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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28 - 고사리의 여름 1
S#1. 캠퍼스 몽타주
더운 캠퍼스..가방을 메고 혹은 책을 보며 오가는 학생들..
만수소리 : 빼앗긴 방학에도 여름은 오는가..
이하, 도서관/ 랩/ 강의실...등지에서 더위와 공부와 연구와 싸우는 다양한 학생들 모습이 빠른 톤으로 스케치 된다.
그 위에 이어지는 만수의 시 낭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송하는 느낌으로....
만수소리 : 나는 온몸에 전자파를 받고 팀프로젝트와 성적표가 맞붙은 곳으로 거미다리 같은 손가락을 따라 비몽사몽
프로그램만 짠다. 입술을 다문 교수님아 선배님아 니가 시켰느냐 누가 시켰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알고리즘도 모르고 끝도 없이 해매는 내 혼아 무엇을 짜느냐 에러는 나느냐 무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아-빼앗긴 방학에도 여름은 오는가...
S#2. 동아리방
만수,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만수 : 지금은 방학을 빼앗겨 여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 카이스트의 얼굴없는 시인, 정만수였습니다. (엔터키를 쳐서 올리고는) 헤엑 헤엑 (손부채를 부친다) 에구 더워...
(텅빈 내부를 보며) 이 인간들은 나만 빼놓고 또 뭘 먹으러 갔누...
S#3. 석학의 집
진수 대욱 재명 옥주 지민이 둘러앉아 테이블에 국내 지도를 펴놓고 떠들고 있는 중이다.
옥주 : 전라남도라구 했잖아. 그니까 이 밑을 봐야지.
대욱 : 아이구 손 좀 치워봐. 섬진강 어딨어. 섬진강 옆이라구 했는데..
지민 : 여깄다 여기 섬진강.
옥주 : 어디어디.
재명 : 광양이라구 했지? 광양 찾아봐. 광양.
애들 지도를 보느라고 이마를 맞대고 있고.
진수만은 노트에 뭔가를 메모하느라고 골똘해있다.
이만치에서 마이클이 진영의 옆에 붙어서..그 옆에는 미순이 일을 하고 있고. 그 옆의 바에는 백곰이 쥬스 정도를 마시고 있다.
마이클 : 프리즈 진영씨도 같이 가요. 내가 밥 맛있게 해줄게. 응? 어?
진영 : (미순의 눈치를 보며) 휴가기간두 아닌데 내가 어떻게 가요.
미순 : (옆에서 안 들리는 척하며 행주질만 썩썩 하고 있다)
마이클 : 싸장 누나도 같이 가요. 휴가하고 같이 가요.
미순 : (행주를 퍽 집어던지더니) 마이클.
마이클 : 네 싸장 누나.
미순 : 직장엔 자고로 사규라는 게 있는 법. 누가 놀러가잔다고 직원이 덜렁 따라가버리면 그 직장은 이미 볼짱 다본 것이다..
이런 황금같은 말씀이 있어.
마이클 :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씀도 있어요.
미순 : ... 너 많이 컸네에. 언제 그렇게 컸냐아?
백곰 : 미순씨 휴가는 필요한 겁니다. 필요하기 때문에 휴가라는 게 있는 거지요.
미순 : 근데 댁에는 그 쥬스 한잔 마시는데 어떻게 30분씩이나 걸려요?
백곰 : 휴가가 어려우시면 하루 잡고 물놀이나 갈까요. 시워언하게. 이번 일요일 어떠십니까?
미순 : 물놀이요?
백곰 : 계룡산 골짜기. 자연과의 하루.
진영 : (미순이 버린 행주 들고 닦으며) 직장엔 자고로 사규라는 게 있는 법인데요. 누가 놀러가잔다고 사장이 덜렁 따라가버리면
그 직장은 볼짱 다 본거다..이런 황금같은 말씀이 있거든요.
미순 어이없어 진영을 돌아본다.
S#4. 이교수 연구실
민재, 명환, 중희. 만수 등이 둘러앉아 회의중이었다. 앞에는 자료들이 어지러이 놓여있는데..
만수 : 그러니까 엠티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농활이라고요?
명환 : 그래 임마. 그것두 이교수님 고향으로 가는거야. 너 가서 허튼 짓 하면 그게 다 우리 교수님 망신시키는 거라는 거 명심해.
만수 : 그럼 가서 모내기하고 거름치고 그래야되잖아요.
명환 : (한심해서) 한여름에 무슨 모내기를 하냐.
중희 : 민재 너두 가지?
민재 : 에이 선배님. 저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수험생입니다.
명환 : 며칠 다녀오지 그래. 너 요즘 너무 책에만 붙어있잖아. 너무 과열시키면 다운되는 수가 있어.
민재 : 대학원 시험이 코 앞이에요. 바로 요 앞. (자기 코를 가르키는)
중희 : 가는 게 좋을걸. 명환이 형하고 내가 족보를 줄줄 불러줄지 아냐?
민재 : ...정말요?
명환 : 중희한테 잘 보여. 얘 이래뵈도 쪽집게 선배로 유명하잖아.
민재 : 어머나.. (중희에게 붙으며) 오빠. 진짜죠오?
중희 : 어이이. (떨치는데)
만수 : (내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저는 같이 못 갈거 같습니다.
명환 : 그럴 리가 있냐.
만수 : 전 연구할 것도 많구요. 그리고..
중희 : 전산과 남희씨도 간다는 거 같든데..
만수 : 오잉?
명환 : 몰랐어? 박교수님이 같이 가기로 하셨잖아. 근데 만수가 간다면 남희씨는 안 가는 거 아냐?
만수, 눈이 동그래져서 양쪽을 보는..
S#5.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와 서교수가 커피를 마시며 환담 중.
박교수 : 같이 가자니까. 어차피 여름에 같이 여행 갈 애인두 없잖아.
서교수 : 전자과 이교수님이 학생들 데리고 가시는 거래매. 너는 거기 왜 껴.
박교수 : 어차피 여름에 같이 여행 갈 애인도 없으니까.
서교수 : (웃고) 난 내일부터 교환학생들 면담도 있고. 다음주까지 마쳐야 되는 기획안도 두 개나 돼.
박교수 : 기획안? 에구 참. 남희양.
남희 : (한쪽에서 자기 일 하고 있다가) 네 교수님.
박교수 : 우리 기획안 잘 싸놓으라구. 그거 갖구 가서 할거니까. (서교수에게) 봤지? 갖고 가서 해. 공기좋고 물 좋은데서. 응?
서교수 : (남희에게) 남희양.
남희 : 예?
서교수 : 이런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 딸 수 있겠어?
남희 : 안그래도 요즘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웃는)
S#6. 처장실
처장과 이교수 마주 앉아서.
처장 : 고향이라.. 좋지요. 몇 년만에 가보시는 건가요?
이교수 : 육년만인 거 같아요. 큰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가 뵙고 처음이거든요.
처장 : 허어.. 아직 거기 친척분들은 계시구요?
이교수 : 이젠 아무도 안계세요. 그냥 미스터 동아리애들이 농활을 가겠다구 어디 좋은데 추천해달라길래.
거길 얘기해준거거든요.
처장 : 이 기회에 같이 가시기로 하셨구요.
이교수 : 예. 그랬더니 우리 랩 아이들도 몇 명이 같이 가겠다고 하네요.
처장 : 저도 산골 출신입니다. 가끔 옛날 생각을 하지요. 이번에 애들 데리고 가시면 그거 좀 가르쳐 주세요.
이교수 : 어떤거요?
