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채권집행상의 평등주의와 가압류채권자의 지위

[강변]

금전채권집행상의 평등주의와 가압류채권자의 지위

---

 

 

Ⅰ. 서 언

_ 강제집행법상 가압류채권자는 다른 채권자에 비하여 상당히 우선적인지위를 갖추고 있다. 먼저 강제집행에 앞서 가압류가 되어 있으면 배당시에 그에 대한 채권액에 대하여는 바로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이를 공탁하여야 한다. 압류 이후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도 집행정본을 가지고 있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거나, 사법상 담보권을 확보하고 있어서 우선변제청구권을 갖추고 있는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것은 그 이외의 일반채권자가 가지지 못하는 권리로서 평등주의를 취하는 우리 강제집행법으로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의문은 가압류명영이 비교적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가압류명영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법률관계가 잠정적으로라도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압류를 배당요구의 조건의 하나로 인정한다고 하여 허위채권으로 인한 타채권자들의 피해를 줄이기가 극히 어렵다는 데에 있다.
_ 말하자면 일반 채권자라도 가압류를 함으로써 그 지위를 현저하게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강제집행법이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과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548]

과연 타당한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그것은 평등주의는 집행절차상의 각채권자의 지위를 모두 동등하게 취급하여 채권자들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법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리 특별하다고 할 수 있지도 않은 가압류채권자를 다른 특별한 지위를 갖추고 있는 채권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 때문이다.
_ 결국 이와 같은 문제는 우리 강제집행법이 취하고 있는 평등주의가 우리의 사법체계 또는 여타의 강제집행체계와 조화하는 것인가하는 것과 관련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위에서 든 예를 포함한 가압류채권자의 강제집행법상의 지위를 검토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우리 강제집행법상의 평등주의의 적절성에 대해서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Ⅱ. 금전채권집행상의 평등주의

1. 평등주의와 우선주의
(1) 평등주의와 우선주의의 의의
_ 강제집행절차상 채권을 가지고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채권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채권자들이 지니는 절차상의 지위는 모두 같지 않다. 이를 분류하여 볼 때 대체로 다음의 3가지의 배당주의로 분류할 수 있다.
_ 평등주의(Ausgleichsprinzip, System der Verlustgemeinschaft)는 강제집행절차에 가입된 모든 채권자를 동등하게 대우하여 특히 차별하지 않는 배당주의를 말한다. 따라서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집행채권자이든 단순한 배당요구자이든 그 지위에 의해서 차별을 받지 않으며, 또 강제집행절차에 가입한 시기에 의하여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채권자들간에는 평등하게 배당을 받게 되므로, 만약 강제집행절차에서 배당할 금액이 채권자들의 총채권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채권액에 비예하여 배당을 하게 된다.
_ 이와 대비되는 법제로 우선주의(Prioritäts-oder Prävantionsprinzip)가 있는데, 이는 특히 강제집행절차의 가입순서에 따라 채권자의 순서를 정하여 선순위자에게 배당절차상 우선권을 주는 배당주의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만약 배당금이 총채권액에 미달하는 경우, 후순위자는 선순위자가 배당하고

[549]

남은 금액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_ 이들의 중간영역에 속한다고 보통 설명되고 있는 제3의 입법례도 있는데, 이는 보통 집단우선주의 또는 군단우선주의(System der Gruppenbildung)라고 하는 것으로서, 채권자들을 강제집행절차에 가입한 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채권자집단을 구성하고, 선집단은 후집단에 우선하는 지위를 부여하나, 각 집단내에서는 평등하게 배당을 하는 입법례이다. 이는 집단을 구성하는 시기를 정함에 따라 평등주의에 가깝게 할 수도 있고, 우선주의에 가깝게 할 수도 있다.

