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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하가 다 덥다
햇빛이 미동없이 뜨겁다. 그림자도 뜨겁다. 오랜만에 올라가 보는 범어사에는 이제 공사를 하지 않는다. 대웅전 앞에 텅 빈 마당은 단정하고, 건물들 마다 하얀 뭉게구름을 이었다.
사람들은 누각 그늘아래서 편안한 얼굴로 앉아있다.
대웅전에서 화엄전 올라가는 길, 푸른 대나무들은 더위속에서도 창창하다. 대나무들이 겨울에 더 멋질 줄 알았더니 뜨거운 여름에도 멋지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데 고운 언덕길에 가사를 입고 내려오는 스님이 계신다.
법회때마다 큰스님 차를 운전하시는 능주스님이다. 카메라셔터를 눌러대자 쑥스럽게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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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전에 먼저 들러 큰스님께 인사드리려고 나무문을 밀어보는데 못을 어떻게 빼는지 잊어버렸다. 닫힌 문 앞에서 돌아서서 대성암부터 들렸다.
대성암에서 성공스님을 만나고 다시 화엄전에 와서 천천히 못을 밀어보니 스르르 문이 열렸다. 화엄전 마당에 나뭇잎들도 햇빛에 하얗게 눌렸다.
유리문앞에서 “큰스님” 하고 불렀더니 방안에서 “네.” 하고 대답하신다.
“들어가도 되요?”
“네에. 들어와요. 누구세요?” 누굴까 궁금해 하시면서 안경도 한 번 챙기실 것 같은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 누가 왔는지 얼굴도 못보신 상태에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쓰시는 어른의 존대말이 찡했다. 방밖으로 나오셔서 얼굴을 보시더니 깜짝 놀라고 즐거워하신다. 마침 보살님은 큰절에 점심을 가지러 가셔서, 기다리는 동안 대성암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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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은 요즘 쓰고 있는 화엄경 강설을 23년 전부터 육필로 써왔는데, 94년도에 10권짜리 한글화엄경 번역을 하면서 해설도 같이 썼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아까운 육필 원고가 여기저기 이사하는 통에 없어졌다고 하셨다.
“요즘은 화엄경 강설을 그냥 겁도 없이 시작을 했지. 그동안 번역한 것 전부다 뜯어 고치고.”
집필은 늘 오전에 한다고 하셨다. 밤에는 생각도 못하시고, 오후가 되면 힘이 딸려서 “마음은 뻔한데” “머리가 안돌아”간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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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마음이 풀어져서 사진찍을 생각도 안하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큰스님이 공양하시는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절밥이 그렇지 뭐.” 하시면서 한사코 밥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 늘 차를 드시는 다탁이 아니라 접견실로 쓰는 큰방 문을 등지고 작고 둥근 밥상에 된장찌개와 나물반찬 점심이다.
보살님이 본인 몫으로 가져오신 곤드레밥을 자꾸 권하셔서 된장으로도 비벼먹고, 간장으로도 비벼먹고, 고추장을 넣은 장떡 반찬과도 먹었다. 바로 곁에서 큰스님 공양하시는 모습은 부끄러워서 보지 못하고, 그냥 밥만 보고 먹으면서도 입으로는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들, 집안 이야기들이 술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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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하고 단순한 분에게는 맹목적인 신앙이 좋아. 내가 잤는지 깼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세음보살에 매달려 있는 것. 엄마를 딱 볼 때 관세음보살 이렇게 해봐.” 하고 둥근 달님 같은 얼굴로 ‘관세음보살’ 하고 눈을 마주치신다. 웃음이 반사적으로 나왔다. 여름보너스.
이윽고 상강례
법회의 시작
大方廣佛華嚴經 卷第十四
賢首品 第十二之二
二, 普賢菩薩의 偈頌答
요즘 사찰마다 백중을 종점으로 49일 천도 법회를 하고 있다. 일주일로 끝내는 사찰도 있고 좀 길게 하면 100일 기도를 한다. 대개는 49일 기도를 하는데, 재 때마다 법성게를 다들 잘 외우고 있다. 법성게는 천도를 지내면서 저승에 가는 소중한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최고의 선물이 무엇일까 하고 조사스님들이 연구한 결과다.
반드시 빠뜨리지 말고 외워서 영가들에게 들려드리도록 스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법성게의 깊고 깊은 이치중에 백분의 일, 천분의 일만이라도 마음에 새기면서 영가들을 저승으로 향하게 하는 이별곡으로 들려 드린다면 훌륭한 천도가 될 것이다.
내가 평생 생각해봐도 옛 조사스님들이 법성게를 천도재 의식문으로 선택한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다. 스님들과 화엄경 공부를 하면서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든다.
불교의 천도의식은 요즘 많이 생략도 하지만 전과정이 뛰어난 작품이고 그와 같이 뛰어난 예술이 없다.
반야용선에 오방번 시방번을 써서 붙이는 것도 그 숨은 뜻을 깊이 이해하기로 하면 훌륭한 예술 작품임을 너머서 불교의 숭고한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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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에 처음 들어왔다. 화엄경이 들어오기 한 200년 전이다.
그런데 한국불교가 사상의 토대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화엄경이 들어온 이후다.
원효스님, 의상스님은 유불선을 통틀어 한국이 낳은 성인이고 세계적인 사상가다. 그분들은 화엄경을 통해서 그와같은 훌륭한 성인이 되셨다. 또 살아계시는 동안 화엄경을 만 중생들에게 펴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의상스님은 부석사를 기점으로 전국에 화엄십찰을 건립하고 이미 있는 사찰에도 제자들을 보내서 국민들에게 화엄경을 가르쳤다. 그러한 노력으로 비로소 한국불교의 사상적인 토대가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다.
한국불교의 뿌리는 그렇고, 불교의 전반을 생각하더라도 화엄경 이상 가는 것이 없다. 그중에 우리가 방금 외운 약찬게는 그야말로 화엄경을 간략히 요약한 내용이다.
화엄경 약찬게, 법성게만이라도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한다면 그나마 우리가 선조들의 뜻에 백분의 일이라도 보답을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평생 불교 공부를 하면서 가만히 살펴보니까 화엄경을 한국불교에 널리 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며 우리가 애써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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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공부하는 스님들은 모두 화엄법사가 되어서 내 자신의 공부에서 그치지 말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화엄경을 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을 앉혀놓고 하든지 열 명을 앉혀놓고 하든지 기회가 닿는 대로 법성게도 좋고 약찬게도 좋고 화엄경 전체를 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신도님들이나 스님들에게 가르친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이 될 것인가.
불교 공부를 해보면 화엄경 이상 가는 것이 없다. 그동안 우리 스님들도 강원이라고 하는 인연, 학교라고 하는 인연 등등 불교를 공부하는 인연이 많았다. 그렇지만 화엄경은 워낙 방대하고 뜻이 깊다보니 쉽게 접하지 못했다.
평생 중노릇 하고 부처님 밥을 먹고 살면서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또 화엄경을 공부하겠는가. 미뤄놓을 일이 아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었을 때 용기를 내서 좀 더 깊이 있게 본격적으로 화엄경을 공부하고, 실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화엄경을 펴놓고 남에게도 가르쳐야 한다.
요즘 인쇄술이 얼마나 편리하게 잘 발달되어 있는가. 친절하게 교재를 잘 만들어서 자신도 공부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싶다.
한국불교에 그런 운동이 일어난다면 화엄경이 꽃 피웠던 신라시대의 불교를 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그런 꿈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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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수품 385쪽 위에서 세 번째 줄부터 할 차례다.
