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웅이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에 내려와 인간의 삶과 관련된 360가지 일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리고 있을 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빌어 쑥 한 자루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라 하였다. 곰이 여자로 변한 후 임신하기를 기도하여 환웅이 거짓으로 남자로 변하여 혼인하고 아들을 낳아 ‘단군왕검’이 되었다. 왕검은 평양에 도읍하고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고 후에 산신이 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1908세였다.(《삼국유사》고조선 기록)
백합과 채소인 마늘은 학자들 간에 의견이 달라 원산지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식물로 중앙아시아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다.
원산지는 불분명하지만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이집트에서부터 널리 이용되었다는 역사 기록이 존재한다.
강한 향을 내는 향신료는 거의 모든 문명으로부터 5만년 이상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우리나라는 단군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곰을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고 로마제국에서는 마늘이 정화작용을 가졌다고 믿었다.
범죄자들에게 매일 마늘이 제공되었고 죄를 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늘은 십자군 병사에 의해 서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강한 향기는 흑사병 등 역병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져 만능 약으로 취급했다. 마늘의 의미는 용기, 회복, 강인한 힘이며 퇴마, 치유, 악령으로 보호와 같은 효능을 기대하면서 이용하였다.
BC 2500년경 세워진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마늘을 지급한 벽화가 있고 BC 1550년의 이집트의 의학 파피루스에는 여러 질병에 대한 마늘 성분의 22가지 치료제 제조법이 등장한다. BC 550년경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의 처방에 마늘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로마시대 군인과 항해사에게 공급하였으며 네로 황제도 정기적으로 섭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자생적인 마늘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마늘은 BC 126년 중국 한나라 장건이 서역에서 도입했고 한반도에는 기원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마늘은 우리나라 건국신화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입춘 후 해일에 마늘밭에서 후농제를 지낸다.’라는《삼국사기》기록으로 볼 때 통일신라시대에 재배가 일반화 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 민족과 오래전부터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그야말로 우리의 피 속에는 마늘 DNA가 흐를 정도로 친숙한 채소이다.
또한 특유의 향과 매운 맛을 얻기 위해 논과 밭에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야만 하는 한 성깔 하는 작물이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신에게 바치는 제물과 악마를 쫒아내는 용도로도 쓰였고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으로 이용 하였다. 미신을 믿는 투우사는 소와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을 지켜주는 믿음으로 마늘 한쪽을 목에 걸기도 했다.
영국의 지방 속담에 ‘3월에 부추 5월에 마늘을 먹으면 의사는 할 일이 없어 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밤길을 떠날 일이 있으면 못된 귀신을 몰아내기 위해 마늘을 먹었고 조상신들이 냄새를 싫어한다고 해서 제사음식에는 마늘을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각종 제례의식에 삼가야 할 일들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 중 마늘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종실록>에 태조의 초상화를 모시는 제례의식을 진행하는 관리들에게 과음하지 말고 파, 부추, 마늘, 달래 등을 먹지 말 것을 경계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마늘은 신과 이어지는 채소라고 여겼다. 그리스인은 하늘나라와 저승을 지배하는 여신 ‘헤카테’를 위해 십자로에 돌을 쌓았는데 초승달이 뜨는 밤에는 여신을 위해 수많은 양의 마늘을 돌 위에 올렸다.
마늘을 뜻하는 영어 갈릭(garlic)의 어원은 끝이 창처럼 뾰족하다는 갈(gar)과 부추를 가리키는 릭(lic)의 합성어이며 프랑스어 아일(ail)의 어원은 켈트어 알(all)인데 ‘불타는 듯한’이라는 의미이다.
특유의 향과 힘을 향상시키는 기능 때문에 일부 종교에서는 기피하는 식품이기도 하지만 건강에 좋은 효능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영양성분이 400여종으로 다양하며 현대 과학의 힘으로 새로운 효능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주요성분인 알리신, 게르마늄, 셀레늄 등은 암 억제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많고 항균, 항산화, 면역력 강화 등 기능성이 증명되고 있다.
혹시 위가 약한 사람들은 알리신 성분이 위벽을 자극하므로 생으로 먹을 때 조금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마늘 재배는 1960년대부터 생태형에 맞게 지역별로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재배되고 있다. 한지형 마늘은 중부내륙지방 같은 추운 지역에 적응한 품종으로 가을에 심지만 봄에 싹을 틔운다. 잠자는 기간이 길고 뿌리 내림이나 움트는 것이 늦은 마늘로 겨울을 나기 전에 싹이 트지 못하고 마늘쪽이 6∼8개 정도이며 매운 맛이 강하고 저장성이 좋은 마늘로 서산종, 의성종, 단양종, 삼척종 등이 있다.
보통 6쪽마늘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8쪽 이상이 더 많다.
난지형 마늘은 남해안 지방이나 제주도 같은 따뜻한 기후에 적응한 품종으로 가을에 뿌리 내림이 시작되어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겨울을 보내는 마늘로 매운 맛이 한지형 보다 적고 저장성도 약하며 고흥종, 제주종, 남도마늘, 대서마늘, 지봉마늘 등이 있다. 반면에 한지형 보다는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많다.
최근에는 ‘홍산마늘’과 같이 지역별 재배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기능성 성분이 많은 새로운 품종들이 개발되어 재배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강한 냄새 때문에 다른 재료와 섞어 양념으로 만들거나 미리 조리를 하여 이용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날 것으로 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양념의 위치뿐만 아니라 어린잎과 줄기까지도 채소로 이용하여 활용가치가 높은 채소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자급률과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즐겨 찾는 양념채소인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양념수준의 소비에 그쳤지만 기능성 식품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소비증가가 기대되는 식품이다.
냄새와 자극을 줄이면서 효능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방법들도 있다.
장아찌나 초절임, 흑마늘, 마늘 기름, 다양한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이용하는 지혜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농업인의 고령화로 농가별 재배규모도 적고 전국의 몇몇 주산지역에서 편중되어 생산되고 있으며 날씨에 따라 풍년과 흉년이 반복되고 농가 수입차이도 크게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50년만의 가뭄과 농작업 인력의 공급 어려움이 겹쳐 농업인들이 마음고생이 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약간 오른 부담도 있지만 살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늘장아찌라도 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