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리의 일기

[백합]

무수리의 일기.hwp

무수리의 일기

김은이 집사(페루목장)

2010년 9월 9일 비취처럼 맑은 하늘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이마트에 재료를 사러 갔다.

한결 드높아진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난 소리엘이 부르는 야곱의 축복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마트 출구를 입구로 착각하여 운전대를 잡고 들어가고 있었다. 오후 2시, 문화센터 수업을 듣고 나오는 주부들이 많은 시간, 뭔가 느낌이 이상하여 정신을 차렸을 땐 많은 차량들이 출구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고기머리언어(? 육두문자)는 아마 그 시간에 다 받았다고 할 만큼, 내 몸의 모든 혈관과 신경세포들은 다 얼음으로 꽁꽁 얼린 것처럼 경직되어 버렸다. 이를 어쩌나! 출구통로의 중간쯤에 우두커니 멈추어 있는 나와, 주인을 잘못 만나 함께 공범으로 몰린 불쌍한 자동차.

  ‘사람들이 이렇게 배려를 못하나?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지. 꼭 창문을 열고 손가락질을 할 것까지 뭐가 있나?’ 사람들이 야속하게 보이던 시간이었다.

  그 때, 출구로 내려오던 인자한 인상의 한 아저씨가

  “제가 차를 멈추고 있을 테니 후진해서 차를 빼 보세요.”

  이마트의 통로는 구불구불 해서 후진하기가 쉽진 않았다. 보고 있던 그 아저씨는 본인 차에서 내려 내 차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후진해서 내려 가셨고, 나는 나의 이런 구석기 시대적인 머리를 탓하며 그야말로 ‘이보다 더 기막힐 순 없다’하며 서 있었다.

아저씨는 본인의 차를 다시 운전해서 내려 와서는

  “구미가 처음이세요?”

  “네? 아-니-요…….(할말 없음)”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차 안에서 찬송가 소리가 들리던데 어느 교회 다니세요?”

  “네에, 남교회요.”

  “예. 은혜로운 교회 나가시네요. 저는 영광교회 다닙니다.”

  사람이 살면서 작은 은혜 속의 기분 좋은 체험을 하자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크리스천의 사랑이 있어야겠구나. 이런 고마움이 전도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

  그나저나 남교회 교인의 엽기적인 행동이 참 우스워보였겠지만, 어쩌리요? 지나간 모든 일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크크~

2010년 9월 29일, 베이지 색이 생각나는 청량한 가을 날씨.

  사랑하는 우리 아들의 생일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만큼,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민형이를 낳았다는 거다. 민형이를 가졌을 때, 초롱이란 닉네임을 불러주며 시편과 잠언, 전도서를 열심히 읽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민형이도 시편과 잠언 말씀을 아주 좋아한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결혼 전 가정예배를 드릴 때에 친정 엄마 또한 잠언 말씀으로 우리에게 ‘엄마표 설교말씀’을 전해 주시곤 하셨다. 그 땐 설교가 아니라 잔소리 같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그립기만 하다.

  경상도, 장남, 공대생… 여기에 재미와 감동이라곤 하나도 없는 민형 아빠랑 결혼 생활을 12년 동안 하면서 느끼는 건, 부부는 동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너무나 달라서, 난 오랜 세월을 많이 방황하며 살았다. 내가 느끼는 부부의 삶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삶이었는데 혼자서 모든 십자가를 매고 가는 것 같아 때로는 후회스럽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하기야, 나처럼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는 부부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예전에 구미 새로넷 방송에서 리포터를 했을 때도, 자기 와이프가 TV에 출연하는데 한 번도 모니터링 해 주지도 않고 다른 채널로 돌리는 남편이 어디 있나? 어떤 리포터 남편은 형곡동에서 하이마트를 하시는데 매장의 모든 TV채널을 5번으로 고정시켜 놓고 아내가 나오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섭섭하고 서러운 마음에 정말 눈물이 다 나왔다. 밖에서 인정 받으면 뭐하나? 가장 중심인 내 가정의 아담이 이렇게 무심한데…….

  집에 돌아오면 스타킹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앞치마를 두르며 저녁을 준비하고 걸레를 빨고, 남편은 성은을 주는 임금처럼 소파에 앉아 요리조리 채널만 돌리고 있고.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내 생활의 연속이었다. 내 생활은 진정 ‘무수리’와 같은 삶이었다.

  여자들이 바라는 건 값비싼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지중해 유람선을 타고 즐기는 해외여행의 낭만도 아니다. 여자들이 원하는 건, 바로 아내들을 위한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남편에게 몇 배로 되돌아가게 되고 이렇게 주고받는 애정은 우리 가정을 더욱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부부의 삶에 정답은 없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섬겨주는 노력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활짝 웃으며 좀 더 행복하게 자라갈 수 있지 않을까. 민형이의 생일에, 민형이를 비롯한 우리 시대의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들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백합]

전체적으로 조금 수정했고요,
특히 두번째 일기 마지막 문단에는
조금 덧붙이기도 했는데.
어떨지...

읽어보시고 의견주세요.

가을이 점점 깊어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아비가일]

집사님,조건이라는 말은 뺐으면 해요.그 때는 또 왜 그리 조건이 ~이 문장 있잖아요.이 문장은 삭제 했음 하네요.(나름의 사연을 말씀 못 드려 죄송--;)아래에서 9번 째 줄,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는이 아니라 바라보곤 하시는걸 제가 직접 본거라 ..이렇게 고치면 해요.바라보곤 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섭섭하고 서러운 마음에~로 말이에요..^^ 아래에서 5번 째 줄,여자들이 바라는건 바로 아내들을 위한~에서 바라는건을 원하는건으로...바라는건 표현이 중복되어 있어서 말씀 드려요

[아비가일]

아래에서 세번 째 줄.우리 가정을 더욱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것이다라고 수정 요청해요.^^
맨 마지막 줄은 끝 부분 소망해본다는 소망한다로...총 5가지에욤.
오늘 통화해서 반가왔구요.수고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합]

집사님.
고쳐서 다시 올렸는데...
한 번 더 읽어봐주실래요?
혹시 실수한 부분이 또 있지 않나싶어서요...

여러모로, 감사.. 그리고 죄송,, ^^*

[아비가일]

집사님,두번 째 일기, 경상도 장남 공대생.....여기에 재미와 감동이라곤 하나도 없는 민형아빠랑 ~~이렇게 수정해 주세요.
조건이라는 말은 좀.....--;.에공~바쁘신데 수고하심에 감사합니다....^^

[백합]

예, 집사님~~
수정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되시고,
승리하시는 한 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