12. 譬喩
(22) 龍王譬喩
가, 雲色各異喩
大海龍王遊戲時에 普於諸處得自在하야
興雲充遍四天下에 其雲種種莊嚴色이라
第六他化自在天엔 於彼雲色如眞金이며
化樂天上赤珠色이요 兜率陀天霜雪色이며
夜摩天上琉璃色이요 三十三天瑪瑙色이며
四王天上玻瓈色이요 大海水中金剛色이며
緊那羅中妙香色이요 諸龍住處蓮華色이며
夜叉住處白鵞色이요 阿修羅中山石色이며
鬱單越處金焰色이요 閻浮提中靑寶色이며
餘二天下雜莊嚴이니 隨衆所樂而應之니라
큰 바다의 용왕이 놀 때에
널리 모든 곳에서 자재를 얻어
구름을 일으켜 사천하에 두루 충만하니
그 구름이 갖가지로 장엄한 빛깔이라
제 6타화자재천에는
저 구름의 빛깔이 진금(眞金)과 같고
화락천 위에는 붉은 구슬의 빛깔이요
도솔타천(兜率陀天)에는 서리와 눈의 빛깔이며
야마천 (夜摩天) 위에는 유리(琉璃) 빛깔이요
삼십삼천에는 마노(瑪瑙)빛깔이며
사왕천 위에는 파려(坡瓈) 빛깔이요
큰 바닷물 위에는 금강 빛깔이며
긴나라 가운데는 묘한 향기 빛깔이요
모든 용이 머무는 곳에는 연꽃 빛깔이며
야차가 머무는 곳에는 흰 거위의 빛깔이요
아수라 가운데는 산의 돌 빛깔이며
울단월처(鬱單越處)는 금불꽃 빛깔이요
염부제(閻浮提) 가운데는 푸른 보배 빛깔이며
나머지 두 천하는 잡색의 장엄이니
중생의 좋아하는 바를 따라서 그것에 응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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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비유(龍王譬喩): 용왕의 일을 들어서 비유하다
*
운색각이유(雲色各異喩): 구름의 빛이 같지 아니함을 비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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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용왕유희시(大海龍王遊戲時)에 :대해 용왕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비를 뿌릴 때
보어제처득자재(普於諸處得自在)하야 : 널리 모든 곳에서 자재를 얻는다. 여기는 하늘을 날고 구름을 타는 용으로 용을 표현한다. 주역에서는 사람이 성장해서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용에 빗대어서 표현한다. 출가를 해서 승려 생활을 하든지 자기가 수행하는 기간, 수행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펼치는 기간도 마찬가지다.
자기 정진을 하는 것은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고 한다. 바다에 잠겨있는 용은 작용이 없이 오로지 자기 정진을 한다는 것이다.이 용이 바다에서 나와서 밭에 올라오는 것은 자기 몸을 나투는 것은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다. 공부를 했든지 수행을 했든지 주지를 한다든지 사회활동을 하려고 하는 준비 단계가 현룡재전이다. 그 다음으로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고 해서 용이 하늘 높이 날아야 하는 단계가 있다.
계속 자기 공부만 하고 있는 잠룡이 되어서도 안되고, 드러나긴 드러났는데 더 이상 아무 작용이 없는 현룡재전이 되어도 안된다. 더 큰 작용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비룡재천이다. 용이 하늘을 휘젓고 다닐 때 비로소 자기 수행, 자기 닦은 공덕이 드러나 자기 공부가 만 중생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비룡재천이다.
용은 전설의 동물이고 현실에서는 누구도 본적이 없지만 유교에서나 불교에서나 다 같이 자주 쓰는 상징이다.
불교에서는 용상대덕(龍象大德)이라고 말하고 방을 짤 때도 용상방(龍象榜)이라고 한다. 국가에서도 왕을 용(龍)이라고 해서 왕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왕이 입는 도포에도 용을 새겨서 입는다.
지난 시간에는 ‘바다에서부터 용이 올라와서 비를 내린다’는 표현을 현대의 상식과 연관시켜서 자연 현상으로 풀이 하기도 했지만 여기에 나오는 것처럼 용을 어떤 신비한 동물로서 우리의 상상 속 동물로 그려 놓는 것도 좋은 일이다.
흥운충변사천하(興雲充遍四天下)에: 구름을 일으켜서 동서남북 사천하에 가득하게 한다. 용의 자재함이 그렇다는 말이다.
기운종종장엄색(其雲種種莊嚴色)이라: 그 구름은 가지가지 장엄한 색깔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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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타화자재천(第六他化自在天)엔: 제육 타화자재천에 있는
어피운색여진금(於彼雲色如眞金)이며 : 그 구름은 빛이 진금색과 같다. 이것이 용이 일으킨 구름이다.
화락천상적주색(化樂天上赤珠色)이요: 화락천상에서는 아주 붉은 구슬의 색깔이다. 색깔만을 가지고 상상하면 된다.
도솔타천상설색(兜率陀天霜雪色)이며:도솔천에는 하얀 눈 같은 색이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지나가다 보면 어떨 때는 구름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면서 햇빛의 방향에 따라서 그 색깔이 수시로 달라진다.
우리가 보는 여름 하늘의 구름도 그렇다. 구름 자체는 색이 없는데 햇빛에 반사해서 여러가지로 색이 달라진다. 여기도 그러한 여러 가지 구름색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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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천상유리색(夜摩天上琉璃色)이요:야마천상에서는 유리색이고
삼십삼천마노색(三十三天瑪瑙色)이며: 삼십삼천에서는 마노색이고
사왕천상파려색(四王天上玻瓈色)이요:사왕천상에서는 파려색이고
대해수중금강색(大海水中金剛色)이며: 대해수중에서는 다이아몬드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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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중묘향색(緊那羅中妙香色)이요: 긴나라 중에서는 묘향색이고
제룡주처연화색(諸龍住處蓮華色)이며: 모든 용이 머무는 곳에서는 연화색이고
야차주처백아색(夜叉住處白鵞色)이요: 야차가 머무는 곳에서는 흰 거위와 같은 색이고
아수라중산석색(阿修羅中山石色)이며: 아수라 중에는 산의 돌인 산석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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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단월처금염색(鬱單越處金焰色)이요: 울단월은 북울단월을 말한다. 북울단월 세계에서는 금염색이다. 금염색은 금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듯이 빛이 나는 색깔이다.
염부제중청보색(閻浮提中靑寶色)이며: 남염부제중에서는 청보색이다. 아주 푸른 보석의 색깔이다.
여이천하잡장엄(餘二天下雜莊嚴)이니: 북쪽의 울단월(鬱單越) 남쪽의 염부제(閻浮提) 두 개를 소개했으니까 나머지 두 천하라고 하는 여이천하는 동쪽의 불바제(弗婆提)와 서쪽의 구야니(瞿耶尼)다.동불바제와 서구야니주에는 여러 가지로 장엄한 세계더라.
수중소락이응지(隨衆所樂而應之)니라: 대중들이 즐겨하는 바를 따라서 구름색이 이렇게 달라진다.
구름 자체에 어떤 색이 있다기 보다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 그 천상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를 따라서 구름 색이 달라지는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흰구름일 때는 흰색이 보기가 좋다. 그러나 비가 필요할 때는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또 반갑다. 하얀 구름에는 비가 없기 때문이다.
