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대 종주 : 화대 말아먹다 까무러치기

[오창수]

[화ㆍ대 종주]

화대 말아먹다 까무러치기

☞ 화엄사-코재-노고단-[지리주능선]-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원사(유평리) ☜

- 화대는 말아먹는 것이 아니라 떼어먹는 것이다!! -

♣ 산행개요 ♣

■ 산행지 : 지리산 [화엄사-대원사]

■ 일시 : 2005. 6. 10.(금)/11.(토)[무박산행]

■ 날씨 : 맑음/청명

■ 종주경로 : ☞ 화엄사 → 코재 → 노고단(1,507m) → 삼도봉(1.550m) → 화개재(1,315m) →  토끼봉(1,534m) → 연하천(1,440m) → 벽소령 → 칠선봉(1,558m) → 영신봉(1,651.9m) → 세석(1,560m) → 연하봉(1,730m) → 장터목(1,653m) → 제석봉(1,808m) → 천왕봉(1,915m) → 중봉(1,874m) → 써리봉(1,602m) → 치밭목(1,425m) → 유평리( 대원사) ◀

■ 산행거리 : 44.2km

                ☞ 화엄사 - 노고단 : 7km 

                ☞ 노고단 - 천왕봉 : 25.5km

                ☞ 천왕봉 - 유평리(대원사) : 11.7km

■ 산행시간 : 17시간(휴식 포함, 후미기준)

■ 형태 : OK Sadary 특별산행[대간거사 대장 외 24명]

■ 시간대별 산행코스 :

[A] 화엄사계곡 코스 ☞ 화엄사 → 노고단 ◀

                              [7km//2시간 25분]

□ 03:00 화엄사 입구

□ 03:05 화엄사[→노고단 7km, →연기암 2.3km, →천왕봉 32.5km]

□ 03:25 위치표시[지남27-03]지점 통과

□ 03:30 연기암 갈림길

□ 03:38 참샘터[→노고단 4.1km]

□ 04:00 국수등

□ 04:15 중재[→노고단 3km]

□ 04:37 집선대[→노고단 2.5km]

□ 04:45 위치표시[지남27-10]지점 통과

□ 05:05 눈썹바위[→노고단 1.8km]

□ 05:10 코재[→노고단 1km]

□ 05:25 노고단산장/5분간 휴식

[B] 주능선 코스 ☞ 노고단 → 천왕봉 ◀

                               [25.5km//10시간]

□ 05:30 노고단산장 출발

□ 05:40 돌탑이 있는 노고단광장[→천왕봉 25.5km]

□ 05:47 위치표시[01-01]지점 통과

□ 06:00 헬기장

□ 06:07 헬기장/1,424m

□ 06:13 헬기장/피아골갈림길

□ 06:21 피아골3거리

□ 06:28 임걸령 샘터

□ 06:38 위치표시[01-07]지점 통과

□ 06:56 노루목

□ 07:05 반야봉 갈림길

□ 07:09 불무장등 갈림길

□ 07:11 날나리봉(삼도봉)/5분 휴식

□ 07:28 화개재

□ 07:35 [→천왕봉 18.6km]

□ 07:55 토끼봉/위치표시[01-16]

□ 08:17 [→연하천 1.8km]

□ 08:30 위치표시[01-19]지점 통과

□ 08:35 [→연하천 1km]

□ 08:53 [→연하천 0.6km]

□ 09:02 연하천산장/8분간 간식 및 휴식

□ 09:22 북부능선/음정갈림길/위치표시[01-23]지점

□ 09:30 [→벽소령 2.4km]

□ 09:50 암봉전망대

□ 09:55 형제봉[→벽소령 1.5km. →세석 7.8km, →장터목 11.2km]

□ 10:05 바위전망대

□ 10:13 [→벽소령 0.7km]

□ 10:30 벽소령 통과

□ 10:49 음정갈림길 공터[→세석 5.2km]/위치표시[01-31]

□ 10:57 [→세석 4.6km]/위치표시[01-32]

□ 11:17 선비샘/[→세석 3.9km]/위치표시[01-34]/23분간 중식 및 휴식

□ 11:40 선비샘 출발

□ 11:55 [→세석 3.2km]

□ 12:08 전망대

□ 12:18 칠선봉[→세석 2.1km. →장터목 5.5km, →천왕봉 7.2km]/위치표시[01-38]

□ 12:33 위치표시[01-39]지나 전망대

□ 12:55 영신봉[→세석 0.6km]/위치표시[01-41]

□ 13:04 세석산장 무정차 통과

□ 13:05 백무동 갈림길

□ 13:22 촛대봉

□ 13:45 위치표시[01-45]지점 통과

□ 14:03 암봉전망대

□ 14:11 연하봉[→장터목 0.8km]

□ 14:23 장터목산장/15분간 휴식

□ 14:38 장터목 출발

□ 14:50 고사목지대

□ 14:57 제석봉[→천왕봉 1.1km]

□ 15:05 [→천왕봉 0.7km]

□ 15:15 통천문[→천왕봉 0.5km]

□ 15:28 위치표시[01-52] 땡!

□ 15:30 천왕봉

[C] 대원사 코스 ☞ 천왕봉 → 유평리(대원사) ◀

                               [11.7km//4시간 20분]

□ 15:40 천왕봉 출발[→대원사 11.7km]

□ 15:48 위치표시[07-27]지점 통과

□ 16:04 중봉

□ 16:07 하봉 갈림길[→치밭목 3km]/위치표시[07-26]지점 통과

□ 16:30 암봉 우회 철계단

□ 16:50 써리봉[→치밭목 1.8km, →대원사 9.5km]

□ 17:15 [→치밭목 1km]/위치표시[07-22]지점

□ 17:33 치밭목산장[→새재 4.8km, →대원사 7.8km]/20분간 휴식

□ 17:53 치밭목 출발

□ 18:15 무제치폭포 갈림길 

□ 18:19 무제치교

□ 18:30 새재갈림길[→새재 3km, →유평리 4.4km, →대원사 5.9km]

□ 18:49 [→대원사 4.9km]지점 통과

□ 19:07 [→유평리 2.6km, →대원사 4.1km]

□ 19:20 [→대원사 3.5km]지점 통과

□ 19:55 대원사 도로

□ 20:00 대원사 입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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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과 詩 ♥

오랫동안 나는 산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산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내 튼튼한 다리를 주신 어버이께 눈물겨워했다

아무 생각 없어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넉넉함

내가 나에게 보태는 큰 믿음이었다

자동차가 다녀야 하는 아스팔트길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일이 사람과 아스팔트에게

서로 마음 안 놓여 괴로울 따름이다

그러나 산길에서는 사람이 산을 따라가고

짐승도 그 처지에서 안겨 가야 할 곳으로만 가므로

두루 다 고요하고 포근하다

가끔 눈 침침하여 돋보기를 구해 책을 읽고

깊은 밤에 한두 번씩 손 씻으며 글을 쓰고

먼 나라 먼 데 마을 말소리를 들으면서부터

내가 걷는 산길이 새롭게 어렴풋이나마

나를 맞이하는 것 알아차린다

이 길에 옛 일들 서려있는 것을 보고

이 길에 옛 사람들 발자국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내가 가는 이 발자국도 그 위에 포개지는 것을 본다

하물며 이 길이 앞으로도 늘 새로운 사연들

늘 푸른 새로운 사람들

그 마음에 무엇을 생각하고 결심하고

마침내 큰 역사 만들어갈 것을 내 알고 있음에랴!

