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식 지방세제도연구위원장
비거주자가 국내소재 부동산을 양도한 경우, 소득세법 제121조에서 원칙적으로 거주자와 같은 방법으로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의 이행절차에서도 원칙적으로 비거주자와 거주자를 똑같이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재외국민이 부동산 매도용으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 단서에 따라 관할세무서장의 사전확인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소득세법상 비거주자로서 재외국민인 미국(어느 나라이든 상관없다. 이하에서는 같다)의 영주권자가 인감증명서 발급받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선납(先納)해야 한다.
이에 반해 재외국민이 아닌 시민권자는 인감증명서가 필요 없다.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선납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실무관행으로 영주권자와 같이 취급하여 법에도 없는 대리납부(?)를 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구분하여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의 이행절차에 따른 실무현황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각각 상속받은 국내 부동산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계약(이하 “협의계약”이라 한다)으로 양도하였다고 하자.
먼저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를 본다. 시민권자가 매매계약서와 토지 소유권이전등기 서류에는 인감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자필서명이 필요하다.
때문에 반드시 미국에서 공증 받은 ‘미국 시민권자의 거주확인서’와‘서명확인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시행청은 세무서장이 양도소득세가 제대로 계산되었다고 확인한 양도소득세 신고서와 납부서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ⅰ)양도자는 여권번호를 기재한 양도소득세 신고서를 물건소재지 관할세무서에 접수하고, ⅱ)담당 세무공무원이 세액계산 등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검토한 다음, ⅲ)사업시행청 담당자와의 전화통화로 신고내용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나면, ⅳ)그때 세무서에 제출한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신고서 사본 및 납부서를 사업시행청에 제출한다.
그런 후 사업시행청이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직접 양도소득세를 은행에 납부하고 그 잔액을 시민권자의 계좌에 이체해주면서 세금 납부영수증 사본을 시민권자에게 교부해 주고 있다.
시민권자는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토지보상금에서 양도소득세 등 소요비용을 제외한 금액에 대하여 ‘부동산 매각자금 확인서’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하고 양도자금을 미국으로 송금하는 절차를 취하게 된다.
한편 시민권자는 미국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등을 받으려면 관할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은 영문 납세사실증명서에 대한 아포스티유(Apostille ; 아포스티유 협약에 따라서 외교통상부와 법무부가 우리나라 관청이 발행한 문서임을 확인하면, 다른 협약국에서 추가적인 확인절차 없이 곧바로 공문서로서의 효력을 인정받게 되는 제도를 말한다)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납세사실증명서 발급절차에서 토지수용보상금 수령용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면서 은행에서 부여받은 전산시스템용 고유번호 등은 과세관청의 전산시스템과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양도소득세 신고서에는 외국인여권번호를 기재하지만 전산시스템은 여권번호체계로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별도의 본인입증 및 납세사실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세무사가 양도소득세신고를 대리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시민권자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두는 것이 좀 더 쉽게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다음으로 미국 영주권자의 경우를 본다. 협의계약 체결 시에는 인감도장을 날인해야 하고, 재외공관장이 발급한 재외국민등록원부와 국내 최종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그런데 인감증명법상 관할 세무서장의 확인도 병행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서 먼저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거주자의 경우에는 양도일이 속하는 달 말일로부터 2월내에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면 되지만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비거주자에 해당하면 양도일 이전에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하기 때문에 부당한 차별취급이 된다. 이 경우 양도부동산 외에 국내에 아무런 생활 기반이 없는 영주권자로서는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토지수용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청이 주선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세금을 먼저 납부하고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는 것이 실무관행이다.
그 후 사업시행청이 토지보상금을 지급할 때는 사전에 금융기관과 약정한 대로 원리금을 먼저 상환하고, 잔액만 영주권자의 계좌로 송금해 주고 있어 이자부담은 세금 외에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조세법률주의원칙에 의하면 납세의무이행절차까지도 법률에 의해 적정하게 담보될 것이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앞서 본 실무관행을 기준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조세법원리에 반하는 선납문제
소득세는 “과세기간이 끝나는 때”에 납세의무가 성립하지만,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는 원칙적으로 잔금청산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에 납세의무가 성립되고, 납세의무의 확정은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에 신고하는 때에 확정된다(국기법 21·22).
위 사례에서의 비거주자들의 경우 법률이 정하고 있는 납세의무의 성립일과 확정일 이전에 납세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납세의무자가 대금수령이익을 위해 기한의 이익을 포기한 경우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가 성립도 되기 전에 오로지 실무관행상 사전 신고·납부가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납세의무가 성립·확정된 이후에만 납부(징수)가 가능하다는 조세법원리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관행이다.
2) 불법적인 대리납부문제
사업시행청이 시민권자에게 매매대금 지급과정에서, 시민권자가 대금을 수령하여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상당액은 매매대금지급에 갈음하여 매수자인 사업시행청이 직접 은행에 납부하는 실무관행은 실정법상 근거가 없는 관행이다.
3) 납부자금문제 등 거주자와의 형평성 문제
비거주자의 부동산 양도소득은 거주자와 같은 방법으로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소법 121).
따라서 양도일이 속하는 달 말일로부터 2월내에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면 된다. 사례의 경우처럼 미국 시민권자는 사업시행관청의 대리 납부로, 미국 영주권자는 부동산매매용 인감증명을 받기 위한 절차상의 이유로 납세의무가 성립되기도 전에 세금 납부를 강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오직 세수일실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관행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 사인 간의 거래에서 비거주자가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에 대한 적정한 분할 수수방법을 통하여 양도소득세 납부에 따른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관청 등이 매수자가 되어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매매대금 전액이 일시불로 지급되기 때문에 양도인으로서는 양도소득세의 선납을 위한 자금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이다.
4) 비거주자의 국적에 따른 형평성 문제
사례와 달리 일반적인 사인간의 부동산거래에서 보면, 비거주자 중 외국 시민권자는 인감증명 없이 본인서명으로 유효한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기한까지 신고납부해도 되는데 비해, 비거주자 중 외국 영주권자는 인감증명발급절차상 납세의무가 성립되기도 전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잘못된 차별이라 할 것이다.
또한 비거주자 중 외국 시민권자는 양도소득세 신고서에 여권번호를 기재해야 하는데, 관청이나 은행 컴퓨터시스템 간에는 양도인의 이러한 고유번호가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납세의무이행절차상 또 다른 어려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비거주자의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절차를 보면 불합리정도를 넘어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납세의무의 성립·확정이후에만 납부 또는 징수가 가능하다는 조세법원리 위배문제는 물론이고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불평등, 비거주자들 간의 불평등 등의 문제점들은 관련법령들에서 입법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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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93호(201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