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면 하루종일 교회에 있다
답답하거나 우울하고 살랑 바람이 불어
그 바람을 따라 어디든지 가고 싶다는 마음일때
차끌고 책한권 또는 악기를 들고 나갈때 빼고는
집아니면 교회에 있게 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하루종일 교회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버릇이 되어졌나보다
만날사람이 없기도 하거니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 교회에 있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교회 지하에 있는 준비실은 악기를 연습하는 곳이다
한참 악기연습을 하고 있는데 배가 고파옴을 느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인간임에
약간의 비애를 느끼면서 준비실을 나왔다
교회에는 고등학생 남자애 하나가
찬양대 연습 시간을 기다리며 앉아있다
야 영광아 나 배고파
우리 밥 먹자
교회 식당에는 밥은 있었으나 국도 반찬도 마땅치 않은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다
배를 채우는데 이렇게 신경써야 한다는 사실에서
또 다시 조금쯤 비애를 느꼈을지 모른다
야 그냥 우리 나가서 먹자
누나 돈 하나도 안가져 왔는데
쫌 사주라
착한 후배는 그러자고 하며 교회 문을 나선다
나서며 한마디 했다
오예에--- 앗싸 --- 얻어 먹는다
비싼거 먹어도 되지?
자식은 역시 어정쩡한 대꾸를 한다
그 그래 누나 좋을 대로 해
그래? ㅋㅋㅋ 그럼 우리 순대 국밥 먹으러 가자
이리하여 순대 국밥을 먹으러 시장 한켠에
파라솔과 멍석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순대 국밥집을 갔다
노점상이라 당연히 길거리에서 먹는것과 진배 없는 그런 곳인데
동네 아저씨들의 아지트랄까 뭐 그런 곳이다
당연히 막걸리와 소주 냄새가
그곳이 그곳임을 증명하는 하여간 그런곳에서 우리는
짧은 고민끝에 순대국반 하나와 선지 국밥 하나를 시켰다
나올때 알고 보니 그집은 그 두가지가 그집의 주요 메뉴이자
유일한 메뉴기도 했지만.............
누나는 겉으로는 되게 깔끔하고 보수적이고
이런것은 쳐다도 안볼것 같이 생겼는데
의외로 이런것도 좋아하고 성질도....ㅋㅋㅋㅋ
뭐시라? 성질이 뭐!
이정도면 성질 준수하지
음식 나오믄 얼른 먹기나 해 이자식아!
얻어먹는 입장이면서도 베푸는듯한 뻔뻔함으로
이눔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주문한 순대국밥과 선지 국밥이 나오고 깍두기가 나왔다
욕심이 많은 나는 두개를 가운데 놓고
같이 이것저것 먹자는 제안을 했다
3분의 1쯤 먹었을까 그런데 점점 배가 불러 오는 것이다
바로 그때 쯤이었다
마흔살쯤 아니 그보단 더 넘었을듯한 아저씨 한분이
내 옆자리에 앉더니 주문을 하신다
여기 막걸리 천원어치 주쇼
그분께 막걸리가 한사발 놓여 졌을때
또 다른 한분이 그분가까이 오셨다
그리고는 꾸깃꾸깃 돈 4천원을 꺼내더니
그중 3천원을 그 막걸리 시키시는 분께 내밀었다
이것 가지고 밥 사먹어
내가 돈이 있으면 더 줄텐데 너도 알다시피
나도 마누라한테 타서 쓰는 형편이잖어
더 주고 싶어도 이것밖에 없어
어서 넣어 둬 그대신 밥 굶지마
노동하는 자는 어디서나 알아볼수 있다
행색을 보니 그분들은 공사장의 인부 인것 같았다
남루하달까 하여간 그런 옷차림이었고
고생에 마르고 작은체구가 한없이 서글프게 했다
그 순간
나는 울컥 목이 메였다
그리고 순대 국밥과 선지국밥 반도 못먹었는데 벌써 배가 부르지만
결코 남길수가 없었다
눈치 빠른 이놈은 내가 억지로 먹고 있다는 사실도
옆의 아저씨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기도 배부르면서 함께 동참했다
막걸리 한사발을 단숨에 마시고
돌아서는 아저씨가 벌써 저만치 였음에도 우리는
억지로 였지만 끝까지 먹어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고 일어섰다
돌아오는 내내 아까 그분들이 기억난다
자신도 없으면서 그 없는것을 쪼개어 내주는 그분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그분의 것을 말없이 받아 넣으시며
연신 고맙고 미안한 미소를 지은 그분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 살며 어쩔수 없이
가난한자 부한자 나뉠수밖에 없지만
가난함을 보며 당연시 할수 없고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었일까
돈 사천원밖에 없었기에 가볍게 나눠줄수 있었을까?
큰것은 쉽게 내어줄수 없기때문에?
그래서 부자가 구제 하는일보다 우리네처럼 서민인 자들이
구제 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일까?
아니 그분은 어떤 연유에서 그돈을 선뜻 내어밀었을까
그런 선은 어디에서 오는가
남에게 칭찬 받기 위함은 절대 아닐테고
밥대신 막걸리로 배를 채우는 그분에 대한 동정심때문이었을까
그런 도움이후에 오는 자신의 평안 때문일까
이런 생각들속에 내 이웃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첫댓글 누나야 보고싶다.... 옛날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