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운해·해넘이·달그림자도 ‘황홀경’
푸른 바다 배경 넒은 터에 황톳집
‘슬로시티’ 증도로 가는 길목인 무안반도 끝자락, 무안군 해제면 창매리에 있는 ‘참새골 황토펜션’.
탄도만 바닷가 외딴 곳에 한옥으로 지어진 이 펜션이 요즘 인기다. 남도를 즐겨찾는 여행객들 사이에선 벌써 입소문이 자자하다.
겉으로 드러난 규모와 달리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시설에다 섬세한 서비스가 여행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덕이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검색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최옥수 대표
나무향·황토내음 코끝 간질이고
참새골 황토펜션을 처음 찾은 여행자들은 먼저 놀란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넓은 주차장을 지나 만나는 한옥펜션만도 12동에 이른다.
여기에는 하늘궁, 소망궁, 행복궁 등 방마다 ‘궁’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손님을 왕으로 섬기겠다는 주인장 최옥수(46) 씨와 관리인들의 마음이다.
간판만 그럴싸한 게 아니다. 방문을 열어보면 정말 궁궐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은은한 나무향이 묻어나고 황토내음이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인다.
방이 온통 나무와 황토벽돌로 이뤄져 있다. 방안의 소나무가 안팎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순환시켜 언제나 맑고 깨끗한 실내를 유지해 준다. 천장도 높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장이 모두 구상하고 설계했다. 황토벽돌도 그가 직접 찍어 쌓았다. 전통 한옥처럼 고색창연한 멋은 없지만 실용적으로 지어졌다.
“흙바닥에 누워서 황토벽돌이 내뿜는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땅의 기운도 그대로 느낄 수 있고요. 흙보다 좋은 것은 없거든요.”
멋보다 실용성을 중시했다는 게 주인장 최씨의 얘기다.
싱크대와 화장실도 깔끔하다. 이부자리도 단아하고 보송보송하다. 한지로 마감한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풍경도 낭만적이다. 밀물과 썰물이 어우러지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창문이다. 밤에는 달그림자가 바다를 물들이는 황홀경에 빠져들 수 있다.
기독교인 예배공간 따로 시설
황토펜션만 아리따운 게 아니다. 바깥의 시설도 알차다. 잠시 쉬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정자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누렇게 물든 잔디밭도 드넓다. 족구, 배구는 물론 축구도 할 수 있을 만큼 넓다. 펜션부지가 모두 12만2000㎡에 이른다.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다 돼 있고 주변에 남새밭도 있다. 배추, 무, 상추, 대파, 쪽파 등 양념채소가 자라는 밭이 660㎡나 된다. 하룻밤 묵는 손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뜯어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200명 가까이 들어가도 불편하지 않을 세미나실과 기독교인들의 집회공간도 별도로 들어서 있다.
“기독교인들이 한데 모여 성경공부 하고 예배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세미나실과 구분해서요. 또 목회하는 분이 오시면 언제든지 방을 그냥 내드리고 있습니다. 편안히 쉬어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집사인 주인장의 기독교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미리 주문하면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내는 시골식 밥상도 받아볼 수 있다. 주인장과 관리인의 친절은 덤이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면 펜션 앞으로 드러난 갯벌에서 꼬막 채취, 낙지 잡기 등 갯벌체험도 할 수 있다. 펜션 앞에서 보는 새벽녘 바다안개의 향연과 바다를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이는 해돋이, 해넘이도 황홀하다. 달밤에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별바라기를 하는 것도 오붓하다.
주변에 별다른 시설물이 없어 조용히 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에 여장을 풀고 가까운 신안 증도나 임자도를 찾아가는 것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겠다.
하룻밤만으로도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의 긴장을 단숨에 해제시키고 달콤한 휴식을 선사할 ‘참새골 황토펜션’이다.
참새골 황토펜션 ☎ 061-453-3645
무안군 해제면 창매리 859-18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