처장 : 이 땅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거요.
이교수 : ....예?
처장 : 우리 애들 보면 가끔 연구실 말고는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는 줄 알고 있는 거 같애요. 연구실의 개구리들이지요.
그 애들에게 누구를 위해 연구를 하는 건지 그걸 좀 가르쳐주십사구요.
이교수 : (웃는) 알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S#7. 동아리방
정태가 혼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옥주와 지민이 문을 빠끔 열고 들여다본다. 정태가 돌아보면..
둘이 환한 미소를 띄우며 들어오더니..
지민 : 정태오빠도 대학원 시험 공부 하시나봐요.
정태 : 그냥 하는거야. 떨어져서 못 가는 거 하고 붙었는데도 안 가는 건 다르니까.
지민 : (과장되게) 야아 과연 소리없이 공부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그치?
옥주 : 그럼그럼. 우리처럼 난리법썩을 떨면서 공부하는 사람들하군 질적으로 틀리지.
정태 : (둘을 수상해서 보며) 니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냐?
지민 : 오빠. 우리 동아리 농활 가는 거 알죠?
정태 : 이교수님 고향에 간다는 거?
옥주 : 오빠두 같이 가. 응?
정태 : 농활이라면 일학년때 이학년 때 다 가봤어. 됐네.
지민 : 민재오빠도 가는데?
정태 : 그 녀석이 웬일이야. 대학원 붙기 전엔 자긴 인간도 아니라더니.
옥주 : 지원이 언니도 가는데?
정태 : ... 뭐?
옥주 : 정말이야. 그치? (지민을 보는)
지민 : 응. 지원이 언니는 요즘 몸이 약해져서 맑은 공기가 필요하잖아요. 며칠 그런데 가서 쉬어야 된다구요.
정태 : ...그래?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나 나간다)
남은 옥주와 지민 히히 해서 마주보더니.
지민 : 이제 지원이 언니만 해결 보면 되는거지?
옥주 : 쉽지 않을걸.
지민 : 그래두 남자들하고 내기했는데 이겨야지.
옥주 : 그렇지. 만원이나 걸었는데. 나가자. 싸우자.
지민옥주 : 이기자.
둘, 하이파이브를 한다.
S#8. 밤 기숙사 외경
그 위로 들리는 분주한 인사말들..
옥주 : (E) 언니 안녕.
지민 : (E) 아직도 공부해요? 좀 쉬어요 쉬어.
자현 : (E) 먹을 거 좀 있냐?
S#9. 지원의 방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던 지원이 돌아보는데..
자현의 여행가방과 이불, 베게를 안은 옥주와 지민,
그리고 오실로스코프에 수리도구가 담긴 가방을 든 자현이 들어서고 있다.
지민 : (빈 침대에 이불을 깔아주며) 자현이 언니 내일 늦잠자면 안돼.
자현 : 아침에 전화나 해줘. 라면 같은 거 남은 거 없어? (여기저기 뒤지고)
옥주 : 언니 가방은 여기다 놓을게.
지원 : (어리둥절해서 보다가) 니들 뭐하는거야?
옥주 : 자현이 언니 이번에 우리랑 같이 가기루 했거든.
지원 : 동아리 농활가는 거? (자현에게) 거긴 니가 왜.
자현 : 경운기를 운전할 수 있대잖어. 나 옛날부터 그거 운전해보고 싶었거덩. 어째 이방엔 먹을 게 씨가 말랐네.
지민 : 지원이 언니 가방은 어딨어?
옥주 : 우리가 짐 싸줄게.
지민 : 내일 아침 여덟시에 집합하는거야. 버스 빌렸으니까 늦으면 안돼.
지원 : 잠깐..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
옥주 : 그러엄.. (전화기를 지원이에게 주며) 자 여기 전화 있으니까 언니 집에 전화해.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구.
지원 : 지금 니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자현 : 얌전히 가는 게 좋을거야. 니가 끝까지 반대를 하면 (애들 보고) 어떻게 한다고?
지민 : 일단 수면제를 먹이는거죠. 그리고 내일 아침..
옥주 : 자현이 언니가 지원이 언니를 업고 아래층까지 가고..
지민 : 밑에선 남자애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언니를 받아서 버스에 싣는거지. 이런 스토리에요.
자현 : 내가 왜 오늘 이 방에서 자는 건지 아냐?
옥주 : 언니가 밤새 없어질까봐 그거 감시해 달라고 부탁했거든.
지원 어이없어 보고.. 옥주와 지민은 비장한 얼굴로 보고 있다.
지원 : 고마워. 그렇게 내 생각을 해줘서. 그렇지만 난 못 가. (책상 앞으로 돌아앉는다) 아르바이트 해야 돼. 이 얘긴 고만.
옥주 : 아르바이트 안하기루 했는데?
지원 : 뭐?
지민 : 그 학생 어머니두 그러라 그러셨어요. 그 집두 이번에 휴가 간다구 잘 됐다구.
지원 : 니들이 전화를 했단 말야? 그 집에?
옥주 : 전화가 아니구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렸는걸. 언니 좀 빌려달라구.
지원 어이없어 보고, 지민과 옥주는 의기양양하다.
자현 : (싱글거리며 보고 있다가) 어이 구지원. 인간이란 원래 자연과 더불어 살게 되있어.
컴퓨터랑 살라고 만들어 놓은 존재가 아니란 말야.
S#10. 도로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자연의 모습들..나무와 논밭.. 강물이 보여지면 더 좋고.
그 푸르른 녹색이 요란스러운 만화영화 주제가 합창과 함께 보여진다.
S#11. 버스 안
이교수와 박교수가 앞좌석에 앉아있고. 그 외의 참가자들이 각자 자리를 잡아 앉아있다.
(명환 중희 만수 남희 민재 정태 자현 지원 진수 대욱 재명 옥주 마이클 지민)
현재 남녀 편을 갈라서 만화영화 주제가 부르기 시합이 벌어지고 있다.
통로 중간에는 만수가 서서 심판을 보고 있다.
남자들이 태권브이 정도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두어절 부르면.
만수 : 스톱! 하나 둘 여자!
급하게 의논을 하던 여자들이 캔디 노래를 불러댄다.
자현의 옆에 앉은 지원은 웃으며 선뜻 끼어들지 않고 있고.
캔디가 두어절 갔을 때..
만수 : 스톱! 원이요 투요 남자!
그런 식으로 두세번 오고가고...
창 밖으로는 전라남도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표지판 정도가 보여지고..
아이들의 노래시합이 흥겨운 음악으로 바뀌면서..
S#12. 가는 길..
가는 길의 스케치. 빠른 템포로..길가의 스케치와 노는 아이들..
졸고 있는 마이클.. 먹는 애들.. 이제 지쳐서 조용해진 애들.. 그 사이에 공부를 하고 있는 민재의 모습.. 등등의 그림 사이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표지판, 전라남도 이정표.. 등등..
초라한 읍내..이따금 보이는 촌로의 한국적인 얼굴이라든가.. 몽따쥬..
그리고 더욱 외진 신작로 길 입구로..
S#13. 농활마을 진입로
신작로길을 버스가 오고 있다. (비포장이면 더 좋고)
S#14. 버스 내부
아이들 더러 졸고 있는 조용한 분위기.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끼이익 급정거를 한다. 그 바람에 앞 좌석에 부딪힐 뻔해서 잠이 깨거나 놀라는 아이들..
앞의 버스 기사가 거의 일어나 창문 밖으로 상체를 빼어 소리를 지른다.
