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럭거리는 카스테레오의 불교방송 뉴스에서 흘러 나온
서암큰스님의원적소식과더불어 거제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저 늘 있는 죽고 나는 사람들이 있는 평범한 날들 중의 하나가 나를
비롯한많은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될 날이 될 것이라고 미리
예고라도하듯이급작스러운 서암 큰스님의 원적 소식이 귀지로 콱 막힌 귓구멍을
뚫고 제머리를세차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엿듣지 않는 차 속, 그 편안한 공간에서 츄리닝
차림에여름샌들을 꿰어 차고 목청껏 광명 진언을 외어대며 제
주인을닮아서할딱할딱,켁켁,컥컥거리는 떵차의 악셀을 있는 대로 때려 밟아
보았습니다.
팔당댐을 건너서그 구불구불하고 비좁은 도로를 미친 황소마냥
한달음에내달리고말았답니다. 장거리 운전이 자신이 없어서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할요량으로, 아침일찍 출발한 터라 사람도 차량도 나와 같이 나누는 짝을 찾기
힘들게한적하기만하였습니다.
경안IC를 나서서 또 매번 헷갈리기만하는 그 넘의
[동서울]과[대전]을가리키는갈래길 표지판 앞에서 차체를 크게 한번 휘청이게
하고서중부고속도로를 힘차게내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쉬운 표지판 앞에서도 왜 휘청하느냐구요? 어느 해인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추석성묘길에 이 길을 딴 생각하느라 잘못 들어서 엄청 고생했던 일
때문에여기만나설라치면 엉뚱하게도 꼭 [동서울]쪽으로 가야 될 것만 같은
강렬한착각에사로잡히곤 한답니다.
각설하고 역시 고속도로에도 오늘이 주말맞나 싶게 차량이 뜸하기만 합니다.
'서암각령께서 도와주시나 보다'라고 내 편한대로 생각하면서 시설
좋은휴게소들을굳이 지나쳐 버리고는 노견에 서서 풀들에게 비료를 골고루
골고루나누어 준 후에이제는 다 잊어 버려가는 窮民체조를 한바탕하고서 다시
외약쪽반대편발바닥에힘을 쓰기 위해 나섰습니다.
대전에서 함양 진주 방면으로 길을 고쳐 잡고서 다시 앞과 뒤와 옆에
있는차들이눈치를 주거나 말거나, 신나게 내달리다가 다시 노견에서
놀기를반복하면서덕유산휴게소에서 자판기 커피를 빼들고서 주차된 옆차의
차창너머로보이는아주마의 화한 분장!모습을 흘끔거리며, 학창 시절 역전
약속다방레지언냐의 참 곱던 얼굴과 향긋한 지분 냄새로의 추억 여행을 잠깐
하였답니다.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 내 얼굴을 보면 어디에 있더라도 환하게 웃어
주던그예쁘던 언냐의 지분 냄새가 잠시 '확'하고서 콧등을 간지럽히고
날아갔습니다.
저 멀리 아련하게요...
열심히 쉬다 가다를 하면서 점점 더 고파오는 보통 사람의 한
손아귀로는잡기가불가능 할 두텁디 두터운!! 제 뱃가죽을 움켜 쥐어 가며
털털거리는 떵차에열심히열심히 날개를 달고 싶어 안달을 하였답니다. 지난번
실상사에 가는고속버스안에서 심한 차멀미 때문에 내내 잠만 자느라고 잠시 쉬었던
산청휴게소의위치를이제야 제대로 확인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아뿔사!!!
제가 가진 지도에는 대진고속도로가 막바로 통영까지 확
뚫려있어서내심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에이고! 데고! 이게 왠
일이람!이런날벼락이... 갑자기진주톨게이트가 나타나는게 아니겠습니까....
꺼이꺼이...
진주 톨게이트 언냐에게 예쁜 미소(뭐 그 언냐가 보기엔 가히
공포스러웠다는표정이더 맞을 수 있겠지만요.....우울..)를 지으며 거제도에
갈려고 하는데어케가야되나요? 라고 잔뜩 애교(? 우윽..)를 떨며 물었더니, 친절한
그 언냐는예쁘게예쁘게만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답니다.
