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누워있던 아리따운 러시아언니는 남자친구가 올때까지 한참을 내 옆에 누워있었고,
(이놈의 인기는 러시아언니에게도 먹히는건가?)
남자친구가 오자, 내게 수영할 때 춥지 않았냐고 묻는다.
추워서...얼어죽지 않기위해 더 열심히 수영했다고하니, 환하게 웃는다.
이 언니는 너무 추워서 금방 나왔는데, 내가 계속 찬물에서 놀길래 놀랐단다.
사실... 난 너무 행복해서... 빙하가 동동 떠 다닌다 해도 수영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8시 30분.
저녁식사를 하라고 한다.
낮에는 자리를 잘못잡아 여섯명이 앉는 테이블의 끝 모서리쪽에 앉게되었고, 반찬을 먹으려면
반대편 음식은 손이 닿지 않아 좀 불편했기에...이번에는 잔머리를 굴려본다.
일찍 가서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누구하나 빠짐없이 음료나 맥주를 주문했고, 나도 따라 주문했다.
생선조림, 고기야채볶음, 찐새우...
가운데 앉으니...계획대로 음식을 먹기에는 좋은위치였으나,
날 사이에 두고 내 좌우사람이 영어로 대화하면 난 가운데서 머리가 띵해지는 것이 하나 단점이었다.
새우가...좀 작길래 껍질 까지 통째로 먹었더니.
새우 까고있던 서양인들 이걸보고서 난리가 났다.
"이렇게 먹어야 콜레스트롤이 높아지지 않는거라구."
설명을 해 주어도, 껍질채 먹는 건 상상도 안해봤나보다.
왠지 여기서 나도 껍데기 까서 먹으면 지는 것 같아, 끝까지 껍질채 먹는다.
식사가 끝날즈음 나온 수박도...
씨까지 삼켜준다.
"너도 해봐, 편하고 좋아~~~."
왠지...이렇게 해야 이기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혹시 나라망신 시키는 건 아닐까 싶어, 잊지않고 한마디 했다.
"나만 그런거다...한국인이 다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좀 특이식성이다."
꼬랑지를 살짝 내려본다.

이 자리는 Chan의 자리.
내자리는...

조금 더 넓다.
찬이 고르라길래...
내가 더 뚱뚱하니 넓은침대를 쓰겠다 했다.(뻔뻔한 구리오돈)
이후로 Chan은 담배가 피우고싶을때마다 저 창밖으로 나가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안피우는 나를위한 배려였는데, 난 저러다 바다로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으나,
여행내내 떨어지지는 않았다.
다시 식당으로 올라가 보니, 가라오케 기계가 켜져있고, 가이드가 베트남어로 노래를 부르고있다.
이어 나에게 마이크가 왔고, 신곡이 전혀없는 상황이라, 총각시절 즐겨부르던 김민종의 "귀천도애"를 불러준다.
아무도 다음노래 안부르길래, 서양인 한명 억지로 끌어다 마이크 쥐어주니,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부른다.
다시 마이크는 주인없이 떠돌다가 내게왔고, ABBA의 "I have a dream"을 불러주었으나 호응이 별로 안좋다.
이어...
호주할아버지는 가이드에게 항의한다.
"다 다른 언어권 사람들 데려다 놓고 이건 아니다. 그냥 놀게 둬라."
하여...
억지마이크는 더이상 오지 않았으나, 낚시대 달라는 내 요구에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돌아온다.
졸리기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방안에서 배기가스냄새가 진동한다.
하필 발전기가 우리 방 옆에 있어서 소리도 시끄럽고, 배기가스냄새도 꽉 차 있다.
가이드에게 방을 바꾸어달라 하니, 빈 방이 없어 미안하단다.
잠시 침대에 누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를 고민하다가
...
쿨쿨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신기해 하며 계속 잔다.
4월 2일. 토요일이다.
04:30분 기상.
어제 시끄럽던 발전기는 꺼져있고, 아무런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다.
천정에서는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우리집 천정에 사는 쥐들이 날 따라왔는지, 똑같은 발자욱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어제 구름이 많아서인지 별 하나 못봤는데, 해돋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

해는 보이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밝아오더니 나에게 들키지도 않은 채 승천 해 버렸다.
허전한 마음에...
고릴라삼각대로 혼자 놀기에 임한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찬은 아직도 자고있다.
아직 어린 친구라 잠이 많은걸까...
구리오돈의 오지랖이 찬을 깨워버렸다.
"밤에 잠 안자고 뭐했어요? 낚시라도 하다가 늦게 잔거예요?"
"아니요"
"그럼 밤에 잠 안자고 뭐했길래 못일어나요?"
물으니...
한숨을 한 번 크게 쉰 다음 말을 이어간다.
"코를 고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잠을 잘 수 없었어요."
허걱...
나 때문이었구나.
첫날밤 너무 무서워서 못 잔거 어제 마음놓고 푹 자느라...
찬에게 또한번 몹쓸짓을 했구나 싶다.
미안해서, 더 자라고...밥먹을 때 깨워주기로 하고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호주언니가 홀로 있다.
구리오돈...
짧은 영어로 이 언니와의 대화에 도전한다.