기사 : 이봐. 거기 그러고 있음 어떡해. 죽고 싶어?
학생들도 분분이 일어서든가 창문으로 고개를 빼어 앞을 본다.
S#15. 신작로길
고등학생인 종대가 버스 바로 앞, 신작로길 가운데 서서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박교수가 창문으로 내다보며 소리를 지른다.
박교수 : 아이구 위험했잖아. 비켜요. 얼른. 어?
그러나 종대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사람처럼 자전거를 마저 손본다.
뒤의 버스에는 창문으로 상체를 빼어 보는 학생들..
기사가 막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그제야 상체를 일으킨 종대, 버스 쪽은 보지도 않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시킨다.
여전히 길 한가운데를 별로 속도도 내지 않고 달린다. 그 뒤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S#16. 버스 내부
이제 아이들이 대부분 서서 앞을 보고 있다.
버스 앞을 가로막고 달리고 있는 종대의 자전거 때문에 버스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버스 안의 아이들.. 쟤 뭐야.. 하고 수런거리고.. 박교수 어허참.. 황당하고..
그런 와중에 민재가 공부하던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 앞을 본다.
S#17. 분교 운동장 (혹은 분교 앞)
종대가 앞선 상태에서 버스가 도착한다.
종대는 흘낏 뒤를 보더니 그대로 달려가고 그 뒤에 서는 버스. (혹은 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
// 운동장에는 이장과 부녀회장, 최선생, 그외의 몇몇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환영해준다.
꼬마애들도 신기한 얼굴로 학생들을 보고 있고. 카이스트팀들은 어색해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이교수, 이장 앞으로 오며.
이교수 :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옆의 부녀회장에게도) 아주머니 너무 오랜만이어요.
이장 : 어서 와. 잘 왔구먼. 하이구 아그들이 다 훠언하구만. 자네 학상들이라고?
부녀회장 : 음메. 인자 야도 교수님이고 박사님인데 고로콤 반말을 찍찍 해불면 되는가요. 안그려요 이박사.
이교수 : 아주머니두 참. 그냥 전처럼 희정아..이렇게 불러주세요.
// 박교수가 동네사람들에게 넉살좋게 인사를 해대고 있다.
최선생이 앞으로 나서며 악수를 청한다.
최선생 : 최일숩니다. 여기 분교 선생이구요.
박교수 : 아이구아이구 반갑습니다. 저는 박기훈이구요. 저기 똑똑한 애들의 멍청한 선생입니다. 하하하.
박교수와 악수를 나눈 최선생이 이교수 쪽을 본다. 거기 반갑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교수.
박교수 : (학생들에게) 어이 모두 일루 집합해. 제대루 인사드려야지.
가방을 들고 두리번거리던 아이들이 박교수쪽으로 모여든다.
그 중에 만수가 옆에서 구경하는 동네아이들에게 인상을 써보이고 있다. 아이들 놀라서 보는데..
만수가 프랑켄슈타인같은 표정을 하며 으르르. 아이들 쪽으로 절뚝거리며 다가간다.
비명을 지르며 어른들 뒤로 숨는 아이들.
명환이 그런 만수의 뒷덜미를 잡아서 데려간다.
// 우루루 모여선 아이들이 일제히 힘차게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인다.
아이들 : 잘 부탁합니다.
그 앞의 마을 사람들 흐믓해서 박수를 쳐준다.
최선생 : 피곤할텐데 일단 들어가서 좀 씻구 쉬어요. 교실은 두 개니까 남학생 여학생 나눠쓰시면 될겁니다.
명환 : 고맙습니다. 자 들어가자구..
아이들 떠들며 가방들을 들고 들어가고..
들어가는 아이들 중에 정태가 슬쩍 돌아보면 지원이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자현이 그 옆을 따라 들어오고 있다. 자현은 여러 가지 도구들을 들고 있어서 짐이 많다.
정태, 혼자 피식 웃고 안으로 들어간다. 학생들 뒤로 동네아이들이 졸레졸레 따라들어간다.
// 최선생이 이교수와 박교수 있는 곳으로 오며.
최선생 : 두분은 관사로 가시죠. 청소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두 홀애비 냄새가 날겁니다.
이선생 : 너 아직두 장가 못갔어?
최선생 : 그렇게 말하는 넌.
박교수 : (오잉해서 둘을 번갈아보는)
이교수 : 참. 두분 아직 인사 못 나눴나? 이쪽은 내 초등학교 동창인 최일수 선생님. 그리고.. 이쪽은..
최선생 : 우리 벌써 인사 나눴어. 근데 내가 니 첫사랑이었단 얘긴 왜 빼냐.
이교수 :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니 첫사랑 아니었니?
둘 웃는데. 박교수 버엉해서 번갈아 본다.
S#18. 여자교실
여자아이들 짐을 여기저기 정리해놓느라고 분주하다.
자현은 오실로스코프 등의 기계를 잘 조립해놓고 있고.
지원은 벽에 붙어있는 아이들의 그림이나 미화작업 들을 미소를 지어 둘러보고 있다.
옥주 : (E) 이거 봐라. 이쁘지.
지원 돌아보는 곳에 옥주가 수영복을 꺼내 들고 지민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
지민 : 우와 비키니잖아. 언니 이거 정말 입을거야?
옥주 : 왜 어때서.
지민 : 너무 야하잖아.
옥주 : 무슨 소리야. 색깔이 이만하면 점잖은거지.
지민 : 색깔 말구 면적이 너무 적잖아. 이거 봐. (수영복 받아들어 펼쳐보는데)
남희 : 그건 어디서 입을 건데.
옥주 : 수영복을 물 속에서 입지 어디서 입어요.
남희 : 오옥주. 너 농활 처음이지?
옥주 : 네. 왜요?
남희 : 너 농활이 뭔지는 아니?
옥주 : (눈 동그래서 보는데)
S#19. 남자 교실
명환이 앞에 서서 얘기하고 있고. 뒤에서는 남희가 식사조를 칠판에 쓰고 있다.
앞에는 남녀학생들이 죄 모여있다.
명환 : 니들 중에 혹시 놀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당장 짐 싸들고 가. 자나깨나 명심할 것은 절대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야. 마을분들이 주는 것은 새참과 물 외에는 받지 않는다. 감자 한덩이도 안돼. 밤중에 떠들거나 술 취하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대거나 특히 수박서리같은 거 하는 놈이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차비 다 뺏고 쫓아낼테니까 명심하도록. 알았지?
아이들 분분이 대답한다. 옥주 불퉁해져 있다가 손을 든다.
옥주 : 그럼 언제 놀아요?
명환 : 노는 건 학교에 돌아가서.
옥주 : (일그러지고)
만수 : (꿍얼꿍얼)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고.
명환 : (계속) 아침 기상은 6시. 지금 시각이 오후 네시니까 식사당번은 식사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마을을 돌면서 인사를 나누고.
그리고 마을의 일거리를 알아본다. 저녁은 7시부터. 여덟시부터는 회의니까 다시 이 자리에 모이도록. 다음 남희씨?
남희 : (칠판을 가르키며) 식사당번은 3조로 나눴어. 여기 쓰여진 1조는 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하면 돼. 명심할 건 음식재료를
준비할 때 절대로 마을 분들이 그냥 준다고 덥썩 받으면 안된다는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돈을 내고 사. 알았지?
칠판에 쓰여진 식사조는 다음과 같음.