날이 개였으면 싶을 때는 구름이 흰색이라야 우리에게 좋다. 보통 사람의 마음도 심도 있게 표현하면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나, 電光差別喩
又復他化自在天엔 雲中電曜如日光이며
化樂天上如月光이요 兜率天上閻浮金이며 夜摩天上珂雪色이요 三十三天金焰色이며 四王天上衆寶色이요 大海之中赤珠色이며 緊那羅界琉璃色이요 龍王住處寶藏色이며 夜叉所住玻瓈色이요 阿修羅中瑪瑙色이며 鬱單越境火珠色이요 閻浮提中帝靑色이며 餘二天下雜莊色이니 如雲色相電亦然이니라
또 다시 타화자재천에는
구름 속에 치는 번개 햇빛과 같고
화락천 위에는 달빛과 같고
도솔천 위에는 염부금(閻浮金)빛이며
야마천 위에는 흰 눈빛이요
삼십삼천은 금불꽃빛이며
사왕천 위에는 온갖 보배빛이요
큰 바다 가운데는 붉은 구슬빛이며
긴나라(緊那羅)세계에는 유리빛이요
용왕이 머무는 곳에는 보배창고빛이며
야차가 머무는 곳에는 파려빛이요
아수라 가운데는 만호빛이며
울단월 경계에는 불구슬의 빛이요
염부제 가운데는 제청의 빛이며
나머지 두 천하는 잡색의 장엄이니
구름빛의 모습같이 번개도 또한 그러하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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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차별유(電光差別喩): 번개의 힘이 차별함을 비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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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타화자재천(又復他化自在天)엔: 또 다시 타화자재천에서는
운중전요여일광(雲中電曜如日光)이며: 구름 가운데 번개불이 치는데 그 빛이 햇빛과 같이 밝다.
인도의 한여름은 우기라서 여행을 안한다. 그런데 옛날에 나는 7월에 인도에 간 적이 있다. 달라이라마를 초청하는 일에 수행을 하기 위해 따라간 것인데, 다람살라에 있는 동안 밤새도록 비가 오고 번개가 쳤다. 번갯불이 얼마나 쉴새없이 치는지 전기는 이미 다 싹 나가고 없는데 그 번갯불로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튿날 보니 곳곳에 전부 산사태가 났다. 인도에서 우기에 쏟아지는 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운중전요여일광이 아마 그런 광경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화락천상여월광(化樂天上如月光)이요: 화락천상에서는 달빛과 같고
도솔천상염부금(兜率天上閻浮金)이며: 도솔천상에서는 염부단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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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천상가설색(夜摩天上珂雪色)이요: 야마천상에서는 흰 옥과 눈의 색깔이다.
삼십삼천금염색(三十三天金焰色)이며: 삼십삼천은 금염색이며
사왕천상중보색(四王天上衆寶色)이요: 사왕천상에는 중보색이고
대해지중적주색(大海之中赤珠色)이며: 대해중에서는 적주색이다. 같은 번갯불도 그렇게 색깔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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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계유리색(緊那羅界琉璃色)이요: 긴나라계에서는 유리색이 되고
용왕주처보장색(龍王住處寶藏色)이며: 용왕주처에서는 보장색이며
야차소주파려색(夜叉所住玻瓈色)이요: 야차가 머무는 곳에서는 파려색이고
아수라중마노색(阿修羅中瑪瑙色)이며: 아수라 가운데는 마노색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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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단월경화주색(鬱單越境火珠色)이요: 북울단월 경계에서는 화주색이고
염부제중제청색(閻浮提中帝靑色)이며: 남염부제에서는 제청색이더라.
여이천하잡장색(餘二天下雜莊色)이니 : 동불바제 서구야니주에서는 잡엄색이더라.
여운색상전역연(如雲色相電亦然)이니라: 구름의 색상과 같이 번갯불도 또한 그와 같더라. 우리나라 장마철에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다, 雷聲不同喩
他化雷震如梵音이요 化樂天中天鼓音이며 兜率天上歌唱音이요 夜摩天上天女音이며 於彼三十三天上엔 如緊那羅種種音이요 護世四王諸天所엔 如乾闥婆所出音이며 海中兩山相擊聲이요 緊那羅中簫笛聲이며 諸龍城中頻伽聲이요 夜叉住處龍女聲이며 阿修羅中天鼓聲이요 於人道中海潮聲이니라
타화의 우레 소리 범음과 같고
화락천 가운데는 하늘 북소리
도솔천 위에는 노래 소리요
야마천 위에는 천녀의 음성이며
저 삼십삼천 위에는
긴나라의 갖가지 음성과 같고
호세사천왕의 여러 하늘에는
건달바가 내는 음성과 같으며
바다 가운데 두 산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요
긴나라 가운데는 퉁소 소리며
모든 용의 성 가운데는 빈가(瀕伽) 음성이요
야차가 머무는 곳에는 용녀의 음성이며
아수라 가운데는 하늘북의 소리요
사람의 가운데는 바다 조수(潮水)의 소리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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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부동유(雷聲不同喩):뇌성이 같지 아니함을 비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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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도 각각 여러 가지다. 우리도 천둥소리를 많이 겪는데 바로 머리 위에서 뇌성이 치면 귀가 찢어질 듯하기도 하고, 먼 곳에서 치는 뇌성은 은은해서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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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화뇌진여범음(他化雷震如梵音)이요: 타화천에서는 뇌성이 진동하는 것이 범천의 소리와 같다. 범음이 얼마나 좋은 소리인가
화락천중천고음(化樂天中天鼓音)이며: 화락천에서는 하늘 북이 둥둥 울리는 것과 같이 들리기도 하고
도솔천상가창음(兜率天上歌唱音이요 : 도솔천상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들리고
야마천상천녀음夜摩天上天女音)이며: 야마천상에서는 하늘의 천녀들이 부르는 소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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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삼십삼천상(於彼三十三天上)엔: 저 삼십삼천상에서는
여긴나라종종음( 如緊那羅種種音)이요: 긴나라들이 가지가지 소리를 내는 것과 같고. 긴나라는 노래 좋아하는 축생이다.
호세사왕제천소(護世四王諸天所)엔 :호세사왕제천소에서는
여건달바소출음(如乾闥婆所出音)이며:건달바가 내는 소리와 같다. 건달바도 노래 잘하고 놀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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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량산상격성(海中兩山相擊聲)이요 : 해중에 두 산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같고. 겁말(劫末)은 겁이 다하는 때인데 이때는 산과 산이 서로 부딪친다고 한다. 큰 산과 산이 한꺼번에 부딪치는 소리는 상상도 안될 만큼 큰 소리일 것이다.
긴나라중소적성(緊那羅中簫笛聲)이며: 긴나라 가운데는 퉁소나 젓대같은 소리며
제룡성중빈가성(諸龍城中頻伽聲)이요: 용이 사는 성 가운데서는 빙가성이다. 가릉빈가라고 해서 노래 잘하고 음성 좋기로 한 새 소리다.
야차주처용녀성(夜叉住處龍女聲)이며: 야차가 머무는 곳에서는 용녀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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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중천고성(阿修羅中天鼓聲이요 : 아수라 가운데는 천고의 성이고
어인도중해조성(於人道中海潮聲)이니라: 인도 중에서는 해조성이라. 부처님의 설법소리를 해조음이라고 한다. 바다의 물결이 들어가고 나가는 소리는 시간을 어기지 않고 때를 맞춰서 소리가 아주 아름답게 들린다. 부처님도 중생들을 제도할 때 그 근기와 때에 맞춰서 법문을 한다고 해서 부처님의 설법을 해조음, 해조성이라고 표현한다.
