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 유명세…보성 녹돈(綠豚)
이름값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전략) 보내 주신 포도 40송이를 받으니, 산과 들의 흥취를 상상하게 하여 감동과 부러움이 끝이 없습니다. 강요주(江瑤柱) 열
꼬치와 삶은 곤포(昆布) 두 주지(注之)를 약소하나마 이번에 회답하는 편에 올립니다.”
<약천집(藥泉集)>에 실린 글로 약천 남구만이 서계 박세당에게 보낸 편지의 한 부분이다. 17세기 서간문의 한 부분으로 포도 40송이를 보낸 이는 박세당이다.
답례로 남구만은 ‘강요주’와 ‘곤포’를 보낸다. 곤포는
다시마고 ‘강요주’는 바로 꼬막이다.
생물 유통은 힘들었으니 둘 다 말린 것이다.
꼬막은 맛이 단 조개라고 해서 ‘감합(甘蛤)’, 껍질의 문양이 마치 기와 골 같다고 해서 ‘와옥자(瓦屋子)’ ‘와롱자(瓦壟子)’라고도 불렀다.
조선시대의 기록들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피조개) 등을 세심하게 분류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꼬막이라고 했고 가끔 새꼬막이라는 표현이 보이는 정도다. 조선시대 기록들을 보면 꼬막은 남해안과 서해안의
안면도 일대에서 골고루 났으며 당시에도 보성, 벌교, 여수 등지가 주산지였음을 알 수 있다. “<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여러 곳에서 꼬막 즉, ‘강요주(江瑤柱)’가 생산된다고 밝힌다.
‘벌교 꼬막’은 참꼬막이다. 벌교에서는 참꼬막과 새꼬막으로 가르지 않고 새꼬막은 ‘똥꼬막’이라고 해서 아예 낮춰 부른다. 벌교 꼬막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덕분에 유명해졌다.
벌교 앞바다와 여자만 일대의 뻘은 원래 꼬막이 많이 생산되었던 곳이다. 겨울이 되면 벌교 일대에서는 큰 광주리에 꼬막을 삶아 놓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쫄깃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어서 널리 먹었다. 소설 ‘태백산맥’ 그리고 관련된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꼬막은 보성, 벌교는 물론이거니와 이 지역 출향인들 그리고 타 지역까지 관심을 갖는 식재료가 되었다. 결국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 마라”는 말 대신 ‘벌교 꼬막’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겉모양으로도 꼬막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꼬막의 껍질에 흔히 방사륵(放射肋)이라고 부르는 골이 있는데 이 숫자가 17~18개 정도면 참꼬막, 33~34개 정도면 새꼬막이다. 참꼬막의 줄이 굵고 골은 깊다. 색깔은 비교적 흰 편이다. 피꼬막은 알이 굵고 색깔이 짙으며 껍질에 털 같은 게 붙어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피꼬막은 이름 그대로 조개 살에 헤모글로빈이 많아서 핏빛이 강하고
냄새도 강한 편이다. 피꼬막을 좋아하는 이들은 피꼬막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선택한다. 피꼬막은 피조개라고도 부른다.
참꼬막은 살이 탄탄한 편이고 맛이 달다. 뻘에서 키울 때 참꼬막이 4년 걸리면 새꼬막은 2년 정도에 다 자른다. 즉, 빨리 자라는 만큼 깊은 맛이 덜하다.
참꼬막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 정도까지가 제철이다. “뻘에서 참꼬막을 캘 때
발목이 시려서 마치 끊어질 듯하다. 이때가 바로 참꼬막의 계절이다”는 표현도 있다.
참꼬막이 유명해지면서 당연히 귀해졌다. 벌교에 가더라도 삶아서 먹는 꼬막들은 참꼬막이 많지만 꼬막전이나 꼬막 무침, 꼬막
된장찌개 등 꼬막을 이용한 음식들은 대부분 새꼬막으로 대신한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꼬막전이나 된장찌개 등에 꼬막을 넣으면 꼬막 원래의 맛은 떨어진다. 맛이 떨어지는 음식에 값이 비싼 참꼬막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새꼬막 등으로 대체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고 해서 새꼬막이 나쁜 음식은 아니지 않는가?
보성, 벌교 일대는 녹차 밭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보성녹차 밭’이라는 고유명사(?)도 있고 덩달아 ‘보성 녹돈(綠豚)’이라는 표현도 널리 알려졌다. “보성의 녹차 잎 먹고 자란 돼지”라는 뜻이다. 어느 종편에서 녹차 잎을 진짜 먹이는지, 어느 정도를 먹이는지, 녹차 잎 먹고 자란
돼지고기가 확실히 그 값을 하는지에 대해서 짚었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보성 현지에서도 “계속 녹차 잎을 먹이면 돼지가 자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녹돈은 출하직전 잠깐 먹인다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돼지고기의 잡냄새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진다고 말한다.
‘국일
식당’이 꼬막으로는 가장 유명하다. ‘태백산맥’ 후 벌교꼬막이 유명해지면서 현재 벌교에는 숱한 꼬막 전문식당들이 생겼지만 역시 ‘국일식당’이 원조 격이다. 이 식당에서 각종 꼬막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삶아낸 것을 까먹는 것부터 된장찌개와 무침, 전 등의 형태로 만날 수 있다.
‘녹황우식당’의 녹차 잎 먹고 자란 돼지고기도 권할 만하다. 널리
광고된 것 같이 대단한 효력은 없다 하더라도 ‘녹차 잎 먹고 자란 돼지고기’는 어떤지 한번쯤
체험해 봐도 좋을 듯.
재미있는 것은 우렁을 파는 ‘벌교우렁집’과 벌교 시장 통 안의 ‘잉꼬식당’이다. ‘벌교우렁집’은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내륙의 논고동(우렁)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고 ‘잉꼬식당’은 오래 전에 있었던
실비 집 스타일이 재미있다.
‘실비 집’은 1970년대까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형태의 음식점이었다. 고기나 생선 등을 구해오면 그 자리에서 음식으로 만들어주던 집이었다. 식당의 메뉴도 있지만 귀한 식재료는 손질 값만 적당히 받고 음식을 만들어주는 식이었다. 새조개가 제철이면 가까운 곳에서 새조개를 사오면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식이다. 물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실비 집 주방의 손맛은 수준급이다.
출저
http://weekly.hankooki.com/lpage/life/201402/wk20140205070025133920.htm
첫댓글 꼬막은 참꼬막!!
새고막도 맛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