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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3월 20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20토] 금강산·개성관광 파국으로 치닫는 건가
금강산ㆍ개성 관광 재개를 둘러싼 남북 신경전이 걱정스러운 사태로 치닫고 있다. 북측은 그제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서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해외 및 국내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을 조사하겠다며 남측 부동산의 소유자와 관계자들에게 25일까지 방문하라고도 했다. 관광사업에 관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을 공언한 보름 전의 담화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최후 통첩인 셈이다.
북측의 초강경 압박은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엄포로 보인다. 그러나 일이 계속 꼬이면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측이 새로운 사업자 운운하는 것은 중국 등 제3국 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한 여행사가 내달부터 개성과 금강산이 포함된 북한 여행상품을 내놓고 여행자를 모집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관광객 총격사망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를 외면한 채 관광계약 파기나 남측 부동산 동결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한다면 적반하장이다. 남북 합의 위반일 뿐 아니라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며 최근 그들이 목 매고 있는 외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자해행위다. 남측이 관광 재개를 핵 문제 등과 연계시킨다고 비난할지 모르나 남북관계 진전이 핵 문제와 무관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우리 정부의 경직된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신변 보장 등 3대 조건 충족 말고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태에서 북측에 관광대가로 현금이 지급되는 것을 꺼려해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역량과 의지에 따라서는 관광 재개를 북측의 6자회담 복귀 추동력으로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북중간 경제 밀착이 전방위로 심화하는 때에 금강산이 1998년 이전의 '그리운 금강산'으로 되돌아 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20토] 재출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소임 제대로 해야
여성부가 어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가족과 청소년 업무를 이관받아 여성가족부로 재출범했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여성정책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 정권은 집권 초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다 거센 반대에 직면하자, 기존의 여성가족부가 가지고 있던 가족·보육업무를 보건복지부에 떼주고 여성부는 껍데기만 남겨놓았다. 이후 양성평등 정책은 실종되고 가족 업무도 흔들렸다.
재출범한 여성가족부의 업무 범위와 인적 구성은 이 정부의 새로운 여성정책의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현 정권 아래서 계속 심화돼온 양성 간의 불평등과 저출산·고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실질적 능력과 힘을 갖췄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드러난 여성가족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장관에 이어 차관마저 경제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또 종합적 가족정책을 담당하도록 한다면서도, 가족정책의 핵심에 속하는 보육문제는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남겨놓았다. 여성정책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을 했다면 이런 식의 인사나 직제 개편이 이뤄질 순 없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여성문제에 대한 이 정권 인사들의 천박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그제 제주 여기자회 발언이 단적인 예다. 그는 “여성의 임무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저출산의 원인인 양 이야기했다.
이런 안팎의 한계가 있음에도 여성가족부의 책무는 막중하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여성 일자리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여성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공약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남성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여성 취업자 수는 10만명 이상 감소했고 비경제활동인구도 남성의 2배에 이르렀다. 어제 통계청 발표를 보면 대졸 여성실업자 역시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다. 그나마 일하는 여성들도 임금이나 승진 등 각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고용에서 차별적 관행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육아 등 돌봄노동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짊어지는 틀을 만듦으로써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320토] 지방 공기업 이대로 두면 지자체 연속 파산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공사·공단 131개 중 경영이 부실한 26곳에 대해 청산(淸算)·통합·조건부 청산·경영개선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 지방공기업들을 보면 이들이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충남도가 1999년 농축산물 가공·거래를 위해 설립한 농축산물류센터관리공사는 4년 만에 자본금 191억원을 모두 까먹었다. 물류센터를 지어놓고는 당초 목적과 달리 농축산물 유통과는 관계없는 임대사업만 하는 등 부실(不實)·방만 경영으로 매년 적자를 내면서 세금을 갉아먹고 있다.