1조 : 이민재 추자현 강대욱 최재명 오옥주
2조 : 정만수 김정태 정진수 마이클 윤지민
3조 : 김명환 류중희 신남희 구지원
S#20. 운동장 수돗가
대욱은 코펠에 쌀을 벅벅 씻는 중이고,
재명은 버너 위에 올려진 찌개용 코펠에 물을 담고 고추장을 듬뿍듬뿍 넣어서 푼다.
옥주가 요리책을 보고 있다가.
옥주 : 잠깐. 고추장은 물이 끓은 담에 넣는거야.
재명 : 벌써 넣었는데..
옥주 : (걱정이 되서 코펠 안을 들여다본다) 그럼 버리고 다시 시작할까?
재명 : 버려? 아깝잖아.
옆에는 자현이 퍼질러 앉아 감자를 깍는 중인데 거의 뭉텅뭉텅 잘라내는 수준.
대욱이 쌀 든 코펠을 들고 옆에 오더니.
대욱 : 그렇게 깍아도 남는 게 있어?
자현 : 왜 어때서.
대욱 : 기계과가 칼질이 그렇게 서툴면 엇다 쓰냐.
자현 : 이거 선반에 넣고 깍으면 잘 깍을 수 있는데. 영점 일밀리 오차도 없이 깍을 수 있다구. 해볼까?
대욱 : 어이구 이리 줘봐.
민재 옆에 서서 그러는 아이들을 한심해서 보다가..
민재 : 근데 니들 몇인분 식사를 준비하는거냐?
옥주 : 교수님들 것까지 음.. 16인분.
민재 : 그런데 고만한 코펠에 밥하고 찌개를 끓여?
재명 : 도구가 이거밖에 없는데 어뜩해.
민재 : 강대욱.
대욱 : 예.
민재 : 따라와.
민재 휘적휘적 앞서간다. 대욱 얼른 감자와 칼을 자현에게 넘기고 따르는..
S#21. 남자교실 내부
만수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칠판에 적힌 식사조 명단 중에서 자기 이름을 일단 지운다.
그리고 잠시 살펴보다가 으흐흐.. 지원의 이름을 지운다. 그리고 자기 이름은 남희 옆에. 지원의 이름은 2조에 써넣는다.
S#22. 관사
마루에 (혹은 앞의 평상에) 명환과 중희. 남희가 가져온 컴퓨터 두 대를 올려놓는다. 옆에는 박교수와 이장.
박교수 : 이거 우리 학생들이 조립을 한건데요. 겉보긴 이래뵈도 성능은 최신형입니다. 이게 내용이 어떻게 되지?
남희 : 4기가에 32램. 모뎀은 5만5천이구요. 그리고..
이장 : 외국말루다가 설명해줘야 말짱 헛것인게 애쓸 것 없고요. 첫 번째로는 이러코롬 귀한 것을 공짜로 준다니 감읍할 일이고,
두 번째루다가는 이것을 사용하는 법까정 갈쳐줘야 한다 이것인데.
박교수 : 걱정을 마십시오 어르신. 우리 학생들이 사용법까지 확실하게 알려드릴겁니다. 그렇지. 남희양?
남희 : 네 밤에 컴퓨터 강습을 할 생각이에요. 전산과의 명예를 걸고 하겠습니다.
이장 : 그려. 그럼 알아들을만한 사람을 싸게 불러와야겠구마이. 글고 우리 분교에도 이것이 한 대 있는데 고장이 나부렀어.
따악 한 대 있는 것인디..
명환 : 문제 없습니다. 가능한 한 고쳐놓겠습니다.
이장 : 그려그려. 근디 자네들이 기계적으루다가 수재들이람서.
박교수 : 아 하하. 기계적인 거라면 뭐든 말씀만 하세요.
이장 : 그것이 한두개가 아닐 거인디. 돈도 안 받는다고 하고 미안시러서 우째 그걸 다 맡기겠는가?
중희 : 저희들도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이장 : 참말로 훠언하게 생긴 학상들이여. 맘씨도 훤하네이.
아이들 웃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박교수 한곳을 슬쩍 본다. 거기 이교수와 최선생이 뭔가 얘기를 정겹게 나누고 있다.
박교수, 흥미진진해서 눈이 가늘어진다.
S#23. 여자 교실
지원, 혼자 남아서 책을 보며 노트에 뭔가를 필기하고 있다.
(교실의 책상 걸상은 한쪽으로 몰아놓은 상태. 지원은 그 중의 한 책상과 의자에 앉아있다)
책장을 넘기는데.
소리 : (노크소리)
지원, 고개를 들어보면 정태가 열려진 문에 들어서서 노크를 하여 주의를 끌고 있다.
정태 : 뭐하는거야?
지원 : 그냥..
정태 : 그냥.. 이곳까지 와서 교실 구석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고? 그냥?
지원 : 오늘은 뭐 일도 없다며. 자유시간이래니까..
정태 : 일어나.
지원 : ...왜.
정태 : 사람은 꼭 왜 무엇을 하는 건 아니야. 그냥 나와봐. 보여줄 게 있어. 그 책은 놓구 나와.
정태 먼저 가버리고.. 지원 망설이다가 일어선다.
S#24. 종대네 마당
종대, 툇마루에 걸터앉아 마악 신발을 벗는 중이다.
마당 수돗가에 종식이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고, 종식이 옆에서 할머니가 쌀을 씻는 중이다.
할머니 : 카이트래나 뭐래나 공부잘하는 대학이라든데.
종식 : (한두번 틀린게 아니다. 답답해서) 카이트가 아니래니까아 할머니. 카.이.스.트.!!
할머니 : 그려. 그 대학서 학생들이 왔댜.
종대 : (듣기 싫어서) 필성아저씨네 라디오 수리비 받았어?
할머니 : 저그 선반에 뒀어. (일어나는 종식을 도로 끌어다 앉히며) 여그 코는 그대로여. (손에 코 갖다대고) 흥!
종식 : 흥!! (힘주고는) 그 형아들이 낼부텀 농사일 도와주는거야?
종대 : (방문 열고 들어가며) 그 범생이들이 무슨 일을 하겄어. 농활입네 핑계대고 며칠 띵까띵까 놀다가 뜨겄지.
S#25. 종대네 방
방으로 들어오는 종대. 선반위에서 천원짜리를 집어들고 하나,둘,셋.. 삼천원임을 확인한다.
앉은뱅이 책상에 앉는 종대. 책상 밑에서 책을 꺼낸다.
책을 펼치면 그안에 제법 모아진 천원짜리들. 거의가 낡고 꼬깃꼬깃한 돈들이다.
종대, 그 위에 방금 전의 삼천원을 얹고 책을 닫는다.
종대, 그 책을 도로 책상 밑으로 넣는데.
민재 : (E) 실례합니다
종대, 문쪽을 본다.
S#26. 종대네 마당
민재와 대욱이 들어서며.
민재 : (할머니에게)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대전에서 온 학생들인데요.
할머니 : 아이구 학상들이구먼. 야그 들었네.
대욱 : (종식에게 손을 흔들며) 안녕..
종식 : (히이...해서 수줍고)
민재 : 저녁을 준비하려다 보니까 그릇이 모자라서요. 혹시 남는 밥솥이 있으면 빌릴까 하구요.
할머니 : 밥솥? 아이구 밥솥 없는 집이 있간디. 기들려봐아. (부엌쪽으로 가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며 종대가 나선다. 민재와 대욱 인사하려고 보다가..
대욱 : 어.. 너 아까 신작로 길에서 자전거 타던 애잖아.
종대 아는 척도 않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대욱 : 너 여기 사는구나? 학생이냐?
종식 : 우리 형 고등학생인디요.