(2) 각국 법제상의 배당주의
_ 여기서는 각 배당주의별로 대표적인 국가만 살펴본다.
가. 우선주의
_ 우선주의는 독일법과 영미법주1) 이 취하고 있는 법제이다. 즉 독일의 민사소송법(ZPO)과 강제경매 및 강제관리에 관한 법률(Gesetz über die Zwangsversteigerung und die Zwangsverwaltung)주2) 에 의해 각각 부동산 이외의 집행과 부동산집행에 관하여 평등주의가 구현되어 있다. 즉 채권자는 동산(유체동산 및 채권, 기타 재산권)의 압류를 통하여 압류된 물건에 대한 질권(소위 압류질권; Pfändungsfpandrecht)을 취득한다(ZPO §804 Abs. 1). 이 압류질권은 압류채권자에게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점유질권(Faustpfandrecht)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부여한다(ZPO §804 Abs. 2). 이와 같이 압류를 통하여 창설된 질권은 그 후의 압류질권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즉 유체동산이나 채권이 다수 채권자를 위하여 압류된 경우, 채권자들은 그들의 질권의 순위에 의하여 배당을 받게 된다(ZPO §804 Abs. 3). 부동산의 집행에 있어서는 채권자는 신청에 의하여 강제등기(Zwangseintragung)를 함으로써 보전저당권(Sicherungshypothek)을 취득할 수 있다.주3) 이는 강제경매나

[550]

강제관리와는 별개로 또는 함께 행해지게 되는데, 등기를 통하여 그 채권은 물적으로 담보된다(ZVG§10 Abs. 1 ziff. 4). 물론 이는 현실적인 집행방법은 아니므로 변제를 받고자 한다면 강제경매나 강제관리, 또는 보전저당권을 실행하여야 한다.주4) 강제경매나 강제관리를 할 때에는 역시 압류에 의하여 우선권이 생기므로 선행 압류채권자는 후행 압류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다(ZVG §10 Abs. 5, §11 Abs. 2). 이러한 우선권은 파산절차에서도 그대로 인정된다.주5)
주1)

영미법의 우선주의에 대하여는, 치본낭조, "강제집행ノ우선주의급ヒ평등주의", 「민사소송법の제문제」 439면 이하 참조.

주2)

독일 민사소송법상의 강제집행의 체제는 좀 특이하다. 즉 ZPO는 부동산 이외의 강제집행에 대하여는 스스로 규정을 두고 있으나, 부동산집행에 관하여는 부동산의 범위(§§864, 865), 강제집행의 방법(§866 Abs. 1. 2, §870, §870 a), 보전저당권(§866 Abs. 3, §867, §868)에 관하여만 규정하면서, 부동산의 강제경매와 강제관리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869). 이에 의하여 규정된 것이 소위 강제경매 및 강제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ZVC)이다. 상세한 것은 김학대, "독일강제집행법상의 채권자우선주의", 「재판자료」제48집, 91면 이하.

주3)

이는 프랑스 민법상의 재판저당권(hypothèque judiciare)을 계수하여 입법한 제도이다(Codecivile art. 2117, 2123 et 2148). 다만 판결에 의하여 성립하고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만 등기를 요하는 프랑스법에 비하여, 독일은 판결을 채무명의로 하여 그 채권을 위하여 강제저당권을 등기할 수 있는 것으로 한 점이 다르다.

주4)

김홍규, "김전채권집행에 있어서 군단우선주의", 「고시계」1986. 10, 50면.

주5)

김홍규, "김전채권집행에 있어서 우선주의, 평등주의, 집단우선주의의 비교연구", 온산 방순원 선생 고희기념 「민사법의 제문제」 541면.

_ 우선주의는 연혁적으로 또 법리적으로 일반인에게도 파산을 인정하는 일반파산주의와 조화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총괄집행절차인 파산절차에서 평등하게 총채권자에게 배당을 실시하게 되므로 일반집행절차인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우선주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주6)
주6)

일설은 우선주의와 평등주의라고 하는 배당주의를 물적담보제도와 파산주의의 중간에 있는 주의라고 하면서, 우선주의는 물적담보권을 가지지 않은 일반채권자에 대해 그 연장선상에서 물적 담보권 다음의 변제권을 확보시키는 것이며, 파산절차가 모든 채권자에 대해 평등한 변제를 하게 하는 최종절차라고 본다면, 파산절차 개시이전에 일반채권자들 중 압류를 한 자의 순서로 파산채권자들을 비교하여 우선변제권을 준다는 의미에서 양자의 중간에 있다고 한다. 한편 평등주의는 파산절차개시전에 일반채권자들 중 파산채권자로 될 자의 일부에 평등한 비율에 의한 우선변제권을 준다는 의미에서 양자의 중간에 있다고 한다. 산전 성, "강제집における채권자평등주의にたいする비판", 「법학협회잡지」제105권 11호, 1460면.