태백시가 복합레저시설인 '오투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요즘 빚을 내 인건비와 전기료 같은 운영자금을 대고 있다. 골프장·스키장·콘도 등의 공사비로 41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관광객 유치에 실패해 작년에만 2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주변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가 40여개나 되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탓에 10년간 누적적자가 1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드러난 부실은 빙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 공기업 설립 권한이 행정자치부 장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넘어간 이후 지방 공기업은 2000년 272개에서 현재 406개로 크게 늘었다. 지자체들은 각종 개발사업과 농축산물 유통·수출입, 관광 등 수익사업을 명분으로 내걸고 너도나도 지방 공기업을 세웠다. 그러나 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주먹구구식이었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지방 재정만 축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기여한 사람들이나 지자체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에다 공기업 경영을 둘러싼 비리(非理)와 부정 같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 공기업 부실을 이대로 두다간 지자체들이 연속적으로 도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전체 지방 공기업을 수술대에 올려 과감한 퇴출과 통폐합, 민영화 등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지방 공기업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전문 경영인을 끌어들여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20토] 재원 못따르는 무상급식 확대는 포퓰리즘
정부와 여당이 6 · 2 지방자치제 선거를 앞두고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점진적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야당은 여전히 초 · 중등학생 전원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매년 추가로 들어가야 할 돈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선별적 무상급식을 탓할 수만은 없다.
전원 무상급식은 학생이나 부모 모두 좋아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세금이라는 명세표로 국민들에게 부담이 돌아오기 때문에 대중의 인기에 영합(迎合)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정이 타협책으로 제시한 선별적 무상급식 확대마저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계획대로 2012년까지 농산어촌 초 · 중등학생과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초 · 중 ·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수혜 학생은 현재의 97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늘어난다. 매년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이 4000억원에 달하고 이는 시 · 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과 지자체 지원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마련하지 못할 규모는 아니지만 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푼의 예산도 헛되이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재원을 생각하지 않는 인기위주의 무상급식 논란에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20토] 위안화 절상 빨라질 가능성 대비할 때
중국이 전자ㆍ기계 등 주요 12개 업종 1,000여개 기업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초 올해 2ㆍ4분기나 3ㆍ4분기로 예상됐던 위안화 평가절상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절상 문제는 그동안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강하게 요구해온데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서도 필요성을 언급해 중국 입장에서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위안화 절상이 지연될수록 해외로부터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돼 자산가격 버블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위안화 절상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위안화 절상시기 못지 않게 절상폭도 관심거리다. 시장에서 1년짜리 위안화 선물이 3~4% 절상돼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그 정도 범위에서 절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밝힌 "주도적이고 점진적이며 통제 가능한 범위"라는 이른바 '위안화 절상 3대 원칙'에 비춰보면 단계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08년 7월부터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2위안으로 고정해온 페그제를 종료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중국의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운찬 국무총리도"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도 만만치 않다. 원화가치가 간접적인 상승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2005년 위안화가 19% 정도 절상됐을 때 원화가치는 18% 정도 상승한 전례가 있다.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한 실정이고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상 시간문제나 다름없는 위안화 절상시기와 폭, 그리고 국제금융시장 및 우리의 수출입 등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오늘과내일/정성희(논설위원)-20100320토] 부패교육감 이념교육감 뽑는 直選
지금부터 19년 전인 1991년 정부가 쥐고 있는 교육행정권한을 시도교육위원회로 이전하고 민선 교육감이 등장하면 ‘문교부’로 상징되는 교육관료주의 등 우리 교육의 병폐가 상당부분 해결되는 줄로 알았다. 민선 교육감은 교육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도 화문석 사건’이 터졌다. 교육감 후보자가 교육위원들에게 값비싼 강화도 화문석을 뇌물로 돌린 사건이었다.
*비리 잉태하는 막대한 선거비용
교육감을 선출할 때마다 금품수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후보자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1997년 지방자치교육법이 개정됐다. 교육감 선출 권한이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97%)과 교원단체 추천선거인(3%)으로 넘어갔다. 그 때엔 합리적 개선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교사와 학부모를 학교운영위에 넣으려고 싸움질을 벌이면서 학교가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법으로 거론된 것이 교육감 선출을 학교운영위에 맡기지 않고 주민 손으로 뽑자는 것이었다. 호선과 간선의 폐해가 너무나 컸기에 직선을 하면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 자치라는 거창한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내손으로 교육의 수장을 뽑을 수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거 시즌이 시작되자 선거차량에서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와 여기저기 도배질된 현수막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교육감 후보자를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처럼 저렇게 천박한 방식으로 홍보해야 하는지 회의가 밀려들었다. 국민 모두가 교육감 선거의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금세 드러났다. 청년실업자나 노인이 교육감 선출에 무슨 큰 관심이 있겠는가. 학부모 투표율도 낮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자기 자식의 입시에 대한 것일 뿐 교육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었다. 형편없이 낮은 투표율 속에 등장한 것은 부패교육감 아니면 이념교육감이었다.
