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들에게는 정결예식을 행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 예식에 쓰이는 두세 동이들이 돌 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요한 2,6)
혼인갱신 식을 한 후 지하성당으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의 정결례 의식에 쓰이던 돌로 만든 항아리를 짐작할 수 있는 돌 항아리가 있는데, 이는 물을 포도주로 만든 예수님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라틴어로 "여기에 여섯 개의 물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Hic erant sexhydriae positae)" 라고 새겨 놓아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은 흙, 금속 같은 것들로 만든 그릇은 금방 부정이 탄다고 생각을 했다. 반면에 돌로 만들어진 것은 부정을 방지한다고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시체를 만진 부정한 손으로 흙으로 만든 그릇을 만지면 그 그릇은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더 이상 쓸 수 없고 깨뜨려서 버려야 된다. 하지만 돌로 만들면 부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당시 유다인들의 집에는 돌로 만든 그릇이나 항아리들이 많이 있었다.
5세기 유다교회 터
또 성당 지하에는 5세기 유다교회의 터가 발굴되어 있다. 이스라엘 지역은 발굴을 해보면 마을이 겹겹이 쌓여서 발견된다. 이스라엘 지역은 마을이 하나 세워졌다가 100년-200년 정도 지나 무너지면 무너진 그 집터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그렇게 집들이 수천 년 동안 계속 무너졌다 지어지고 무너졌다 지어지면 지대가 점점 높아진다. 그래서 발굴을 해보면 여러 집들이 층층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밑에 쪽에 있을수록 더 오래된 마을이고 위로 갈수록 최근의 마을이다. 성당 지하에 발굴 된 유다교회 터를 자세히 보면 벽돌이 다르다. 어떤 벽돌은 크고 어떤 벽돌은 작다.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성당 내부
지하에서 올라온 우리는 미사가 거행 중인 성당에 살짝 들어가 보았다.
제대 뒤편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혼인 잔치에 참석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성화가 있고 그 아래에는 항아리 6개를 장식해 놓았다.
성당 오른쪽 위 벽에 바로톨로메오 사도 상이 있다. 나타나엘이라고도 불리는 바르톨로메오는 카나 출신이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혼인잔치의 신랑이 바로 나타나엘이라고 불리웠던 바르톨로메오가 아닐까 라고 추정을 한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던 나타나엘을 부르셨을 때(요한 1,45-51) 그는 결혼을 앞둔 총각이었을 것이다. 바르톨로메오 성인은 산 채로 살가죽을 벗겨 죽이는 순교를 당했다.
나타나엘 경당
성당을 나와 다시 나자렛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골목길을 걸어 나오는데 안내자가 문이 닫힌 소박한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이 바로 혼인잔치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나타나엘 기념 경당으로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다시 나자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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