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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권영호
산문과 시학동인 | |
문학이 인생의 거울이라면, 자신의 글은 곧 스스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산문(散文)과 시학(詩學)'은 아름답고 참된 삶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18년 연륜의 문학동인이다.
'산문과 시학'은 1988년 11월 당시 교분이 두텁던 이장희·신택환·김재형·박태희씨 등 문인들이 대구시내 묵향다방에 모여 참신한 문학동인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듬해 여름 대구시 남구 대명동 토담식당에서 신택환·김재형·백정혜·이미리(수필) 씨와 이장희(시) 씨, 박태희(아동문학) 씨, 임흥준(평론) 씨, 김송지(꽁트) 씨 등 8명이 모여 동인 창립을 선포했다.
초대 회장에는 신택환, 총무에 박태희, 동인지 편집에 임흥준씨가 선출됐다. 동인 결성 소식을 듣고 그해 11월 김태호·하태기·정분남씨가 가입하면서 90년 1월 20일 11명의 회원으로 뜻깊은 출판기념회를 토담식당에서 가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동인 이름을 '산문연대'로 했으나, 94년 이장희 시인이 3대 회장을 맡으면서 동인 명칭과 동인지 제호를 '산문과 시학'으로 바꿨다. 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동인회를 표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문학의 독자적이고 개성있는 성장을 추구하며, 미래문학의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다짐했다. 그후 동인 구성에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20명 안팎의 동인들이 문학에 대한 부단한 열정과 자기수련으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동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단을 했고, 작품집도 잇따라 출간을 했다. 문단 안팎의 활동도 활발해서 이장희·김삼일 회원이 금복문화상을, 김기진·이원우·남용술 회원이 한국불교문학상을 받았으며, 김삼일 회원은 이해랑연극상과 홍해선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마다 살아가는 길은 달랐지만, 문학이라는 명제로 추구하는 목표는 오로지 수준높은 창작이었다. 매년 봄 가을 한두 차례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창녕 화왕산성과 영월 김삿갓묘와 청령포 단종릉, 봉화 청량산과 영양 조지훈 생가, 울진 불영계곡, 남해 금산 보리암, 안동 봉정사와 하회마을, 평창 이효석문학관 등을 찾았다.
문학기행은 동인들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문학에 대한 토론과 열정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 계절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선인들의 굴곡진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며 문학적인 재충전의 계기로 삼았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유택을 찾아서 산천을 주유하다가 주막집 마루에 앉아 떠가는 구름을 벗삼아 술 한잔에 시 한수로 시름을 달래던 시인의 낭만과 풍류를 떠올렸다. 백의(白衣)로 단장한 청초한 여인인양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평창의 이효석 문학관을 찾아서는 격동의 세월과 영욕의 여울을 지나며 가슴에 머금었던 한과 슬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서정에 흠뻑 취하기도 했다.
명산대찰을 찾아 고승들과 고담준론을 나누며 선정(禪定)에 들기도 했다. 수필가 김재형씨는 "문학기행은 동인들간의 정담과 화합의 공간이자, 문학토론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여느 동인보다도 문학기행을 알차게 운영해 왔다는 설명이다.
동인 중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 정감있는 동인활동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삼일(대경대학 연극영화과 교수)·이방자(수성여중 교장) 회원은 격조있는 노래로, 박달원 회원은 유머스런 화술로 동인들에게 낭만과 웃음을 선사한다. 김상춘 회원은 한시에 능하다.
이장희 산문과 시학 동인 회장은 "열여덟이란 발전적 긍지와 내재적 본질을 심화시켜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정서적 숨소리를 살려내고 특색있는 문화예술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데 한 줄기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조향래기자 / 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