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동백의 붉은 빛의 꽃을 술에 담가 동백주를 만들어 먹였으며, 동백기름은 여인들의 영양크림이나 머릿기름으로 많이 사용됐다.
동백꽃이 피었다. 한겨울에 보란 듯이 피었다. 며칠 전 제주에 갔다가 길가에서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의 끝과 끝을 오고 갔다. 구경하는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옛날 여인들이 머릿기름으로 썼던 동백기름의 이용이 떠올랐다. 우연의 순간이었다. 재빨리 작은 수첩에 '동백기름의 가치와 임산물로서의 중요성 자료확인' 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서울로 돌아왔다. 곧바로 「임업통계연보」를 구석진 곳의 책꽂이에서 꺼냈다. 그리고 과연 동백은 임산물의 하나로 「임업통계연보」에 수록돼 있을까, 그렇다면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찾고 싶은 항목을 펼쳤다. 임산물 생산량 부문의 동백이었다. 다행하게도 동백의 종실은 주요 임산물의 하나로 실려 있었다. 생산량도 집계돼 있었다. 생산량은 무려 10여 년 이상의 통계였다. 동백은 「임업통계연보」에 기록돼 있는 것만으로도 임산물로서의 중요성과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임업통계연보」에는 동백의 생산량과 생산액이 지난 93년까지만 나타나있고 그 이후의 집계는 없다.「농림통계연보」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농림통계연보」는 6년 단위로 집계되기 때문에 동백은 내년부터 「농림통계연보」에서 완전히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는 임산자원의 하나를 잃게 된다. 옛날에 중요했던 임산자원으로만 남아 있게된다. 옛날에는 붉은 빛의 꽃을 술에 담가 동백주(주)를 만들어 먹었다. 전을 부쳐먹기도 했다. 더군다나 전통차를 마실 때 동백꽃잎을 띄우면 향과 꽃빛깔이 어우러져 한층 맛을 더해줬다. 특히 꽃과 잎은 구충제와 모기향으로 유용하게 쓰였다. 뿐만 아니라 꽃잎은 더운물에 넣어 목욕할 때 이용했다는 풍속도 전해지고 있다. 전남 거문도지방의 동백꽃 목욕전승은 잘 알려진 것이다. 거문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뜨거운 물에 동백꽃을 우려서 그 물로 목욕을 했다. 동백꽃은 원래 3-4월에 피지만 거문도에서는 섣달에도 많은 꽃을 피운다. 이곳사람들은 동백꽃을 우린 물로 목욕을 하면 종기에 약이 되고 평소에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 동백꽃 목욕은 50년대까지만 해도 흔하게 행해지던 풍속이었다. 동백의 이용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동백기름이 최고다. 동백기름은 동백의 종실을 압착해 얻은 불건성유이다. 맑은 황색을 띠며 그대로 방치해도 증발하지 않는다. 지방산성분은 올레인산 83.5∼89.4%, 리놀레인산 1.3∼5.1%, 포화산 9.1∼11.6%이며, 전체 종실의 기름함유량은 35.98∼45.27%이다. 응고점은 영하 15.5∼8.5도, 비중은 0.915∼0.916이다. 일반적으로 냄새는 없으나 현재 시판되고 있는 동백기름은 특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동백기름은 여인들의 목욕 후 영양크림이나 머릿기름으로 많이 사용됐다. 청양지방 민요의 '동백아 열지 마라 산골에 큰애기 떠난봉난다'와 강원도 아리랑의 '동백아 열지 마라 건너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라는 구절은 동백기름이 여인들의 머리단장에 사용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모발의 끊김이나 갈라짐 또는 빠짐, 가려움증 등은 물론 피부의 염증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동백기름. 이 기름의 사용은 60년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이용이 거의 없다. 동백기름은 무릇 우리 선조들만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중국 진나라 시황은 불로장생약으로 불로초와 함께 동백기름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제주도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는 임진왜란 때 가져간 동백의 기름을 짜내어 즐겨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백기름은 화장품의 재료나 올리브기름의 대용으로 썼으며, 민간에서는 등잔의 불을 밝히거나 담백하게 정제해 요리용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누가 없던 시절에는 주엽나무의 열매와 같이 세제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인주 등에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 고급기계의 공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는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물고기를 잡는 약이나 쥐를 잡는 약으로 쓰기도 했다. 잎은 불에 태워 염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도자기의 유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이래저래 동백이용이 줄어들고 있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대책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동백종실이 계속해서 주요 임산물의 하나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강조컨대 시기적으로 보아 「농림통계연보」에서 제외되기 전에 동백의 이용가치를 좀더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할 때다. 선인들의 취향에 맞는 우리 고유의 토종브랜드 동백기름을 개발해내야 하는 등의 방법이다. 희소가치가 수익성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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