산이 흐르고 나도 따라 흐른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우리가 흐른다

  - 이성부, “그 산에 그 역사가 있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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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리는 부른다! - “산이 흐르고 나도 따라 흐른다”

그대는 아는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넓고 깊은 지리의 포근함과 광활함과 수수함을. 지리산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악산과 함께 이 나라를 대표하는 산이다. 산을 보는 시각과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지리산은 다니면 다닐수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포근한 육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최남선은 다음과 같은 시를 통하여 지리산과 금강산을 적확(的確)하게 비교한 바 있는데 역시 산을 보는 대가의 눈은 다르다. 금강이 고급 양주 맛이라면 지리는 텁텁한 막걸리 맛을 느끼게 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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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은 바라보는 것, 지리는 건너다보는 것

지리는 老子, 금강은 孔子

금강은 元白, 지리는 李杜

지리는 종교적, 금강은 예술적

금강은 벼선 논, 지리는 노적가리

지리는 水墨山水, 금강은 金碧院畵

금강은 김쌈, 지리는 곰국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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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크게 놓고 보면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덕두산-바래봉-세걸산-고리봉-만복대-성삼재로 이어진 [서북능선]이, 북쪽으로 군자리-삼정산-연하천으로 이어진 [북부능선]이, 남쪽으로 세석-삼신봉-쌍계사로 이어진 [남부능선]이, 동쪽으로 중봉-하봉-왕등재-웅석봉으로 이어진 [동부능선]이 지리산의 주 뼈대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내가 최근에 지리를 찾은 것은 2004년 봄에 백두대간종주를 하는 김에 4회에 나누어 지리산 동부능선과 주능선, 서북능선을 잇는 200리길(80km)의 태극종주를 한 바 있고,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대간거사님, 깊은바다님과 함께 하동 쌍계사에서 불일폭포-상불재-(외)삼신봉-세석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을 타고 한신계곡을 따라 백무동으로 하산했던 일이 있다.

올 1월 9일에는 OK Sadary팀들과 함께 하동군 내동리 농평에서 통꼭봉-불무장등을 거쳐 날나리봉(삼도봉)에 오른 다음 연하천에서 토끼봉으로 가기 직전의 음정갈림길로 접어들어 도솔암-삼정산-약수암-실상사로 이어지는 호젓한 북부능선 눈길 사찰순례를 한 적이 있다.

가히 지리산의 최고의 전망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지리산 남부능선의 삼신봉과 북부능선의 삼정산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노고단에서 천왕봉을 거쳐 동부능선의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지리의 뼈대 산줄기를 남북에서 조망하는 맛은 일품이었다.

2. 꿈의 ‘화-대’ 종주에의 도전

올 들어 그 동안 금남정맥과 한강기맥 등 정맥/기맥 줄기를 쫓다보니 지리에 대해서는 잠시 소원해져 있었다. 그런데 거사님이 화-대 종주를 계획한다고 하여 처음에는 산에 ‘화대’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고, 화대는 꽃값 ‘花代’가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듣고 보니 산꾼들은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 구간을 화대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무박 당일로 가능한 것인지 확 다가오지가 않았다.

종주거리만 하더라도 이정표를 기준으로 하면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11.7km 도합 44.2km라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 거리를 당일에 주파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산행시간이 사다리의 준족기준으로 17시간이라면 나의 페이스로는 20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머리가 설레설레 흔들어진다.

나는 2003년 여름에 산사랑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성삼재에서 지리 주능선을 타고 천왕봉에서 대원사방면으로 하산한 일이 있는데 그때는 세석산장에서 1박을 했었다. 그런데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하루에 화엄사에서 코재까지 된비알을 올려쳐야 하고, 주능선 종주 후 대원사구간까지 연이어 주파해야 한다는 것이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미친 짓이고 무모한 짓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무모한 짓으로만 보였던 화대 종주가 날이 갈수록 구미가 당기기 시작하더니 어쩌면 한번 도전해볼만한 코스가 아닌가 하는 느낌으로 바뀌어가고, 급기야는 까짓 거 남들도 하는데 처음 가는 산도 아니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의 무게중심의 추가 기울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이외에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산에 대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주능선에는 곳곳에 산장도 많고 탈출로도 많으므로 중간에 퍼지는 상황이 오면 적시에 탈출하면 된다. 그리고 임걸령, 연하천, 선비샘, 장터목, 치밭목 등 곳곳에 훌륭한 샘들이 있으므로 무겁게 물통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또 지리산 구간에는 곳곳에 500m 단위로 위치표시 말뚝이 세워져 있으므로 알바의 위험도 없고 지도를 볼 일도 없다. 이런저런 생각에 일단 나의 체력의 한계를 시험할 겸 화대 말아먹기에 동참하기로 하고 천왕봉 이후에 정 힘이 들면 치밭목산장에서 1박을 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

화대를 말아먹지 못하면 떼어먹으면 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못 먹어도 GO!!

3. 화대 종주를 위하여

지난 주 월요일부터 주말에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랐으나 주간예보로는 주말에 전국적으로 100% 비가 내린다고 되어 있어 적이 긴장되었다. 작년에 대간종주를 하면서 지리주능선을 걸을 때 비를 진탕으로 맞으면서 걸었던 경험이 있어 한두 시간도 아니고 장시간 비를 맞으며 고산지대의 산길을 걷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아무리 산에 미쳤다고 하여도 야밤에 구질구질하게 비를 맞으며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일은 못할 짓이다.

그런데 토요일 오전에는 비가 그친다는 예보로 바뀌어 일단 안도하면서 예정대로 화대 말아먹기에 떠나보기로 한다. 비 때문에 화엄사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어려우면 성삼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줄기차게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면서 서울은 활짝 개는 것이 상서로운 조짐을 보인다.

2005. 6. 10. 금요일 밤 10시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집합하기로 되어 있어 밤 9시경 집을 나선다. 그 동안 산에 간다고 별 말이 없던 마눌님이 날씨도 좋지 않다고 하는데 뭐 하러 산으로 가느냐고 핀잔이다. 주말에는 1주일간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산에 가서 피로만 잔뜩 쌓이고 오면 어쩌라는 것이다. 이런 때는 묵묵부답 이외에 답이 없다.