직선교육감의 고비용 선거구조는 그 자체로 비리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선거비만 30억 원이다. 실제 선거비용은 더 들었다는 소문이다. 제 정신 있는 사람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후보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지출한 비용을 거두려하거나 당선을 도운 공신들에게 논공행상 인사를 할 여지가 높다. 장학사 장학관의 순환보직을 매개로 한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가 이른바 ‘공정택 마피아’에 의해 주도된 것이 무리는 아니다.
* ‘교육개혁 모델’ 미셀 리는 임명됐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 어제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1000만 수도교육의 책임자를 순식간에 비리혐의자로 만들어 버리는데 직선제도 한몫했다. 시도 교육의 인사권 예산권 운영권 같은 막강한 권한이 교육감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그 교육감이 직선을 통해 선출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교육비리는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교육감은 정당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2007년 12월 교육감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기호가 같은 ‘2번’이 모두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은 무얼 말하는가. 국민은 교육감을 정당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도 교육감 선거에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 교육개혁의 사표(師表) 미셀 리 워싱턴DC교육감은 에이드리언 펜티 시장이 임명했다. 6·2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초장부터 김 빼고 싶지 않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직선 교육감 폐지야말로 교육개혁의 출발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구희령(사회부문 기자)-20100320토] 승부 조작
승부 조작은 고대 올림픽에서 흔한 일이었다. 선수들은 출전 자격을 속이고, 심판을 매수했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제우스 동상 건립 특별기금을 내야 했다. 그리스 말기에 제우스 동상이 넘쳐난 까닭이다.(데이비드 캘러헌, 『치팅 컬처』)
승부 조작의 최고수라면 역시 로마의 네로 황제가 아닐까. 자신의 일정이 바빠서 그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예 올림픽 개최를 2년 뒤로 미루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네로는 각종 경기에서 1808번을 우승했다고 전해진다. 사두전차 경주에서 우승한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말 열 마리를 모는 십두전차 경주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만 경기 중에 전차가 전복돼 버렸다. 당연히 결승점까지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심판은 황제의 승리를 선언했다. 네로는 심판의 판정에 25만 드라크마로 보답했다. 나중에 그의 후계자 갈바가 심판에게 반환을 요구했을 만큼 엄청난 돈이었다.
또 다른 폭군인 칼리굴라 황제는 대놓고 승부를 조작하는 것은 싫어했던 모양이다. 그는 맹수와 검투사들을 동원한 잔인한 경기를 즐겼는데, 자신이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다는 사실이 간파당하면 경기 책임자를 쇠사슬로 때렸다. 며칠씩 매를 맞다가 죽어버린 책임자도 있었다.(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역사의 지배자』)
현대에는 승부 조작의 방법이 좀 더 교묘해졌다. 독일 인스부르크 대학 경제학자들이 2000/2001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와 지역리그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심판들은 홈팀이 1점 차이로 뒤진 상태로 경기 종료 시간이 됐을 때 추가 시간을 30초~2분 정도 더 줘서 무승부나 역전을 이끌어냈다. 페널티킥도 홈팀이 주장할 때는 81%, 타 지역팀이 주장할 때는 51% 받아들였다. 물론 심판 배정을 좌지우지한 것이 드러나 2006년 이탈리아 명문구단 유벤투스가 우승을 박탈당하고 세리에 B리그로 강등됐던 것처럼 적나라한 승부 조작도 종종 발각된다.
