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도수 28도, 용량 700ml인 리큐어입니다. 병 자체도 약간 독특한 형태인데다 제법 묵직해서 다른 병들과 나란히 세워두어도 돋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레토'라는 리큐어는 흔히 '아몬드 향 리큐어(almond-flavored liqueur)'라 불리는데, 사실은 살구씨를 원료로 만드는 것이군요. 그러나 때로는 살구씨 외에도 아몬드를 소량 첨가하거나 여러 허브 등의 향을 넣는 일도 있다 합니다. 이 리큐어는 그 달콤한 맛과 향으로 제과, 제빵 등에 쓰이기도 하고 식후 그냥 마셔도 좋고 다양한 칵테일에 이용됩니다.
그리고 이 아마레토라는 리큐어는 하나의 이야기가 특히 유명하군요.
1525년 이탈리아 롬바르디(Lombardy)의 사론노(Saronno)에 있는 교회에서 당시 유명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그의 제자인 베르나르디노 루이니(Bernardino Luini)에게 벽화를 그려달라고 의뢰를 합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중 루이니는 벽화에 그릴 성모 마리아의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그가 묵던 여관 주인이었던 젊은 미망인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녀를 모델로 하게 되었고, 그가 이곳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는 중 점차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루이니에 대한 감사를 담아 미망인은 브랜디에 살구씨를 담근 달콤한 술을 만들어 선물했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마레토라는 리큐어의 기원이 되었다 합니다.
본래 'Amaretto'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쓰다(bitter)'라는 뜻의 'amaro'에서 왔다 합니다만 이와 발음이 유사한 'amare' 또는 'amore', 즉 "사랑"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일도 있다 하는군요. 거기다 아마레토의 기원이 된 루이니 이야기 덕분인지 아마레토는 흔히 사랑과 관련된 리큐어, 즉 '사랑의 리큐어'라 불린다 합니다. 사실 아마레토의 그 달콤한 맛을 생각하면 이렇게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떠오른다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러한 아마레토 중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상표가 바로 이 디사론노입니다. 이 디사론노라는 회사는 자사만의 특별한 조합으로 만드는 아마레토를 최초 1525년 이래 계속해서 유지해오고 있다 하는군요. 그 설명에 따르면 이 디사론노 오리지날레는 순수 주정에 살구씨 오일과 캐러멜, 그리고 약 17종의 허브와 과실에서 추출한 에센스를 포함시켜 만든다 합니다.
그리고 흔히 '아마레토 디사론노(Amaretto Disaronno)'라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상품명은 여기서 아마레토라는 이름을 빼고 그냥 '디사론노 오리지날레(Disaronno Originale)'라 표기하니, 이 회사의 아마레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나저나 이렇게 봉인이 붙어있는 병은 처음이군요. 뚜껑을 돌려서 따면 붙어 있는 봉인이 찢어지며 열리는 구조입니다. 일단 병을 딴 이후로는 덜렁거려서 깨끗히 잘라내 버렸습니다만;
리큐어 잔에 한 잔.
진한 갈색... 호박색이라 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따라놓으니 향이 굉장합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식탁 위에 잔을 잠시 두니 조금 떨어진 거실까지 달콤한 향이 퍼져오는군요.
잔을 슬쩍 코 주변에서만 맴돌게 해도 살구씨 특유의 달콤한 향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을 입에 조금 흘려넣으면 그러한 향에 어울리는 진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숨을 내쉬면 콧속 깊은 곳부터 향기가 한가득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쓰다(bitter)'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약간 씁쓸한 맛이 뒷맛으로 남아서 마냥 달콤한 맛이 아닌 변화가 느껴지는 맛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아마레토는 평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리큐어 중 하나로군요. 위 사진은 제가 가진 마리 브리자드의 아마레토이고 그밖에 볼스, 드 퀴페 등의 자주 보이는 리큐어 회사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마리 브리자드 아마레토 역시 알코올 도수 28도, 용량 700ml입니다. 가격은 약 15,000~20,000원대.
디사론노와 나란히 한 잔씩... 왼쪽이 마리 브리자드, 오른쪽이 디사론노입니다.
색상은 디사론노보다 연한 색입니다. 그리고 향은 비슷하지만 그 강도가 다소 약한 편이군요. 맛은 아마레토 특유의 혀에 감겨드는 듯한 단맛과 입안에 퍼지는 향은 사실 꽤 괜찮은 편입니다만 디사론노에서 느꼈던 씁쓸한 뒷맛은 느껴지지 않는 그냥 달콤한 술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제까지 디사론노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이 마리 브리자드 아마레토를 써왔습니다만... 디사론노를 접한 후 다시 이걸 마시니 어쩐지 빈약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군요.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칵테일에 넣으면 맛의 구분은 힘들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단독으로 놓고 진지하게 비교하니 역시 맛의 차이가 큰 것을 실감합니다.
어쨌거나 아마레토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칵테일이라면 단연 이것, 갓 파더(God Father)입니다.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군요. 단지 스카치 위스키와 아마레토를 섞어주는 칵테일이지만 재료가 단순한만큼 사용한 재료에 따라 맛이 확연하지요. 이번에 쓴 위스키는 무난하게 J&B 제트, 그리고 디사론노로 만들었습니다. 잔은 평소에는 평범한 올드 패션드를 씁니다만 모처럼 디사론노를 구입할 때 같이 들어있던 잔을 써보았습니다.
확실히 들어가는 아마레토가 달라지니 이러한 갓 파더같은 칵테일은 맛의 차이가 확연하군요. 무엇보다 위스키의 향 뿐 아니라 아마레또의 향 역시 두드러지기 시작해서 이제까지 평범한 아마레토로 만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격은 구입처에 따라 다소 변동이 큰 것 같습니다. 대략 25,000~40,000원대, 비싸면 5만원대까지 오르는 것을 보았군요.
솔직히 아마레토라는 리큐어는 그 용도는 생각 외로 많지 않습니다만 그 단맛과 달콤한 향은 몇몇 칵테일에서는 빠지지 않는 리큐어입니다. 그러한 아마레토의 오리지널에 가까운 이 디사론노는 아마레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접해볼만한 리큐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