틀림없이 짜증이났을만큼 동안이나 뒷차를 가로막고서 설명을 열심히
듣고서진주톨게이트를 나서자마자 우측 담벽을 따라 돌면서,
어마!어마!하게!지!루!한!3번+33번 국도에서의 여정을시작되었습니다.
아...
"길은 외길 남도 삼백리.."라던 시를
저쪽 호남이 아니라 혹시 이곳에서쓰지않았을까 싶게 '공사중'이라는
팻말과굽은길과 혼란스러운 갈래길을 '나무배고파!, 나무 배고파!'를
일심으로염송하면서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피곤하고 졸려서 이제 더이상 가서는 안될껏 같아 어디 가서 요기라도 하고,
한숨눈이라도 붙이고 가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마땅한 곳을 찾는데 눈
앞에나타난표지판 중에 네 개의 글자가 그야말로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하게 제
앞에우뚝하고나타났답니다.
'거!제!대!교!'
거제대교에 올라서서 차체를 사정없이 때리는 바닷 바람을 맞아
힘없이휘청이는가여운 내 사랑하는 老馬 '떵차'를 조심스럽게 달래가면서 있는
힘껏고함을질러보았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후 언제 이렇게 크게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를 외쳐 본
적이있을까싶었습니다.
키약! 으악! 우와! 야~~~ 까~~아~악 와! 하면서 옆 차의
따가운시선따위는완전히무시해버리고 거제도와 통영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제 뱃
속에묵고 묵었던 그씨커먼공기들을 모조리 뱉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하불동인연제대보살마하살...
거제도 섬島자에 속지도 말으시라
흙빛이 무색하게 연육교 당당터라
오히려 옛 적 그 뭍을 섬삼아 앉았더라.
자세한 길 안내글을 올려주신 불동 운영진 법우님들 덕분에
시인의마음까지한달음에 달려갈수있었답니다.
에고.. 솔직하게 한달음은 아니구요.
동부읍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주유소 근처에서 게시글 확인,
그리구'시인의마음'으로 가는 언덕길 정상에서 한 번 더 게시글 확인, 그리고
드디어드디어드디어 남한 국토을 거의 종단한 끝에 며칠을 며칠밤을 설레며
기대하던 그곳!'시인의 마음'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로에서 내려서서 주차장 푯말을 따라 좌회전 하니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는예쁜건물이 하나 있어서 기색을 살펴 보니 인기척이 전혀 없다.
주차장을 지나 다시 우회전을 하여 내려가니 주차장이 있고
오른편으로건물이보이고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 이곳이구나.'하며 좀 더 고개를 크게 휘돌려 찬찬히
살펴보니원두막처럼지붕을 얻은 평상같은 곳에 내걸린 반가운 파란빛의 칠연회
현수막이나뭇가지사이로 새색시 처럼 살풋이 외로 꼬아 선듯 빼꼼하게 보인다.
정위치 주차확인 후 내려서니 종아리가 허벅지가 머리에 아직도 '떵차'의
아주심한덜덜거림이 남아서 흔들리는 듯하다.
소나무 너머로 거제의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 온건 조금이
지나서이다.주차장에서바라 본 거제의 바다는 灣이었다.
건너편 숲이 보이고, 다음 날 토끼를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를잡으신(?)원담님에 의해 紅蓮과 白蓮으로 불려 질, 초파일 蓮燈처럼 줄지어
선해산물 양식용부표들이 진한 바닷물색 위에 예쁘다 못해 앙징맞도록
질서정연한모습으로도열하여 마치 열병식을 하는 듯 하였다.
아마도 아직은 안면이 있는 법우님들은 한 분도 안 계실거라고 지레
짐작하고,사전정찰차 집에서 가져간 면바지와 셔츠, 등산화는 차에 그대로
두고트레이닝차림에샌들을 찍찍 끌고서 다가섰는데 스님(뒤에 어느 분이
성후스님이시라고하더군요!)께서 계시더라구요.
