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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법연구회인 숙우회(熟盂會)의 ‘자하(紫霞)’ 다법은 천수관음의 마흔 두 손 법기 쥐는 법을 참고하여 고안된 다법이다. 차인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 경력을 막론하고 도반이 되어 다법을 실천한다. 평소 수행을 무대로 옮긴 것이 공연이었다. |
주름치마의 다복을 입은 9명의 차인이 무대에 나란히 섰다. 무대에는 은다구와 백자 다구가 어우러져 펼쳐지고 향로에서는 향이 그윽하게 피어올랐다. 은쟁반 위에는 한다발의 들꽃이 소복하게 담겨 있었다. 국악 수제천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고 자색의 차단(茶單)이 펼쳐졌다. 그 위에 향과 꽃과 차도구가 차례로 옮겨졌다. 드디어 한 잔의 맑은 차가 헌다잔에 우려지고 차와 꽃과 향이 객석을 향하여 나아갔다. 시연자 일동이 무릎을 꿇고 앉아 객석을 향해 차공양을 올렸다. 그 순간 무대는 불국토로 변모했다.
한국의 다법연구회인 숙우회(熟盂會)의 ‘자하(紫霞)’ 다법은 천수관음의 마흔 두 손 법기 쥐는 법을 참고하여 고안된 다법이다. 자하는 보라 빛 노을이다. 보라빛은 양(陽)의 붉은빛과 음(陰)의 푸른빛이 하나가 된 색채이다. 노을은 낮과 밤의 경계선으로 불이(不二)의 시간이며 영원의 시간을 상징한다.
숙우회는 차를 내는 행위를 통해 집중과 알아차림을 하도록 창안된 다법을 선보였다. 행위는 선원청규와 발우공양 작법에 바탕을 두었다. 이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 경력을 막론하고 도반이 되어 차실에서 다법을 실천한다. 방법은 홀로 앉아 차를 마시고 선정에 드는 ‘독좌(獨坐)’를 비롯해 여러 명이 나선형으로 돌며 차를 다려 마시고 명상에 잠기는 ‘인드라망(因陀羅網)’까지 100가지가 넘었다. 평소 수행을 무대로 옮긴 것이 공연이었고 ‘자하’는 그 중 한 가지였다.
9월29일 중국 중경(重慶)시에서 열린 선차성전(禪茶盛典)의 다법 시연에서 숙우회의 자하 다법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불과 20분 만에 드러난 강렬한 이미지에 중국인들은 감동을 받았고 질문들이 곧 쏟아졌다.
“방금 시연한 차인들은 어떤 분들인지요?”
“대부분 주부입니다.”
“주부들이 왜 차를 배우는지요?”
“한국에서는 주부들이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여유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중에 내면을 닦고자 하는 분은 차를 배웁니다.”
이 질문은 바로 한국 선차와 최근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 선차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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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차(茶)는 한 맛(禪茶一味)이라고 전해진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음을 추구하는 선 수행과, 정신을 모으고 마시는 한 잔의 차는 같은 효과를 가진다. 선은 전문 수행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차를 통해서는 출가자가 아닌 일반인도 수행의 같은 효과를 가진다. 선은 전문 수행자들의 것이지만 차는 출가자가 아니라도 여법하게 차를 마시면 똑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선차성전은 중경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을 초청한 국제 규모의 차 행사였다. 27일 만찬에 이어 28일 백사사에서 입재식을 갖고 시작된 행사는 28일 ‘선차문화와 생태문명’을 주제로 담론이 전개됐고 29일에는 선차를 시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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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토론회에서는 중국 차문화 전문가들의 자국 선차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 류우열 전 북경대 교수는 “선을 하든지 차를 하든지 그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수행을 하는 것”이라며 “차를 아무리 멋지게 낸다 해도 실질적인 수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고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우민사 방장 춘일 스님 역시 “선차는 산업 이전에 문화가 되어야 한다”며 차의 정신에 비중을 뒀다. 춘일 스님과 류 교수의 발언은 기예 중심의 중국 차문화를 단적으로 지적하는 말이었다.
한 중국학자는 “한국차는 연세 많은 부인들이 하는데 왜 중국차는 꼭 예쁘고 젊은 여자가 해야 되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확실히 중국차는 기예적으로 잘 훈련된 학생들이 시연을 하고, 한국처럼 대중이 선차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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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역사를 지닌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모두 선과 결합된 독특한 차 문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결국 세 나라는 선차 종주국의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에 놓인 셈이다. 선차 문화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중국이 활발하다. 일본은 흔들리지 않는 전통을 앞세운다. 그렇다면 한국의 차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중국 중경=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http://www.beopbo.com/news/view.html?section=93&category=97&no=77441
숙우회 '자하'
중국
대만
첫댓글 숙우회가 가장 선차느낌이 잘 사네요~^^
누구 때문?
강선생님 덕분이지요~^^
선차느낌 아시니까~~!
윗글에도 잘 나오지만 중국은 퍼포먼스행다, 대만은 꽃꽃이 접빈다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