대욱 : 그래? 몇학년이야?
종대 대꾸없이 대야를 들더니 남아있던 물을 민재와 대욱의 앞에 확 뿌려버린다.
놀라서 뒤로 물러나는 민재와 대욱.
대욱 : 임마 말로 하지.. (한걸음 나가려는데)
민재 : (막고 하지 말라고 눈짓)
종대는 새 물을 퍼담고 세수를 푸푸 한다.
부엌에서 할머니가 밥솥을 하나 들고 나온다.
할머니 : 이거면 되겠는가.
민재 : 예 감사합니다. 잘 쓰고 돌려드릴게요.
할머니 : 그려 그란디.. 학상들이 우리 논일 도와준다고?
민재 : 예 시키실 일 있으세요?
할머니 : 우리가 보다시피 저것들 둘하고 나뿐이여. 그러다본께 논때기라곤 손바닥만한 것이 있는디.. 그것이..
종대 : (벌컥) 할머니 밥 안혀? 배 고파 죽겄는디.
할머니 : 움메 놀라겄다.
종대 : (민재에게) 밥솥은 공짜로 못 빌려줍니다. 빌려갈라면 돈 내고 가쇼.
할머니 : 음메. 야가 왜 이런댜. 야야 종대야.
종대 : (할머니를 뿌리치고)
대욱 : (어이없어 웃고 민재를 돌아본다)
민재 : 미안하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종대에게) 얼마면 되겠니? (주머니를 뒤지는)
종대 : (반항적으로 민재를 노려보기만 하는)
S#27. 동네 주변 일각
눈 아래로 마을이 보이든가.. 넓게 논이 펼쳐져 있던가 하는 곳.
정태가 지원과 나무 그늘 아래 서있다.
정태 : 어때 괜찮지? 눈 앞에 들과 하늘이 있고. 여긴 나무 그늘이 있고. 앉어.
지원 : (경치를 둘러보다가 정태를 본다)
정태 : 앉으라구. 계속 서있을거야?
지원 : (좀 웃고 나무 앞 그늘에 앉는)
정태 : 거기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한시간만 있어봐. 그럼 이따 보자. (돌아서려는데)
지원 : 넌 가는거야?
정태 : 가야지. 내가 옆에 있으면 너 계속 힘주고 있을 거 아니냐. 그러니까 난 비켜주겠다는 거지.
명심해.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잠이 오면 자고, 웃고 싶음 웃고.. 니 머리만 굴리지 마.
지원 : (웃는)
정태, 휘적휘적 가며 어깨 위로 손을 들어 보인다.
지원, 가는 정태를 보다가 새삼 주위를 둘러본다. 심호흡을 해본다. 나무에 기대어 편히 자리를 잡아본다.
S#28. 부녀회장 집 마당
평상에 (혹은 마루에) 먹음직스러운 수박이 잔뜩 잘려져 있다.
부녀회장과 마을 여자 몇이 있고. 그 앞에는 만수와 마이클이 서있다.
만수와 마이클, 수박에 집중되어있다. 여자들 몇은 벌써 수박을 들어 맛나게 먹고 있다.
부녀회장 : 그렇게 말뚝처럼 서있지 말고 한쪽씩 들어.
만수 : (정신차리고) 아닙니다. 저희들은 됐습니다. 마이클. 정신차려.
마이클 : 예써.
만수 : (들고 있던 메모지에 펜을 대며) 에.. 그러니까 이 마을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과수원에 거름주기. 논에 피뽑기,
돼지막사 청소 ..이런 것들입니까?
회장 : 계곡에 쓰레기 청소도 해주면 좋지. 잡초도 좀 뽑아줘불고.
만수 : 아이구 걱정을 마십시오. 맡겨만 주시면 일사천리루다가 임무완수해불겠습니다.
이거뿐입니까? 말씀만 해주세요. 날이면 날마나 오는 일꾼들이 아닙니다.
회장 : 그려? 아무거나 부탁을 하면 되는가?
만수 : 말씀만 하시래니까요.
회장 여자들과 수런수런 얘기를 한다. 그 사이 마이클이 만수를 잡아당긴다.
마이클 : (작게) 저 수박 정말로 먹으면 안돼?
만수 : (역시 작게) 한번만 더 권하면 그때 못이기는 척하고 ..알지?
마이클 : 오케이.
회장 : 그럼 말이여.
만수 : 예 듣고 있습니다.
회장 : 우리 부녀회원들 사물놀이 좀 갈쳐줄 수 없겠는가?
만수 : ...사..사물놀이요?
회장 : 쩌번에 저그 옆동네에 그 어딘가 대학상들이 왔었는데 말여. 그 학상들은 장구여 북이여 다 갈쳐주고 갔다는거여.
그려서 그 마을 여편네들이 놀 때마다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도 아녀. 우리도 그런 거 좀 알면 쓰겄는디.
옆의 여자들 맞어맞어. 동조들을 하고..
만수 : (멍하다가) 장구에 북이요?
회장 : 여그 학상들은 그런 거 잘 모르나보네이.
만수 : 아 하하하 장구에 북이요? 염려마십쇼. 오늘은 바쁘고 내일저녁부터 특별 강습을 시작하겟습니다. 아 하하하.
회장 : 아이구 잘되부렀네, 잘되부렀어.
여자 : 수박 좀 먹으라고 혀.
만수와 마이클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회장 : 냅둬. 싫다는거를 강제로 멕이려들면 그것두 실례인것이여. 참 장구고 북이고 그런거는 우리핵교에 다 있을거여. 내가봤어.
만수 : 아하..예에..
여자들 떠들썩하고.. 만수, 없어져 가는 수박을 애타게 보고 있는데.
마이클 : (만수의 귀에 대고) 형 장구 플레이할 줄 알어?
만수 : (멍한 눈으로 돌아본다)
S#29. 분교 교무실
진수가 컴퓨터 한대를 놓고 시험가동중이다. (이 컴퓨터는 아주 고물로 보여야 합니다)
문이 드륵 열리더니 국자를 손에 든 재명이 들여다보며.
재명 : 옥주 여기 안 왔어?
진수 : 아니.
재명 : (가려다 다시 보더니) 뭐가 문젠거 같애?
진수 : 첫 번째 문제는 이게 386이라는 거고 두 번째 문제는 용량이 안되는데 여기다가 윈도우를 깔아버렸다는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제대로 안돌아가지.
둘이 마주보고 어이없어 웃는다.
재명 : 아무래도 최선생님께서 컴퓨터에는 좀 약하신 모양인데.
진수 : 방법은 하나야.
재명 : 뭐.
진수 : 껍데기만 놔두고 속을 완전히 바꿔놓는거지.
재명 : 돈이 어딨어.
진수 : 음.. 그게 문제네. (긁적거리는데)
재명 : 근데 옥주 얜 찌개 다 끓었는데 어딜 간거야?
S#30. 분교 화장실
앞에 지민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다.
잠시 후 옥주가 코를 싸쥐고 안에서 튀어나오더니 참았던 숨을 푸아푸아 쉰다. 한 손에는 화장지를 들고 있다.
지민 : 성공했어?
옥주 : 도저히 안되겠어. 냄새 때문에 집중이 안돼.
지민 : 아유 참. 그러니까 딴 생각을 하란 말야. 영화 봤던 거 그런거 생각하면서 해봐.
옥주 : 그리고 천장에 거미줄도 있어.
지민 : 거미도 있어?
옥주 : 몰라. 자세히 보고 싶지도 않어.