그리고 단연 눈에 띄었던, 너무 인상적이었던 파란 두건때문에 다른
옷들이기억에하나도 남지 않아 버린 미모의 여인이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뭔가를열심히체크하며 이야길 하시더군요.
일단 스님께 합장 반배 올리고 모른척 딴청을 피며 희끗희끗 흰머리
꽁지머리에우리옷 곱게 입고 흙장난하는 어린애처럼 신나게 놀고(? 아마도
작품활동하시는이라고해야 결례가 아니겠지요?) 계시는 김석환님의 찰흙
공예를흘끔거리는데, 갑자기'떡쇠오빠'를 부르며 산통을 깨는 분이 계셨는데요,
이런!생각지도 않았던품은햇살님이 거기에 벌써 와 계시는게 아니겠어요?
에고 에고.... 공부하는 사람은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되는 건데...
졸지에 엉겁결에 파란 두건의 멋장이 처자(짐작대로
수선화님이셨더군요!)와인사를나누고서 다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건물을 오른편으로 돌아드니 활짝 만개한 목련과 벚꽃이 화려한
의상을입고서환영식을 해 주고 있었답니다.
잠시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녀석들은 바로 수선화님의 미모와
달콤한감언이설과권주가와 한 잔술에 그만 취해서 제 때보다도 일찍 꽃을
피웠다더군요.
그저 사람이나 나무나 할것없이 예쁜 처자에겐 어찌나~ 약하던지 그만
수선화님께홀라당 꼬실려 넘어가설랑은.. 쩝쩝,...
허기가 져서 왓다리 갔다리 하며 뭐 먹을데 없나 보니 마침 1층은
영업을하고있더군요. 그래서 댓바람에 넓은 유리창 너머로 풍광 좋은 자리를
꿰어차고앉아서, 불문곡직하고 해물파전 한접시와 동동주 반되를 시켰답니다.
한참을가다려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희끗한 흰머리에 조그마한 배낭을
짊어진똥똥한사람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원광님이
도착했더군요.반갑게불러 잔을 권했더니 술을 끊었다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결심을 하셨다생각이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예기를 하다보니 수선화님이 들어오셔서 칠연회를
거제에서준비하기까지의몇 해 동안 애쓰신 그 큰 원력과 수고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잠깐나눌 수 있는행운이 있었답니다.
부처님 원만구족 상호로 위의설법
수선화 고운모습 그대로 佛緣일세
몸과맘 모두 곱기로 짝할이가 없더라.
수선화님이 바삐 진행하실 일 때문에 나가시고. 그 수선화님의 뒤를 따라
나간원광님이 바로 돌아오셔서 선혜님이 접수를 보신다고 하더군요.
나가보니 책상을 앞에 두고 곱다랗게 앉아 있는 명등계 유사님이신
선혜님이반가이맞아 주시더군요! 늘 열심이신 선혜님께 신고인사 드리고
자그마한기념품까지 받고보니, 동동주에 취한건지 인정에 취한건지
뿌듯함이가득해지더군요.
큰 북이며 악기와 방비들을 내리는데 원광님과 같이 힘을 합해
도와드리고,행사장에거제시에서 빌려 주신듯한 의자들을 정열하고 나니, 그만
숨이아뜩해지더군요..동동주를 마시지 말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여러 님들과 함께 선혜보살님께서 보시하신 무염차 조금 얻어 이층
찻상에둘러앉아한참을 이야기로 보내고 나니, 각 지역에서 수 많은 우리
하불동법우님들과 이번행사를 위해 먼걸음을 함께 달려 오신 하불동과 인연이
깊으신 많은법우님들께서끝도 없이 모여 들기 시작하시더군요.
욕심이랄까, 저 많은 법우님들을 보니 다시 허기가 지기 시작하더군요!
더많은칠연회 법우님들이 같이 하셨더라면하구요...