중생을 제도하거나, 누구에게 무슨 부탁을 하거나 아니면 충고를 하거나 우리 역시 무엇을 해도 그 시간을 잘 맞춰서 해야한다. 타이밍을 제대로 못맞추면 오해만 하게 되고 손해를 보게 되어서 안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라, 降雨不同喩
他化自在雨妙香과 種種雜華爲莊嚴하고
化樂天雨多羅華와 曼陀羅華及澤香하며
兜率天上雨摩尼와 具足種種寶莊嚴과
髻中寶珠如月光과 上妙衣服眞金色하며
夜摩中雨幢幡蓋와 華鬘塗香妙嚴具와
赤眞珠色上妙衣와 及以種種衆妓樂하며
三十三天如意珠와 堅黑沈水栴檀香과
鬱金雞羅多摩等과 妙華香水相雜雨하며
護世城中雨美饍의 色香味具增長力하고
亦雨難思衆妙寶하니 悉是龍王之所作이니라
又復於彼大海中엔 霔雨不斷如車軸하며
復雨無盡大寶藏하고 亦雨種種莊嚴寶하며
緊那羅界雨瓔珞과 衆色蓮華衣及寶와
婆利師迦末利香과 種種樂音皆具足하며
諸龍城中雨赤珠하고 夜叉城內光摩尼하며
阿修羅中雨兵仗하야 摧伏一切諸怨敵하며
鬱單越中妙瓔珞하고 亦雨無量上妙華하며
弗婆瞿耶二天下엔 悉雨種種莊嚴具하며
閻浮提雨淸淨水호대 微細悅澤常應時하야
長養衆華及果藥하고 成熟一切諸苗稼니라
타화자재는 묘한 향을 비내려서
갖가지 온갖 꽃으로 장엄하였고
화락천은 다라(多羅)꽃과
만다라(曼陀羅)꽃과 택향(澤香)을 비 내리며
도솔천 위에는 마니를 비 내려
갖가지 보배장엄을 구족하여
상투 가운데 보배구슬 달빛과 같고
가장 묘한 의복 진금빛이라
야마(夜摩) 가운데는 깃대와 깃대덮개를 비 내리고
꽃다발과 바르는 향과 묘한 장엄거리와
붉은 진주 빛깔의 가장 묘한 옷과
갖가지로써 온갖 놀이를 즐기며
삼십삼천에는 여의주와
견고하고 검은 침수(沈水) 전단향과
울금(鬱金)과 계라다마(雞羅多摩) 등과
묘한 꽃과 향수가 서로 섞여 비내리며
세상을 보호하는 성 가운데는 좋은 반찬이 비 내려서 빛과 향기와 맛을 갖추어 힘을 증장하고
또한 사의하기 어려운 온갖 묘한 보배를 비 내리니
다 이 용왕의 지은 바이니라
또 다시 저 큰 바다 가운데엔
때 맞춰 내리는 비가 끊이지 않아 수레바퀴와 같고
다시 다함없는 큰 보배창고도 비 내리고
또한 갖가지 장엄보배도 비 내리며
긴나라 세계에는 영락이 비 내리고
온갖 빛깔 연꽃의 옷과 보배와
파리사가(婆利師伽) 말리향(末利香)과
갖가지 음악소리를 모두 갖추며
모든 용의 성 가운데는 붉은 구슬이 비 내리고
야차성 안에는 빛나는 마니며
아수라 가운데는 병장(兵仗)을 비 내려서
일체 모든 원수와 적을 꺾어 항복시키며
울단월(鬱單越) 가운데는 영락을 비 내리고
또한 한량없는 가장 묘한 꽃을 비 내리며
불바(弗婆) 구야(瞿耶) 두 천하에는
다 갖가지 장엄거리가 비 내리며
염부제에는 깨끗한 물이 비 내리되
미세한 기쁨의 비가 항상 때에 응하여
온갖 꽃과 과일과 약초를 길러내고
일체 모든 벼의 싹을 익게 하나니라
*
강우부동유(降雨不同喩) : 비가 내림이 같지 아니함을 비유하다
*
비가 내리는 데도 또한 같지 않다.
*
타화자재우묘향(他化自在雨妙香)과 : 타화자재천에서는 묘향과
종종잡화위장엄(種種雜華爲莊嚴)하고: 종종잡화를 비내려서 장엄하고. 그냥 비가 아니라 아름다운 향과 가지가지 아름다운 꽃들을 내려서 장엄을 삼고
화락천우다라화(化樂天雨多羅華)와 : 화락천에서는 우다라화를 비내리고
만다라화급택향(曼陀羅華及澤香)하며: 만다라화와 못에서 나는 향을 비내린다.
*
도솔천상우마니(兜率天上雨摩尼)와 : 도솔천상에서는 마니 보석과
구족종종보장엄(具足種種寶莊嚴)과: 구족한 여러 가지 보배 장엄과
계중보주여월광(髻中寶珠如月光)과: 머리 상투 위에 올리는 보주는 임금님이나 상투위에 올리는 보석이므로 달빛과 같이 좋은 보석이라는 것이다.
상묘의복진금색(上妙衣服眞金色)하며 : 상묘의복과 진금색 이런 것들을 비내린다. 도솔천 이야기다. 도솔천상에서는 그런 것들을 비내리고
*
야마중우당번개(夜摩中雨幢幡蓋)와 : 야마천에서는 당과 깃대와 번과 일산과
화만도향묘엄구(華鬘塗香妙嚴具)와: 화만과 도향과 묘장엄과
적진주색상묘의(赤眞珠色上妙衣)와 : 붉은 진주색과 최고급 옷과 천과
급이종종중기악(及以種種衆妓樂)하며: 여러가지 기악들 음악을 비내린다.
*
삼십삼천여의주(三十三天如意珠)와 : 삼십삼천은 여의주와
견흑침수전단향(堅黑沈水栴檀香)과: 견흑은 향이름이다. 견흑향, 침수향 전단향, 그리고
울금계라다마등(鬱金雞羅多摩等)과 : 울금향, 계라향 이것도 전부 향이다. 다마 이러한 등등과
묘화향수상잡우(妙華香水相雜雨)하며: 묘화와 향수 이런 것을 서로 섞어서 비를 내리고
*
호세성중우미선(護世城中雨美饍)의 : 호세성중, 이것은 사천왕인데 이 가운데는 아름답고 향기롭고 좋은 음식이
색향미구증장력(色香味具增長力)하고: 색과 향과 맛이 구족해서 힘을 증장시키는 것을 비내리고
역우난사중묘보(亦雨難思衆妙寶)하니 : 또한 생각하기 어려운 상상도 되지 않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보석, 보배를 비내리니
실시용왕지소작(悉是龍王之所作)이니라: 이것은 모두가 용왕이 지은 바더라.
*
우부어피대해중(又復於彼大海中)엔 :또 다시 저 대해 가운데서는
주우부단여거축(霔雨不斷如車軸)하며: 비를 쏟아붓는데 끊어지지 않고 쏫아붓는 것이 마치 살이 끊어지지 않듯이 비를 쏟아붓는다. 대나무로 만든 우산에 촘촘한 살이 많듯이 옛날 수레바퀴에는 촘촘하게 살이 있다. 그와 같이 끊어지지 않고 비를 쏟아붓는다. 주(霔)는 때맞춰 오는 비를 말한다.
부우무진대보장(復雨無盡大寶藏)하고: 다시 무진 대보장을 비내리고
역우종종장엄보(亦雨種種莊嚴寶)하며: 또한 가지가지 장엄한 보배를 비내리며
*
긴나라계우영락(緊那羅界雨瓔珞)과 :긴나라계에서는 영락과
중색연화의급보(衆色蓮華衣及寶)와: 여러 가지 색의 연화의와 그리고 보석들과
파리사가말리향(婆利師迦末利香)과 : 파리와 사가말리향과 향 이름이다.