지난해 고려대 축구부 감독이 심판을 매수해 9개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18일 드러났다. 매수 자금은 학부모에게서 걷었다고 한다. 1500만원 넘게 써서 연·고전(고·연전) 승부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당시 심판의 미심쩍은 판정에 항의하던 연세대 감독은 퇴장까지 당했다. 학교 간 친선경기까지 돈으로 사다니. 네로도 놀랄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100320토] 건강 장수마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 신장성을 향해 뻗어 있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옛 실크로드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해발 2500m 고산지대에 자리잡은 훈자마을을 만날 수 있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인더스 강물이 흐르고, 뒤편으로 보이는 산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다. 봄이면 살구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마을을 한 폭의 그림처럼 수놓는다. 태곳적 신비로움마저 간직해 일본 만화작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그리면서 무대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세상 일 따위 다 잊어버린 채 머물고 싶어진다’는 게 여행객들의 감상이다. 훈자마을은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세계 최장수 건강마을로도 유명하다. 107살 할머니가 90살 먹은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동네라고 한다.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세계에서 소문난 장수마을들을 답사하고 체험기를 낸 강릉원주대 이원종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훈자마을을 비롯해 일본 오키나와, 중국 루가오·바마, 에콰도르 빌카밤바, 그루지야 캄카스, 이탈리아 사르데냐·캄포디멜레, 불가리아 로도피 산맥, 프랑스 남부 등 세계 10대 장수촌을 돌며 환경과 음식, 생활습관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장수촌 사람들의 건강 비결은 친환경 채소를 먹고, 식사 때 많이 씹으며, 햇빛을 많이 쬐고, 꾸준한 운동을 한다는 것 등이었다.
국내에도 장수마을로 소문난 곳이 제법 있다. 타임지는 2003년 전북 순창을 세계의 장수마을로 소개한 바 있고, 전남 순천 역시 맑은 자연환경을 유지해 장수노인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와 소라면 현천리, 화양면 장수리도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80세 안팎의 노인들이 갯벌에 나가 조개 등 수산물을 직접 채취한다고 한다. 제주도와 경북 북부지역도 장수촌이 많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가장 건강한 마을은 전북 임실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가 그제 발표한 ‘2009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임실군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이 없고, 자살 생각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흡연율과 스트레스 등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해마다 장수 건강비결을 묻는 각종 조사들이 반복되지만 메시지는 한결같다.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자’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종신(한국수력원자력 사장)-20100320토] 고난에는 뜻이 있다
나비는 아름답다. 사뿐히 꽃잎에 내려앉는 자태며 너울거리는 날갯짓은 보는 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번데기가 고치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오롯이 감내해야만 나비가 될 수 있다. 고치에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안쓰러워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연약한 고치는 부서질 수밖에 없다. 생명이 존재하는 데는 고통이 수반된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내게도 힘겨운 시간이 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중ㆍ고교 내내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다녀야 했다. 한창 예민하던 때 명문고 배지를 달고 여학생 앞으로 당당히 걸어가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극복하고 학업에 매진한 덕에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원자력발전을 위한 외길을 걸어 왔으니 오히려 양약이 된 셈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고난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만이 자기 한계를 넘어 위대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농기구는 숙련된 대장장이의 쉼 없는 풀무질을 통해 만들어진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신기록으로 `피겨 여신`으로 우뚝 선 김연아 선수는 동작 하나를 익히느라 5만번이나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모세는 이스라엘 지도자가 되기에 앞서 40년간 광야에서 양을 치며 연단을 받았다. 헬렌 켈러도 힘겨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우리 원자력발전 역사도 어려움을 극복한 기적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고리 1호기 도입 당시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에 차관으로 원전을 지었다. 고리 3ㆍ4호기를 사업자 주도 방식으로 추진코자 했을 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던 사람도 있었다.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울라치면 그 설움이 얼마나 복받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어려움은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기술자립과 수출을 달성케 한 불굴의 의지를 가다듬게 했다. 이제 단군 이래 최대 수출 프로젝트인 UAE 원전사업을 수주해 모래바람 날리는 열사(熱沙)의 땅에 우리의 귀한 딸과도 같은 `APR1400` 원전을 곱게 시집보낼 채비를 차근히 한다.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쌓아온 열정과 각오를 되새긴다면 새로운 원전 신화는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