나. 평등주의
_ 평등주의는 일반적으로 프랑스법, 이탈리아법 등 라틴법계의 제국에서 취하는 입법주의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민사소송법은 이탈리아법, 더 본질적으로는 로마법의 일반집행적 성격을 계수하여 원칙적으로 평등주의원칙을 견지하고 있었으나, 현재에는 이러한 원칙은 상당히 수정되고 있다.주7)
주7)

프랑스 민사소송법상의 강제집행 특히 압류절차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보통 프랑스법에서도 압류(Saisie)에 의하여 강제집행이 착수되는데, 이는 그 기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크게 보면 부동산압류(Saisie immobilère)와 동산압류(Saisiesmobilières) 등으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으나, 특히 1991년법(La loi du 9 juillet 1991)과 1992년의 데크레(Décret n˚755 du 31 juillet 1992)와 같은 법개정에 의하여 구민사소송법(ancien Code de procédure civile)과 신민사소송법(nouveau Code de procédure civile)이 규정하고 있었던 압류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중에서 특히 주목할만 한 것은 유체동산의 집행압류(Saisie-exécution)가 매각압류로 대체된 것을 들 수 있고, 또 처분금지적 압류(Saisie-arrêt)라고 하여 채권자가 제3채무자의 수중으로부터 지불될 김전 및 채무자의 유체동산을 채권자에 대하여 그 금전 또는 동산의 매각대금으로 지급시키기 위하여 동결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이 김전채권의 귀속적 압류(Saisie-attribution), 제3채무자소지의 유체동산매각압류(Saisie-vente) 그리고 취득적 압류(Saisie-appréhension) 등으로 분화되었다. 그리고 이 개정법에 의하여 종래 일반적으로 인정되던 보전압류가 극히 제한적으로 한정된 범위에서만, 은행의 대여김차내의 재산의 압류(Saisie de biens placés dans un coffre-fort de banque), 보통법상의 보전압류(Saisie conservatoire de droit commune), 선박압류(Saisie de navire) 그리고 반환목적의 보전압류(Saisie-revendication) 등으로 인정되게 되었다. 이 중 보통법상의 보전압류는 임차인의 동산담보압류(Saisie-gagerie)와 여객소지품의 압류(Saisie-foraine)를 통합·대체한 것으로 채무자의 일정한 유체동산과 채권의 처분금지를 위한 것이다. 이 외에 특이한 것으로서 짚단압류(Saisie-bradon)라고 하여 과실 내지 수확물을 짚단으로 표시하는 압류가 있었는데, 미수확과실의 압류(Saisie des récoltes sur pieds)로 대체되었고, 신법에 의하여 일부 수정되었으나 여전히 노동법전(Code du travail)에 남게된 것으로서 사용자에 의하여 지급되어야 할 임김채권의 압류(Saisie des rémunérations du travail dues par un employeur) 가 있다.

[551]

_ 그 중에서 특히 구민사소송법 이래 취하고 있었던 유체동산집행압류(Dessaisies-exécutions ; Art. 583 et suiv. Code de procédure civile[ancien] 이하 AC로 약칭)는 압류한 채권자에게 아무런 우선권도 주지않는 비교적 순수한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1-1992년의 개정신법((La loi du 9 juillet 1991 et Décret no 755 du 31 juillet 1992)에 의 하여 매각압류(Saisie-vente)로 개정되었다. 이는 유체동산의 집행압류 뿐 아니라 제3자의 점유하에 있는 유체동산의 처분금지적 압류를 대체하는 제도로 개정되었는데, 채무자에 대한 압류는 채무자가 채무명의(titre exécutoire)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집행관을 통해 행해진다. 압류를 한 채권자와 채무자는 합의를 통하여 채무자에게 압류된 유체동산을 임의매각할 권능을 줄 수 있으나, 만약 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경매를 통하여 환가를 하게 된다.
_ 역시 채권집행절차상의 제도였던 처분금지적 압류(Saisie-arrêt; Art. 557 et suiv. AC)는 채권자가 제3채무자의 수중으로부터 지불될 김전 및 채무자의 유체동산을 채권자에 대하여 그 금전 또는 동산의 매각대금으로 지급시키기 위하여 동결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역시 이에 의하여 지류채권자는 어떠한 우선권도 부여받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채권자가 금전채권의 존재 및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확인을 통하여 채권압류의 유효판결(jugement de validité Art. 563 et suiv., AC)을 얻으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은 채권자에게로 전부되는데, 이 시기까지에는 평등주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그러나 이 처분금지적 압류는 김전채권의 귀속적 압류(Saisie-attribution), 제3채무자소지의 유체동산매각압류(Saisie-vente) 그리고