동서울에는 화대 종주의 소문을 듣고 그 동안 산행을 같이 했던 분들 이외에도 얼굴을 처음 보는 강호 무림의 고수들이 다수 출연하였다. 특별히 준치회장님이 응원 차 나오셔서 대원들을 격려하고, 모두들 처음으로 화대 종주길에 나서는 길이라 약간의 긴장의 빛이 감돈다. 참여회원은 대전에서 합류할 벽산님을 비롯한 5인 등 모두 25명. 사다리의 신세가 펴는지 버스는 종전과 달리 우등형 고속버스라 자리가 넓고 쾌적하여 잠을 자기 편하다.

버스는 중간에 인삼랜드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 2005. 6. 11. 새벽 2시 50분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화엄사 입구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도착해보니 예상과 달리 비가 내리지 아니하여 안도한다.

처음에는 버스에 배낭을 놓고 비무장으로 코재에 오른 후 성삼재로 내려가 아침 식사도 하고 배낭을 회수할 예정이었으나, 코재에서 성삼재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 성가시어 각자 김밥 한줄 씩을 배당받고 그냥 배낭을 짊어진 채 오르기로 하였다.

장거리 산행에 있어서는 요령껏 배낭의 무게를 극소화하여야 한다. 성삼재에서 출발할 사람이 없이 전원이 화엄사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버스는 세석이나 천왕봉에서 중간 탈출할 회원들을 태울 수 있도록 중산리로 보냈다.

4. 화엄사계곡을 따라 노고단으로

♠ [03:00] 화엄사 출발

화엄사 주차장을 지나 버스가 진입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까지 진행한 후 화엄사 입구에서 내려 산행채비를 갖추고 장도에 오른다. 새벽 3시 드디어 말로만 듣던 화대 종주의 길에 나선다. 지난밤까지 내린 비로 세속의 풍진을 전부 쓸어낸 듯 화엄사로 가는 길은 이슬이 뚝뚝 떨어지는 청정 불도의 길이다.

화엄사는 굳게 닫혀있다. 일주문의 편액에는 ‘智異山華嚴寺’ 가로 2줄의 종서체로 쓰여진 것인 눈길을 끈다. 오늘 종주의 끝인 대원사는 ‘方丈山大元寺’이고, 남부능선의 기점인 쌍계사는 ‘三神山雙溪寺’이다. 그만큼 예전에는 지리산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 많았다. 그러나 지리산의 본래 이름은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렸고, 이는 白頭山으로부터 뻗어 내린 산줄기가 남으로 흘러와 여기서 그 정기가 머리처럼 우뚝 솟았나는 뜻도 되고, ‘백두산과 흐름을 같이 하는 산’이라는 뜻도 된다.

 

 [화엄사 편액]

화엄사에서 100m쯤 떨어진 지점의 다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7km의 산길이 시작된다. 화엄사에서 코재까지 1,000m 이상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성삼재에 큰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화엄사는 지리종주의 시발점이었다.

고전적인 지리종주라 하면 화엄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노고단에 오르고 주능선을 따라 천왕봉에 우뚝 선 다음 중봉, 써리봉, 치밭목, 대원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정코스로 치지만 근래에 성삼재까지 큰 길이 뚫리면서 쉽게 성삼재에서 주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 종주코스를 많이 선호하고 있다. 쉽고 편한 것을 찾는 종주꾼들이 어렵게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을 외면하면서 이제 화엄사 코스는 호젓한 산길이 되고 말았다.

전날 내린 비로 계곡의 물이 불었는지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차고 이슬을 머금은 대나무 숲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진다. 등산로는 잘 정비된 돌길이다. 장거리 산행이므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여 선두와 附和雷同하다가는 산행을 조질 염려가 있으므로 남들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나의 페이스대로 걷는다. 발 빠른 선두들은 가뿐하게 저벅저벅 발소리만을 남기며 앞서나간다.

[연기암 갈림길 이정표]

위치표시 [지남27-03]지점을 지나 연기암갈림길을 통과한다. 바로 도로를 가로지르고 계곡을 따라 이어진 돌계단을 쫓아 노고단이 4.1km 남은 지점인 참샘터를 지난다. 들리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뿐이고, 보이는 것은 점점이 공중을 부유하는 랜턴불빛뿐, 고요속의 전진을 하다보니 국수등에서 거사님 등 선두들이 쉬고 있다. 이때 선두들을 본 후 화대 종주를 마치기까지 18시간 동안 선두들 코빼기도 구경을 하지 못했다.

국수등에서 5분간의 휴식을 했지만 다시 걸음을 옮겨놓으려니 쉬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시 발걸음이 무겁다. 완만한 돌길 오르막은 계속되고 갑자기 비를 내리듯 나뭇가지에서 머금었던 빗물이 후두둑 떨어지기도 한다.

♠ [04:15] 중재

화엄사코스의 중간지점인 중재를 통과한다. 중재는 화엄사에서 4km 떨어진 지점으로 노고단까지는 3km 남은 지점이나 중재 이후 경사도가 심해지므로 이곳을 중간지점으로 본다. 1시간 15분 만에 4km의 거리를 진행했으니 이 정도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후미로 쳐졌지만 나름대로의 페이스를 지키고 있는 것에 안도한다.

돌길 오르막의 경사가 급해지면서 집선대를 지나고 새벽 5시가 되어가면서 여명이 밝아오고 주위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이제부터는 랜턴의 도움이 필요 없어 답답함이 확 가신다. 트일 듯 트일 듯 하면서도 하늘은 아직 트이지 않는다.

지그재그 오르막을 올라 눈썹바위라고 하는 바위가 있는 곳에서 돌길 오르막은 다시 우측으로 급경사로 바뀐다. 까만돌님이 이곳에서 쉬다가 쫓아온다. 돌길 오르막 사이로 하늘이 열리면서 코재에 이른다. 지겨운 돌길 오르막이 종언을 고하는 지점이다.

처음에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는 코재를 올라서는데 힘이 드는 것으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곳이 아니다. 화엄사계곡 코스는 계곡의 물소리와 벗하여 숲 속 오솔길과 같은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로 생각보다 험한 길이 아니었다.

화엄사에서 2시간 10분 만에 새벽 환한 시간에 도착한 코재는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큰 길의 중간에 있다. 박석처럼 반듯하게 놓여진 돌길을 따라 걷다가 흙길로 바뀌나 흙길은 단단히 다져져 있어 포장도로와 다름이 없다.

새벽안개가 감돌고 있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우회로를 버리고 샛길인 돌길 오르막을 택한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의 종아리가 확 땡기면서 뻣뻣해지는 것이 쥐가 난 것 같다. 큰일이다 싶어 한동안 다리를 주무르고 다리가 풀린 다음에 돌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객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노고단 휴게소이다.

