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하루를 맞이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포항 호미곳. 호랑이 꼬리에 위치한 한반도의 최동단인 이곳은 늘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새롭게 시작하는 2008년, 가슴에 소망 하나씩 품은 많은 사람들이 포항을 찾는다.
해맞이와 함께 포항을 찾게 만드는 것은,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 맞아 제대로 맛이 오른 과메기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꽁치가 포항의 겨울바람을 맞아 얼지 않게 숙성 건조된 것을 과메기라 한다.
포항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달려 구룡포에 다다르니 과메기가 널린 덕장이 바닷가에 흔하다.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주렁주렁 걸린 과메기는 반질반질 윤이 나 보는 사람의 미각을 자극한다. 과메기는 구룡포산을 으뜸으로 치는데, 어느 곳에서도 따라갈 수 없는 천혜의 자연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을 넘어온 북서풍이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산을 넘으면서 건조하고 차가워지는데, 이 건조한 북서풍이 과메기를 기름지게 말리고, 간을 배게 한다.
서울에서 보던 과메기는 모두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반을 갈라 말린 배지기. 구룡포 바닷가에 말리고 있는 것도 배지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가다 손질하지 않은 꽁치를 통으로 말린 통마리가 눈에 띈다.
“사나흘이면 마르고 비린내도 덜하니께 외지 사람들은 배지기를 찼습니더. 그래도 진짜 맛이야 통마리지예.” 반을 갈라 말리는 배지기와 달리 통으로 말리는 통마리는 보름 정도는 말려야 먹을 수 있다. 연안 꽁치로 만드는 데다 내장까지 함께 말리기 때문에 외지에서 먹는 것은 힘들다. 제대로 된 과메기 맛 즐기러 구룡포까지 왔다면 통마리를 먹어 볼 것.
구룡포 바닷가에 즐비한 음식점들은 여느 바닷가 마을과 달리 횟집이 아닌 과메기를 파는 집이 대부분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은 밖에 두고,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과메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 들이켜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작은 배추의 부드러운 속잎에다가 생미역, 파, 마늘, 풋고추 그 위에 과메기 한 점 얹고 초고추장 찍어 한입 가득 넣는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우러나는 과메기의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과메기는 비릿해서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맛들이면 일부러 찾아 먹게 되는 음식. 한번 맛을 들이면 코가 시리게 매운 겨울바람만 맞아도 과메기 생각에 저절로 군침이 돌 정도다.
1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매서운 겨울바람 맞으며 과메기가 익어간다. 한겨울 추위에 할머니가 얼굴만 내놓고 과메기를 널고 있다. 배를 갈라 만드는 배지기는 보통 사나흘 정도면 마른다. 줄줄이 꽁치를 너른 대에는 1,2,3...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것은 꽁치를 말린 날짜를 알리는 것이다.
2 지금 구룡포 바닷가에 가면 과메기 말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3 4 해산물 중세 없는 것이 없다는 죽도 시장. 제철 만난 고등어와 오징어는 그 대로 빛깔 고와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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