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6부작은 지금 kbs에서 방영하고 있다.
역시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구나. 좋고 좋다.
특히 1부와 2부를 감명 깊게 봤는데, 2부 '순례의 길'을 보면서 자주 눈물을 흘렸다. 보는 내내 가슴이 울렁거려 견딜 수 없었다. 히말라야와 티벳이 너무나 그립다.
작년 여름 고물 운반 트럭을 얻어 타고 아무리 달려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고도 5000미터의 평원을 기억한다. 순박한 유목민, 그리고 보면 그냥 눈물이 핑 돌고마는 순례자의 청동거울보다 깊은 눈망울, 그립고 그립다.
지난 여행 초반 나와 아내는 티벳 동부 히말라야의 동쪽 끝에 해당하는 이장과 다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쿤밍으로 내려와 베트남으로 들어갔었다. 다리에서 히말라야의 동쪽 끝이라는 호도협 트레킹을 하고 히말라야가 너무나 그리워 네탈로 들어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더하고 인도로 내려가기로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다리에서 티벳으로 가는 단체 여행 상품이 있었지만 150 만원 정도 하는 터문니 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그곳은 예전에 중국에 대한 반란이 자주 있었던 곳이라 특히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간혹 몰래 현지인들 틈에 끼여 티벳 동부로 잠입하는 여행자들도 있긴 했지만, 우리 계획은 일단 베트남으로 가고 이듬해 여름에 파키스탄으로 해서 티벳 서부로 집입하는 것이었기에 미뤘다.
그런데 이번 <차마고도> 다큐를 보며 비로소 차마고도가 꿰뚫는 동부 히말라야 고원과 티벳 내륙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내가 히말라야나 티벳 내륙을 돌아다니며 본 풍경과 풍토가 유사해 반가웠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히밀라야와 티벳은 마구 그립다. 나는 요즘 며칠 그놈의 히말라야와 티벳이 떠나지 않는다.
라사에서 사온 음반(유목민들이 부르는 고성방가)을 틀어놓고 들으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온다. 그때 아내와 얻어 탄 고철 운반 트럭 위에서 티벳인 5명과 함께 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청년이 내내 고성의 민요를 불러댔다. 우리 나라 농촌 할머니들이 정선 아리랑 같은 걸 부를 때처럼 생생한 감동에 젖으며 때론 비바람과 우박을 맞으며 며칠을 보냈다. 정말 전문 가수의 노래와 이름 없는 중생의 노래는 감동의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다.
라사 바코르 광장에서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고성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순례자인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돈을 주었다. 곧 공안이 와서 할머니를 금지시켰지만-중국은 티벳들이 모이는 걸 참 싫어한다-, 할머니의 노래의 감동을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티벳에 가기 전까지는 정말 유목민들의 한 두세 옥타브 높은 고성의 노래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나 고도 5000미터의 평원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라사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네들의 유행가를 들은 뒤로는 그 고성의 노래들을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부 '순례의 길'을 보면, 티벳인의 심성과 사유, 그리고 삶의 진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