종종악음개구족(種種樂音皆具足)하며: 종종악음을 다 구족하게 비내리며
*
제용성중우적주(諸龍城中雨赤珠)하고 : 제용성중에서는 붉은 구슬을 비내리고
야차성내광마니(夜叉城內光摩尼)하며: 야차성에서는 빛이 마니 보석과 같은 것을 비내리며
아수라중우병장(阿修羅中雨兵仗)하야: 아수라중에서는 병장기를 비내린다.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비가 무기 칼 창 같은 병장기다.
최복일체제원적(摧伏一切諸怨敵)하며: 또 비내려서 일체 제원적들을 전부 꺾어서 항복받으며
*
울단월중묘영락(鬱單越中妙瓔珞)하고: 북울단월 중에서도 묘영락을 비내리고
역우무량상묘화(亦雨無量上妙華)하며: 한량없는 아주 훌륭한 아름다운 꽃들을 비내리며
불바구야이천하(弗婆瞿耶二天下)엔 : 동불바제(東弗婆提) 서구야니(西瞿耶尼) 두 천하에서는
실우종종장엄구(悉雨種種莊嚴具)하며:다 종종장엄구를 비내리며
*
염부제우청정수(閻浮提雨淸淨水)호대 : 염부제는 청정수를 비내리며.우리가 사는 염부제에서는 비가 그냥 청정수인 물이다. 그래서
미세열택상응시(微細悅澤常應時)하야: 미세하게 기쁘게 해서 적셔주는데 항상 때를 응한다. 때에 맞춰서 알맞게 비가 온다.
장양중화급과약(長養衆華及果藥)하고: 여러가지 꽃과 과일과 약초들을 장양하고
성숙일체제묘가(成熟一切諸苗稼)니라: 일체 모든 싹과 곡식들을 성숙시킨다.
이렇게 비에 대한 내용이 앞 뒤로 한 페이지 정도가 된다.
그 표현이 신기하고 같은 비도 이렇게 다양하게 비춰진다.
다른 천상은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사는 염부제만 두고 보더라도 그렇다. 그야말로 우산장수에게는 정말 좋은 비지만 짚신 장수에게는 안 좋은 비다. 또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데는 정말 안좋은 비지만 가뭄에는 내리는 비가 얼마나 좋은 비인가.
금년에 우리나라에는 어제까지 49일간 장마가 끝났다고 하지만 부산에는 한달전에 한 5일간 비가 좀 오고 그 다음에는 비가 전혀 안와서 가뭄이 아주 심했다.
중부지방에는 계속 비가 오고 특히 북한쪽에는 비가 많이 와서 비 피해가 많았다고 한다. 비도 상황이나 경우에 따라서 그렇게 가치가 다르다. 그런 내용으로 살펴보면 재미있는 설명이다.
(23) 現殊勝
如是無量妙莊嚴과 種種雲電及雷雨를
龍王自在悉能作호대 而身不動無分別이니
彼於世界海中住로대 尙能現此難思力이어든
况入法海具功德하고 而不能爲大神變가
이와 같은 한량없는 묘한 장엄과
갖가지 구름과 번개와 우레와 비를
용왕이 자재하여 다 능히 짓되
몸은 움직이지도 않고 분별도 없나니
저 세계바다 가운데 머무르되
오히려 능히 이 사의하기 어려운 힘을 나타내거늘
하물며 법의 바다에 들어가 공덕을 갖추고서야
능히 신통변화를 짓지 못하랴
*
현수승(現殊勝): 하열함을 들어서 수승함을 나타내다
*
여시무량묘장엄(如是無量妙莊嚴)과 : 이와 같은 한량없는 아름다운 장엄과
종종운전급뇌우(種種雲電及雷雨)를: 구름과 번개와 우레와 비 이런 것들을
용왕자재실능작(龍王自在悉能作)호대 : 용왕이 자재하게 다 능히 짓되
이신부동무분별(而身不動無分別)이니: 그러나 그 몸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분별이 없느니라.
*
피어세계해중주(彼於世界海中住)로대 : 그가 바다 가운데 머물고 있지만. 그는 용왕을 말한다.
상능현차난사력(尙能現此難思力)이어든: 항상 이와 같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나타낸다. 이것은 전부 자연현상이지만 경전상이나 옛날 사람들의 상식에 맞춰서 용왕의 힘으로 그렇게 했다고 봐도 좋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이러한 용왕의 능력을 낱낱이 설명한 것이다. 용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황입법해구공덕(况入法海具功德)하고: 하물며 법의 바다에 들어가서 공덕을 갖추고. 이것은 보살을 두고 하는 소리다.
화엄행자를 두고 하는 소리고 우리를 두고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보살, 화엄행자, 우리들 자신이 하물며 법의 바다에 들어가서 공덕을 갖추고
이불능위대신변(而不能爲大神變)가: 능히 대신통 변화를 한 것이 아니겠는가.
용이 앞에서 소개한 그런 능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화엄행자인 우리 보살이 이러한 능력을 가진 것에 비하면 그 능력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이다.
법의 바다에 들어가서 공덕을 갖춘 사람으로서 어찌 대신통 변화를 나투지 못하겠는가. 얼마든지 큰 신통 변화를 나툴 수가 있다는 뜻이다. 용이 그렇게 훌륭한 일을 하지만 용과 화엄행자는 비교가 안된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대승학인은 인과도 비켜간다고 하는 말이 전통적으로 강원에서 흔히 하는 소리다. 화엄경쯤 공부하면 대신중생이라고도 하고 또는 대승학인이라고 하기도 하면서 좀 건방진 표현으로 “대승학인은 인과도 받지 않는다”라고 표현한다. 화엄경을 공부하는 대승학인은 인과를 초월한다. 인과를 초월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지만 화엄경의 위대함이 그렇게 까지 표현된다는 것이다.
화엄대법회라고 하는 이 바다에 들어와서 우리가 큰 공덕을 갖췄는데 어떻게 큰 신통변화를 능히 부리지 못하겠는가. 용보다도 열 배 백 배 더 능력을 부릴 수 있다. 이것을 믿고 그렇게 되도록 자신감을 갖고 우리 마음가짐을 가지는데 달려있다.
앞에서도 그런 식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여기와서 궁극적으로 용의 위대한 능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화엄행자와 비교를 하는 것이다.
(24) 結現德
彼諸菩薩解脫門을 一切譬喩無能顯일새
我今以此諸譬喩로 略說於其自在力이로라
저 모든 보살의 해탈문은
모든 것으로 비유하여도 능히 나타낼 수가 없을 새
내가 이제 이러한 모든 비유로
간략히 그 자재한 힘을 설하였노라
*
결현덕(結現德):맺는말로 덕을 나타내다
*
피제보살해탈문(彼諸菩薩解脫門)을: 나는 현전대중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화엄행자라고 해서 현전대중 중심으로 이야기 했다.그런데 여기서는 보살이라고 했다. 저 모든 보살들의 해탈문을
일체비유무능현(一切譬喩無能顯)일새: 그 어떤 비유를 갖다댄다 하더라도 보살이 증득한 해탈의 경지를 능히 나타낼 수 없다. 용왕의 비유를 아무리 해봐야 그것 가지고는 보살의 능력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아금이차제비유(我今以此諸譬喩)로 : 내가 지금 여기에서 모든 비유로써
약설어기자재력(略說於其自在力)이로라: 간략하게 그 자재한 힘을 설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오래 걸렸는가. 간략하게 한 것도 아닌데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그 내용을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조금밖에 말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한 것이다.
글을 드러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깊이를 아는 보살의 입장에서는 조금밖에 드러내지 못한 것이니까 영 답답할 것이다.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여기까지밖에 안한다, 생략한다는 것이다.
