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을 8층 6곳에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도시락 배달이라 처음 했던 날보다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이모님과 상의해서 오늘은 마지막에 816호 댁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노크를 하고 “김제사회복지관이요∼.할머니,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묻자
할머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오늘 방문의 목적은 할머님의 말동무 되어 드리고,
‘반찬마실’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할머니에게
참여해주실 수 있는지 묻는 것 이었다.
처음부터 할머니께 반찬마실 프로그램 참여여부를 물을 수는 없어서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께서는 이곳으로 오신지 20년 정도 됐다고 하셨다.
또한 할머니의 종교는 기독교였는데
할머니께서 다리를 다치신 후 교회를 다니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오시지 않았던 목사님께
서운한 감정이 들어 교회를 안다닌지 1-2년이 됐다고 하셨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다시 교회를 다니자고 할머님께 찾아와
말씀드리면 다닐 의향이 있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할머니의 신앙심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목사님이 할머님을 찾아가도록 우리가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할머니가 다시 교회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할머니의 인적 네트워크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할머니의 딸 이야기, 손자 이야기를 나누고
이모께서 ‘반찬마실’ 이야기를 꺼내셨다.
할머니께 반찬마실에 대한 설명을 드린 뒤 참여하실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할머니는 강한 긍정도 강한 부정도 하지 않으셨지만
일단은 다리가 아파서 참여하실 수 없다고 하셨다.
그 후에 반찬마실에 참여가 가능한 두 분을 소개해주셨다.
두 분이 오후에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시기 때문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두 분이 반찬마실의 대상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만날 수 있다면
한 번 두 분을 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식당을 하셨기 때문에
반찬 만드는 솜씨가 좋다는 점,
집 안에 개고기가 있었는데 그것을 홀로 만들어서
드실 수 있다고 한 점,
같이 음식을 나눠먹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반찬을 잘 만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점,
다리가 아프시지만 홀로 병원을 찾아가신다는 점,
마지막으로 반찬마실에 대해
강한 부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한 번 더 할머니께 반찬마실 참여여부를
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할머니가 말씀을 조리있게 잘하셔서 이야기를 집중하여 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는지
하소연하시고 계속 말씀하셔서
이야기를 끊고 나오기 매우 힘들었다.
마지막에
“할머니 이야기 더 듣고 싶은데,
시간이 돼서 이제 가봐야해요.”하고 나왔다.
할머니께서 기분 나쁜 내색안하시고
얼른 가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야기를 끊고 나오는데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에 커피를 맛있게 잘 타시는 할아버지 댁에 방문해서
함께 대화를 나눴다.
할아버지께서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맞아주셨다.
할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맛있는 커피를 먹었다.
할아버지에게 연락 드리고 오겠다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받았다.
이후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걱정돼 밖에 잘 못 다니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주위에 사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외롭다고 하셨다.
그리고 점점 다리에 힘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셨다.
또한 치아가 빠져서 못 드시는 반찬이 많고
발음이 새서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을 잘 듣지 못했다.
정정하고 똑똑하고 깔끔하신, 인상이 좋으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와 밖에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는 도중에 갑자기
‘진심’이라는 자질이 생각나서 한 번
‘할아버지의 상황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런 생각은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 빨리 사라졌지만
갑자기 감정이입이 되면서 너무 슬퍼졌다.
할아버지 자신의 건강도 안좋아지고,
할머니의 상태가 심히 걱정되고, 외롭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외출이 힘든 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당사자인 할아버지를 불쌍하게 보는 것이 별로 좋은 것 같진 않지만
지금도 이런 내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한국에 빈곤율이 높은 노인가구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까
단순히 어르신들의 빈곤문제 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이 안 좋아 외출이 힘든 경우,
당뇨 및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된 배우자로 인해
그런 상황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힘들게 살고 계신 분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애당초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이런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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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번째 만남인데도 이야기를 잘 풀어간듯 보입니다. 상담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내는 것도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부단히 강점을 찾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한 점을 높게 쳐주고 싶어요. 잘 했어요. 내일 복지관에 돌아가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도시락배달하면서 그저 도시락만 전해드리고 오는 것이 아닌,
어르신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박상빈 선생님께서 어르신댁에 찾아가 커피 한 잔 같이 하고 돌아오라고 했던
미션수행 잘하고 오신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어르신을 찾아 뵙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자연스러운 대화 이어가는 것도 정말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ㅎㅎ
앞으로도 많은 어르신을 찾아뵙고 관계 형성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정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관계', 아직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거짓된 말로 관계를 형성하는 척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항상 응원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