또 욕심이랄까, 마음대로 조금 움직여도 되는 몸뚱이라면 칠연회
법우님들한두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을텐데... 죄송하고 죄송한 고백이지만
몸도마음도쉽사리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법우님들께 비난을 받아도 감히
변명할말씀이없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기만 합니다.... 이상하게 전
허전하면배가고프더군요.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면 또 배가 고프구요... 욕심 많은
넘이라욕심이차지 않아도 배가 고프구요... 바닷물을 다 금으로 만들어 제게
준대도 이욕심이만족할 수 있기나 할까요만...
이번 행사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우리 대표시삽님의 인사 말씀과 이번 칠
연회 법사님으로 모신 안국사 성후 스님의 격려사, 칠연회장 아라야님의 연혁
과 인사 말씀, 도명님의 발원문 낭독, 자운종주 박종필시인의 시낭송 등이 이
어진 후 아마도 열광 공연의 시작은 풍물패의 장단과 함께였던것 같습니다.
다들 예전에는 유래가 없었다고까지 할 만큼, 이렇게 장대하고 멋드러진 공연
이 그야말로 열정적이요, 감동적이던 그 모습은 다른 여러 법우님들께서 아주
생생하게 전달해 주셨으니 저야 뛰어 넘어도 될 것같습니다.
그 뜨겁던 공연보다도 너무 너무나도 흥에 겨워 하시던 우리 법우님들이 모습
모습이 제겐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공연 진행을 위해 고운 한복차림으로 갈아 입고 꽃단장을 하신 수선화님
의 모습을 처음 본 건 공연 전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도명화님 일행과 이층방
에 올라갔을 때였습니다. 순간 제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폐월수화, 침어낙안'
이었답니다. 그 수선화님의 흫에 겨운 어깨 장단은 가히 일품이었답니다.
아마도 사회를 보는 위치만 아니라면 금방이라도 덩실 덩실 신명나는 춤이 튀
어 나오는 것을 애써 누르는 어깨춤이었답니다. 아마도 그 끼는 북치는 총각(
?)을 홀라당 벗겨 버리는 대목에서 가히 절정을 이루었다고 할 것입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야외 공연장에는 계절을 어기지 않는듯이 꽤나 매섭고 쌀
쌀한 밤 공기가 휘몰아쳤지만 감히 공연의 열기에 눌려서 추호도 흥을 해하지
는 못하였답니다.
늘 본았던 낯익은 얼굴이야 그래도 알아 보기 쉬었지만 이미 어두워져 얼굴을
알아 뵙기도 힘이 들고, 또 패용한 명찰마져도 확인하기 힘들어서 어느
분이 어
느 분이신지 더욱 분간을 못하겠더군요.
뒷자리는 잘 보이지 않아 여기 저기 공연을 조금이라도 잘 보기 위해 의자에
올라서서 덩실거리며 어깨춤들을 추시던 법우님들, 커다란 이층 방의 창에 모
여서, 여기저기 난간에서 어깨춤과 박수 장단으로 공연에 몰입하시던 모든 참
가 하셨던 법우님들과,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면서 공연이며 놀이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지만, 그동안 이렇게 신명나게 노는 모습은 처음이시라던 시인
의 마음 분들....
무대 앞으로 튀어 나간 현진님의 현란한 칠연회 법우님과 함께 추던 휠체어캉
캉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
얼마나 신명나게 놀아 제꼈으면 거제도 해양 경찰의 모터보트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출동을 다 하였고 바다 건너 편에 사시는 마을 분들의 부러움 (?)
에 가득찬 질시를 다 받았겠습니까?
모든 일에는 항상 뒤에서 땀 흘리며 온갖 애를 다쓰시지만, 화려한 조명은 항
상 다른 분들께 돌리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요?
그 분들이 바로 아라야회장님, 현일거사님과 선혜보살님, 심인거사님, 무초거
사님, 청진, 벽담, 현진, 월인거사님과 그리고 제가 불민하여 성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지역의 여러 거사님들과 보살님들......
