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일 일요일
남편이 중앙일보 국제마라톤 풀코스(42.195km) 뛰는 날이었다.
남편은 아침 아홉 시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한단다.
나보고 우리 집 앞인 송파대로에 아홉시 십분 조금 넘으면 올 거라며 그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곱 시 오십 분쯤에 집에서 나갔다.
남편이 나가고 조금 있으니 남편 직원 부인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마라톤 하는 곳으로 나올 줄 알고 인천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왔는데, 안 오면 어떻하냐는 거였다. 설겆이 하던 손을 놓고 얼른 씻고서 화장을 하고 나니 남편이 송파대로를 지날 시간이 되었다. 서둘러서 막 나가니 남편이 씩씩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둘이 손을 맞추어서 남편한테 힘을 불어넣어주고는 곧장 전철을 타고 잠실종합운동으로 갔다.
마라톤하는 남편 직원들이 놓고 간 가방을 인천에서 온 둘이 지키면서
김밥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히히덕거리며 웃고 떠들었다.
아홉 시 삼십분 조금넘었을 무렵 주황 옷을 입은 사람이 10km 뛴 사람들 가운데 일 등으로 들어왔다. 10km를 뛰었던 남편 직원들이 하나 둘 들어오더니 10시 30분쯤 넘으니 다 들어왔네요.
순천향 대학교병원 직원으로 풀 코스 뛴 사람은 우리 남편이 혼자라서 모두들 사우나 갔다와서 남편을 기다린다고 남자들은 사우나로 갔다.
가방 지키던 우리 둘은 또 둘이 남아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11시 쯤 되니 풀코스 일 등이 들어오는지 카메라 달은 케이비에스 방송국차가 들어오고, 진행요원들이 찬 자동차가 여러 대 지나가네요. 그러더니 기록 표시하는 차와 또 케이비에스라고 쓴 차가 오더니 그 뒤로 곧바로 9번 을 단 백인 마라톤 선수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어서 흑인 2등 3등 4등이더니 우리 나라 선수는 5등으로 들어왔다.
나는 10키로 뛰었던 사람 가운데 우리 시누이 형님이 안 들어와 전화를 하니 풀코스 거리로 잘못 들어가서 다른 곳을 뛰다가 이제 막 가게로 가서 문을 열고 있는 중이라 했다. 신발에 달았던 칩을 오늘 반납해야하는데 어쩌나 하다가 내가 가게로 가지러 갔다. 갈 때는 전철을 타고 가니 금방 갔다. 올 때 그 가게 앞에서는 전철을 타려면 멀리 가야하므로 시내버스를 탔는데, 배명 고등학교 학교 앞까지 가고 다른 곳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곧바로 시내버스에서 내려서 종합 운동장(약 5키로미터)까지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아직 갈 길은 멀은데, 남편이 들어 올 시간이 다 되었을 것 같았다. 택시를 잡으려해도 택시도 없고, 마음만 바빴다. 남편이 어제부터 오른 무릎이 안 좋다던 생각이 나서 나는 걷다가 무사히 남편이 들어오기를 기도를 하면서 걷다가 뛰기도 해서 종합운동장까지 가니 12시 54분이었다. 혹 남편을 만날까 생각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메인스타디움까지 가방을 들고 가다가 칩 반납하러 가는 길목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오른 무릎이 나간 거 갔다며 자꾸 아파했다. 남편은 조금 앉아서 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내가 칩을 반납하러 갔다. 가는 데 보니 막 뛰고 온 사람들은 힘들어서 길이고 잔디고 귀퉁이귀퉁이에서 벌러덩 누워있는게 많이 보였다. 속으로 나는 '저리 힘든 걸 왜 뛰노?' 궁시렁궁시렁 대며 칩을 반납하고 왔다.
남편 직원들하고 맥주 한 잔 하고 우리 둘은 시내버스 타고 집으로 오다가 같이 저녁 겸 점심을 먹고 남편은 사우나로 몸 풀러 갔다. 몸 풀고 오면 몸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
첫댓글 연동아빠 대단해요 정말 고생 했구먼
장부 내조 잘해줘서 고맙고 부럽습니다. 자매님도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