[552]

취득적 압류(Saisie-appréhension) 등으로 분화되었다. 금전채권의 귀속적 압류는 제3자의 수중에 있는 금전만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채무명의(titreexécution)의 소지자가 집행관에게 위임하여 압류를 실시하면, 제3자의 수중에 있던 금전은 채권과 이에 부수하는 제권리의 총액에 이르기까지 채권자에게 귀속(attribtion)한다(Art. 42 à 47). 그리고 제3채무자소지의 유체동산매각압류는 대체로 채무자에게 집행하는 것과 효과에 있어서 유사하나, 제3채무자가 소지하고 있는 유체동산의 매각압류를 위해서는 집행법원의허가를 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취득적 압류는 유체동산의 인도 내지 반환청구권의 집행에 이용되는 것이므로 이는 평등주의와 직접 관련하는 것은 아니다.주8)
주8)

이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수중으로부터 또는 때에 따라서는 질권이 설정된 목적물을 소지하는 제3자의 수중으로부터 그 동산을 취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채권자가 채무명의를 가지고 있으면, 집행관은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압류전 최고(commandement)을 실시하고 만약 임의리행을 하지 않으면 집행관은 채권자에게 인도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취득하게 된다. 채권자가 채무명의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주소지 집행법원에 대하여 15일 이내에 압류목적물을 인도 내지 반환하도록 하는 명령을 신청하는데, 이 기간이 경과하면 집행관은 목적물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_ 프랑스 민사소송법상의 부동산집행에 있어서의 압류도 역시 채권자에게 어떠한 우선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민법상의 저당권제도가 평등주의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채권자들이 저당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들은 모두 배당시에 평등하게 자신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분배를 받게 되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토지를 집행하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순서에 따라서 배당이 실시된다. 그런데 이 저당권은 약정에 의하여 설정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판저당권(hypothèque judiciaires)이라 하여 일반 채권자라도 재판이나 채무에 관한 사서증서의 검증에 의하여 채무명의를 취득함으로써 채무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 뿐 아니라, 장래 취득할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이 인정되기 때문에(Art. 2123 Code civile) 사실상 평등주의는 실천될 수 없게 되어 있다.주9)
주9)

Pierre D. Delestraint, droit civil sûretés privilièges et hypothèques publicité foncière, 8eme éd., mémentos dalloz, p.54 et suiv.

_ 프랑스의 평등주의는 현재 사실상 상당부분 변질되어 있으며, 현실적으로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어쨌든 프랑스에서는 상인에 대해서는 개별집행과 총괄집행이 모두 인정되고 있지만, 일반인에

[553]

대해서는 파산절차가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등주의를 취하는 것이 어느 정도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다. 군단우선주의
_ 군단우선주의는 스위스의 채무추심 및 파산에 관한 연방법률(Das Bundesgesetz über Schuldbetreibung und Konkursrecht April 11, 1889)이 취한 법제인데, 이는 또 입법화되지는 못하였지만 독일 민사소송법의 1931년 초안(Entwerf einer Zivilporzeßordnung)이 채택하기도 했었다.
_ 스위스법이 채택하고 있는 군단우선주의는 채권자가 다수인 경우에 그들의 압류 내지 집행참가의 시점을 기준으로 최초압류일로부터 30일을 단위로 각각의 군단을 형성하고, 선행의 군단에 소속한 채권자는 뒤의 군단의 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배당을 받게 되지만 하나의 군단에 속한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동법 제219조가 정하는 우선권이 없는 한 채권액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게 되어 있다. 이러한 우선권은 압류물이 이미 환가된 경우에 한하여 파산에 있어서도 인정된다. 그러나 지류물이 환가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압류물은 파산재단에 귀속되고 압류질권자의 우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199). 이 때 가압류채권자는 압류질권성립가능성을 보전하는 가압류의 성격상 환가를 구할 수는 없으나 가압류목적물이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압류된 경우에는 그 압류에 가참가(provisrischeTeilnahme)를 할 수 있다(§281). 이에 의하여 가압류채권자는 집단우선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스위스법상 상인에 대해서는 파산만이 인정되므로 이러한 개별적 강제집행은 비상인에 대해서만 인정되어 있는 것이다.주10) 따라서 상인에 대해서는 군단우선주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10)