♠ [05:25] 노고단산장

화엄사를 떠난 지 2시간 25분 만에 노고단산장에 도착한다. 드디어 화대 종주의 몸 풀기는 끝나고 이제 본격 종주를 시작하는 지점이다. 지도에는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소요시간을 4시간으로 적고 있는데 실제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식수를 받기 위해 취사장으로 들어가 보니 화엄사계곡 코스에서는 보이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끓여먹는 등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성삼재에서 편하게 노고단으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청야팀들이 쉬면서 식사를 하고 있어서 배대인님으로부터 주먹밥 한 개를 얻어먹고, 은호님으로부터 황도 한 조각을 받아먹어 간단히 속을 채운다. 오늘 청야팀은 배대장님 이하 은호님과 베리아님, 황광수님이 총출동하여 보조를 맞추며 청계산 야등에서 갈고닦은 일치단결의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5. 언제나 장쾌한 지리 주능선

♠ [05:30] 노고단산장 출발

노고단산장에서의 5분여 휴식을 마치고 지리주능선 종주길에 오른다. 지리주능선은 바로 백두대간길이고, 작년에도 이 길을 걸었었다. 노고단산장에서 10분간 돌길을 따라가면 돌탑이 있는 광장에 이른다. 사실상 이곳이 천왕봉까지 25.5km의 주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통상 10시간 내외가 걸리는 거리다.

작년과 재작년에 이곳을 지날 때에는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했던 터라 캄캄한 밤중이었으나 오늘은 새벽 환한 시간이라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위치표시 [01-01]지점을 지난다. 이 위치표시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500m 단위로 [01-01]에서 [01-52]까지 이어지므로 이 위치표시만 보더라도 주능선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5명이나 무더기로 같이 왔지만 나홀로 걷는 길이다. 연초록 숲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벗하여 편하게 걷는 길이다. 헬기장 두 곳을 지나 상큼한 풀내음을 맡으며 나아가려는데 찬란한 아침 햇살이 나의 온몸을 향해 비추는 듯 하다. 와! 아침햇살에 취해 나아가는 것이 그만 피아골 방향으로 가는 옛길로 잠시 들어섰다가 주능선길로 나왔다.

뒤이어 오는 청야팀들과 보조를 맞추어 진행을 한다. 피아골3거리를 지나 임걸령 샘터에서 시원한 물맛을 보고 식수통의 물을 이 샘물로 교체한다. 지리산의 주능선 고산지대에는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샘물이 곳곳에 많다. 임걸령이나 연하천 같은 곳에서는 사시사철 샘물이 솟고 있는데 이는 지리산의 젓줄 같은 것이리라. 이 물이 지리를 찾는 사람과 동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임걸령을 떠나 오르막을 오르면 1,432m를 지나 노루목에 이른다. 이곳에서 좌측 길로 접어들면 반야봉으로 가는 길이다. 지리종주시 이곳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는데 오늘은 그대로 직진한다. 다시 반야봉 갈림길을 지나 묘1기를 스쳐 지나간다. 백두대간 루트에서 묘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묘는 지리 주능선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르막에 있는 불무장등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날나리봉이다. 지난 1월 통꼭봉에서 불무장등을 거쳐 이곳으로 올라와 주능선에 붙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 [07:11] 날나리봉(삼도봉)

이곳은 전라남도(구례군), 전라북도(남원시)와 경상남도(하동군) 3도가 경계를 짓는 곳이라고 하여 삼도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원래의 이름은 날나리봉이다. 우리나라의 정통 삼도봉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3도가 분기하는 백두대간상의 민주지산 삼도봉이다. 조선 태종때 조선 8도가 나누어지고, 경기, 강원, 황해도를 제외한 도의 남ㆍ북도가 분리된 것은 고종대 구한말시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삼도봉은 이른바 짝퉁 삼도봉이다.

[날나리봉(삼도봉) 조형물]

날나리봉 바위 위에 박아놓은 삼도봉 조형물은 1998년 당시의 김혁규 경남지사, 허경만 전남지사 등이 이벤트성 행사의 일환으로 박아놓은 것이다. 이곳에서 메아리님으로부터 메표 막걸리 한잔을 받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서광] 빛내림

날나리봉에서 내려서면 10여 분만에 화개재에 이른다. 화개재 좌측으로는 뱀사골로 가는 길이다. 화개재에서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울창한 숲 사이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내리꽂힌다. 토끼봉에 다가가면서 시야가 확 트이고 운해의 절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07:55] 토끼봉에서의 天上仙境

토끼봉 공터에서 운해의 절경을 즐기는데 위쪽의 바위전망대에서 빛샘님이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여 올라가 보니 과연 절경이 펼쳐지고 있다. 파란 하늘 밑에 산줄기를 휘감아 도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구름떼의 모습을 보노라니 天上仙境이 따로 없다. 지리산에 몇 차례 올라왔어도 이 전망대에서 이런 그림을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토끼봉 전망바위에서 보는 지리의 운해]  

이곳에서 노고단에서 이곳까지 이어진 능선과 이곳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뚜렷이 볼 수 있고, 산줄기에 가로막힌 순백의 구름떼가 천상호수를 방불케 하고 있다. 남부능선의 활기찬 모습과 멀리 광양 백운산이 구름 사이로 우뚝 솟은 모습도 볼 수 있다. 노고단 방향에서 안개구름이 재빨리 흘러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기막힌 모습들을 보노라니 이번 산행에서 최고의 보너스를 받은 듯 하다.

[운해]

이성부 시인의 시처럼 “사람들은 높은 산에 올라와서야 발아래 깔린 안개구름을 아름답게 본다.” 오늘 처음 지리산을 찾은 베리아님과 황광수님도 처음으로 보는 지리의 절경에 매혹당했는지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이곳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연하천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토끼봉에서 연하천까지는 2.1km로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

푸른 숲이 햇볕을 가려주지, 시원한 바람은 간단없이 불어주지 이렇게 걷기에 좋은 환경은 있을 수 없다. 너무 시원하여 물소비도 별로 없다. 처음에는 연하천에서 식사도 하고 한 잔 하기로 했으나 벽산님이 연하천에는 파리떼가 많다고 하여 연하천으로 가기 직전의 숲 속 공터에서 떡도 먹고 청야팀으로부터 시원한 막걸리 두 잔을 받아 마시니 다시 활력이 샘솟는 듯 하다.

♠ [09:02] 연하천산장

연하천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김밥 몇 조각을 먹어둔다. 장거리 산행에서는 쉴 때마다 조금씩 먹어두는 게 좋다. 연하천산장을 떠나 북부능선으로 분기되는 음정갈림길을 지난다. 지난 1월에 이 길로 접어들어 삼정산으로 갔었다. 시끌벅적한 주능선과 달리 북부능선은 사람들의 발길 많이 닿지 아니하여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길이었다.

