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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게 봄은 언제나 설렘의 대상이다. 지금처럼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면 더욱 그렇다. 꽃은 피지 않았어도 이미 마음은 꽃밭을 뒹굴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구보다 빨리 봄을 만나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 봄을 기다리는 대신 꽃구경이 제격이다. 특히 남도 땅의 봄은 풍경을 바꿔 놓는다. 을씨년스럽던 섬진강 포구도 봄바람이 간질거리면 껴안고 싶을 만큼 포근하게 변한다. 봄이 온다는 것, 그것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는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의 선물로 이어진다.
진안 팔공산에서 발원해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광양, 하동으로 530리를 유장하게 흐르는 섬진강. 섬진강의 사계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지만 특히 봄에 섬진강으로 끌려드는 것은 새색시의 볼처럼 아리땁게 피어나는 애틋함이 있기 때문이다. 보성강과 만나 합수 머리를 이루는 곡성군 압록부터 강폭을 넓혀 구례, 광양을 거쳐 하동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봄 풍경은 남도의 제1경으로 추켜도 손색이 없다.
새싹이 가녀린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기 시작할 즈음 버선목처럼 희게 피어나는 매화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지리산 자락을 물들이는 산수유야말로 남도의 봄을 알리는 대표이다. 곧이어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하늘거리는 벚꽃과 진분홍빛 철쭉이 산자락과 강변을 따라 흐드러진 자태는 오롯이 상춘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니 이 모두 봄날의 섬진강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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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매화와 벚꽃을 주거니 받거니 흐드러지게 피우며 한바탕 꽃 잔치를 벌이는 광양과 하동.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뻗은 도로는 화개의 상징인 남도대교와 섬진교로 연결되어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최적이다.
광양 백운산 북쪽 자락 다압면 일대에 무성하게 피어나는 매화는 3월 하순경에서 4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강변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매화가 산등성이까지 연분홍 꽃 대궐을 차리면 탄성이 절로 인다. 강바람에 매화향이 코끝이라도 스치면 고혹적인 향기에 온몸이 아찔해진다. 특히 섬진강과 지리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압면 섬진마을의 청매실농원은 매화꽃 물결의 중심이다. 청매실농원에 들어서면 풋보리 사이로 홍매화, 백매화, 청매화가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사이로 난 조붓한 오솔길을 산책하면 봄날의 화려한 외출은 절정에 있다.
또한, 하동과 접한 19번 국도에는 벚나무가 우거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봄이면 하얀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이 길은 섬진강에 딱 달라붙어 50리 길을 함께한다. 시원스레 내리 달리면 길은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는 강의 끝자락까지 연결된다. 19번 국도와 마주한 861번 지방도로는 광양 땅에서 섬진강을 호위하며 달린다. 강 너머로 지리산을 등지고 있어 반대편보다 한결 풍취가 있다. 또한, 오가는 차량이 뜸해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달리고 싶은 도로에는 언제나 감시 카메라가 있는 법. 19번 국도에서는 시속 60km 제한 속도를 지키며 벚꽃 터널의 운치를 즐기는 것이 안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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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꽃구경 확실하게 즐기기
섬진강 일대는 구례의 상위마을을 시작으로 광양 다압면의 매화와 하동읍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벚꽃 길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꽃구경을 나서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모두 다 보기보다는 봄날의 로맨틱을 즐기는 여행일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꽃구경은 시간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주말을 살짝 비켜서 가면 여유 있게 꽃구경을 할 수 있다. 특히 광양 청매실농원은 주말이면 주차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한낮 시간보다는 이른 아침과 오전에 들리고 섬진강 드라이브를 겸해 평사리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꽃구경을 나설 때는 반드시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 준비는 필수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이면 훨씬 낭만적인 여행을 만들 수 있다.
노란 꽃 구름 물결 상위마을
상위마을은 3월 중순경부터 4월 초까지 산수유 꽃으로 뒤덮인다. 몇백 년씩 묵은 산수유나무에서 꽃이 만개하면 마을은 온통 노랗게 바뀐다. 마을 뒤편에는 눈 덮인 지리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계곡이 흘러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골짜기를 따라 10리 정도 흐드러지게 산수유꽃 덕분에 온통 노란 꽃 세상이다. 상위마을에서 산수유꽃 구경을 하는 동안에는 번잡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듯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 더욱 알차다. 노란 꽃 세상을 실컷 감상한 뒤 섬진강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와 마주 달리는 섬진강 건너편 861번 지방도로는 겨울 동안 움츠렸다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처럼 화들짝 깨어나는 봄 풍경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매화꽃 흩날리는 홍쌍리 청매실농원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광양 땅 백운산 중턱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매실농원. 우선 농원에 들어서면 수없이 줄지어 서있는 장독대에 눈이 간다. 그리고 장독 뚜껑에 한두 개씩의 작은 돌멩이가 놓인 것을 볼 수 있다. 매화로 만든 갖은 장과 술, 먹을거리 등을 담아 나름대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봄이 되면 홍매화, 백매화 등이 눈꽃 날리듯 피어오르는 10만여 평의 매화농원 길은 가벼운 산책로로 더없이 좋다. 이곳은 영화 <취화선>, 드라마 <다모>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매장에 들르면 매실차를 무료로 맛볼 수 있고 청매실로 만든 청매실 농축액과 장아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061-772-4066, www.maesil.co.kr
소설 <토지>가 드라마 촬영지로 거듭난 평사리 최 참판댁
하동읍과 화개의 중간 지점 언덕배기에 소설과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리 잡고 있다. 악양면 평사리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곳. 악양 들판으로 유명한 평사리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최고의 자연을 선물을 한곳으로 넓은 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이곳 평사리 언덕에는 <토지>에 등장하는 만석 지기 최 참판댁이 복원돼 있다.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대가의 웅장한 규모도 놀랍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약양 들판과 섬진강의 전경이 아름답다. 특히 봄이면 푸릇푸릇 목을 내밀어 들판을 색칠하는 보리밭 풍경도 일품이다.
섬진강의 명물 재첩국 드이소 여여식당
섬진강의 명물 재첩국과 참게탕을 전문으로 내놓는 하동의 맛집. 40여 년간 한자리에서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는 소문난 식당이다. 뿌옇게 우러난 국물에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재첩과 잘게 썬 부추가 빚어내는 맛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해 입맛을 돋운다. 이 집의 재첩국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하기 때문에 비린 맛이 없는 것이 특징. 하동읍내의 동흥식당(055-883-8333)과 동백식당(055-883-2439)도 재첩국으로 유명한 곳. 이 두 곳 모두 여여식당 주변에 모여 있고 식당 옆 골목으로 조금 내려가면 소나무 숲이 아름답게 우거진 하동송림이 자리 잡고 있다. 055-884-0080 / 08:00~21:00 / 재첩국 5천 원, 재첩회(소) 2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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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 마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88고속도로 남원 IC로 빠져나와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터널을 지나면 구례. 지리산온천 이정표를 따라가면 산동 산수유 마을. 19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면 구례읍을 지나 섬진강 강변길이 이어진다.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화개가 나오고 평사리, 하동읍이 이어진다. 화개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좌회전하면 광양 매실농원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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