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12.21. 23:13
삼성생명 지분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고인 유지따라… 개인의 공익기부로는 최대
■ 이종기
[생년] 1936년 경남 의령 출생
[졸년] 2006년 10월 지병으로 일본에서 사망 / 壽 70歲
삼성그룹과 관련한 수천억원대 재산의 사회 환원이 또 한 번 이뤄지게 됐다.
지난 2006년 10월 타계한 이종기(李鍾基·사진) 전 삼성화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4.68%가 이 전 회장의 유지(遺志)에 따라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주식 4.68%는 주식 수로 93만 5000여 주에 달하며, 최근 장외 기준가인 56만 7500원으로 계산하면 530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가진 지분 4.54%보다도 많다. 공익재단에 기부한 금액으로는 지난 10월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80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출범시킨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에 비해서는 적지만 개인 기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1936년 경남 의령 출신인 이 전 회장은 고(故)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의 넷째 사위이자 이건희 회장의 매형이다.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한 후 오랫동안 삼성그룹 내 언론사와 보험업계에 몸담았다.
1980년부터 10년 넘게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을 지냈고, 93년부터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과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2000년 4월 은퇴한 후엔 사회활동을 자제하며 조용히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0월 지병으로 별세했지만 장례식조차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들끼리 조용히 치렀다.
언론에 부음(訃音)도 내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한 지인은 “이 전 회장은 원래부터 조용한 성격이고 자신의 일이 시끄럽게 알려지는 걸 싫어했다”면서 “장례나 재산 사회 환원도 그런 고인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거액의 재산이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기부되자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개인 명의의 주식은 개인 뜻대로 처분할 수 있고, 또 상속을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고인의 뜻에 따라 처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부로 삼성생명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등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982년 설립돼 삼성서울병원 등을 운영하며 의료, 보육, 실버사업을 해온 공익·사회복지법인이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이 기부한 주식은 유아와 청소년과 여성, 노인 복지에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고, 이들은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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