이 분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보살행을 마음으로 몸으로 '실천'하시고 '실행'하
시는 보현보살님의 화현이셨습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신명나던 풍물놀이도, 차분한 시낭송도, 환상적인 북춤,
밤하늘을 열어젖히던 색스폰도, 마음을 갈라버리던 트럼팻 연주도, 저 밤하늘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던 은하수의 물소리를 대신하던 피아노의 선율도, 처연
히 울려퍼지던 녹두꽃을 노래하던 청음도 아니었고, 구성지게 넘어 가던 어린
법우님들의 시조 가락도, 환상적인 퍼포먼스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다음에 이
어진 칠연회 법우님들과 함께 한 캠프파이어를 둘러싸고서 벌어졌던, 그 유명
한 목포 홍탁이 곁들어진 한판이었습니다.
신명나신 장로방어르신들과 추위를 아랑곳 않던 칠연회법우님들, 이곳저곳에
서 애쓰시던 분들까지 모두 어우러져서 권커니 잣커니하시며 그 동안 지낸 이
야기며 공연의 뒷풀이를 나누던 그 자리가 바로 화합과 나눔의 자리가 아니었
나 싶습니다.
다만, 어찌 모두가 한 가지로 족하리오.
아미타 불국토마져 욕심내면 부족할터,
욕심장이 떡쇠는 배고픔이 남았더라네.
이번 칠연회에 몸으로나 마음으로 같이 하여주신 모든 하불동과
하불동밖의일체법우님들과 제불보살님들께 깊은 합장 올립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본사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몇몇 분들은 밤을 꼴딱 지새우시면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시면서,
특히장로방어르신들의 눈부신 체력은 준비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보여주시었고,오랫만에 만난 반가움으로 넘치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밤새
서로서로 나누어주시기도 하셨답니다.
또 많은 분들이 따스한 숙소방 조금이라도 여유로우시라고 선뜻
양보하시고불편한자동차 안을 숙소로 자청하시어 잠을 청하셨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너나없이모두들 기쁨과 활기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답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거제 앞바다의 일출은 보지 못하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어제밤의바닷가 칼바람 추위를 따듯한 차보시로 녹여주시던 茶人분들께선
아침에도변함없이찻물을 끓여 여유롭고 향기로운 아침해를 맞이해 주시고
계셨습니다.
어제 밤의 한 잔 술과 피곤으로 뒤엉킨 속을 확 풀어 주던 맛난
육계장으로아침을해결하고 나서, 바쁜 일때문에 돌아갈 길을 재촉하는 원광님과
빈공장마져팽개치고 이번 칠연회를 위해 달려오신 현진님의 급한
사정때문에거제도고현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드리고 돌아오니 이미 기념 촬영이
끝나고대우조선소견학을 위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때문에 반쯤
넋이 나가보인대삽으로부터 어디 다녀오냐는 쫑알쫑알 잔소리를 조금
듣고서행사차량차량부착물을 건네 받았습니다.
대우조선가는갈은 참 멀고 힘들었습니다. 단체 차량이 이동하다보니
뒤의차량들이미쳐 다라오지 못한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선두 차량 몇대만이
쏜살같이내달리다가중간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결국 개별 도착을 택하였답니다.
이 일은 우리에게 마치 앞서 가는 이는 뒤에 오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어떠하여야하는지에 대한 인연법을 설하는 것 같았습니다. 눈길을 갈 때에도
그눈길을 걸어올뒷사람을 위하여 어지러이 발자국을 남기어서는 안된다고
하시던선사님의 말씀이더욱 새로운 가르침으로 남았답니다.