[조망]

벽소령으로 가는 중간에 형제봉 직전의 암봉 전망대에서 앞으로 진행할 방향의 마루금을 조망하는 맛도 일품이다. 벽소령산장의 모습도 보인다. 저 지리의 아늑하고 포근한 품은 이 땅에서 버림받은 자들, 쫓기는 자들까지 모두 포용하는 품이었다. 남쪽에서 쫓기고 북쪽에서 버림받은 빨치산의 활동무대도 저 지리의 품이었다. 지리는 누구나 받아주는, 베풀기만 하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조망]

암봉 전망대에서 내려서면 거대한 두개의 바위가 형제처럼 서 있는 형제봉을 우회하여 내려선다. 다시 나타나는 바위전망대에서 그림과 같은 뭉게구름 떼를 조망하고 벽소령을 향한다. 벽소령은 그냥 통과하여 오르막을 올라서면 음정갈림길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세석까지 5.2km.

지리산은 육산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주능선상의 땅바닥에는 온통 돌무더기뿐이다. 사뿐하게 흙길을 걷기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마도 오랜 세월 숱한 사람들의 발길에 흙이 날아가고, 비바람에 흙이 씻겨가다 보니 지리의 속살이 드러난 것이리라. 사실 산과 자연을 뭉개는 데 사람들의 발길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구름바다]

♠ [11:07] 선비샘

선비샘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을 마시고 수통에 물을 담고 있는데 밑에서 반원님을 비롯한 우리 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 같이 합류하였다. 배대인님의 주먹밥과 황광수님의 삼각 김밥을 얻어먹다 보니 내가 준비한 김밥은 그대로 남는다. 20여 분간 식사 및 휴식을 마치고 세석을 향하여 출발한다.

선비샘에서 세석까지는 3.9km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세석에 오후 1시경에는 도착하여야 하고, 천왕봉에는 오후 3시 정도에는 도착하여야 대망의 화대 종주를 무리 없이 끝낼 수 있다.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가는 길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암봉을 우회하여 전망대에 올라 다시 시원한 조망을 즐기고 칠선봉에 이른다. 칠선봉에는 가족단위로 산행을 온 산객들이 여럿 있다.

[조망]

[칠선봉] 

칠선봉에서 내려선 다음 다시 암봉구간을 우회하여 철계단을 따라 전망바위에 오른다. 1,500m대의 고산줄기를 오르내리더라도 지리 주능선은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내 죽어서 한 개 바위가 되리라

[멀리 보이는 반야봉]

드디어 세석 직전의 영신봉, 이곳은 이른바 낙남정간으로도 불리는 남남정맥이 분기하는 산줄기가 접속되어 있다. 이곳에서 낙동강 남쪽으로 삼신봉을 거쳐 신어산까지 220여 km의 낙남정맥 산줄기가 뻗어간다. 올 10월경 금남정맥을 마치게 되면 바로 이어서 매달에 1회씩 이 낙남정맥줄기를 따라 산줄기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영신봉]

[지리 남부능선 조망]

♠ [13:04] 세석 무정차 통과

갈길이 멀어 세석은 그냥 통과한다. 백무동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통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은 숲이 없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오전 내 불어주던 바람도 어디로 갔는지 태양의 열기가 그대로 몸에 와 붙는다. 이마 밑으로 주룩주룩 흐르는 육수를 연신 닦아내며 장터목을 향한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3.4km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세석산장]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촛대봉을 지나 내리막으로 내려섰다가 암봉 전망대에 오른다. 지리에서 이렇게 파란 하늘과 탁 트인 전망을 보기 어려운데 오늘 지리의 산신령은 어디서 낮잠을 자는 모양이다. 지리의 산신령이 심술을 부리는 날에는 한순간에 지리의 하늘을 암흑세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연하봉으로 오르는 길도 그대로 땡볕에 노출되어 내리쬐는 유월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장터목 가는 길]

장터목까지 0.8km 남은 지점의 연하봉에서 계속 전진한다. 오후 2시경에는 장터목에 이를 요량으로 걸어왔는데 이미 오후 2시가 넘어 잘못하다가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속보체제를 가동하여 장터목으로 향한다.

♠ [14:23] 장터목산장

장터목에서 배대인님 이하 청야팀 및 까만돌님 등과 함께 떡과 간식을 먹고 15분간의 휴식을 취한다. 중산리 가는 쪽으로 30여m 내려가 시원한 물을 받아 물통에 채우고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장터목산장] 

오르막을 올라가면서 본 고사목지대, 지금까지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고사목지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지리의 신령이 선심을 베풀고 있다. 배대인님과 베리아님은 주변의 풍광을 놓치기 아까운 듯 사진을 박느라 진행이 느리다.

[고사목 지대]

[산철쭉] 

[제석봉 일대]

천왕봉을 1.1km 남겨놓은 지점의 제석봉을 지나니 천왕봉이 우뚝 솟은 모습이 바로 들어온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연분홍 산철쭉이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 있고, 고사목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철계단을 따라 통천문 위로 올라선 다음 정상부위의 바위지대를 올라서면 노고단에서부터 이어져 온 위치표시는 [01-52]로 마지막을 고한다.

[통천문]

♠ [15:30] 천왕봉

드디어 천왕봉이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를 오는데 정확하게 10시간이 걸렸다. 오후 3시 도착을 목표로 걸어왔는데 주변 풍광을 즐기다 보니 30분이 지체되었으나 이 정도면 남이야 어떻든 나로서는 성공적인 것으로 자평한다.

천왕봉에서 사방을 바라보니 어디 막히는 구석이 한 군데도 없이 일망무제 바로 그것이다. 멀리 노고단, 반야봉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이 파도치듯 일렁거리고 있고,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의 모습과 산줄기 사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중산리의 아늑한 정경 등등. 오늘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 천왕봉에 서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화대를 말아먹지 못하더라도 미련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의 주릉] -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인다.

여기서 천왕봉 표지석에 관하여 한마디. 天王峰 정상 맷돌표지석 뒷면에는 “韓國人의 氣象 여기서 發源되다”라고 음각되어 있다. 원래는 이곳에 있던 표지석에는 남명 선생이 읊었다고 하는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하늘이 울어도 아니 우는 뫼)이라는 시구가 적혀져 있었다고 한다.

[천왕봉 표석]- 韓國 자리에 긁힌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1980년대 초 5공 실세이면서 경남 산청/함양의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권익현씨가 이곳에 정상표지석을 세우면서(천왕봉의 지적은 경남 산청군이다) “慶南人의 氣象 여기서 發源되다”고 적어놓은 것을 후에 慶南人이 嶺南人으로 바뀌고, 다시 嶺南人이 韓國人으로 바뀐 것이다. 정상표지석 후면을 눈여겨보면 그 흔적을 역력히 볼 수 있다.