지민 : 어머 그거 갑자기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리면 어뜩해. 머리 위에.. 거미가...
말해놓고 으아.. 진저리를 치며 둘이 끌어안는다.
S#31. 남자교실
할머니네서 빌려온 밥솥에 밥이 한가득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식사조(민재 옥주 대욱 재명 자현)가 일렬로 주욱 앉아 각자 분담된 음식그릇 앞에서 나눠주고 있다.
민재가 밥을 푸고 / 옥주가 김치를 나눠주고 / 대욱이 마른반찬을 나눠주고 / 자현이 수저를 나눠주고 / 재명이 찌개를 퍼준다.
나머지 사람들, 식판을 들고 식사조 앞을 지나가며 저녁을 배급받는다.
떠들썩하니 여기 더 주라던가.. 으윽 이 찌개 맛이 왜 이래.. 소란스러운 분위기.
진수와 마이클이 들어온다.
민재 : 교수님들 식사 더 필요없으시대?
진수 : 네.
마이클 : 이교수님 이상해.
민재 : 왜.
마이클 : 막 웃어. 이교수님 자꾸 웃어.
만수 : 드디어 이 정만수의 예언이 실현되는구나. (명환 중희쪽으로 향해) 내가 그랬죠? 오늘 도착하는 순간
이교수님과 최선생님 사이에 파바박 튀었던 불꽃!
명환 : 중희야.
중희 : (뭘 뜻하는지 안다) 정만수.
만수 : 네?
중희 : 조용히 밥먹을래, 밥그릇 뺏기고 쫓겨날래, 명환선배가 물어보랜다.
만수 : (입이 나와서 식판을 들고 남희 옆으로 간다)
진수, 식판을 들고 줄을 서다가 문득 돌아보는 곳.
지원이 정태와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으며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원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웃고 있다.
민재 : 많이 조금?
진수 : 예?
민재 : (밥을 한주걱 퍼들고 묻고 있다) 남기면 안되니까 미리 말해. 많이 조금?
진수 : 조금만 주세요.
S#32. 관사
최선생, 이교수 박교수가 식판을 앞에 놓고 식사중이다. 이교수가 소리를 내어 웃고 있다.
최선생 : 말두 마라. 그 때 느네 집 광주로 이사간다고 했을 때 말야. 내가 느네 집에 왔던 트럭 펑크냈었잖아.
이교수 : 그렇지? 그거 니가 한 짓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최선생 : 스페어타이어란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바퀴 네 개를 다 펑크내는 건데. 야아 그 때 아주 분했어.
이교수 : 근데 너 맨날 날 못살게 굴었잖아. (박교수에게) 맨날 내 머리 잡아당기고 내 연필 부러뜨리고 말도 못해요.
최선생 : 그 때 이 친구가 머리를 이렇게 길게 해서 양갈래로 따고 다녔거든요. 그게 잡아당겨 달라는 헤어스타일 아닙니까.
박교수 : 아아..예에... (바보같이 웃으며 숫가락만 빨고 있다)
이교수 : 너 아직도 산수 못하지?
최선생 : 무슨 소리야. 내가 이래뵈도 전천후 선생 아니냐. 우리 애들 수학 실력 볼래?
이교수 : 니가 산수를 가르치다니.. 아이구. 애들이 불쌍하다야.
최선생 : 너야말로 졸업때까지 맞춤법이 틀렸었잖아.
이교수 : 내가 언제. 무슨 소릴 하구 있어?
최선생 : 내가 알프스의 소녀 책 빌려줬던 거 기억나? 너 그거 한달이 되도 다 못 읽었어.
이교수 : 그야 책이 재미없었으니까 그랬지.
최선생 : 삼총사도 마찬가지였잖아.
박교수 눈만 굴려서 양쪽을 보며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S#33. 밤 학교 전경
모두 불이 꺼져 있는데 교무실의 불이 켜진다.
S#34. 교무실 내부
만수가 책상 하나에 자리잡으며 가져 온 책을 터엉 놓는다. 보면, 초등학교용 음악책 몇권.
만수, 기세좋게 책을 넘기며.
만수 :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어디 보자..
넘기던 페이지가 국악을 설명한 부분에 멈춘다.
만수, 자세히 들여다보며 책상을 치기 시작한다.
만수 : 덩덩덩더꿍. 덩기덩기덩더꿍. ...음하하 이거 별거 아니잖아.
S#35. 아침 학교 전경
동네 아이들 몇이 우루루 몰려와서 창문 쪽으로 다가간다. 자기들딴에는 살금살금.. 창문에 붙어서 안을 들여다본다.
S#36. 남자 교실 내부
창문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 안을 들여다보다가..
소리 : (요란한 자명종소리)
아이들 놀라서 와그르 도망치는 모습.
남학생들, 교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자고 있다. 진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명환이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잠이 덜 깬 얼굴로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명환 : 아침 식사 당번 누구야?
정태가 부시시 일어나더니 비틀비틀 밖으로 걸어나간다.
명환 옆에서 자는 만수와 중희를 퍽퍽 패서 깨운다.
명환 : 일어나. 선배들이 퍼져자고 있음 어떡해. 어?
S#37. 운동장 수돗가
정태가 비틀거리며 나오다 보면 진수와 지원이 수돗가에서 쌀을 씻거나 야채를 다듬고 있다.
정태 : 벌써 시작한거야?
지원 : 세수부터 하지 그래.
정태 : 세수? 아 세수.. (아직 잠이 영 안깬다. 세수하려다가) 근데 지원이 넌 3조 아니었나?
진수 : 바뀌어있든데요. 지원이 누나가 2조고 만수형이 3조고.
정태 : 그럼 만수형 짓이군. 3조에 남희선배가 있지?
진수 : 그럴걸요. (웃는. 그러다가 지원이 들고가려는 물이든 밥솥을 받아들며) 누난 그냥 앉아있는 게 어때요. 얼굴색도 안좋은데.
지원 : 됐어. 이리 줘.
정태 : 진수 말대로 해. 원래 야외에 나오면 남자들이 요리하는거야. (세수를 시작한다)
지원 : 솔직히 말하면 나 요리 못해.
정태 : (세수하다 멈추고..잘 못들었다) 뭐라고?
지원 : 나 요리는 잘 못한다고.
정태 :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너두 뭔가 못하는 게 있대는거잖아.
진수 : (밥솥을 부루스타 위에 올리며 둘의 얘기를 듣고 있다)
지원 : 수건 그 위에 있어.
정태 : 감사. (수건 꺼내 닦다가) 이거 니꺼냐?
지원 : 왜.
정태 : 왜? 넌 뭐든지 물어보면 대답 대신에 왜하고 묻는다는 거 알어?
지원 : 알았어. 대답할게. 그거 내 수건이야.
정태 : 냄새가 좋다는 말을 하려구 그랬어.
지원 좀 웃고, 다듬어 씻은 야채를 옮기고.. 진수 그런 그들을 슬쩍 돌아본다.
저만치에서 마이클이 지민과 함께 잠이 덜 깨어 오면서..
마이클 : 너무해. 아직 여섯시도 안됐어. 이건 한밤중이야. 마이클은 지금부터 자는 시간이야.
지민 : 우리 다 마찬가지에요. 우리 밤에 일하고 낮에는 자면 안되나.
마이클 : (정태네를 보며) 오우 갓. 아침에도 밥해? 우리 토스트로 아침 먹으면 안돼? 잼 앤 브레드. 베이컨 앤 에그.
정태 : 넌 계속 입으루 일할거야? 오늘 종일 노동을 해야되는데 빵 가지고 되냐?
