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길 나들이 - 휘향찬란 자개 체험, 비건 식당 오세계향, 무늬공방 오르골 만들기 체험
곧 장마를 앞둔 5월의 끝에서 ‘쌈지길 나들이’를 계획했다. 비 오면 나돌아다니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비 내리기 전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야심차게 일정을 짰건만, 그 전날부터 비 오기 시작해서 당일까지 비 내렸다. ☔️
😤 야, 이 하늘놈아! 나하고 무슨 웬수라도 졌냐! 시각장애인이 외출하기가 막 쉬워 보여? 내가 쉬워 보이냐고!
어쨌든, 하늘한테 코웃음 한번 쳐주고 쌈지길로 출발했다.
🌌 👼 🌌
쌈지길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4
* 장한평역 5호선 기준으로 김포공항 방향 지하철 타고, 종로3가 탑골공원역 하차, 5번 출구로 나가서 낙원상가 쪽으로 가면 됨
🎁 쌈지길 구조는 길이라기보다 건물 안에 조성된 길이다. 사각형 건물에 둘레를 빙 둘러가며 올라가는 식이고, 안쪽에는 여러 상점이 자리해 있다. 지하 1층부터 3층, 옥상 정원이 있고, 1층은 ‘쌈지마당’이라 해서 지붕이 없다.
👉 TIP: 장애인 화장실은 1층만 있다.
👉 TIP: 엘리베이터 있으니 참고 바란다. 휠체어도 탑승 가능하게끔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쌈지’란, ‘주머니’를 부르는 옛말로 보통 소매 속에 넣고 다니는 지갑 등을 의미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동전 지갑 내지는 비상금 보관용 지갑이 되겠다.
- 그런 의미에서 ‘쌈지길’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지갑을 탈탈 털어주겠다는 거리 이름이 아닐까? 👛
1층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 쌈지길 나비 만들기
나비를 그려서 응모해 당첨되면 내가 그린 나비로 굿즈를 만들어준단다.
- 손재주가 별로 없고, 시각장애인은 참여할 수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사진만 찍었다. 📸
쌈지길과 그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엄할 거리, 쇼핑할 것들이 수두룩했다.
- 전통 한과 꿀타래 파는 가게, 고전 음악이 흐르는 찾집 거리, 쌈지길 3층에 위치한 종이 위의 선을 따라 긁어내면 멋진 풍경이 나타나는 스크레치 컬러링 체험 공방까지
장승 포토존이 있어서 지하 여장군과 함께 사진도 찍고
- 장군님, 날씨가 차아암~ 좋죠?
오늘의 운세 뽑기 체험도
- 천 원 넣으면 코인 하나 나오고, 그거 넣으면 운세 종이가 든 공이 뿅~
옥상 정원에서는 쌈지길의 명물이라는 똥빵도 먹어봤다.
- 근데, 이거 생긴 게 너무 리얼한 거 아니니? 진짜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 심지어 보기만 해도 쾌변할 것 같은 포토존도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쌈지길에는 사람이 많았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인파가 바글바글!
🥳 다 나 같은 사람들인가? 비 내려도 이겨내고, 우산 쓰고 놀러 나오는.
얼마간 구경을 하다가 사전에 예약한 체험을 하기 위해 공방으로 이동했다.
쌈지길 체험 공방 예약은 네이버에서 가능하다. 아니면 전화를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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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예약 1: 네이버 예약 - 쌈지길 체험공방
* 날짜, 시간, 인원 수, 체험 종류 등을 사전에 예약할 수 있다.
* 대표 문의 전화: 02-736-0088
👉 TIP: 쌈지길 네이버 예약에서 사전 예약을 할 경우, 중앙센터에서 접수를 일괄 받아 각 공방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신청을 제대로 했더라도 전달이 늦거나 누락될 수 있다. 가기 전에 전화에서 확인하고, 쌈지길에 좀 일찍 도착해서 체험 예약한 공방에 가서 재차 확인하는 게 좋다.
체험 예약 2: 네이버 스토어
* 네이버 예약보다 이쪽이 더 편하다는 인터넷 추천도 있었다.
쌈지길 블로그/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ssamzigil
* 공식 블로그이자 홈페이지로, 쌈지길에 입점해 있는 점포를 볼 수 있다.
첫 체험은 4시 자개 체험이었다. 사전 예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안정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휘향찬란>이라는 자개공방인데, 쌈지길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휘황찬란 아니고, ‘휘향찬란’이다!
- 자개 체험은 이렇게 진행된다.
1. 자개와 나전과 나전칠기의 차이에 대한 설명
🐚 자개는, 가공을 거치지 않은 전복과 뿔소라의 껍데기
🐚 나전은, 그 거칠거칠한 표면을 약품 등으로 가공해 촉감이 부드러운 것
🐚 나전칠기란, 가공된 자개, 즉 나전을 순합장 등에 붙이고 옻칠을 해 만든 공예품
- 오, 유용한 지식 알아간다. 알찬 휘향찬란의 원데이 자개 클래스! 👍
2. 자개 장식할 물건 고르기
* 열쇠에 다는 키링, 핸드폰 뒤에 부착해 손잡이로 쓸 수 있는 그립톡, 여닫을 수 있는 콤팩트 형태의 거울 중 택일
👉 TIP: 시각장애인인 경우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소품 거울을 강추!
- 그래서 나는 거울, 아빠는 그립톡 선택
3. 검은 종이에 연필로 자기가 고른 물건대로 동그라미(거울), 그립톡(네모) 도안을 그린다. 그리고 그 위에 자개 조각을 올려보며 어떤 무늬를 넣을지 구상한다.
