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1:1-24
찬송가 433장 ‘귀하신 주여 날 붙드사’
민수기 31장은 25장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미디안과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5장에서 이스라엘은 모압과 미디안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우상숭배와 음행의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 때 하나님께서는 크게 진노하셨고 염병으로 무려 24,000명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죽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25장의 마지막 부분인 16-18절에는 이스라엘을 우상숭배와 음행에 빠지게 한 미디안인들을 대적하여 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26-30장의 다른 이야기로 잠시 중단되었던 25장의 이야기가 이제 31장부터 다시 이어집니다. 그리고 31장부터 민수기 마지막 36장까지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이 소개됩니다.
미디안과의 전쟁(1-12절)
(1-3)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의 원수를 미디안에게 갚으라 그 후에 네가 네 조상에게로 돌아가리라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전쟁에 나갈 사람들을 무장시키고 미디안을 치러 보내어 여호와의 원수를 갚되
미디안과의 전쟁은 개인의 감정이나 원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대적들을 심판하시는 전쟁입니다. 하나님은 22-24장에 나오는 것처럼 미디안과 결탁한 모압왕 발락이 발람을 매수해 이스라엘을 저주하려 한 것을 기억하고 계셨으며, 25장에 브올에서 이스라엘을 유혹해 바알을 섬기게 한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분노하셨습니다. 2절에서 원수를 미디안에게 갚으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시며 3절에서는 미디안과의 전쟁을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모세는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지파의 크기와 관계없이 균등하게 천 명씩을 뽑았습니다. 이로써 1만 2천 명의 군사가 무장을 하고 미디안과의 거룩한 전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6-8) 모세가 각 지파에 천 명씩 싸움에 보내되 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에게 성소의 기구와 신호 나팔을 들려서 그들과 함께 전쟁에 보내매 그들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미디안을 쳐서 남자를 다 죽였고 그 죽인 자 외에 미디안의 다섯 왕을 죽였으니 미디안의 왕들은 에위와 레겜과 수르와 후르와 레바이며 또 브올의 아들 발람을 칼로 죽였더라
이 때 대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성소의 기구와 신호 나팔을 들고 이 전쟁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그 전쟁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거룩한 전쟁임을 의미합니다. ‘성소의 기구’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나중에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을 함락 시킬 때 언약궤를 메고 돌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언약궤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느하스는 25장에서 싯딤의 바알브올 사건 때 시므리와 미디안 여인 고스비를 창으로 찔러 죽여서 이스라엘에 발생한 염병을 그치게 했던 믿음의 사람입니다. 죽임을 당한 미디안의 다섯 왕 중 수르는 비느하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 미디안 여인 고스비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16절에서 ‘발람의 꾀를 따라 이스라엘 자손을 브올의 사건에서 여호와 앞에 범죄하게 하여’라고 하는데, 이스라엘을 유혹해서 배교의 길로 가게 했던 이 발람도 함께 죽었습니다.
(9-12)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의 부녀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사로잡고 그들의 가축과 양 떼와 재물을 다 탈취하고 그들이 거처하는 성읍들과 촌락을 다 불사르고 탈취한 것, 노략한 것, 사람과 짐승을 다 빼앗으니라 그들이 사로잡은 자와 노략한 것과 탈취한 것을 가지고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의 진영에 이르러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과 이스라엘 자손의 회중에게로 나아오니라
이스라엘은 미디안의 모든 진지를 철저하게 파괴했습니다. 부녀들과 아이들을 사로잡았고, 그들의 모든 소유, 즉 가축과 양 떼, 재물을 탈취했습니다. 그리고 가옥과 건축물들까지도 다 불사르고 모두 파괴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을 대적하거나 유혹해서 타락으로 이끈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분명한 진노의 결과입니다.
진멸 전쟁(13-18절)
(13-18)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과 회중의 지도자들이 다 진영 밖에 나가서 영접하다가 모세가 군대의 지휘관 곧 싸움에서 돌아온 천부장들과 백부장들에게 노하니라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여자들을 다 살려두었느냐 보라 이들이 발람의 꾀를 따라 이스라엘 자손을 브올의 사건에서 여호와 앞에 범죄하게 하여 여호와의 회중 가운데에 염병이 일어나게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아이들 중에서 남자는 다 죽이고 남자와 동침하여 사내를 아는 여자도 다 죽이고 남자와 동침하지 아니하여 사내를 알지 못하는 여자들은 다 너희를 위하여 살려둘 것이니라
미디안 군대를 확실하게 격파하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진영으로 돌아오는 이스라엘 군대를 맞이하던 모세는 천부장과 백부장들을 보고 노했습니다. ‘노하다’라는 히브리 원어는 ‘격노하다, 두 개로 쪼개지다’는 강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모세가 이렇게 노한 이유는 이스라엘 남자들을 유혹해서 음행과 우상 숭배에 빠지게 했던 미디안 여자들을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즉 거룩한 전쟁의 규범에 따라 전리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리품의 처리는 약속의 땅에서 멀리 떨어진 성읍과의 전쟁이냐 아니면 약속의 땅 안에 있는 성읍과의 전쟁이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약속의 땅 밖에 있는 성읍들의 경우에는 이스라엘이 성읍 안의 남자들을 다 죽이고 전리품을 따로 취할 수 있습니다. 즉 여자들과 아이들과 가축들과 성읍에 있는 모든 것을 전리품으로 취할 수 있었습니다(신 20:10-15). 그러나 약속의 땅 안에 있는 성읍들의 경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읍 주민들을 모두 진멸해야만 했고, 성읍 안에서 그 어떤 것도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신 21:16-18).