무지막지한 후세의 어리석은 인간들이 운치있고 멋있는 말을 없애버리고 엉뚱한 말을 새겨 넣은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發源이라고 함은 물줄기의 始原을 의미하는 것이지(예컨대 한강발원지 검룡소) ‘氣像이 發源되다’는 말이 맞는 말인지도 의문이다. 공단에서는 정상표지석을 정비해야 할 듯 하다.

[천왕봉에서 보는 중봉과 하봉]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 접어두고 이왕 천왕봉에 올랐으니 시인 김영재의 시 “천왕봉”을 다시 읽어보자. 이 시는 내가 지리종주기에 인용한 적이 있다.

오르는 길 멀고 길지만 머무를 시간 너무 짧구나

이제껏 오르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본 곳

단 한 번 꼭 오르고 싶었던

내 삶의 정수리

내 대신 누가 험한 산길 오르고 오르겠느냐

두 무릎 꺾이며 어리석었던 나를 버렸다

산 아래 고요히 누운 세상

아! 그걸 보며 나를 또 꺾는다

[천왕봉 조망]

6. 까마득한 하산길의 대원사계곡

♠ [15:40] 천왕봉 출발

천왕봉에서 대원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정표에는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는 11.7km로 나와 있고, 유평리까지는 10km 정도 될 듯 하다. 나는 지리산 대원사코스는 이번이 세 번째라 길이 어느 정도 눈에 익숙하다.

배대인님과 베리아님, 까만돌님 등과 함께 후미를 이루어 중봉을 향하여 천왕봉을 내려선다. 위치표시 [07-27]지점을 통과한다. 위치표시상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거리는 13.5km가 되는데 이 위치표시는 평촌리 매표소에서 [07-01]부터 시작되어 500m단위로 이곳까지 이어진 것이다.

천왕봉에서 밑으로 푹 꺼졌다가 중봉으로 올려치기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나 20여분만 고생하면 된다. 중봉을 올라가는데 뒤에서 사람 소리가 들여 뒤돌아보니 먼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던 은호님이 올라오고 있다. 은호님은 장터목에서 한숨 자고 이곳으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한숨을 자고 났더니 힘이 솟는지 지금까지의 푹 쳐진 모습에서 생기가 돌며 쭉쭉 앞서나간다.

[중봉에서 보는 반야봉 조망]

지리산에서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인 중봉(1,874m)에서 지리의 연릉을 조망하는 맛도 역시 일품이다. 중봉에서 밑으로 내려서면 하봉갈림길이다. 하봉으로 가는 직진방향은 출입금지구간이다. 태극종주를 하려면 이곳에서 동부능선을 따라 하봉으로 직진하여야 한다. 이곳에서 치밭목까지는 3km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으니 장시간 산행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길고 길게만 느껴지는 산길이다. 이미 산행시간은 13시간이 넘어가고 있다.

중봉에서 써리봉까지의 구간은 지리산에서는 이색지대라 볼만한 구간으로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이 이어진다. 암릉을 오르내리기 쉽도록 철계단을 도처에 만들어 놓았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가는 길이라 이미 지친 몸에 피로도는 가중되기 시작한다.

♠ [16:50] 써리봉

치밭목이 1.8km남아있는 써리봉에 도착한다. 시간이 가면서 마음은 조급하고 진행속도는 더디다. 산행시간이 14시간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즐기는 산행이 아니라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다른 생각 할 여지가 없다. 치밭목이 1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면서 1km가 왜 이리 긴지 가도 가도 나타날 듯 나타날 듯 하는 치밭목은 모습을 나타나지 않는다.

해는 저물어가고

♠ [17:33] 치밭목산장

치밭목산장은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작년 5월에 호젓한 모습의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 지은 건물이다. 산장 앞의 의자도 나무의자에서 철제의자로 바뀌었다. 공단에서 20억원을 들여 산장을 지어 개인에게 임대해준 것이라고 한다. 산장지기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로등을 설치해라, 난방시설을 하라는 등 요구사항이 많다고 푸념을 한다.

[새로 단장된 치밭목산장] - 예전의 호젓함은 사라지고

이곳에서 남은 과일과 떡 등을 소비하고 먼저 와 있던 천석고황님 등은 내려가고 까만돌님도 걸음이 느리다고 하면서 먼저 떠난 후 배대인님과 베리아님과 함께 캔맥주 하나씩을 사서 마셔본다(하나에 4,000원). 우리 일행 중에 한 사람은 오후 1시에 내려갔고 나머지 분들도 2-3시경에 내려갔다고 하여 놀란다. 얼마나 걸음들이 빨랐으면 우리와 4시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산장지기는 장거리산행을 하다가 인대가 늘어나면 나이 70이 되어 휠체어신세가 되니 주의하라는 충고를 한다. 자기가 아는 광주의 모 산악회의 회원들은 왕복종주등 빡신산행을 전문으로 하다가 5년 만에 회원이 한명도 남아나지 않았을 정도로 모두들 골골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해준다. 듣고 보니 산행도 몸을 아끼면서 정도껏 해야지 무대뽀로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치밭목산장 이정표]

치밭목산장에서 2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내림길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이고 속보로 내려가면 2시간이면 유평리에 이를 것으로 판단되나 지겨운 내리막길이고 돌길의 연속이라 생각만큼 진행이 되지 않는다.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무제치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계속 이어가면 무제치교라는 다리도 나온다.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산속이라 일몰시간은 많이 남아있음에도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지 어둑어둑해지는 것이 초조해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길 오르내림이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까지 나의 무릎에 별다른 이상이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릎에 이상이라도 오는 순간에는 만사 꽝이다. 산죽 숲 사이로 흐르는 물을 피해야 하고 돌길과 너덜길이 계속되는데 참으로 지겹다는 생각밖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고 욕만 튀어 나온다.

오후 6시 반 새재 갈림길, 좌측으로 오르막을 따라 3km만 가면 새재로 갈 수 있으나, 유평리까지 4.4km로 되어 있고 내리막이라 그냥 유평리 방향으로 직진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까만돌님은 새재로 가서 식당차를 얻어 타고 대원사 주차장까지 왔다. 어떻게 된 것인지 흙이라고는 밟아볼 여지가 없이 돌길로만 이어지는 것이 영 마땅치 않다. 돌길 너덜길에 신경을 쓰다보니 참으로 답답함 뿐이고, 이건 산행이 아니라 고행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원사까지 남아있다는 거리표시를 보면서 계속 내려가다 보면 다시 오르막 바위가 나타나고 계곡을 트래버스 하는 식으로 사면을 기어 올라가고 이거는 완전히 극기훈련이다.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수양이 덜 되었는지 다시는 대원사 계곡을 찾지 않으리라는 다짐만을 한다.