13, 結已說
第一智慧廣大慧와 眞實智慧無邊慧와
勝慧及以殊勝慧인 如是法門今已說호니
제일가는 지혜이며 넓고 큰 지혜와
진실한 지혜이며 끝없는 지혜와
수승한 지혜와 가장 수승한 지혜인
이와 같은 법문을 이제 설하였으니
*
결이설(結已說): 앞의 말을 모두 맺다
*
제일지혜광대혜(第一智慧廣大慧)와 : 제일가는 지혜와 넓고 큰 지혜와
진실지혜무변혜(眞實智慧無邊慧)와: 진실한 지혜와 가없는 지혜와
승혜급이수승혜(勝慧及以殊勝慧)인 : 승자 하나만으로도 수승한데 그 옆에는 바로 수승한 지혜라고 되어 있다. 승혜와 수승한 혜인
여시법문금이설(如是法門今已說)호니:이와같은 법문을 내가 지금 이미 다 설했다.
사실은 현수품이 아주 독립된 경전이다.여러분이 화엄경을 가지고 어디서 법문한다고 하면 다른 것을 다 제쳐놓고 현수품만 가지고 해도 좋다.
화엄경을 신해행증(信解行證)의 네 단계로 나눠본다면 현수품은 신(信)법문이다. 믿음에 대한 법문을 하는 내용이 제 2회 여섯 품의 내용이고, 그중에 2회의 마지막품인 현수품이 알맹이다.
그래서 한 품만 가지고 화엄경을 소개하려고 할 때는 이 현수품이 제일 좋다. 제일 좋다고 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지만, 현수품에는 참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중복되는 것은 조금 생략하면 된다.
지금까지 설한 내용을 제일지혜(第一智慧) 광대혜(廣大慧) 진실지혜(眞實智慧) 무변혜(無邊慧) 승혜(勝慧) 수승혜(殊勝慧) 이렇게 여섯 낱말로 표현을 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고 그 깨달음은 곧 지혜로 대변될 수 있다.
14, 現信受難
此法希有甚奇特이라 若人聞已能忍可하야
能信能受能讚說하면 如是所作甚爲難이니라
世間一切諸凡夫가 信是法者甚難得이어니와 若有勤修淸淨福인댄 以昔因力乃能信이니라 一切世間諸群生이 少有欲求聲聞乘하며 求獨覺者轉復少하고 趣大乘者甚難遇라
趣大乘者猶爲易이어니와 能信此法倍更難이어든 况復持誦爲人說하야 如法修行眞實解아 有以三千大千界로 頂戴一劫身不動이라도 彼之所作未爲難이어니와 信是法者乃爲難이니라 有以手擎十佛刹하고 盡於一劫空中住라도 彼之所作未爲難이어니와 能信此法乃爲難이니라 十刹塵數衆生所에 悉施樂具經一劫이라도 彼之福德未爲勝이어니와 信此法者爲最勝이니라 十刹塵數如來所에 悉皆承事盡一劫이라도 若於此品能誦持하면 其福最勝過於彼니라
이 법은 희유하고 심히 기특하여
만약 사람이 듣고서 능히 인가하여
능히 믿고 능히 받고 능히 찬탄하여 설하면
이렇게 하는 일은 심히 어려움이 되나니라
세간의 일체 모든 범부들이
이 법을 믿는 자 심히 얻기 어렵거니와
만약 어떤 이가 청정한 복을 부지런히 닦으면
옛적 인연의 힘으로 능히 믿게 되리라
일체 세계의 모든 군생이
성문승(聲聞乘)을 구하고자 하는 이는 조금 있으며
독각(獨覺)을 구하는 자는 더욱 다시 적으며
대승(大乘)에 나아가는 자는 심히 만나기 어렵도다
대승에 나아가는 자는 오히려 쉽거니와
능히 이 법을 믿는 이는 배나 다시 어렵거늘
하물며 다시 지니고 외우고 남을 위해 설하며
여법하게 수행하고 진실하게 아는 사람이랴
삼천대천세계를 머리에 이고
한 겁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것을 짓는 바는 어렵지 않거니와
이 법을 믿는 것이 어려우니라
손으로 열 불찰세계를 받들어
한 겁이 다하도록 허공 가운데 머물더라도
그것을 짓는 바는 어렵지 않거니와
능히 이 법을 믿는 것은 어려우니라
열 세계 티끌수의 중생이 있는 곳에
다 즐길거리를 보시하며 한 겁을 지내더라도
그것의 복덕은 수승함이 되지 못하거니와
이 법을 믿는 것은 가장 수승함이 되나니라
열 세계 티끌수의 여래께서 계신 곳에
다 모두 받들어 섬기며 한 겁을 지내더라도
만약 이 품을 능히 외우고 지니면
그 복이 가장 수승하여 저보다 많으리라
*
현신수난(現信受難): 믿고 받아들이기 어려움을 밝히다
*
차법희유심기특(此法希有甚奇特)이라 : 이 법은 희유해서 심히 기특하다. 그동안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고 현수품만 가지고 이야기 해도 그렇다.
약인문이능인가(若人聞已能忍可)하야: 만약 어떤 사람이 듣고 나서 능히 참고 스스로 받아들여서. 인가는 참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능신능수능찬설(能信能受能讚說)하면 : 능히 믿고 능히 받아들이고 능히 찬탄해서 이야기 할 것 같으면
여시소작심위난(如是所作甚爲難)이니라: 이와 같이 짓는 바는 매우 어려움이 되나니라. 그러면서 또 비유를 한다.
*
세간일체제범부(世間一切諸凡夫)가 : 세간일체 제 범부가
신시법자심난득(信是法者甚難得)이어니와: 이 법을 믿는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렵거니와. 내가 화엄경을 인불사상을 넘어서 만유개불 사상이라고 표현하였다. 삼라만상 천지만물이 그대로 부처님이요 그대로 보살이요 그대로 화엄성중이어서 그 어느것 하나도 우리가 배제할 수가 없다. 우리 몸에 있는 미세한 세포로부터 수백억 광명 저 너머에 있는 많고 많은 별들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들을 그대로 화엄성중으로 이해하고 또 나아가서 모두가 부처이며 모두가 보살이며 더 나아가 신이라고 이해하는 그 도리가 화엄의 도리다. 이것을 믿기는 참 어렵다. 그렇게 믿는 사람도 얻기 어렵다.
약유근수청정복(若有勤修淸淨福)인댄: 만약에 어떤 이가 청정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자 할진댄
이석인력내능신(以昔因力乃能信)이니라: 옛 인력으로써 옛날 심은 씨앗의 힘으로써 능히 믿게 된다.
우리가 화엄경 한 구절을 듣고 거기에 환희심을 낸다면 그것이 하나의 씨앗이 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씨앗이 싹이 트고 줄기를 얻고 잎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옛날 인의 씨앗의 힘으로써 능히 믿게 된다. 아까도 멀리서 오신 스님들 소개를 얼핏 언급했지만, 우리가 이 더운날 여기 모여서 공부하는 것은 보통 씨앗이 아니다. 과거의 그러한 씨앗이 우리의 가슴속이나 또는 우리의 영혼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그 힘으로써 화엄경의 이치를 믿고 이렇게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시작 전에 회장스님이 ‘공부의 열기가 염천의 열기보다 더 뜨겁다’는 표현을 아주 참 멋지게 하였다.
*
일체세간제군생(一切世間諸群生)이 : 모든 세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소유욕구성문승(少有欲求聲聞乘)하며: 적게는 성문승 구하는 이가 있고, 듣기만 한다고 해서 성문승이다.