지원 : 콩나물 국을 끓일건데 둘이 좀 다듬을래?
지민 : (콩나물 봉지를 들어 들여다보며) 난 콩나물이 싫어. 난 콩나물 머리도싫고 꼬리도싫어. 몸통도 싫어. 다듬는 게 제일 싫어.
S#38. 마을 길
탈탈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경운기.
경운기 뒤에 거름이 잔뜩 실려있고, 거름과 함께 실려가는 만수, 마이클.
경운기 앞쪽에 마을청년(운전석에서 운전중)과 그의 양옆에 남희, 지민, 정태가 앉아있거나 매달려 있다.
경운기 뒤의 만수와 마이클.
마이클 : (거름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뭘까..만수형. 이거 뭔지 알아요?
만수 : (냄새 때문에 코를 잡아쥐고) 축산거름.
마이클 : 왓? 축산..왓?
만수 : 소, 돼지가 응가한거 임마.
마이클 : 응가?
그때 끼익 급정거하는 경운기. 그바람에 만수가 거름에 손을 짚으며 엎어진다.
만수, 으이씨 해서 일어나보면 경운기 바로 앞으로 씩씩대며 지나가는 종대.
마을청년 : (놀랬다는 듯) 종대 아녀?
종대 : (건성으로) 안녕하신게라. (성큼성큼 가버린다)
남희와 지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사라지는 종대쪽을 본다.
만수 : 저자식..끝까지 말썽이네. (손에 묻은 거름을 털어내려고 애쓰는데)
급출발하는 경운기.
그바람에 만수 다시 거름위에 엎어질뻔..흔들흔들하다가 반사적으로 마이클을 잡고.
덕분에 만수, 마이클 동시에 거름더미에 넘어진다. 요란한 비명소리..
성큼성큼 걸어오는 종대 뒤로 멀어지는 만수네 경운기.
S#39. 종대네 논
종대가 뛰다시피 도착하여 보면 저만치 논둑에 할머니와 민재, 재명 옥주 대욱이 주루루 서있다.
옆에는 종석이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다.
// 그들 가까이서.
민재 : 그러니까 잡초만 뽑아내면 되는거죠?
할머니 : 그려. 참말로 고맙구먼. 이쪽 논부텀 시작하면 되는디.
민재 :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바지를 걷어부치며 논으로 들어간다. 주춤거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뭣들 해. 빨리 들어와.
대욱이가 먼저 들어서고.. 재명이도 들어서는데 옥주는 논 안에 뭐가 있나해서 살피고 있다.
재명 : (민재에게) 형 옥주는 밖에서 할 일 없을까.
민재 : 오옥주.
옥주 : 어?
민재 : 오초내로 안 들어오면 머리부터 집어넣어 버릴거야.
울쌍이 되서 조심스레 들어선다. 아이들 일단 일렬로 서기는 선다.
그러는 와중에 민재가 문득 보면, 저만치에 종대가 우뚝 서서 보고 있다.
민재 한손을 들어보이며 반가이 웃지만 종대는 아무 반응이 없다.
대욱 : 민재형.
민재 : 왜.
대욱 : 근데 어느 게 벼고 어느 게 잡촌지 압니까?
민재 멀뚱해서 발 밑의 벼를 내려다보고 할머니쪽을 본다.
할머니는 벌써 저만치에서 잡초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민재 상체를 굽혀서 자세히 내려다본다. 아이들도 모두 민재를 주시한다.
민재 드디어 하나를 뽑아들었다.
민재 : 이게 잡초야. 봐. 모양이 다르잖아.
종석 : 할머니. 형이 벼를 뽑았는디.
민재 놀라서 다시 벼를 심으며..
민재 : 이게 아닌가벼.
애들 난감하고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오는데..
들려오는 마을 방송 스피커 소리. 자현의 목소리다.
자현 : (E) 안녕하십니까 주민여러분. 저희는 대전 카이스트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혹시 집에 고장난 전자제품이 있으십니까?
있으시면 분교로 갖고 오십시오. 저희가 최선을 다해 고쳐드립니다.
종대 : (경직되어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성을 벌컥 내며 민재네들에게) 우리논에서 나가쇼. 당장 나가란 말여.
자현 : (E) 자자 어서 들고 오세요. 세탁기나 부피가 큰 물건일 경우 출장서비스도 해드립니다. 불러만 주세요. 공짜에요 공짜.
종대 : (민재네들을 향해) 나가라니까아!!
대욱 : 야 너 왜그래 임마.
민재 : (대욱을 잡으며 종대에게) 이봐 우린 그냥 단지.
종대 : 나가! 그쪽 도음 절대 필요없은께 빨리 나가!!
S#40. 분교 교실
이장 : 갑자기 픽, 하고 꺼져불다가. 손으로 탁탁 때려주면 잘나오고 그라거든.
명환 : 예 알겠습니다. 저희가 고쳐드리겠습니다.
이장 : 그럼 나 저그 앉아 기다릴텐께 어서 고쳐보드라고.
중희 : 저..할아버지. 댁에 돌아가계시면 저희가 고쳐서 갖다드릴께요.
이장 : 아녀 아녀 암만 그래서야 쓰나. 이런 귀경이 또 있간디. 시작들 혀봐.
이장, 저만치 떨어진데 앉아서 부채를 부친다.
이쪽의 명환, 중희, 자현네.
이장이 듣지 못하도록 소리 약간 낮춰서.
중희 : 형, 근데 TV 고쳐 본적 있어요?
명환 : 임마, 내가 몇년째 공대 밥을 먹고 있는데 TV 하나 못고치겠냐.
중희 : (뭔가 의심쩍은 얼굴로 명환을 바라본다)
그들 돌아보면 이미 엉덩이를 깔고 앉아 TV를 분해하고 있는 자현.
명환 : 어, 조심해서 뜯어..
자현 : 에이, 이런 TV 분해하는게 뭐 대수라고.
자현, 능숙하게 분해한다.
중희 : 와 대단한데. 너 이런거 잘 고치는구나.
자현 : 아뇨. 잘 뜯기만 하는데요.
명환과 중희 당황해서 분해된 TV를 멍하니 본다. (완전분해는 아니고 바로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외형이 분리된 정도)
종대가 교실문으로 들어온다. 촌로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종대.
촌로 : 왔냐. (약간 미안해서) 너한티 맡길까 하다가 유명한 대학서 온 학상들인께 믿을만하다 싶어서..
종대 : (저쪽의 명환네를 보면)
중희, 모니터의 음극선관을 괜히 툭툭 친다.
중희 : 음. 여기서 cathode-ray가 나와서 영상을 그리는 거죠.
명환 : 브라운관 앞면은 빛을 낼 수 있도록 형광 물질이 칠해져 있지.
중희 : 전자가 날아와서 앞면을 때리면 빛이 나는거구요.
명환 : 이건 칼라 TV니까, RGB 각각에 대해서 서로 다른 electron gun이 있을텐데..
자현 : (한심한 듯이 보다가) TV 안 고쳐요?
중희 : 지금 고치려고 연구하고 있잖아.
명환 : 나왔다가 툭툭 치면 다시 나온다면.. 어디 연결이 불안한게 아닐까.
한심한 듯이 이들을 지켜보고있는 종대.
중희 : 신호를 받아서 demodulation 하는 부분과 그걸 증폭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요?
명환 : 아니야.. 아무래도 처리된 신호가 electron gun으로 들어갈때 접촉 불량으로 electron beam이 잘 안나오는 걸꺼야.
