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90)>
90.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 천(天), 길 장(長), ‘천장’ 이라함은 ‘하늘이 길다’라는 뜻이고,
땅 지(地), 오랠 구(久) ‘지구’ 라함은 ‘땅은 오래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천장지구’ 라함은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다”라는 의미이다.
즉 하늘과 땅은 장구하고 변함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천장지구는 노자(老子)의 도덕경 제7장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장구하다.
천지가 이렇듯 영원하고 장구하는 까닭은 그 스스로 생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天地長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천지장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부자생)
하늘과 땅이 저토록 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억지로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 역시 억지로 해서는 장구할 수가 없다.
원래 심오한 사랑은 말이 없이 묵묵히 장강(長江)처럼 흐르는 법이다 .
얕은 물이 찰랑거리듯이 깊지 않은 사랑은 입에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말 많은 사람을 믿을 수 없듯이 사랑한다는 말을 빈번히 하는 사랑 역시 믿을 바가 못된다.
무릇 하늘과 땅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간섭하는 주체가 아니다.
하늘과 땅은 세상의 모든 만물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체일 뿐이다.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천지는 변함없이 가장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다.
하늘은 억지로 만물을 키우지 않고,
그 키운 공에 대하여 과시하지 않는다.
그런 불간섭의 원리가 하늘과 땅이 장구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인간의 세계 역시 리더는 마땅이 천지의 그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위적으로 강요를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라. 그러면 오히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後其身而身先:후기신이신선)
한 발짝 밖으로 비켜서라. 그러면 오히려 안에 있게 될 것이다(外其身而身存:외기신이신존)
내가 남보다 낫고 그들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사람을 믿고 일을 맡겼을 때는 일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물론 사람을 쓸 때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어쨌든 군림하고 간섭하고 강제하는 것 보다,
모시고 받드는 섬김의 리더십이 결국 장구할 수 있는 법이다.
국민을 섬기는 국가는 오래 갈 수 있고 번창하게 되는 법이다.
천장지구의 원리와 같다.
한편 천장지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나타낼 때에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천장지구와 같은 사랑은 연인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간의 사랑일 수도 있으며,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일 수도 있다.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사랑 중 으뜸의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일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끝 간 데를 모르겠고,
그 크기를 가늠 할 수도 없다.
소학(小學)애서 부모의 은해는 하늘과 같고(恩高如天:은고여천),
그 은덕은 땅처럼 두텁다(德厚似地:덕후사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조 때, 송강 정철(鄭澈)선생은 훈민가(訓民歌)에서 부모님 은덕에 보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기는 일을 다하여라
떠나간 뒤면 애달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 가 하노라」
부모님의 사랑은 천장지구와 같은 사랑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설날과 더불어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모시고,
돌아가셨으면 정성껏 성묘함이 도리일 것이다.
(202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