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탄로사(今時綻露事) ♡
금방 탄로 날 일
어느 곳에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아비로 지내고 있는 박진사가 있었다.
어느 날 박진사가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맛좋은 새우 요리를 먹어 보고는
항상 새우 요리 새우 요리 하면서
입버릇처럼 타령을 하던 차에 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때마침 짓궂은 친구가
커다란 새우 열댓 마리를 선물로 사들고 가서,
박진사의 몸종을 불러내어 새우를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는 몸종에게 장난삼아 말했다.
"이 새우를 삶으면 네 년이 진사 어른과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당장 알게 된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가 있을까요?"
몸종은 깜짝 놀라 물어보았다.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새우는 빨갛게 된단다."
이 말을 듣고 몸종은 부엌으로 들어갔고
친구와 박진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이제나 저제나 새우 요리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식경이 지나도록
새우 요리가 좀처럼 두사람 앞에 나오지 않았으며
박진사가 부엌의 안에다 대고 몸종에게 크게 소리쳤다.
"얘야, 새우 요리는 어찌 되었느냐?"
"예, 이제 곧 가지고 나가겠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게 한 뒤에 겨우 몸종이 빨갛게 익어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새우요리 접시를 들고 나와
상에 내려 놓더니 얼굴이 새우보다
더 새빨개져 박진사를 보고 말했다.
"나으리, 그러기에 쇤네가 뭐라고 했사옵니까.
금방 탄로 날 거라고 여쭙지 않았사옵니까요."
김영동 교수의 고전 & Life
♡ 웃음이 가득한 행복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