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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잘 추는 수컷이 인기 많아…
가수 2PM의 춤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여심이 어디 있을까. 학교에서도 춤 잘 추는 학생이 흔히 말하는 ‘인기 짱’으로 등극한다. 덕분에 동네 댄스학원은 학생과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과연 댄스와 매력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댄스와 매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럿거스대 윌리엄 브라운 박사팀의 논문에 따르면 여성은 잘 생긴 남성보다 춤 잘 추는 남성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댄스 플로어에서 화려한 몸짓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춤꾼처럼 동물들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각양각색의 춤으로 이성을 유혹한다. 동물 세계의 댄싱 킹은 누굴까. 기상천외한 댄스를 즐기는 동물 춤꾼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자. 코믹 댄스의 달인, 타조
제법 많은 이들이 ‘아기공룡 둘리’의 또치를 기억할 것이다. 극 중 아프리카의 귀부인 타조로 등장하는 또치는 서커스단에서 춤추고 재주를 부리다 도망쳐 나온 춤꾼이다. 만화에서처럼 타조는 실제로 댄스의 달인이다.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다. 목이 길어 머리 위치가 높고, 시력과 청력이 뛰어나 야생 타조에게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댄스타임이 되면 그 근엄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큰 날개를 들썩이며 코믹스런 춤을 춘다. 무릎을 꿇고 두 날개를 올렸다 내렸다하면서 고개까지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어댄다. 수컷 타조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온몸을 이용해 구애 춤을 춘다. 원래 타조는 암컷이 먼저 구애 춤을 추지만 인간이 사육하면서 암컷이 그 적극적인 능동성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대체로 수컷이 코믹 춤으로 자신의 매력을 뽐낸다. 이 때 춤은 수컷이 힘과 건강을 과시하기 좋은 수단이다.
그런가 하면 리듬에 맞춰 왈츠를 추는 새도 있다. 탱고반주에 맞춘 듯 물 위를 앞, 옆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며 잽싸게 도는 논병아리가 바로 그들이다. 서로 고개를 착착 마주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물 위의 댄서를 보는 듯하다. 논병아리에 속하는 뿔논병아리는 하트 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다. 유명 안무가에 버금가는 실력자, 뿔논병아리의 하트 춤 솜씨는 댄스계의 ‘비’라고 할 수 있겠다. 우아한 발레리나, 두루미와 공작
두루미의 경우도 그렇다. 날개가 커서 날개 짓만으로도 우아한데 거기다 춤까지 추니 고상함이 그지없다. 두루미가 사랑을 구하는 모습은 흡사 발레리나의 몸짓과 같다. 학(鶴)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키가 150센티미터 정도로 훤칠한 다리를 갖고 있다. 이마에서 머리 뒤까지는 붉은 색을 띠고 턱 밑쪽 목과 날개 끝의 검은색을 제외한 나머지가 흰색이다. 이 때문에 두루미는 종종 기품 있는 선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조선시대 문관의 관복에 학을 새긴 흉배를 달았던 것도 바로 그 우아함을 칭송하기 위한 것이다. 숙이다가 바로 날개를 쫙 펴고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공중에 붕 떴다 다시 두 발을 오므리고 사뿐히 내려앉는 그들의 모습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수컷 공작은 암컷이 다가오면 꼬리 날개를 부채꼴로 크게 펼쳐 흔들면서 구애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꼭 필요한 도구인 것이다. 상미통에는 초록색 바탕에 오렌지색이나 황색 테두리를 두른 청색 얼룩무늬가 늘어져있다. 이것은 한 마리의 수컷 상미통에 140개 이상이나 있어 춤을 추면 마치 형형색색의 부채춤을 추는 듯하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춤
우아한 예술로 승화시킨 사랑의 구애 춤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추는 구애 춤도 있다. 날개에 새까만 반점이 있는 굴뚝나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굴뚝나비는 굴뚝에서 막 나온 것처럼 시커먼 날개를 가졌는데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정도 크다.
<개코원숭이의 섹스와 우정>을 쓴 바바라 스무츠 박사는 “개코원숭이는 잠재적인 배필을 만나면 긴장하고 부끄러워한다”며 인간처럼 사랑 앞에서 수줍어지는 개코원숭이의 모습을 설명했다. 빛나게 한다. 이때 피부 문양이 잘 빛날수록 암컷에게 잘 보여 짝을 찾기가 쉽다. 오징어가 짝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에 반해 블루길은 한 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짝을 목 빼고 기다린다. 그들은 호수나 강바닥에 자기 영역을 확보한 후 암컷들을 기다리는데 암컷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옆으로 다가가 테크노 음악에 맞춘 듯 격렬하게 춤을 춘다. 결국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19세기 초 쿠바의 아프리카 계통 흑인들이 새나 동물들의 구애 춤을 본떠 룸바를 만든 것처럼 우리가 오히려 그들에게서 춤의 예술을 배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춤에는 어떤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을까. 꿀벌의 8자춤
노벨생리학상(1973)을 받은 독일의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시는 곤충의 ‘각인효과’를 연구해 꿀벌의 춤이 상당히 과학적임을 밝혔다. 꿀벌은 꼬리로 춤을 추는데 그들에게 춤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제4 빙하기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 춤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의사를 전달했듯이 춤으로 생존을 위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알리는 원무(圓舞)를 춘다. 원무(round dance)는 그 이름대로 큰 원을 그리면서 불규칙하게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밀원이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때는 거리와 방향을 알리는 꼬리춤(tail-wagging dance)을 추는데 꼬리 춤은 규칙적으로 8자를 그리는 것으로 때때로 일렉트로닉 리듬에 맞춘 듯 배 부분을 심하게 진동시킨다. 6,000미터일 때는 2회의 춤을 춘다. 8자 춤을 추는 수가 많을수록 밀원이 더 가까운 것이다. 게다가 꽃의 방향까지 춤으로 나타내는데 8자 중앙의 직선상을 움직이는 방향과 중력의 반대방향이 이루는 각도로 밀원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꿀벌의 움직임이 바로 위를 향하고 있을 때에는 태양의 방향으로 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약체다. 꿀벌은 각기 다른 종의 춤 언어(dance language)까지 쉽게 습득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과학전문 웹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2008년 6월 ‘벌들은 새로운 언어를 쉽게 배운다’는 제목으로 꿀벌들의 언어능력 연구결과를 자세히 보도했다. 살아오고 있다. 이에 국제 연구진은 아시아 꿀벌과 유럽 꿀벌을 함께 섞어 놓고 그들의 의사소통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시아 꿀벌들은 유럽 꿀벌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했다. 뿐이다. 알렉산더 포프는 ‘동물들에게서 대지의 의술을 배워라’고 말하며 동물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우리가 쉽게 지나쳐온 자연 속의 동물들은 누구보다도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댄스를 구사하고 있다. TV속 젊은 가수의 댄스를 보며 환호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에서 동물들이 추는 댄스의 섬세함과 위대함도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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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고기자리... 원문보기 글쓴이: Letme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