조합원 인준은 애초부터 무효이며, 당시에는 도급제라고 주장하지 않았으면서 지금 와서 몇몇 조항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그 계약 자체가 사기 계약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합은 침묵… 부실한 시공 문제 등도 도마 위에
미분양 사태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분양 당시와는 너무나 딴판으로 기대하던 명품 아파트가 아닌 얼렁뚱땅 짝퉁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는 “한마디로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치밀하게 의도되고 계획된 시공자의 ‘악덕시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시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의 경우 부산의 알짜배기 재건축 단지로 주변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시공자 선정 이후인 2009년 10월에는 조합원분양가가 시공자에 의해 평당 1,310만원 이상으로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높은 시세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90%가 아파트를 분양 받게 된 것은 조합원들의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고층은 멋진 바다가 보이는 조망과 저층은 멋진 조경이 보이는 풍경을 상상하며 모두 달맞이언덕의 명품 아파트에 입주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품었다”며 “우리 조합원 모두는 분양 이후 지금까지 높은 분양가에 걸맞은 멋진 아파트가 지어지기를 바라 왔을 뿐 분양 당시와 다르게 지어 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시공자의 ‘악덕시공’이라며 울분을 터트리는 이유를 ▲가느다란 나무 식재를 통한 벌거숭이 조경 ▲언덕 경사면과 테라스 주변에 설치된 거대한 봉분을 연상시키는 화재에 취약한 동산 ▲교목 하나 없이 아찔한 사면만 바라 봐야 하는 산책로 ▲열약한 주민편의시설 ▲저렴한 로비 설비와 저급한 엘리베이터 내부 시설 등 구체적인 상황을 지적했다.
조합원들은 “원래 계획과는 달리 누가 봐도 저급하게 시공을 하게 된 것은 일반분양 물량의 미분양분에 대한 할인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며 “처음에는 일반분양분 534가구에 대하여 시공자는 대외적으로 241가구(약 45%)가 분양된 것으로 알렸으나, 지난 6월 별안간 일반분양이 전체의 약 8%(45가구)에 불과하니 미분양해소를 위해 30% 정도로 할인 분양을 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공자 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지난 6월 별안간 조합원에게 ‘도급제’란 말을 쓰며 할인분양 승인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시공자 측으로부터 공사 중단을 들먹이는 협박 편지를 받았고 이후 현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향후 정상적인 입주 불가를 통보하고 있어 조합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개했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시공자의 미분양 사태에 대한 논란이 악화일로에 선 것은 조합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보 역시 조합 측에 몇 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사태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조합을 대표하는 임원들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침묵하고 있다”며 “모든 설계와 시공 상의 사양 변경은 시행사 대표인 조합의 승인으로 이뤄졌으니 마냥 침묵해서 될 일은 아니다”고 조합 측의 미온적 태도를 비난했다.
입주를 눈앞에 두고 미분양의 손실을 조합원에게 묻는 거대 시공자와 이에 한 푼이라도 갈취 당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조합원들 간의 공방 중에, 현재 시공권을 손에 쥔 현대건설 측이 ‘추가 분담금, 할인 분양, 공사 중단, 유치권 행사, 절대 입주 불가’ 등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