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의심 없이 쓰고 있는 말 가운데에도 알고 보면 잘못 쓰고 있는 것들이 간혹 있기 마련이다.
① "오늘이 몇 월 몇 일이지요?"
② "하늘을 날으는 슈퍼맨!"
③ "그 사장은 참으로 야멸차다." 등의 문장들에는 각기 잘못 쓴 낱말이 한 개씩 들어 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가는 어느 기회에 매우 난처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이 곳에서는 이들 문장에 포함되어 있는, 자주 틀리는 낱말 몇 개를 살펴보자구요.
⑴ '몇일'과 '며칠'
지난날에는 이 두 경우를 모두 인정했다.
'몇일'은 "오늘이 몇 일이냐?"에서와 같이 '몇'이 관형사로 쓰일 적에, 그리고 '며칠'은 "며칠 뒤에 보자."처럼 '며칠'이 이름씨로 쓰일 적으로 각각 구별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나,1988년 새〈한글 맞춤법〉에서는 '몇일'과 '며칠'을 모두 '며칠'로 통일했다.
따라서 어떤 경우이든 '몇일'로 적으면 틀리다라는 말씀.
우리말의 합성어에서는 뒤에 오는 관형사의 머릿소리가 '이'일 경우 앞에 붙는 말의 받침이 대표음으로 바뀌면서 사이에 'ㄴ'이 덧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을 보자.
앞일 : 〔압일〕→〔암닐〕(*[아필]이 아님)
낮일 : 〔낟일〕→〔난닐〕(*[나질]이 아님)
'며칠/몇일'의 경우, 이 낱말이 '몇+일'로 분석될 수 있는 합성어라면, 위의 발음 법칙에 의하여 그 발음이〔?일〕→〔면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면닐〕이 아니라〔며칠〕로 발음되므로 소리대로 적어 불규칙성을 반영하도록 한 것입니다.
⑵ '날으는 슈퍼맨'과 '나는 슈퍼맨'
"하늘을 나르는 슈퍼맨"이라고 한다.
이것은 "하늘을 나는 슈퍼맨"으로 고쳐 써야 한다.
'나르다'는 '옮기다, 운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타동사인데, '하늘을 나르는'이라고 하면 '하늘을 옮긴다'는 뜻이 되니,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이는 가능하지도 않은 엉뚱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곧, "나는 슈퍼맨"이라고 하면 두 가지 뜻을 가지게 된다.
하나는 '내가 슈퍼맨'이라는 뜻이요, 또 하나는 '공중을 날아 다니는 슈퍼맨'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나는 나는 슈퍼맨"이라고 하면 '나는 날아 다니는(flying) 슈퍼맨'이라는 뜻이 된다.
어쨌든 "날으는 슈퍼맨"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니 유의하기 바람.
⑶ '야멸차다'와 '야멸치다'
우리는 흔히, 남의 사정을 돌보지 않고 제 일만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참 야멸차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
이러한 뜻을 가진 낱말은 '야멸치다'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이 문장은 "저 사람 참 야멸치다."로 해야 한다.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로 '매몰차다'는 말은 있으되 '야멸차다'라는 말은 우리 국어 사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를 묘사하는 말 가운데에는 이 밖에도 여럿 있다.
기운차다: 힘차다.
대차다: 성미가 굳고 꿋꿋하다.
세차다: 힘있고 억세다.
옹골차다: 옹골지고 기운차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유의 낱말에는 한결같이 '-차다'가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태도가 차고 매섭다'는 뜻을 가진 '야멸치다'를 '야멸차다'로 혼동하여 잘못 쓰고 있는 현상에는 아마도 위와 같은 낱말들과의 연상 작용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