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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21 03:30
살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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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11월 방역 요원이 한 소녀에게 DDT를 뿌리는 모습.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DDT 사용을 전면 금지했어요. /조선일보 DB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에는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니 날파리와 모기 등 각종 벌레들도 출현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청계천엔 모기처럼 생긴 깔따구가 많이 나타나서 시민들이 방역을 요청하는 민원을 넣기도 했어요. 이에 서울시설공단 측은 "지속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면서도 "살충제는 되도록 안 뿌리려고 해서 벌레를 완전하게 퇴치하긴 어렵다"고 밝혔어요. 살충제를 쓰면 청계천에 사는 물고기나 다른 익충,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살충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가정에서 살충제를 많이 써요.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살충제를 많이 쓴 건 가정보다는 농사지을 때였어요. 농사가 나라 살림을 좌지우지한 농경 사회에선 벌레로 흉년이 한번 들면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았지요. 이 때문에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전근대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벌레를 잡았습니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농업 서적 '농사직설'에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씨를 뿌리기 전에 적당한 온도의 물에 종자를 일정 시간 넣어두고 소독하는 '종자침지법'이 소개돼 있어요. 조선 중기에 쓰인 책 '한정록'에는 매우 쓴맛이 나는 식물인 '고삼(苦蔘)'의 뿌리로 병충해를 막았다는 기록이 적혀 있어요. 고삼을 변소에 넣어두면 구더기가 안 생긴다고 해서 많이 이용됐다고 해요. 또 한정록에는 석회수를 뿌렸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농업 관련 책에 유황이나 생선 기름을 이용해 해충을 없앴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천연 재료를 이용하던 인류는 20세기부터 화학 살충제를 쓰기 시작합니다. 바로 'DDT'예요. DDT는 1874년 오스트리아의 화학자 오트마르 자이들러가 처음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합성한 물질이 갖는 살충 효과를 알지 못했다고 해요.
DDT에 살충 효과가 있다는 걸 발견한 건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였습니다. 뮐러는 DDT에 살충 성분이 있다는 걸 발견한 공적으로 1948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DDT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벌레뿐 아니라 사람을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모기와 빈대 등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살충제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가 되면서 DDT는 사용이 점차 금지됩니다. DDT의 살충 성분이 탁월한 만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DDT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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