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된다.'
하이데거의 말이다.
나는 어제 아주 낯선 강의실에서 DSLR 카메라 첫 강의를 들었다.
어떤 이는 뇌가 익숙한 것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 반대인 듯하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대뇌와 소뇌 안에 절차 기억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갖추어졌음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그 동작은 무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뇌의 입장에서
보면 하품 나게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일에 자꾸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좋다.
-요네야마 기미히로, ‘젊은 뇌로 돌아가는 두뇌 훈련 30’에서
6년 전부터 동호인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사진보다는 목적성 있는
인물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단지 앵글만 잘 잡고 취재하는 목적에 맞는
사진만 찍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막무가내로 그냥 셔터만 눌러왔다.
상당히 뻔뻔한 일이지만 내가 찍은 사진에 문제제기를 받아 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그냥 누르면
되는 것으로 버텨왔는데 이번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 올해부터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마음에서만 꿈꾸는 삶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각오의 첫 출발로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찾았고 그 첫 강의가 어제부터 시작이었다.
뉴질랜드 파이히야에서 머무는 동안 너무나 찬란하게 아름다운 햇빛에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까지
완벽한 자연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노출과다로 엉망으로 만들어 왔다.
앞으로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으로 본다. 앎과 모름이 백지장 한 장의 차이지만
그러나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다양한 분야를 열심히 배우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얼렁뚱땅 인생을 살아왔는지 점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원래 계획에 의하면 저녁에 동양고전을 강의할 선생님이 오셔서 강의를 듣기로 약속된 날이지만
단체전 대회가 있어서 화곡선수들 응원겸 취재겸 운동장에 나가 보아야 할 상황이어서 하루를
미루고 부지런하게 준비해서 목동코트로 나갔다.
3팀 출전한 화곡은 모두 다 기세 좋게 조1위로 올라가 상당히 희망적이다 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얼마 안가 한 팀이 지더니 또 한 팀이 본선 1위에서 지고 마지막 한 팀만 8강에 올라가게 되었다.
8강 경기에서도 1대 1 상황에서 0대 5로 지고 있던 우리 팀 한 조가 심기일전해서 5대5까지
잘 따라잡더니 타이브레이크에서 결국은 져서 그대로 8강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응원을 하다보면 참으로 허탈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단체전은 누구누구 개인을 탓 할일은 아니지만 선수 못지않게 옆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애간장이 녹는다. 화곡 팀이 8강 경기를 들어가기 전에 누군가 준 떡 하나가
먹으면서 응원하다가 가슴에 걸려 체한 듯 숨쉬기가 힘들어서 서너 시간 고생을 좀 했다.
뛴 선수들, 오더를 짠 임원들, 종일 감독겸 응원하면서 지켜보았던 회장, 총무, 경기이사 역시
애간장이 홍어 삭듯이 좀 삭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경기가 종료된 화곡 회원들 20여명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잠시 방문하여
그 자리에서 수고한 회장과 임원 몇 몇에게 맥주 한 잔을 따라주고 다시 취재를 위해
대회현장으로 왔다. 개나리와 국화가 섞여 대회출전을 하게 한 이번 대회에서는
순수 개나리들이 왕국화를 이기는 기현상이 여러 번 일어났는데 갤러리들은 모두
엄청 흥겹게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화곡도 신숙이 강이순조가 전승을 하며 왕국화들을 다 이겼으니 참으로 국화와 개나리의
실력경계가 없어진 듯 하였다.
마지막 결승에서도 목원과 등마루가 1대1 상황에서 한 쪽은 왕국화 두 사람, 한 쪽은
개나리 두 사람이 파트너를 하였는데 최종 두 포인트 차이로 천신만고 끝에 국화 쪽이
이겨서 결국은 등마루가 우승을 하게 되었다. 끝까지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
무엇이든 할 수 있다. I can just do it!
나부터도 매일 거울을 보고 읊으면서 자신감을 충전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의를 듣는 동안 모르는 것이 많아도 기죽지 않고 잘 해 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어요.