그니까 잘 나오다 안 나오다 하지..
자현 : 그러지 말고, 우리 이거 켜보죠?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중희 : .... 네가 다 뜯어놨으니 이걸 어떻게 켜...
자현 : (난감한 얼굴을 하면서) 그러네. 난 왜 항상 손이 먼저 나가지..
명환 : 멀티미터로 단선된 곳이 없는지 찍어봐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할까..
이장과 종대가 있는 쪽.
종대, 한심한 얼굴로 명환네를 보다가.
종대 : 어르신. 지가 5분안에 고쳐불면 담부턴 지한테 갖고 오실건게라?
이장 : (뭔 소린가 보는데)
종대 : 5분안에 고쳐드릴텐께 잘 보시쇼.
종대, 성큼성큼 명환이네 쪽으로 간다.
종대, 아무말없이 빠른 동작으로 분해된 TV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이하 몽따주 기분으로 처리.
종대 대꾸없이 얼른 TV조립을 마치고 플러그쪽을 본다.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는 플러그.
종대, 드라이버로 플러그를 조인다. 플러그를 콘센트에 다시 꽂고 TV를 켜면 깨끗하게 켜지는 TV.
(문제는 아주 간단한데 있었던 것)
명환, 중희, 자현..멋적고 황당해서 종대를 본다.
종대, 그 TV를 안고 이장쪽으로 가서.
종대 : 지가 들어드릴텐께 그만 가시쇼.
이장 : (새삼 신기한듯 종대를 본다) 야아 니가 대학생들보다 낫구먼. 훨 나아.
S#41. 돼지 막사
부녀회장이 한심해서 보고 있다.
막사 안에 만수와 지민이 마이클이 들어가서 청소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돼지들을 몰지 못해서 악전고투 중이다.
회장 : 아 거그 한 사람은 돼지를 몰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청소하고 그러면 될 거 아녀. 아따 참말로 목불인견일세 그려.
말 끝나기 무섭게 지민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온다.
뒤에서 정태가 리어카를 끌고 오다가 보고는.
정태 : 아직도 싸우고 있는거야?
만수 : (돼지 사이에서 헤메며) 애 니가 와서 말 좀 해봐. 얘들이 왜 나만 쫓아다니냐. 어?
마이클 : 형이 제일 비슷하게 생겼잖아.
정태 : (막사로 들어가며) 도대체 왜 돼지를 무서워하는거야? 몸집도 우리보다 작고. 봐봐. 눈이 얼마나 귀엽게 생겼어.
지민 : 우욱..(토할 듯한 얼굴)
정태 : (청소도구를 들어 썩썩 비질을 하며) 자아자 느네 방 청소해 주는거니까 얌전히들 있어라. 마이클 거기 좀 쓸어봐.
마이클 : 예쓰 마스터.
뒤에서 보던 부녀회장이 지민을 끌더니.
회장 : 저 학상 애인 있어?
지민 : 누구. 김정태 오빠요?
회장 : 나가 서울 사는 딸이 하나 있는데 말여. 갸도 지금 대학 다니고 있거든. 내 보기엔 천생배필인 거 같은디
저 학상이 심성은 어떤가. 착혀?
지민 새삼스레 정태를 돌아본다. 돼지와 싸우고 있는 남자들..
그 위로 음악이 시작되며..
S#42. 마을회관
새 컴퓨터가 설치되었다. 그 주위로 젊은 연령의 청년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고.
컴퓨터 앞에서 지원이 설명을 하고 있다.
진수가 모뎀을 연결하고 지원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원이 클릭을 하면 모뎀 송신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S#43. 이장집
마루에 설치된 새 컴퓨터. 역시 마을 사람들 중 젊은 연령의 몇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고.
남희가 설명을 하고 있다.
S#44. 마을 노인 집
마루에 놓인 오디오를 손보고있는 종대.
그뒤에 초조하게 보고있는 초로의 할머니.
할머니 : 뭐가 문젠가..그거 우리 셋째 아들내미가 재작년 설에 사다준거인디... 영 죽어부렸냐?
종대 : 고칠 수 있습니다.
종대, 오디오를 작동시켜보아도 아예 소리가 안난다.
할머니 : 소리가 안나. 라지오 듣는 재미루 사는디.. 어제부턴 영판 소리가 안나부러.
종대, 오디오를 살피다가 난감하게 됐다는 얼굴.
종대 손을 놓고 일어선다.
할머니 : 못고치겄냐.
종대 : 장비가 쪼께 필요한게..후딱 댕겨오겠습니다.
S#45. 분교 복도
종대, 난감한 얼굴로 걸어온다. 발길을 멈추는 종대. 돌아갈까 말까 잠깐 고민하는 듯.
이내 결심을 굳히고 성큼성큼 걸어와서 숙식용 교실앞에서 멈춘다.
드륵 교실문을 여는 종대. 교실안쪽으로 보지 않고 그냥 복교 교실문 옆으로 선채 말을 꺼내는 종대.
종대 : 부탁하나 하입시다. 오실로스코프 좀 빌려주쇼. 한시간이면 된게로.
반응없음..
종대 : 한시간이면 충분한께. (하며 교실안을 보면)
텅빈 교실 내부..
종대, 교실 내부를 시선으로만 주욱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여진 오실로스코프에서 시선이 멈춘다.
오실로스코프를 들고 나오는 종대. 칠판앞에서 잠깐 멈춘다.
분필을 들어 [빌려갑니다]까지 쓰다가 지우개로 도로 지워버린다.
S#46. 분교 앞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모두 후줄근해지고 지쳐있다.
옥주는 평소의 깔끔한 모습과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흙이 아직도 묻어있는 모습.
만수,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아이구우.. 바닥에 그냥 드러눕는다.
그 뒤로 마이클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만수의 다리를 넘어서 털레털레 걸어간다.
S#47. 운동장 한 구석
민재와 정태가 지쳐서 널부러져 있다.
정태 : (자기 몸의 냄새를 맡으며) 이 냄새 아무래도 열흘은 갈 거 같은데. 앞으로 한달간 돼지고기는 먹고 싶지 않을 거 같애.
민재 : 나야말로 앞으로 밥 먹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거다.
정태 : 왜 잡초 뽑기가 잘 안됐어?
민재 : 뽑은 거 보단 뽑았다가 다시 심은 게 더 많어. 그거 살아줄래나.
정태 : (웃고..) 재작년에 농활 갔던 거 생각나?
민재 : 그 땐 계곡 청소만 했었잖아. 논에는 못 들어가봤지.
정태 : 그땐 채영이도 있었고.. 경진이도 있었는데.
민재 : 그래. 채영이가 태운 밥도 있었지. 야 밥이 타도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타냐.
정태 : 경진이가 만들었던 국은 어떻고. 국에서 그릇 닦는 수세미가 나왔었잖아.
민재 : 으으.. 그건 정말 어메이징 스토리였어.
정태 : 그래도 너 그 국 끝까지 다 먹었잖어. 경진이 생각해서 그랬냐?
민재 : 배가 고픈데 그럼 어뜩하냐.
정태 : 글세에.. 그랬을까? (웃는다)
S#48. 마을길
저멀리 경운기 한대가 탈탈거리며 오고 있다.
그 경운기 카메라 앞을 지나가고, 카메라, 경운기 뒤를 비추면,
모자를 눌러쓰고 큰 배낭을 베개삼아 길게 누운 채 여학생 한명. 문득 일어나 앉아 모자를 벗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경진이다.
첫댓글 종대 - 서재경, 경진 - 강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