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고도 짪은 여행이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는 다시 할수도 없는 여행이다.
산행도 인생 여행중의 하나, 배가 항구를 떠돌듯 오늘은 가깝고도 멀었던 항구에 정착 해본다.
진정한 산의 의미를 알아가는 듯한 옆사람의 제안으로 뜻하지 않게 국립공원으로 급이 올라선 가까운 팔공산으로의 산행 여행이다. 버리기 조차 아까운 하늘과 구름, 바람은 그냥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대구 동구 도학동에 소재한 북지장사라는 사찰 옆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원점 회귀하는 산행이다.
집에서 약15분만에 들머리에 도착 간단한 준비 운동후 출발이다.
이곳 코스는 능선으로 올라 줄기를 타고 인봉을 거쳐 골프장 오른쪽 능선을 타고 노적봉을 지나 관봉(갓바위) 까지 갔다가 노적봉쪽으로 살짝 되돌아와 북지장사쪽 계곡길로 하산하는 코스다.
산행초입은 상당히 가파르다. 능선 시작점인 초반 600 미터 까지는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르고 능선 중간에 있는 인봉까지도 계속 오르막이다. 산아래 낮은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격이니 노적봉까지는 계속 오른다고 보면된다. 물론 중간에 평평한 길도 많으며 서너번 약한 오르내림이 있다. 다만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길은 아니다.
팔공산의 주능선을 보며 왼쪽엔 골프장을끼고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들머리에서 어느 정도 오르니 웬 텐트가 쳐져 있다. 송이를 감시하는 사람이 머무는곳이다. 한사람이 앉아 있는데 송이가 이젠 옛날처럼 나지 않는다고 푸념이다.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와 풍년일거 같은데 아니란다. 역시 세상일은 생각대로 순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젠 팔공산도 송이는 끝난건가?
감시 텐트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인봉이다. 줄잡고 기어 오르니 풍광이 멋지다. 같이 간 옆사람도 안올라 오려는걸 억지로 당겨 올렸다. 혼자만 보기 아까운 풍광이 온세상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팔공산의 주능선을 위시하여 동서남북이 통쾌하게 펼쳐진다. 대구시가지도 눈 앞이다. 바위 봉우리 위에 고고히 서 있는 소나무는 끈질기다 못해 예술이다.
역시 산행의 맛이란 이런건가. 동,서봉만을 열심히 드나 들었던 난 팔공산의 새로운면을 다시금 보았다. 국립공원의 자격이 있다.
인봉이 능선 시작점은 아니었다. 왜냐면 다소 깊히 내려 갔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야 하니.. 건너편 무명 봉우리부터가 정상까지 쭉이어진 능선 시작점이다. 초입 오르막, 무명봉까지 오르막으로 두지점이 다소 힘겨울뿐 그 이후는 얕은 오르내림의 능선길이다.
무명봉을 지나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감시 카메라가 있는 도학봉을 지나니 왼편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팔공컨트리 클럽이다. 총18 홀이라네. 빈 자리도 없이 골프 친다고 열중이다. 네명 다섯명 알록달록한 개미 같은 인간들이 꼬물 움직인다. 갤 울트라 23으로 줌업하여 찍어본다. 얼굴 주름까지 보이나? 느그는 아래서 놀아라 우리는 산위에서 신선처럼 놀께 부럽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타고 가니 전면에 거대한 암릉 봉우리들이 나좀 봐 주이소 하는 듯 우뚝 서 있다. 옛날 팔공산 종주시 지나쳤던 노적봉과 그 옆 암릉들이다. 거의 10년여 만에 다시 보니 대단하다.
노적봉은 동쪽과 북쪽면 양쪽에서 기어 오르는 등로가 있는데 동쪽은 줄로 이어져 줄을 타야하고 북쪽은 그냥 바위사이로 오르는 두가지 길이 있다.
난 북쪽에서 기어 오르는데 옆사람도 올라 오라 하니 무서워 못오르겠다 한다. 혼자 오르는데 다소 아찔하다. 정상은 밑에서 보기 보단 넓은 바위지대다. 정상석과 돌탑이 있는데 무엇보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하나 없이 360도 주위조망이 꺼리낄 것이 없다.
오늘 따라 다소 추위가 느껴지는 날씨인데 바람따라 새털같은 구름따라 저 멀리 또렸한 산 그리뫼가 그리움처럼 밀려온다.
노적봉옆 암릉위에서 조금 놀다 갓바위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관봉까지는 팔공산 종주능선으로 크게 오르내림은 없다. 주능선에 오니 사람들도 제법 있다.
갓바위는 시장통이다. 연휴 아니라도 늘 붐비는곳 이지만 오늘도 사람이 많다. 바람쉬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한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니 무언가를 빌러 온 것일까?
잠시 머무르다 노적봉쪽으로 되돌아 온다. 하산길 입구 능선위에서 점심을 한다. 산아래 속세 어느곳에서 하는 오찬이 이보다 더 맛있을수 있을까?
이곳에서 북지장사 까지의 하산길은 너무 아득하다. 본듯 아닌듯 40 여년만의 아스라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길이다. 서른이 되기전 어느 시간에 친구와 함께 갓바위를 가기 위해 올랐던 길이다. 그때의 기억은 가물한데 낮선듯 아닌듯한 계곡길 이네.
참 빠른게 세월이구나 기억은 내속에 있는데 그 기억은 세월을 따라 잡지 못한다. 그게 삶이고 보잘것 없는 인생이 아닐까?
빛바랜 시그널 따라 길인듯 아닌듯한 길을 찾고 찾아 50여분 만에 북지장사에 도착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국립공원 팔공산에서의 번개산행은 또 다른 인생여행을 그리고 끝났다. 먼곳도 좋지만 내주변 가까운 곳도 늘 되돌아 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살아간다면 삶도 조금은 재미 없지는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