김홍규. 전게논문, 「민사법의 제문제」 545면.

_ 한편 독일 민사소송법 1931년 초안이 취하고 있었던 군단우선주의는 채무자의 속성이 상인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집행과 총괄집행이라고 하는 채무자의 총재산의 집행인가의 여부에 두고 이루어져 있다. 이 초안에서는 군단성립을 최초압류일을 기준으로 하여 10일 단위로 정하고 있는데, 압류질권의 순위는 그 소속 군단의 순위에 의하는 것이다(§833 Abs. 2). 이러한 원칙은 부동산 강제저당권(Zwangshypothek)의 등기에 대해서는 다소 수정되어 30일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554]

종류의 강제집행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압류질권이 가지는 우선권은 파산절차에서는 전혀 인정되지 않고 모든 채권이 평등하게 집행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압류질권의 순서가 파산에서도 인정되는 현행 독일파산법의 규정과 다르다(§49 KO; Konkursordnung). 그리고 가압류의 집행에 관해서는 이 초안도 스위스법과 마찬가지로 우선권성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 우리 강제집행법상의 평등주의
_ 우리 민사소송법은 김전채권집행에 관하여 전체적으로는 우선주의를 취하는 독일법적 체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집행절차상의 다수채권자간의 관계에 관하여는 평등주의 체계를 따르고 있어서 절차상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_ (1) 먼저 강제집행법상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보면, 압류채권자는 압류로 인하여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압류채권자는 배당기에 있어서 배당요구를 해온 다른 채권자들과 채권액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게 되어 있다.
_ 여기서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채권자의 범위를 잠시 살펴보면, 유체동산집행에 있어서는 우선변제청구권자(제552조), 채권 등 집행에 있어서는 우선변제청구권자와 집행정본을 가진 채권자(제580조), 부동산 강제경매와 강제관리에 있어서는 우선변제청구권자와 집행정본이 있는 채권자 및 경매신청등기후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제605조) 들로서 구법에 비하여 많이 축소되어 있다.주11) 이같이 배당요구권자를 축소한 것은 평등주의의 폐단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나,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들 채권자는 제한 없이 평등주의에 의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주11)

참고로 보면, 1990년 개정전 민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채권자를 제한하지 않고 있었다(개정전 제552조, 제580조, 제605조 참조). 그 후 배당요구권자를 제하하기 위하여 간역절차에 의한 민사분쟁사건처리특예법 제5조는 집행력 있는 정본에 의하지 아니하는 배당요구는 채권채무에 관하여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소지자 또는 법원의 가압류명영을 받은 채권자 및 집행개시일 이전에 소를 제기한 채권자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현재의 민사소송법 규정은 이 특례법의 규정을 수정하여 도입한 것이다.

_ 특히 이들 채권자들에 의한 배당요구는 ① 유체동산집행에 있어서는 집행관이

[555]