거대한 배들이 하나 하나 블럭으로 나누어 만들어져 그 블럭들을
붙이고쌓아가며조립하는 것을 보며, 차근차근 그러나 쉬지 않고 나아가면 하나씩
하나씩수행의단계를 밟아가는 행자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거제포로수용소를 한바퀴 돌면서 귀중하고 소중한 목숨마져도,
형제와부모와가족마져도 팽개치게 만들었던, 그 붉은 피로 대립되었던 이념들이
우리에게지금은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였답니다. 당시에는 목숨을
걸어서라도이루어내어야만 했던 그 이념의 가치들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곳에서 잠시 부처님께서 석가족을 멸하기 위해 서슬퍼런 군대를
이끌고침노하던유리왕을 맞아 인도의 한낮 그 작열하던 태양 아래에서 죄정하시여
전란을막으시다여러 제자들의 항전 의견과 목건련존자의 신통력마져도 거절하시고
결국은인과의율을 따르시던 그 깊고 거룩하신 뜻과, 인욕선인 당시에
가리왕으로부터 온몸이마디마디를 잘리우는 잔혹한 형을 받으시면서도 한
터럭만큼의 원망하는마음을내지 않으시었던, 그 일을 기억하였습니다.
위령탐 앞에서 아미타불을 염하고서는 포로수용소를 나와
친절하신도명화님의도움으로 수선화 부군님의 안내를 받아 점심 장소인 거제
체육관으로 갈수있었습니다.
도명화님이 아니셨으면 못난 떡쇠 홀로 오후 내내 포로수용소 화장실
앞에서줄창죽돌이하다가 혼자 씩씩거리며 삐져서 집으로 돌아올뻔 하였으니,
도명화님게큰신세를 또 지게 되었습니다. 도명화님! 감사합니다~~
칠연회 법우님의 식사부터 챙기기 위해 피곤하실 몸으로 동분서주
하시며피곤한목청을 달래가며 소리치고 소리쳐서 한사람이라도 소홀할까봐
내내노심초사하시던수선화님의 옆에서 반찬도시락을 나눠주는 척! 하면서,
죄송하지만맛난 반찬 맛난국에 일품요리 닭볶음에 감칠나는 초고추장 오징어숙회를
구역꾸역먹고서일어나니, 그제서야 겨우 밥을 나누어 주시느라 고생하시던
수선화님이시며월인님화엄화님 그리고 기억이 가물거리는 몇분 법우님께서 늦은
점심을들기시작하셨답니다. 고맙습니다....
주변의 분들에게 작별인사 고하고서 출발한 후 열심히 열심히 달려가는데
그만길을잘못 들었다가 강원팀 버스의 도움으로 제 방향을 잡은 뒤에
열심히달려가다가잠시 들른 주유소에서 서경버스가 앞질러 가는것이 보았습니다.
벽담님의말씀이생각이 나서 죽자하고 따라가다가 그만 놓치고 휴게소(악!
며칠지났다고무슨휴게소인지 생각이 나질 않네요.. ㅡ,,ㅡ.... 돌머리 떡쇠)에서
쉬고 있는버스를만났습니다. 참 반갑더군요. 더욱이 버스를 못따라갈 것을
걱정하는 제게벽담님이해결되었다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저를
안심시키느라그러셨던것은아니었는지... 혼자 고민고민하셨을 벽담님께 도움이
못되어 드려정말죄송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깜깜한 한밤에 집에 돌아오니 다들 쿨쿨 세상이더군요....
그래두 얼마나 좋던지.. 역시 내 집이 참 좋아요..
마지막으로 두서없고 어수선한 후기를 마치면서 여러 법우님들의
눈을어지럽혀드린것과 또 한가지 제 마음에 스스로 지금까지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점에대해 죄송한마음으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이 나이(^__^ 어르신들께 죄송)가 되어서도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초면에선뜻인사를 드리는게 영 잘 되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결적이요, 실례가
된다는것을알면서도 잘 안되더군요... 천성이 그런가봐요... 그런 제
모습이너무너무시건방져 보였겠지요? 죄송합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그게 늘잘안되더군요... 다음 모임때에는 먼저 찾아다니며 인사 올릴 수 있게
되도록하여보겠습니다.... 또 하나 죄송한 일은 바로 장애우 법우님들께 하나도
도움이되지못한 것입니다.. 내년 칠연회에는 꼭!!! 정상 컨디션을 찾아서
마음뿐이아니라몸으로도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도록 열심히 섭생하겠습니다.
내년 행사를 마치고 후기를 적을 때에는 여러 법우님들께 죄송할 일이 없게
할수있기를 스스로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