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다소 불안하게 전원공급을 했지만 이 조치가 임시변통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니, 토요일 돌아온 영흥도집은 다시 암흑입니다. 아무래도 내부문제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국 전력공급 인프라망의 문제인듯 해서 한전과 목소리 높여가며 언쟁한 끝에 오후에 그들이 도착하고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멀리있어 올 수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 내부문제일 경우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대응에 맞서야하니 답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목요일 한전과의 통화에서 알아낸 사실을 근거로, 전기계량기 쪽의 신호이상을 영상찍어 보내니 그제서야 출동했다고 알려줍니다.
우리집 앞의 전봇대도 아니고 그 전에 더 메인역할을 해주는 전봇대의 변압기가 모두 교체를 요망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자 추가 수리팀까지 투입되어 토요일 오후내내 집 근처 도로까지 막고 교체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바닷바람, 잦은 천둥과 벼락, 때로 강풍 등의 자연적 요소들이 전기공급시설처럼 노출된 인프라망을 더 빨리 손상시켰는지 모릅니다.
무려 저녁 6시 가까이되서야 공사가 끝나고 집안의 전압기를 올리니 살아남은 가전제품과 전등은 작동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차단기의 무리한 작동으로 퓨즈들이 끊겼는지 많은 가전제품들이 기절초풍 상태입니다. TV부터 김치냉장고, 건조기, LED장착된 전등, 심지어 인덕션까지 모두 아예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메인 인터넷공유기의 먹통. 이게 나갔으니 집에 방마다 설치된 TV와 인터넷이 모두 먹통되어버리고 이로 인한 미디어로부터의 단절은 태균이를 미치게 합니다. 여기저기 TV도 안되거니와 거실에 있던 TV조차 전원이 안되서 급하게 다른 TV로 대체해보았지만 이미 맛이간 인터넷 메인장치를 회생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KT에 고장접수 출동요청은 가능하지만 빨라야 월요일이니 주말동안 꼼짝없이 미디어 암흑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상황을 이해하고 감수해주어서 이것만으로도 감사할 노릇입니다. 금요일과 주말 밤, 자기만의 학습페이지들이 있어서 거의 밤을 새가며 해야하는데, 그 뻔한 일정이 깨졌으니 폭발할 만도 한데 그 정도가 꽤 얌전합니다. 이런 경험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다른 주말에 비해 잠은 푹 잘 수 있었으니까요.
변방 외곽에 사는 것은 참으로 별 걸 다 감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도시라고 이런 사태가 없으랴마는 이번 전기사건은 파장이 너무 커서 복구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꽤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나마 삼성이나 LG제품들은 온라인 서비스신청망이 잘 되어있어 바로 신고접수하고 출장예약도 가능한데 딤채김치냉장고나 기타 전등 전원의 수리 등은 또다른 고민이 됩니다. 접수도 구식인데다가 이 먼 곳까지 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 참으로 아득합니다.
그래도 위기는 기회이니 이 참에 정리해버릴 것들은 정리를 하고, 언제든 도시와는 다른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밑의 펜션건물까지 안전한 전기공급을 당분간 확보했으니 이 귀찮은 국면을 또다시 긍정적으로 봐야 되겠지요.
일어나자마자 KBS1을 보러나간 태균이, 태균이는 정말 KBS1의 광팬입니다. 조용히 포기모드로 가서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토요일 제가 일이 있어 늦게 올 수 밖에 없었고 저에 앞서 태균이를 데리고 집에 먼저 도착한 태균아빠로부터 받은 어쩔 줄 몰라하는 전화는 수 십통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일상생활 해결무능력증은 그저 직장생활은 잘 해나가니 그거로 상쇄시켜야 되겠지요. 이렇게 마음먹은지 너무 오래되서 그러려니 합니다.
이런 처지이다보니 가끔 아빠들이 아이를 위해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속으로 '저의 경우만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제 경험으로 볼 때 아빠들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마세요~~ 그런데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로가 있었다고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참 큰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