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는 초등생 자녀 둘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영희의 부친이 큰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당장 간병인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영희가 3일동안 연차를 내고 홀아버지 병간호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간병인을 구하게 돼 영희는 한숨 돌리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3일동안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 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건 물론이다.
그리고 며칠 후, 철수는 친구들과 2박 3일로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영희에게 통보한다.
아버지 일로 가뜩이나 심란한데 여행을 갔다 오겠다는 남편이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했더니,
철수가 굉장히 언짢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도 3일동안 연차 내고 집 비웠잖아.
나 요새 회사 일로 엄청 스트레스 심했던 거 알지?
그동안 내가 회사 갔다 와서 집안일하고 애들까지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넌 왜 네 생각만 해?"
자기도 공평하게 3일동안 나갔다 오겠다는 남편의 말에
영희는 일순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했다.
'아빠 병간호하는 거랑 놀다 오는 거랑 같아?
이걸 못 받아들이는 내가 이상한 거야? 아님 저 사람이 이상한 거야?'
네가 했으니 나도 할래
"우리 아이가 메달을 못 받아서 집에 와서 얼마나 속상해했는지 몰라요 .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상처를 받는데, 굳이 운동회를 강행하는 이유가 뭔가요?"
놀랍게도 이러한 의견을 개진하는 학부모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왜 "놀랍게도"라는 표현을 썼냐면,
보통의 성인이라면 좀처럼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
다 자란 어른은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서 형평성(Equity)을 따지는 존재거든요.
형평성을 따지자면, 성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물론 애들은 어른들과 달리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형평성이 아닌 기계적 동일성(Equality)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계적 동일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기계적 동일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고 백프로 단정지을 순 없어요.
인간은 원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차원적인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편도체가 위협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눈앞의 손익과 억울함에 더 쉽게 휩쓸리게 되는데,
앞선 사례의 철수도 최근 며칠간 급격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일시적으로 고차원적 사고 기능이 경직된 경우일 수 있어요.
만약 부부 모두 여러가지 사건사고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피크를 찍은 상황이라면,
평소와는 다르게 애들처럼 굴면서 말도 안되는 싸움을 벌일 수도 있는 거죠.
"너는 했으면서 나는 왜 안 돼!"
"네가 상처 줬으니 나도 복수할 거야."
"당한 게 있는데 내가 그대로 넘어갈 줄 알았어?"
"그런 게 어딨어? 공평하게 하려면 너도 똑같이 지출해야지."
누구나 일시적으로는 이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반복이 되고 누적이 되고 습관이 된다면,
이러한 기계적 동일성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당신의 파트너가 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인생 망하는 거네요 ㄷㄷㄷ
남자 화장실 소변기 없앤자들이 생각나네요.
시기적절한 내용에 대해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계적 공평함을 강조하는 미성숙한 성인과 부모들이 참 많음을 느끼게 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뇌기능이 저하되어서 잠시 나타날지라도 상대방 처지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게 지속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내에서도 기계적 공평한 대우 받기를 원하는 분들을 봤던때가 문득 생각나네요.
제 자신도 성숙한 상황판단하려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에 대한 거대하고 그래서 기본적인 이해의 틀이네요. 맥락의 결여...
요즘 많은 분들이 이렇던데... 들어주신 예시는 두고두고 써먹어야 겠네요.
어땋게 생각해요? 묻고 남편처럼 말하면 엠제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문워킹 하는 걸로 ;;;
나도 그런적이 있었지 라고 반성하면 읽었습니다. 어른같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군요.
형평성과 동일성의 차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개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