내 방에 쥐 있다고 하니,
"쥐가 바닥에 다녔냐, 천정으로 다녔냐?"묻고
천정에 있었다는 내 말에 다행이란다.
푸근해 보이는 이 언니...
마음씨도 참 따뜻하다.
내 버벅거리는 이야기 다 들어주고...
나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끄똑끄떡 호응 해 주는 언니에게 나의 고민을 하나 털어놓았고, 잘 될거라며 토닥여준다.
영어로...고민을 털어놓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계란후라이, 베이컨, 식빵, 치즈, 버터, 딸기쨈, 바나나...
아침식사를 하는데, 옆에 못보던 작은 박스가 있고, "Tip for crews"라고 되어있다.
호주할아버지 "뭐라고 적어서 달라는거야?"그러면서 농담하고, 내가 좀 넣으려고 하자 다들 말린다.
말리면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줄 필요 없다는 것 같아, 돈 굳은 걸 내심 기뻐한다.
헤어질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 걸 다들 느끼는지라, 더욱 살갑게 군다.
이번에는 호주 할아버지가 농담을 좀 심하게 했고, 당하던 타일기술자호주아저씨가 "Behave yourself!" 그러는데...
이번에는 나도 그 뜻을 알아듣고는 함께 웃었다.
얼마만에 남들 웃을 때 웃는 이유를 알고 웃는건지...
웃겨서 웃은것도 있었지만... 기뻐서 더 크게 웃었다.

이 분이 바로 호주할아버지.
내 방 천정에 쥐가 있다고 하자,
당신 방에는 코끼리 있다고 받아치시는 유머러스한 분이시다.
또한 옛날한국사람들은 밥먹을 때 말 안하고 밥만 먹었다고 이야기하다가 막히니까,
"트레디셔널" 그러면서 내 짧은 영어를 거들어주려 노력하셨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는 태국아주머니에게 도전.
태국에 열흘후면 갈꺼라 했더니 당신도 다음주면 집(치앙마이)에 가신다고...
반가운 마음에 "난 방콕을 사랑한다."며 침을 튀겨가며 아양을 떨었다.
이 아주머니에게는 하나 바라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치앙마이라던데, 혹시라도...
집에 놀러오라는 말이 듣고 싶었다.
다른분들 여행기 읽다보면 외국친구의 집에서 잤다거나, 결혼식에 참석하셨다거나,
생일파티에 갔다는 내용을 볼때마다 부러웠기 때문에 더욱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눈 본적 있느냐?"는 내 물음에 남편 따라 간 시댁(벨기에)에서 봤단다.
나중에 나중에 여행하다가 안 사실인데...
치앙마이분들과 방콕분들은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런것도 모르고 "태국" 그러면 "방콕"밖에 모르는 나의 무지함이 빚어 낸 실패였다.

1박 2일 함께 지냈을 뿐인데, 가족처럼 느껴졌던 건 나혼자뿐이었을까?

저 바위는 "키스하는 바위"라고 유명한 바위라니 사진 한 장 찍어주고...

도착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은 이곳에서의 마지막 추억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관광객중에 베트남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좀더 친숙한 대화를 갖는다.

친해졌으니...나이도 한 번 물어본다.
"나 37살이야."
"나도 동갑이야."
엥?
믿을 수 없어 내 여권 보여주니 그녀도 보여준다.
우리 애 13살이라고 하니, 이 언니는 16살짜리 애 있단다.
이후로 우리는 Friend로 부르며 더욱 더 친숙하게 지냈고, 우리의 하롱베이투어는 끝나가고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했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하노이로 돌아오게된다.
아래 사진은 식당에서 본 예쁜 수건접기.

어떻게 접은건지 궁금해서 풀어보기로 했다.



막상 풀어놓긴 했는데...다시 접지는 못했고...
종이접기 좋아하시는 분은 한 번 도전 해 보시길 바라면서 하롱베이투어를 마칠까 합니다.
첫댓글 선상 투어 1박이군요 저는 깟바섬에서 1박 했는데 그때는 야경 구경도 하고 벳남 커피도마시고...
같은 곳에 가도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다른 걸 즐기고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커피를 안마시니...
이번 여행내내 한번도 안마셨거든요. 벳남커피 맛있다고는 하시던데요...
요즘 베트남 여행기 읽으면서 혼자 떠나볼까 고민중인데 수호씨의 여행기 읽으며 용기 얻고 있어..
점점 흥미로워지는 여행기..넘 재밌게 읽고 있으니까 댓글없다 의기소침 하지말고 계속 이어가길 바래..아쟈 !! 구리오돈~ ^^
우와~~~ 누님 너무 반갑네요. 당장 가서 다음편 올릴께요.
참 정성스럽고 세심함이있는 살아있는 여행기...
즐기고 감사함을 전합니다..
댓글이 참 많은 힘이 됩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사진보니 몸무게 그대로가 좋은듯 싶네요...
기냥 보기 좋은 중년의 몸 임니다....
서서히 욕심내지 마시공....
나이먹고 몸무게 마이 빼놓으니까 ...
별로 던데요...
당사자는 흐믓해하는데...
주위에서 보기에는 영락없는 E.T. ㅋㅋㅋ...
괜스레 감량의 의지를 꺽나요?? (수호님)
ET요?
으악~~~~~~~~~~~~~~~~~~~~~~~~~~~~~~~~~~~~~~~~~~~~~~~~~~~~~~~~~~~~~~~~~~~~~~~~~~~~~~~~~~~~~~
하롱베이 꼭 가보고 싶어요....좋은 구경 했습니다.
네...
꼭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