그리고 미디안 사람들이 이스라엘 진영으로 들어오게 되면, 예전처럼 우상숭배와 음행이 염병처럼 번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즉시 남자와 동침한 적이 있는 여자들과 남자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더 이상의 타락과 불행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죄악의 뿌리를 조금도 남겨 두지 말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남자를 모르는 여자들만 남겨 두라고 명했습니다. 이들은 바알브올 사건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후에 이스라엘 남자들과 결혼해서 이스라엘 공동체에 들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가나안 민족을 진멸하는 이러한 전쟁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잔인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의 땅에서 수행된 전쟁은 가나안 정복 기간에만 적용된 한시적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심판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가나안땅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4백년 동안 이방에서 객으로 지낸 후에야 주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창 15:13-16). 따라서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전쟁은 가나안인들의 죄가 가득한 것에 대한 심판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마치 창세기 6장 5절에서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홍수를 보내 지면의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신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사용하셔서 가나안인들의 가득한 죄를 심판하시는 전쟁입니다.
군사들의 정결의식 규례(19-24절)
(19-24) 너희는 이레 동안 진영 밖에 주둔하라 누구든지 살인자나 죽임을 당한 사체를 만진 자는 셋째 날과 일곱째 날에 몸을 깨끗하게 하고 너희의 포로도 깨끗하게 할 것이며 모든 의복과 가죽으로 만든 모든 것과 염소털로 만든 모든 것과 나무로 만든 모든 것을 다 깨끗하게 할지니라 제사장 엘르아살이 싸움에 나갔던 군인들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율법이니라 금, 은, 동, 철과 주석과 납 등의 불에 견딜 만한 모든 물건은 불을 지나게 하라 그리하면 깨끗하려니와 다만 정결하게 하는 물로 그것을 깨끗하게 할 것이며 불에 견디지 못할 모든 것은 물을 지나게 할 것이니라 너희는 일곱째 날에 옷을 빨아서 깨끗하게 한 후에 진영에 들어올지니라
미디안과의 전쟁이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수행되고 제사장들도 참여한 거룩한 전쟁이었지만, 이 전쟁에 참여한 자들은 살인과 죽은 자들과의 접촉으로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결해지기 전까지는 이스라엘 진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들은 민수기 19장에 기술된 대로 붉은 암송아지의 재로 만든 물로 셋째 날과 일곱째 날에 정결의식을 행하고 몸을 정결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이스라엘 군인들은 자신들이 빼앗은 전리품들을 진영으로 가지고 올수 있도록 정결의식을 행했습니다.
진영 안과 진영 밖은 각각 교회와 세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적진에서 탈취한 부정한 물건들은 우상숭배로 인해 더러운 흔적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전리품들, 즉 의복, 가구, 연장, 무기들을 물로 씻고 불을 지나게 하는 정결의식을 행하고 이스라엘 진영을 정결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던 자가 하나님을 믿게 되면 세속적인 환경과 가치관들을 말끔히 정리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도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작은 것이라도 죄의 문제에 대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날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결하게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미디안과의 전쟁 후에 이스라엘 지휘관들이 전리품 문제로 실수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습관 때문입니다. 주변 나라들도 승리하면 여자들을 전리품처럼 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줄 알았습니다. 이처럼 무의식 중에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 우리를 하나님과 멀어지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이 죄가 아니고, 당장은 별문제가 없는거 같아 보여도 다른 사람들에게 덕이 되지 않고, 영적 성장에는 도움 되지 않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예를들면, 항상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습관처럼 하는 게임과 인터넷 서핑 같은 것도 그럴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는 쇼핑 습관, 시간을 아끼지 않는 습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넘어지는 것은 언제나 방심할 때입니다. ‘이것쯤은 괜찮겠지?’라는 마음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큰 죄가 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큰 수렁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들도 작지만 위험한 습관, 작지만 신앙에 걸림돌이 되는 습관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행동들이 필요합니다. 습관처럼 몸에 베인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나쁜 것은 처음부터 모르는 것이 낫고, 아직 작은 습관일 때 제거하는 것이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가려고 할 때 고난과 박해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그 날을 위해, 이 날을 신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온전히 살아가기 보다는 사람의 생각과 방법들만을 쫓아가려고 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하나님의 명령을 기꺼이 행하게 하시고 본질과 목적을 잊어버리는 반쪽 순종이 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작은 더러움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매일 매일 정결케 되기를 원합니다. 영원한 그 날을 위해, 이 날을 신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의 원수를 미디안에게 갚으라고 말씀 하셨습니까?
2. 모세가 노해서 군대 지휘관들을 책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3. 하나님께서는 전쟁에서 돌아온 군사들에게 어떤 의식을 행하도록 명하셨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4. 당신은 삶의 자리에서 버려야 할 습관들은 무엇이며, 영원한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를 신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부터 무엇을 결단하고 실천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가정, 직장, 교회, 인간관계 등).
(작성: 오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