금전을 압류한 때 또는 매득김을 영수한 때, 집행관이 어음·수표 기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유가증권의 지급을 받은 때까지 할 수 있고, 집행정지중의 매각과 가압류물의 매각으로 매각대금이 공탁된 경우에는 집행의 속행 또는 본압류로 집행이 개시될 때까지 할 수 있고(제555조), ② 채권 등 집행절차에 있어서는 제3채무자가 공탁의 신고를 한 때,채권자가 추심의 신고를 한 때 및 집행관이 환가김을 법원에 제출한 때까지 배당요구를 할 수 있으나(제580조 1항) 전부명영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는 배당요구를 할 수 없다(동조 2항). 그리고 ③ 부동산강제경매절차에 있어서의 배당요구의 종기는 경낙기일이다(제605조 1항). 강제관리에 있어서는 규정이 없으나, 성질상 강제관리를 취소할 때까지 배당요구를 할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주12) 다만 이 경우에 배당실시는 매분기마다 하는 것이므로(민사소송규칙 제165조 참조) 결과적으로는 각분기마다 각각의 배당실시에 관하여 종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주13) 결국 이시기까지 위의 요건을 갖춘 채권자들의 배당요구는 제한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12)

리영섭, 신민사소송법(하) 제7전정판, 박영사, 248면.

주13)

김홍규, 「민사법의 제문제」 소수 전게논문, 551면.

_ (2) 물론 우리 강제집행법상 평등주의에 대한 예외로 볼 수 있는 규정도 없지는 않다.주14) 채권집행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첫째, 전부명령을 받은 후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없게 한 것(제580조 2항)은 전부명영에 의하여 압류된 채권이 압류채권자에게 이전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인정된 것이고, 둘째 추심명령을 채권자의 요구액으로 제한한 때에는 다른 채권자의 배당요구를 할 수 없게 한 것(제565조)도 법리상 당연할 귀결이나, 평등주의원칙에 대해서는 예외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우선주의에

[556]

합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주15)
주14)

김전압류의 경우에 이를 채권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제537조)는 규정을 근거로 하여 이도평등주의의 예외라고 하는 분도 있으나(김홍규, 전게논고, 551면), 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압류김전을 채권자에게 인도하는 것은 채권자가 1인인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다수의 채권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탁하여야 하므로(제556조 2항, 규칙 제122조 참조), 결국은 평등주의에 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은 추심명영에 의해 채권을 추심한 채권자가 추심김액을 스스로 집행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으나, 다른 채권자에 의한 압류의 경합이나 배당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평등주의에 의한 배당을 위하여 공탁하여야 하는것(제569조 2항)과 마찬가지이다. 이 때 인도 또는 변제충당 이후에 배당요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될 수 있으나, 이는 우선주의적 리유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자원이 없으므로 배당요구를 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후술하는 전부명영의 경우와는 다르다.

주15)

이외에 본압류나 가압류후에 행한 채무자의 처분행위의 유효성과 관련하여, 개별적 상대성을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그 양도후의 채권자들의 참가가 봉쇄 ·차단되므로 우선권자들이 선호하나 이는 우리 강제집행법상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한다. 상세는 김용욱, "김전집행상 채권자의 경합", 「고시연구」16권 4호, 128면 이하.

_ (3)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강제집행법은 다수채권자가 경합하고 있는 경우에는 평등주의를 견지하고 있으면서도 이와는 달리 전체적으로는 우선주의 체제에 의하고 있는데, 그 중 특히 집중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몇가지를 든다.
_ (가) 먼저 평등주의 하에서는 일반파산주의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일반파산주의는 상인 비상인을 막론하고 파산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일반적·종국적 청산을 실시하는 파산절차에서 채권자간의 평등이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별적·비종국적 절차인 강제집행절차에서는 채권자간의 평등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 그때의 정황에 맞게 집행을 실시하는 우선주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즉 일반파산주의를 취하면서 강제집행에서 조차 평등주의를 취하는것은 양자를 혼동한 것일 뿐 아니라, 우선주의를 취할 때 생기는 장점조차 포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주16)
주16)

치본낭조, 전게논문, 490면 참조.

_ (나) 다음으로 전부명영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전부명령에 의해서 채권자는 독점적 만족을 얻게 되므로 이는 적어도 평등주의적 집행방법은 아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우리 민사소송법은 중복압류 또는 배당요구가 있는 때에는 전부명령의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563조 5항). 이는 물론 전부명령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이는 결국 평등주의적 제도는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전부명영신청은 채권집행신청과 동시에 할 수 있으므로 실제 우리 나라에서는 전부명령이 평등배당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주17) 우선주의를 취하는 독일에서는 제3채무자의 자산상태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전부명령은 그 실익이 없으므로 전혀 이용되고 있지 않다.주18)
주17)

방순원·김광년, 「민사소송법」(하),한국사법행정학회, 314면 참조.

