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수의 카자흐스탄 견문록 - (2차카작행91) 우산 안 쓰고 사는 사람들
웬일인지, 이곳 사람들, 비가 와도 우산들을 잘 안 씁니다. 이슬비가 아니라 주룩주룩 내리는 데도, 많은 이들이 그냥 맞고 다닙니다.
왜 그런지,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물었더니만, 몇 가지 추정을 하였습니다.
첫째, 이곳은 원래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이라서 우산 없이들 살아왔다는군요. 우리야 사철 비가 오는 데다, 특히 여름철이면 장마에 홍수까지 나곤 하니, 우산이 필수품이라서, 결혼식이라든지 잔치 답례품으로 우산을 주기도 하지만, 여기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비 오는 일이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보니 집에 우산이 갖춰지지 않아, 비가 와도 그냥 맞고 다닌다는 거지요.
둘째, 요즘들어 예전에 비해 비가 더러 오는 편이니 마땅히 우산을 휴대해야겠으나, 우산 값이 만만치 않아 그냥 다닐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 우리도 이곳 슈퍼에서 우산 하나를 샀는데, 무려 16,000원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5천원이면 사는 우산이 그렇게 비싼 것이지요.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라지만, 너무 비싸다 싶어, 우리는 아직까지 그 우산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니 교사 교수의 월급이 20만원 수준인 이곳 사람들이, 자주 오지도 않는 비 때문에 우산을 사둘 리가 없지 않을까 싶으니, 이 추정도 맞을 듯합니다. 그때 우산을 사면서 보니, 여남은 개 우산이 걸려 있었는데, 그나마 대부분이 고장이 난 상태였는데도 교체할 생각을 안한 걸 보면, 정말 찾는 이가 없거나 드문 게 분명합니다.
셋째, 이곳에서는 비가 드물 뿐만 아니라, 온다 해도 잠간 내리다 그치기 일쑤인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나온 태양볕이 얼마나 강렬하고 대기도 건조한지, 젖었던 게 금세 말라 버리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설명이 가장 그럴 듯합니다. 우리와는 달리 태양볕에 쪼이기만 하면 이내 말라버리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귀찮게 우산을 휴대할 필요는 없겠기 때문입니다.
넷째, 이건 내 추정입니다만, 하도 비가 드문 지역이다 보니, 비가 오면 반가워서 그냥 맞고 싶어하는 심리들이 거기 보태지는 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마치 어린 시절, 비를 쫄딱 맞으면서 마냥 쏘다니던 우리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요즘들어 비가 많아지고 있고, 두 자리 숫자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이 나라에서도 비오는 날이면 많은 이들이 우산 쓰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비맞고 그냥 다니던 옛날 추억을 말하며 웃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