* 물티슈를 주는데, 손이 촉촉해야 자개가 내 손끝에 잘 붙어서 종이 위에 톡 안착할 수 있음
👉 TIP: 숲속, 꽃밭, 전통 문양, 밤하늘 등 대략적인 컨셉을 생각해두는 게 좋다.
4. 본격 작업에 들어간다. 접착제 칠한 소품에 아까 구상했던 모양 그대로 자개를 올려준다. 연필 비슷한 도구로 자개 조각들을 소품 위로 옮긴다.
👉 TIP: 시각장애인은 감으로 해야 하는 게 어렵지만, 휘향찬란의 선생님이 잘 도와주셨다. 감사 감사! 🩷
5. 거의 완성된 소품에 자개 가루를 손으로 별가루 뿌리듯 솔솔 얹어주고, 그대로 열처리를 하면 나만의 자개 소품 완성이다.
나름대로 예술혼(?)을 불태운 작품 완성~
- 꽃이 핀 숲속에 나비 한 쌍이 날고, 무당벌레가 어느 이파리에서 쉬는 곳, 어디 바다에라도 다녀온 듯 다람쥐가 동글한 조개 껍데기를 들고 등장, 별이 총총 떠오를 때까지 추억을 얘기하고, 나비와 무당벌레는 각자의 여행을 꿈꾼다.
요게 나의 컨셉인데, 이게 의도하고 된 건 아니고, 자개 막 붙이다가 된 거. 🩷
🤣 아빠가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시네 ㅋㅋㅋ
🐣 💖 🐣
일단 창작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으니, 이제 위장을 좀 채워줄 순서가 됐다.
그래서 찾았다. 일명 비건(채식) 식당 <오세계향>이다.
️ 🍲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2길 14-5
* 런치: 11:30~16:00(15:00 라스트 오더)
* 브레이크타임: 16:00~17:00
* 디너: 17:00~21:00(20:00 라스트 오더)
* 매주 목요일 휴무
* 예약 문의: 02-735-7171
👉 TIP: 계단이 있고 입구가 좀 협소하다. 휠체어 접근 안 되고, 시각장애인도 화분 등 기물 파손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안쪽은 테이블 간격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주문이 키오스크라서 시각장애인 혼자 이용은 무리라고 본다.
<오세계향’의 메뉴는 다양했다.
- 매운 순두부 찌개, 짜장면, 양념 치킨과 프라이드 치킨 등
비건 식당이라 해서 고기 요리가 없는 게 아니다. 그저 대체육으로 요리할 뿐이다.
- 나는 매실채탕수, 아빠는 뚝배기 불고기 주문
버섯과 포두부 등을 활용해서 요리의 맛이 대체로 깔끔했다.
단, 불고기 간은 좀 세서 밥과 먹는 걸 추천함!
배도 채웠겠다, 6시에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위해 쌈지길 ‘무늬공방’으로 이동했다. 1층에 있었다.
도자기를 활용한 앙증맞은 오르골이 가득했다. 체험만 아니었으면 그냥 한 상자 살까 싶더라.
- 오르골 만들기 체험 과정은 이렇다.
1. 오르골 본체 고르기: 우드와 유리돔 중 선택 가능
🎶 우드(나무)보다 유리는 좀 더 값이 나감
- 나는 유리돔, 아빠는 우드 골랐다.
👉 TIP: 나중을 생각해 비싸더라도 유리돔 추천한다. 미미한 움직임에도 초록 잔디가 자꾸 빠져서 유리돔 안 씌우면 편하게 테엽 돌리지도 못한다.
2. 음악 고르기: 클래식, 팝송, 애니메이션 OST, 가요 등 곡 종류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음
🎵 이 작업이 은근 시간 걸린다. 가기 전에 자기 곡 취향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다.
- 나는 슈베르트의 자장가, 아빠는 러버즈 콘체르토를 내 추천으로 선택했다.
3. 액세서리 고르기: 오르골을 꾸밀 다양한 장식을 선택
🎹 아, 소리가 들린다. 결정장애 오는 소리가!
- 나는 잔디밭, 무지개, 빨강 머리 엔, 백구 강아지, 나무를 골랐고, 아빠는 나무와 잔디밭, 폭포, 점박이 강아지를 선택했다.
👛 참고로 각 피규어도 가격을 내야 한다. 쌈지길 체험 중에 오르골 만들기 체험은 가격대 높은 체험군에 속한 것 같다.
4. 조합하기: 무대에 피규어 올리고 글루건으로 고정해 음악 탑재하기
* 글루건 활용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좌우간 우여곡절 끝에 오르골 완성~!
- 꿈 많고 상상력 풍부한 빨강 머리 앤, 소녀를 잊지 않고 머나먼 길을 여행하는 이상적인 강아지 백구, 둘은 무지개를 지나 추억이 기다리고 있는 나무 아래로 향한다. 발랄한 슈베르트의 자장가가 둘의 걸음을 재촉한다.
이것이 나의 오르골 컨셉이다. 물론 즉흥적으로 정하고, 나중에 덧붙였다. 🩷
- 에헴, 원래 해석은 창작 후에 따라붙는 것이여!
🌌 👼 🌌
쌈지길 감상 총평
축제 같은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외국인이 무척 많았다.
체험할 것들도 다양했다. 가격대가 좀 되는 편이지만, 한번 해볼 가치는 있었다.
첫댓글 궂은 날씨에 비해 의미있게 나들이를 마쳤네요.
나전과 칠기의 차이점을 깨달은건, 인생은 쉼없이 공부해도 부족함에 목마를 뿐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