주18)

Baumbach/Lauterbach/Albers/Hartmann ,Zivilprozessordnung 48 Aufl., §835 (7)B.

[557]

_ (다) 초과압류금지는 채무자의 보호를 위하여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는데 필요한 만큼만 압류하고 더 이상의 압류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나(제525조 2항), 이는 평등주의와는 조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압류채권자로서는 자신의 압류에 의하여 우선적인 배당이 보장되어 있다면 몰라도, 현실적으로 평등배당을 실시하는 채권자들의 배당요구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장차 배당요구가 있을 것을 감안하여 충분히 압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 점에서 이 규정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_ (라) 평등주의가 문제로 되는 것은 소송법상의 문제 뿐 아니라, 민법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즉 채권자취소권의 경우에 민법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제407조)고 하고 있다. 이를 조문상으로만 본다면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의하여 양도가 취소된 동산 및 부동산은 채무명의를 가진 채권자뿐 아니라, 총채권자를 위하여반환되어야 할 것이지만, 실제 이러한 재산이 파산절차가 아닌 이상 총채권자를 위하여 평등하게 배당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주19)
주19)

이는 프랑스 민법 제1167조를 모방하여 입법한 것이나, 현행의 법체계와 조화한다고 할 수없다. 산전 성, 전게논문, 1512면 이하 참조.

_ (마) 가압류채권자의 강제집행법상 지위에 대해서는 항을 바꾸어 설명하기로 한다.


Ⅲ. 가압류채권자의 집행법상 지위

1. 가압류채권자의 집행법상 지위
(1) 가압류의 일반적 성격
_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가압류는 금전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본안소송에 앞서 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에 의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임시로 확보해두는 것을 말한다(제696조). 따라서 가압류의 절차는 그 잠정성에 기하여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본안소송절차에 비하여 간역화되어 있다.주20) 즉 가압류 재판은 변논 없이

[558]

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700조 1항),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에 대한 입증도 증명이 아닌 소명에 의하도록 하고 있어서(제699조 2항)현실적으로 가압류신청과 가압류명영 사이에는 단지 수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뿐이다.주21) 여기다가 밀행성의 원칙이라고 하여 변론을 거치지 않고 가압류를 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채무자 없이 채권자에 대한 심리, 그것도 서면심리만을 통하여 명령이 행해지고, 심지어 당사자가 가압류의 요건을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하면 가압류명영을 받을 수 있다(제700조 2항).
주20)

졸고, "가처분의 비송사건성에 관한 -고찰", 「경성대학교 논문집」제11집 1권, 277면 이하 참조.

주21)

졸고, "보전소송의 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토지법학회「토지법학」제10권(1994), 258면 이하.

_ 결국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채권자 또는 채권자를 사칭하는 자가 가압류명영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주22) 더구나 만약 채무자와 공모하여 허위채권으로 가압류명영을 받았다면 다른 채권자로서는 이를 바로잡을 방법도 없다.
주22)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보전신청에 대한 인용률은 1992년 부산지방법원의 가압류·가처분 사건을 통틀어 92.1%(표본조사)로서 대단히 높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채권자가 가압류를 얻는 것은 상당히 수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졸고, 상게논문, 206면 이하 참조.

(2) 가압류채권자의 지위
_ 채권자가 가압류명영을 받게 되면 가압류집행을 하게 된다. 가압류집행의 절차는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제707조). 이 때 그 대상은 본집행과 마찬가지로 유체동산, 채권, 부동산, 선박 등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제709조 내지 712조). 다만 동산에 대한 집행은 원칙적으로 경매 또는 환가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제709조 5항), 이는 그 잠정적 성격에 비추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가압류의 집행은 등기부에 기입하는 방법에 의하여 하며(제710조 1항), 가압류를 위한 강제관리를 하는 경우에는 강제관리에 의하여 추심되는 금액은 공탁을 하게 된다(제711조).
_ 채권자가 이와 같이 가압류집행을 하게 되면 비록 잠정적이고 가정적이기는 하지만, 소유자는 가압류목적물을 처분하지 못하며주23) 경우에 따라서는