키 큰 산죽 숲에서 빠져나온 지점에 있는 곳에서(대원사까지 3.5km지점) 좌측으로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이제는 지긋지긋한 통나무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통나무 계단을 만들어놓았으나 흙이 다 달아나버려 통나무계단을 넘어 내려서는 것이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었고 산행시간은 16시간이 되었다. 까딱하다가는 랜턴불빛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어둠 속에 대원사 계곡을 빠져나오는 것은 지옥을 빠져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계곡을 벗어나 숲이 없는 곳으로 나오니 비로소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식당 간판을 보고 내리막을 내려서니 학수고대하던 대원사 도로가 나온다. 화대 말아먹다가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에 긴긴 미로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 [19:55] 대원사 도로

대원사로 가는 포장도로에 도착하여 16시간 55분의 대장정의 화대 종주 마침표를 찍는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식당 앞에 우리 일행들이 보인다. 일행들에게 다시는 화대의 화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더니 신가이버님이 앞으로 화대 왕복종주를 할 것이라고 하여 그만 “미친×”이란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최선두는 대원사 주차장에 있고, 중미그룹들이 이곳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믿고 싶지는 않지만 12시간에 화대 종주를 마쳤다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는 것이고, 거사님 이하 선두들이 14시간 만에 주파했다는 것을 보면 사다리팀의 주력을 알만 하다. 식당 샤워실에서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간단히 해결한다. 술도 싫고 만사 귀찮다.

식당 반트럭의 짐칸에 앉아 포장도로를 따라 대원사 주차장으로 이동한 후 밤 9시 버스는 서울로 출발, 다음날 새벽 1시 강남역에서 버스를 내려 택시로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 30분이다. 집사람에게 내가 후미로 18시간 걸려서 화대 종주를 마무리했다고 하자 도대체 그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냐고 반문한다.

7. 화대는 말아먹는 것이 아니라 떼어먹는 것이다!

어쨌든 나도 사다리팀에 묻어 장장 17시간이나 걸려 무박당일로 화대 종주를 마쳤다. 정확하게는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대원사 직전의 유평리에서 종주를 마쳤으므로 화유 종주라고 해야 맞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대 종주의 대원사는 상징적인 의미이고 통상 유평리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으므로 일단 화대 종주를 마무리 한 것으로 쳐도 무방하리라. 그리고 주행거리도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11.7km에서 유평리-대원사 구간 1.5km를 빼면 정확한 산행거리는 42.7km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산행시간이 15시간이 넘어 치밭목에서 하산하는 길이 참으로 힘든 구간이었다. 무엇보다 날은 어두워지고 시간에 쫓기느라 어려운 구간이었다. 그 구간 때문에 지리산 주능선에서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묻히고 말았다. 저녁 8시 어둠을 뚫고 대원사계곡을 빠져나와 유평리로 들어서는 순간 그 동안 육산으로 알아왔던 지리산이 그 지겨운 돌길 때문에 육산이 아니라 돌산이었고, 지리는 질이 좋지 않은 산으로 낙인찍는데 주저할 수 없었다.

이러한 나의 감정으로 지리는 나의 뇌리에서 멀리 떠나 있을 것이고, 한동안 지리를 찾는 일도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모른다. 며칠 지나 나의 화대 종주를 통한 이러한 느낌과 경험이 지리를 더욱 더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지는 모를 일이다.

무모하다면 무모한 무박 당일의 화대 종주, 화대는 말아먹는 것이 아니라 떼어먹는 것이다. 화대를 그리 즐길 일이 아니다. 혹시 화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화대 말아먹기는 딱 한번만 해보시라, 절대로 두 번은 하지 마시라!

화대 종주를 마치며 수고하여주신 대간거사 대장님과 저와 보조를 맞추어 함께 걸은 배대인님 이하 청야팀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화대 종주 끝]