어떤 이는 불법을 만나자마자 보살행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불법을 만나서 수십년 되어도 그저 귀만 들고 절에 와서 실천할 생각도 안하고 듣는 것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떻게 실천해 그냥 가서 듣는 것으로써 실천을 하겠다’ 그것도 1차적으로 좋은 실천이다.
‘듣기만 하고 실천 안한다’고 무책임한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듣는 것이 일차적인 실천이다. 듣다 보면 언젠가 몸으로 실천할 때가 있다.
구독각자전부소(求獨覺者轉復少)하고: 법문을 듣기만 하고 경전 공부만 하는 성문승도 적지만, 주변에 살펴봐도 독각을 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각은 성문승보다 단계가 높다. 연각이라고도 하는데 자연의 현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보고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다.
생활속에서도 깨달음에 대해서, 세상의 원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든지 인간관계에서든지 하나하나 많이 눈을 뜬다.
그 사람들은 연각이고 독각인데 어디에서 안배워도 홀로 이치를 깨닫고, 세상돌아가는 이치, 인생의 이치를 그대로 깨닫는다. 이들은 성문보다 적다. 그래도 홀로 깨닫는 독각이나 연각이 세상에 많다.
취대승자심난우(趣大乘者甚難遇)라: 그런데 대승에 나아가는 사람은 더 어렵다. 심히 어렵다. 이건 보살승이라고 할 수 있다. 성문도 적고 연각은 더 적고 보살승은 더 적다.
*
취대승자유위이(趣大乘者猶爲易)이어니와 : 대승에 나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쉽다. 그런데
능신차법배갱난(能信此法倍更難)이어든: 능히 이 법을 믿는 사람은 배로 더욱 어렵다. 이 법은 화엄도리이고 화엄행자로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존재가 화엄성중이고 모든 존재가 그대로 부처이며 모든 존재가 그대로 보살이라고 하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더 어렵다. 어려운 순서대로 나열했다.
황부지송위인설(况復持誦爲人說)하야 : 하물며 다시 지송하고 남을 위해 여법히 설해서 진실하게 이해하는 사람이겠는가. 그 사람은 더 어렵다. 대승에 나아가는 사람보다도 그 사람은 더 어렵고
여법수행진실해(如法修行眞實解)아: 이 화엄 도리를 믿는 사람보다 더 어렵다.
‘황부지송위인설하야 여법수행진실해라’고 하는 이 마지막 대목이 우리가 따라가지는 못해도 아주 신심이 나는 대목이다.
*
유이삼천대천세계(有以三千大千界)로 : 어떤 이가 삼천대천 세계로써. 이 삼천대천세계를 그냥 지구라고 하자. 이 지구를
정대일겁신부동(頂戴一劫身不動)이라도: 머리에 이고 일겁동안 지내면서 몸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일겁을 이해하기 쉽게 백년이라고 하자. 백년동안 이 지구를 머리에 이고 몸이 까딱도 안하고 딱 서있다.
피지소작미위난(彼之所作未爲難)이어니와 :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오히려 아직도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신시법자내위난(信是法者乃爲難)이니라: 이 법을 믿는 사람은 이에 어려움이 된다.
내가 어릴 적에 기도를 할 때는 기도는 꼭 서서 해야만 되는 줄 알았다. 사분정진은 으레 두시간 정도 되는데, 그 기도동안 발도 옮기면 안되고 한자리에 서서 기도하려니 다리에 쥐가 나고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기도는 앉아서 해도 되고 절을 하면서 해도 되고 법당의 부처님을 빙빙 돌면서 하면 더 좋다. 그런데도 그런 도리를 모르고는 꼭 한자리에 딱 붙어 서가지고 발도 옮기면 안되는줄 알고 매일 두시간씩 서있으려니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그런데 그 역시 별것도 아닌 것이다.
삼천대천 세계를 머리에 이고 일겁동안 몸이 까딱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도 모두가 화엄성중이라고 하는 이 도리를 믿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이 도리가 뭔지 이 법이 뭔지 얼른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동냥이라도 그와같이 훌륭한 대승의 가르침을 한 번 듣는 공덕이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이근공덕이라고 한다.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공덕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다. 인연이력이라는 말도 있는데 강원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이해는 안되더라도 강원에 와서 인연이라도 맺으라는 것이다.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들 영혼 속에 한 번 들어가는 공덕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대승법은 귀로 스치고 한 번 지나간다 하더라도 마치 다이아몬드를 삼키는 것과 같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다 하더라도 결코 변색되거나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다이아몬드를 삼켜서 다이아몬드가 창자로 들어가서 대변 소변으로 거름통으로 어디로 굴러다녀도 그 다이아몬드는 변색되지도 않고 그 값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이근공덕이고 인연공덕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승학인은 인과에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리도 감히 하는 것이다.
*
유이수경십불찰(有以手擎十佛刹)하고 : 어떤 사람이 손으로 한 불찰도 아닌 십불찰을 들고 있다. 지구를 한 손에 열 개 들고
진어일겁공중주(盡於一劫空中住)라도: 일겁동안 허공에 떠 있다 하더라도. 땅에 서있는 것이 아니고 허공에 서 있는 것이다. 일겁을 백보 양보해서 우리가 상상이 되는 숫자로써 백년이라고 해보자.
백년동안 지구 열 개를 손에 들고 허공에 있다고 해도
피지소작미위난(彼之所作未爲難)이어니와: 그 사람이 하는 일은 결코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
능신차법내위난(能信此法乃爲難)이니라: 능히 이 법을 믿는 사람이 이에 어려움이 된다.
믿는 것이 어렵다.
이 대단한 사실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지는 각자의 문제이고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귀로 스치고 지나가는 이 인연만으로 우리에게 큰 공덕임을 철석같이 믿어야 한다.
귀로 스치는 이 인연으로 언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가 있다. 참 신심나는 대목이다. 나는 이 대목을 보고 너무 좋고 환희로 왔다.
이것을 내가 백분의 일을 믿는지 천분의 일을 믿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이러한 글을 만나서 우리가 이렇게 읊조리고 같이 나누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해서 자꾸 이야기 한다고 하는 이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복이다.
현수품 맨 앞에서 ‘신위제일재(信爲第一財)’라는 말이 나왔었다. 믿음이라고 하는 건 제일 재산이다. 여러분들에게는 각자 아끼는 재산들이 뭐가 있는가. 각자가 애지중지하는 재산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재산은 별 재산이 아니다.
이러한 믿음을 가슴에 품는다면 이보다 큰 재산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세세생생 가지고 가는 재산이다.
내 재산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고 버리고 간다.
어릴 때 아이들이 동구밖에서 땅따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저녁때가 되면 멀리서 어머니가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라고 부른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일어나면서 놀던 것을 전부 발로 문질러 버리고 간다. 아이들도 정리는 제대로 안하지만 놀던 흔적은 발로 다 흩어 문질러 버리고 없애고 가는데 우리 인생도 그렇다. 갈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을 전부 문질러 없애고 간다. 사실 다 없애지도 못한다.
그런데 화엄경과 같은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세세생생 우리가 가지고 갈 보물이다. 그래서 믿음이야말로 제일가는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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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찰진수중생소(十刹塵數衆生所)에
실시악구경일겁(悉施樂具經一劫)이라도
피지복덕미위승(彼之福德未爲勝)이어니와
신차법자위최승(信此法者爲最勝)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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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찰진수여래소(十刹塵數如來所)에 : 별을 두 개나 쳐놨다. 열 세계 미진수와 같은 여래의 처소에 미진수 같은 여래가 있다. 부처님이 그렇게나 많다는 말이다. 우리가 천불전 만불전부처님을 말하지만 아무리 해봐야 화엄경에서 이야기하는 숫자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런 처소에서
실개승사진일겁(悉皆承事盡一劫)이라도: 그 모든 부처님을 미진수와 같은 여래를 다 받들어 섬겨서 일겁동안 지나간다. 백년동안을 미진수와 같은 부처님을 섬긴다 하더라도
약어차품능송지(若於此品能誦持)하면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이 현수품을 능히 외우고 가진다 하면 외우지 못하면 수지 독송만 할 것 같으면
기복최승과어피(其福最勝過於彼)니라:그 복이 가장 수승해서 저것을 훨씬 지나가느니라.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것을 안 믿을 수가 없다.
