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막상 그 뜻을 생각해 보면 알쏭달쏭한 것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 얘기하려는 ‘나절’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흔히 ‘한나절’, ‘반나절’, ‘아침나절’, ‘저녁나절’ 등으로 쓰지요(이런 말들은 아예 한 단어가 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합니다).
그러면 이 기회에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한나절은 몇 시간쯤 될까요? 반나절은?
보통 ‘나절’은 낮 시간의 절반 정도를 뜻하니까 ‘낮의 절반’이 줄어든 말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중 낮이 12시간이라면 한나절은 6시간, 반나절은 3시간쯤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이보다 길어지고 겨울에는 짧아지기 때문에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던(日出而作 日入而息)’ 농경사회에서는 유용한 시간 단위였을 겁니다. ‘나절갈이’ 같은 말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요즘 ‘한나절’을 쓸 자리에 ‘반나절’이라고 쓰는 것을 종종 봅니다. 나절을 ‘하루 낮 전부’로 착각한 데서 온 실수겠지요. 사실 국어사전에도 그 뜻풀이가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엿보이긴 하지만, 농경사회를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이 말 자체가 생소할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