날씨는 포근했지만 결승까지 운동장에 남아 취재를 하다 보니 손발이 꽁꽁 얼었는데
아우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몸을 녹이고 가볍게 귀가를 했다.
긴 하루였지만 충실하게 보낸 시간들이었다.
35점의 영광, 에스제이 패킹배 단체전-테코4월호
3월 7일 화려한 봄빛이 눈부시게 비치던 목동코트에서는 에스제이패킹배 단체전 경기가 열렸다.
4년 전부터 전국대회 개인전을 열었던 레인보우 클럽에서 작년부터 3복식 단체전 경기로 바꾸었다. 전국대회에서 다섯 번 이상 우승한 슈퍼들은 10점으로 하고 국화부 비우승자는 6점 그리고 개나리들은 3점 등으로 세분화해서 여섯 명이 합산 35점이 넘지 않는 출전규정은 실력차이가 나는 클럽 회원들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는 큰 장점이 있어 성황을 이루었다.
올해 2회째인 이 대회에는 남, 여 100팀이 넘는 선수들이 등록하고 출전했는데 경기마다 오더 전으로 개나리 선수들이 왕국화를 이기는 기현상이 일어나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왔다.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이라는 그런 예측은 전혀 맞지 않아 더욱 더 긴장된 재미를 선사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정용주 회장은 "작년 같은 경우에는 마음에 맞는 선수 여섯 명이 모여 유령 팀을 만들어서 나오는 팀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각 소속 클럽 안에서 선수들을 조각해서 출전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실력보다는 팀웍이 좋은 클럽들이 우수한 성적을 낸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며 "레인보우 클럽 회원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전국대회가 이렇게 좋은 호응을 얻다보니 뿌듯하다. 그리고 메인스폰서인 에스제이패킹의 이현근 사장의 든든한 후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레인보우 전 회원들이 협력하여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더욱 더 즐겁게 경기를 하고 돌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첫 대회부터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였던 이현근 사장은 테니스 홀 릭이다. 바쁜 사업을 하는 중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분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지체장애자를 위해 테니스 재능기부를 하고 동구로 초등학교 테니스 꿈나무 학생들에게 매 달 간식 비를 후원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을 몇 년째 실천해 오고 있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분이다.
이현근 사장은 "매 년 고민을 하지만 앞으로도 동호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생각이다"며 " 테니스로 얻은 기쁨만큼 서로 나누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며 겸손한 표현을 했다.
대회 현장은 각 팀마다 응원하느라 열광의 도가니였다. 8강, 4강, 결승으로 갈수록 그 목소리의 농도는 진해졌고 역시 3점짜리 개나리들이 좋은 경기를 펼친 목원 클럽이 8강의 고비를 넘기고 결승에 진입했다.
다른 시드에서는 등마루 클럽이 올라왔는데 최종 1대 1 상황에서 개나리 팀과 왕국화 팀이 맞붙어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다가 등마루 클럽에서 이겨 영예의 우승팀이 되었다.
등마루클럽의 박희정 회장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모두 세 팀, 총 21명이 참석을 했는데 우승을 하다니 너무나 기뻐서 말문이 막힌다. 하루 종일 전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는데 상금까지 많이 받으니 기쁨이 두 배다"며 두둑한 상금으로 클럽 전체 화합의 자리를 만들 것임을 전했다.
어둠이 오고 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대회 현장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았다. 한 사람의 영예가 아닌 클럽의 영예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의 집념과 열정이 그만큼 뜨겁고 무거웠다는 뜻일 것이다.
선수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대회를 진행했던 레인보우 클럽 전 회원들은 동그랗게 모여서서 대회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뒷모습이 몹시 아름다운 여운을 남겼다. 우천으로 연기된 남자단체전은 9일 목동코트와 부천코트에서 진행이 될 예정이다.
여자 단체전 결과
우승-등마루
준우승-목원
3위-송파화목, 산본시립
첫댓글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습니다
선수들 모두 잘했고 수고 많았습니다
더 연습해서 연맹전에서 좋은결과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발빠른 기사 잘 읽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