여러 수 억만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 공경한다 하더라도 이 현수품을 읽고 외우고 좋다고 선전하고 나처럼 침을 튀겨가며 막 설명을 하고 이렇게 하는 복은 가장 수승하다.미진수와 같은 여래를 공양 공경 존중 찬탄하는 그 공덕을 훨씬 지나간다. 그러니 우리는 횡재다.큰 돈을 번 것이고 이것만 가지고도 큰 소득이 생긴 것이다.
앞에서 죽 설명해 오다가 믿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움을 나타낸다고 하는 현신수난 부분의 이 마지막 한 게송이 결정타가 된다. 이것은 화엄경에서 ‘너희들 화엄경 공부 열심히 하라’고 유혹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눈을 뜬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이러한 이치가 있기 때문에 그 이치에 입각해서 하신 말씀이지 결코 우리를 유혹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금강경만 하더라도 금강경 전체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만약에 안되면 사구게 만이라도 수지 독송 서사 해설할 것 같으면 삼천대천 세계에 금은보화를 가득히 쌓아놓고 보시 하는 것 보다 더 위대하며 그 복이 수승하다는 말씀을 하였다.
그것도 눈뜬 사람이 보면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다. 결코 사람을 유혹하려고 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면 그러한 이치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가슴에 얼른 와 닿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49재 법문 같은 것을 할 때 ‘분명히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이것을 우리가 한 번 독송하고 법문으로 들려드리는데 이걸 가슴에 와 닿도록 눈을 떠야 할 것이다.그러면 거기에 무슨 업장이 어디에 있으며 무슨 죄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꼭 한다.
三, 諸佛證明
時에 賢首菩薩이 說此偈已하신대 十方世界가 六返震動하야 魔宮이 隱蔽하고 惡道가 休息이라 十方諸佛이 普現其前하사 各以右手로 而摩其頂하고 同聲讚言하사대 善哉善哉라 快說此法이여 我等一切가 悉皆隨喜라하시니라
이때에 현수보살이 이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니 시방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마(魔)의 궁전은 숨어버리고 악도는 모두 쉬었으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널리 그 앞에 나타나시어 각각 오른손으로 그 이마를 만지시며 같은 소리로 칭찬하셨도다. "좋고 좋도다. 통쾌하게 이 법을 설함이여, 우리들의 일체가 다 모두 따라서 기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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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불증명(諸佛證明): 시방세계의 부처님들이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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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에
현수보살(賢首菩薩)이
설차게이(說此偈已)하신대 :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신대
시방세계(十方世界)가
육반진동(六返震動)하야: 책에 나온 반(反)자가 밑에 책받침이 있는 반(返)자라야 한다.
시방세계가 육종으로 진동한다. 육종은 육근이다.앞에는 육종십팔상이라고 했는데 육근 육진 육식은 우리 인생의 전 영역이다.사람이 살아가는 전영역이 육근이고 그것을 좀더 확대하면 십팔계다. 그것이 그야말로 전율을 일으키고 감동에 들떠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런 느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결론의 게송을 우리가 아주 신심나고 환희심나게 했는데 그럴 때 우리 가슴에 오는 감동을 말한다.
마궁(魔宮)이 은폐(隱蔽)하고 :마구니의 궁전은 숨어버리고
악도(惡道)가 휴식(休息)이라 :악도도 계속 돌아가다가 멈춘다.
이 현수품 게송을 설하고 나니까. 여기에 감동하지 아니할 중생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악도 마저도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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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제불(十方諸佛)이 : 시방제불이
보현기전(普現其前)하사: 모두 그 현수 보살 앞에 나타나서
각이우수(各以右手)로 : 각각 오른손으로써
이마기정(而摩其頂)하고:그 이마를 어루지고
동성찬언(同聲讚言)하사대 : 같은 소리로 찬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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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선재(善哉善哉)라 : 훌륭하고 훌륭하다. 현수 자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참 훌륭한 법문을 하는가.
쾌설차법(快說此法)이여: 통쾌하게도 이 법을 설하는구나.
아등일체(我等一切)가 : 우리들 일체가.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 우리 일체가
실개수희(悉皆隨喜)라하시니라 : 모두모두 다 따라서 기뻐한다. 화엄경은 참 좋다. 특히 현수품은 전부 시형식으로 되어 있다.이렇게 전체 한 품이 모두 시로 된 것은 이 품 하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이 현수품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번역도 많이 하고 있다. 화엄산림을 여러분들이 소규모로 할 때 이 현수품을 가지고 하면 좋다.
약찬게에서 ‘육육육사급여삼’할 때 두번째 6품이 모두 끝났다. 2회의 6품을 십신법문이라 하고 이것은 믿음을 확고히 하는 내용이다.
이 법에 대해서 믿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가 백 프로는 못 믿는다 하더라도 천 분의 일, 만분의 일만 환희심이 나고 감동이 일어나고 믿음이 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대단한 공덕이다.
귀로 스치고 지나가는 이근공덕만 하더라도 마치 다이아몬드를 삼키는 것과 같아서 세세생생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영혼속에 우리의 제8 아뢰야식 속에 남아서 언젠가 그것이 발휘를 할 때가 있다고 하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제2회 6품 십신법문을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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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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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_()()()_
가장 덥다고 느껴지는 이 시간의 우리집, 그 무덥던 여름을 잘 견디고... 요 며칠 전 부터 아침, 저녁으로 부는 산들바람에 난 또 가을을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 _()()()_
오늘 가을 같지요^^ 가장 무더운 여름, 힘들게도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엄마집 가야하는데 내일로 넘기고 한달만에 친구와 포천에서 만나서 실컷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집 앞에서 내려 말랑한 복숭아를 샀습니다. 트럭앞에서 두 분이 망설였는데 제가 서둘러서 "지난 번 거 맛있었어요. 이것도 같은 건가요?' 하고 신호 바뀌기 전에 얼른 돈을 내고 복숭아를 사자 손님들이 우루루 돈을 꺼냈어요. 아...저 바람잡이 잘 할 것 같은데....아무튼 선물이 생기니 얼른 부모님께 가보고 싶어요^^ 며칠 전 샀던 복숭아는 말랑해서 엄마드려야지 했는데 제가 하나씩 하나씩 다 먹고 2개만 남았거든요^^~~집에 가면 '관세음보살~~' 먼저하려고요.
글쎄 지난 번엔 엄마가 먼저, "그런데 너 왜 엄마 보고 관세음보살~~ 안해?" 하시더라고요. 서로 얼굴보고 한참 이런저런 집안일 하다가요....저희 엄마는 유머가 0% 이신데 깜짝 놀랐어요. 엄마도 바뀌시니 저도 바뀌어 봐야겠어요. 해야할 일 미리미리 하기...사소하지만 중요한 습관들 오늘부터는 변화하고 싶어요 ~~^^
날씨도 더운데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정말 고맙습니다. _()()()_
올해는 유난히도 더운 날씨였지요? 시원한 냉차 준비했습니다.. 혜명화 님!! _()()()_
_()()()_네^^ 지금 마실게요~~~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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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爲第一財.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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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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