	손님	06-13	화대 종주를 축하합니다. 종주하신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따끈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마치 제가 종주하는 하는 것처럼 숨이 가빠집니다.(산진이)
	손님	06-13	막강 사다리님들의 무사 화대종주 하심을 축하드림니다. 주유천하님의 화대종주기를 읽으니 화대종주의 희열을 느낌니다. 장정.
	막검	06-13	이번 천하님의 일정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손에 쥐고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너무 부러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화대종주를 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드립니다.
	손님	06-13	수고 많으셨습니다...치밭목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너무나도 끔찍하더군요...다시는 이런 무리한 장거리는 피하고 싶습니다..생생한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메아리
	권태진	06-13	전통적인 지리종주코스인 화대구간 그 머나먼 거리를 당일로 주파하심을 축하드립니다.아마 사다리사단 산행역사에 남을 만한 행사로 기억될 것입니다.그런데 12시간에 끝냈다는 그 非人間的인 싸나이는 누구입니까?
	마구령	06-13	화대종주산행을 축하드림니다. 다리들은 괜찮습니까? 대단한 분들임니다.산행기잘읽었습니다.
	손님	06-13	저두 작년에 지리를 좀 맛본 적이 있었죠. 주유님처럼 저도 지리가 포근한 육산인줄 알았는데 첨부터 끝까지 바닥에 웬 그리 돌이 많은지...너덜의 연속이더라구여. 그게 누가 그러는데 하도 사람들이 지리를 많이 다녀 땅속에 묻힌 돌들이 드러났다고...머 신빙성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여.. 천황봉 지나면서 고생하신 게 눈에 선합니다. 강렬한 기억으로 영원히 가슴 속에 남아있을 또 하나의 산의 추억이 생기셨습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토요일
	홍송과 운무	06-13	토요일 고생많이 하셨읍니다. 고생도 사서하는것이니 오히려 행복이 안닌가 생각되는군요. 부러운 이틀간에 여정을 실감나게 잘읽고 갑니다. 항상건강하시길 - - -
	칼바위	06-13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친 거사대장님이하 종주팀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천하님의 산행기를 보니 그 상황이 가슴에 와 답니다
	신광훈	06-13	다음은 미시령~12선녀탕(남교리)입니다. 대간거사님 속히 추진하십시요. 1달에 1번은 특별산행으로 장거리 산행의 매력을 즐깁시다. 은호
	손님	06-13	주유천하님 거간대사님 배대인님 화대종주 축하드립니다. 저도 생각은 있었지만 시원찮은 무릎때문에 생각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같이 산행 하고싶군요. 夷希微
	산시조	06-13	2002년에 월드컵 축구 중계들으며 성삼재부터 중산리까지 1박 종주하던 생각이 납니다.이것도 힘들어서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온 기억이 새삼스러운데 하물며 화-대종주라뇨, 저는 아예 1박이라면 모를까 극기훈련 같은 산행은 피하고 싶습니다.
	대간거사	06-13	주유천하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참가하신 모든 회원님들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처녀출전에 엄청난 주력으로 사람 주눅들게 한 양기언님, 사다리 불굴의 여전사 빛샘님의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산사	06-13	우~와! 모든 분들 무쟈게 추카 드립니다. 배가 좀 아프지만 ...
	구준봉	06-13	13년전(92년) 서울역서 밤차를 타고 같은코스를 산행하였는데 2박3일이 소요되었습니다. sadary 전사들 여하튼 대단 해~ 유 완주 축하드립니다.
	산지기	06-13	산행에 참여하신 여러분들 참으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다행인것은 그 긴코스를 아무도 부상없이 하산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고생은 되었지만 모두들 즐겁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도 다리가 뻐근한 만큼 뿌듯합니다. 향후 좋은 산행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기대합니다.
	억새	06-13	참가하신 모든분들 무사완주 축하드립니다. 대단들 하시네요.홍일점도 한분... 놀랍습니다. 이근용님 하늘재님 언제 한번 뵈야할텐데.. 미안해 죽겠네요. 젠장...사무소 산악회도 맞추어놨더니만 대기하다 팔려 가지도 못하고...
	손님	06-13	화대 종주전의 흥분, 종주후의 성취감, 산행기를 읽고서는 찐한 감동이 따불이 됩니다. 늘 좋은 글에 감사하고 있답니다. 참가하신 모든 님들 고생많으셨습니다. 산정무한
	산산산	06-13	화대종주 ! 마치신분들 대단합니다. 놀랍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손님	06-13	주유천하님 완주 축하드립니다. 하산로의 너덜길 다시는 생각조차도 싫었는데,하루 지나니 고생이 희열로 바뀝니다. 대간거사 대장님 감사드리고요,함께 하신 모든 님들 종주를 축하 드립니다. -반원-
	주유천하	06-13	댓글을 달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댓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같이 화대종주를 하신 분들(메아리님, 은호님, 거사대장님, 산지기님, 산정무한님, 반원님) 이외에 축하와 격려를 해주신 산진이님, 장정님, 막검님, 권태진 선배님, 마구령님, 토욜님, 홍운 선배님, 칼바위님, 夷希微 변회장님, 산시조님, 산사님, 구준봉님, 명성만을 알고 있는 억새님, 산3 선배님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주유천하 올림.
	강재민	06-13	정말 어려운 걸음하셨고 무사종주를 축하드립니다. 작년 대간산행을 같이 한게 벌써 옛일이 되었습니다. 대간산행중 무릎이 안 좋으셔서 어쩌나 했었는데 닭발의 효력으로 대간산행 종주를 완료하시고 이젠 화-대 종주를 완성하시다니요. 이젠 주유천하님도 무림의 고수가 되시니 저 같은 범인과 함께 할 산행이 있을런지요.
	까 만 돌	06-14	천하님 산행에 지친몸을 빨리도 추스리시고 대장정의 산행기를 꼼꼼하게도 실감나게 쓸수 있다는것이 역시 무림의 고수의 면모입니다.
	주유천하	06-14	강재민님 반갑습니다. 저는 고수가 아니라 여전히 하수일 뿐입니다. 그리고 산에서는 고수 하수의 구별이 무의미하지요. 저가 작년에 백두대간 삼도봉-황악산 구간 종주시 무릎통증 때문에 중간에 우두령에서 탈출 할 때 강재민님이 바로 같이 있었지요. 언제 다시 같이 산행을 같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까만돌님, 자신의 의지대로 꾸준히 진행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 산행에 뵙겠습니다.
	개마고원	06-14	화대종주를 축하드립니다...십여년 전엔 2박 정도는 해야 했고...몇년전부턴가는 1박정도는 해야 가능한 산행인데 무박으로 하셨다니...놀라울 따름입니다...지리산천을 주유하신 님이 부럽습니다...^^굿럭~~
	천석고황	06-14	함께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꼼꼼한 산행기록으로 아직도 지리산에 있는것 같습니다. 주유천하님 역시 고수이십니다.자주 뵙겠습니다.
	빛샘	06-14	천하님! 말아먹는것과 떼어먹는것이 저는 아리까리하네요. 저는 떼어먹은것인가요? ㅎㅎ 일일이 기록하고 사진찍고 하시면서 산행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연봉들을 거느리고 끝에 의연하게 있던 천왕봉의 자태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까 만 돌	06-14	빛샘님 중산리로 가셨다고 지리종주를 못하신건 절대 아님니다. 일부 산악회 에서도 지리산종주를하지만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드물고 거의가 성삼재~중산리 좀 더 길개 특이한(기인들) 경우가 화엄사~중산리 특별하게 기이한 분들이나 화엄사~대원사 일명 화/대 종주라하죠. 고로 빛샘님도 기인에 속하는것입니다. 화대를 떼어 먹기는 저도 마찬가지죠 대원사를 비껴 갔으니까요. 빛샘님! 정 억울하시면 지리종주 한번 더 하시죠. 저도 가능하면 따르겠습니다. 주능선은 이번에 해 보셨으니 이번엔 반대로 동부능선에서 시작하여 대원사로 일명 어/대 종주로요. 그쪽 길이 청정지역이라 호젖한 산행길 이며 아마도 거리도 더 멀고 더 빡씰거 같은데요. 구미가 당기시면 반원님께 압력을 넣으셔셔 한번 계획 함 잡아보십시다.
	주유천하	06-14	개마고원님,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언제 산행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천석고황님, 다음에도 계속 산행을 같이 하시죠. 사다리의 여전사이신 빛샘님, 저희들과 같은 얼치기들은 빛샘님의 주력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좀 슬슬 가시죠. 말아먹는 것과 떼어먹는 것의 차이는 글자 그대로이고, 정 모르시면 반원님께 여쭤보시죠.ㅎㅎ 까만돌님, 동부능선의 '어'자가 어디를 말하는지 모르지만 화대든 어대든 좀 참으시죠. 저는 떼어먹겠습니다.
	정문종	06-15	이제사 인사드립니다. 그날 너무 좋았습니다. 천석고황, 대간거사, 신가이버, 주유천하, 메아리, 반원, 빛샘, 까만돌, 배대인, 베리아, 은호, 벽산, 이근용, 안트콩, 황광수, 한형 등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유천하님 대단하십니다. 그 경황 중에도 저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충실한 기록을 남겨 주시어 축복 받은 산행을 더욱 빛내주시는군요. 감사드립니다. 천석고황 형님 감사합니다.
	반원	06-15	정문종님! 반갑습니다. 우리가 지리도사님을 만나 좋은 곳 안내 받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운이 좋았단 생각이 듭니다. 감사 드리고, 산행길에 또 뵙기를 바랍니다
	주유천하	06-15	정문종님 반갑습니다. 다음 산행에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인택]

10월3일 화대종주를 시작합니다. 넉넉하게 2박3일 일정으로 잡았지만 비박장비와 취사장비 식량등을 준비하려니 걱정이 앞섭니다. 차라리 무박종주로 한방에 찍어버리면 좋을것 같네요....산행기를 훓어보니 벌써 종주를 마친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도일주 한번 같이 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