[559]

사용수익권도 제한받게 된다.주24) 이같은 제한에 의하여 채권자는 스스로 채무명의를 확보하여 본집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강제집행의 목적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23)

가압류된 유체동산을 처분하면 처분 그 자체로서는 무효라고는 할 수 없으나(상대적 무효설), 처분의 상대방과 그로부터 소유권을 인수한 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며, 부동산의 경우에도 가압류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는 있으나, 이 등기로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항할 수 없음은 유체동산의 경우와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처분제한은 그 가압류의 목적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것이므로, 가압류후에 목적 부동산에 한 저당권의 설정은 채권의 변제를 하고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효하고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채권에 대해 가압류집행이 있은 경우에는 역시 그 채권을 소멸시키는 행위도 할 수 없고, 따라서 가령 가압류된 채권에 대해 전부명영이 행해지더라도 이는 무효이다. 김상원·정지형, 「가압류·가처분」168면 이하 참조.

주24)

물론 이러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부동산집행의 경우나, 유체동산을 채무자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에는 해당이 없고, 가압류를 위한 부동산강제관리를 하는 경우, 유체동산을 집행관이 보관하는 경우, 그리고 선박집행의 경우 등에 해당이 있을 것이다. 김상원·등지형, 전게서, 175면; 리석선, 「보전소송」(상), 일신사, 429면.

_ 현재 가압류된 물건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음은 의문이 없다. 물론 이 때 가압류된 물건에 대해 인도청구권의 집행 등 비김전채권의 집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주25) 김전채권집행은 가압류채권자에 대해 민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취지를 생각하면 이를 긍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는 스스로를 위하여 압류를 실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채권자도 이미 가압류된 물건을 압류할 수 있는 것이다(제549조 3항, 제589조 3항). 마찬가지 이유에서 이미 압류된 물건을 가압류하는 것도 역시 가능하다(제605조 1항 참조).주26) 이를 정리해보면, 동산, 부동산을 막론하고 가압류된 물건을 강제집행할 수 있으나, 이 때에는 가압류채권자에 배당할 금액을 공탁하여야 하고(제589조 3항, 제658조, 제675조 2항), 이미 강제집행이 착수된 경우에는 부동산에 한하여 가압류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함으로써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제605조 1항).
주25)

류천진좌부, 「보전소송」(보정판), 판예タイムズ사, 522면.

주26)

그러나 동산의 경우, 이미 압류된 유체동산이나 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를 하는 것은 배당요구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의미하다.

_ 여기서 가압류채권자의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압류와 강제집행이 경합하는 경우의 실례를 하나 든다. 채무자 A에 대한 금 1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X는 가압류 등기 후 본안의 승소확정판결을 얻어 A소유의 토지에 대한 강제경매를 하였던 바 이 토지가 1억 8,000만원에 경낙되었다. 한편 X의 가압류 이후에 A에 대해 채권을 취득한 Y는 이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하였음을 이유로 최후로 가압류를 한 일반채권자 Z와 함께 배당요구를 하였다. 이 때 Y와 Z의 채권도 각각 1억원이라고 하면 이들이 경락대금에서 각각 얼마씩 배당을 받게 되는지 보자. 이 때 Y는 우선변제청구권이 있지만 이로써 가압류채권자 X에 대항하지 못하므로 문제이다.

[560]

_ 그렇다고 해도 평등주의 하에서 일반채권자에 불과한 X가 경락금액으로부터 채권전액을 배당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X, Y, Z 3인에게 평등배당을 실시하되 다만 Z에게 돌아갈 배당김액은 Y의 채권에 달할 때까지 Y에게 배당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Z에게 배당한다고 한다.주27) 이에 따라 배당을 하면, X는 6,000만원을 배당받게 되고, Y는 1억원 전액을 받게 되지만 Z는 2,000만원을 배당받게 된다.
주27)

김상원·정지형, 전게서, 170면.

2. 평등주의와 가압류
_ 앞의 설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행법상 가압류채권자인 X는 가압류에 의하여 자신의 채권의 상당부분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는 결과로 되었다. 물론 Z도 가압류를 하기는 하였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배당요구를 위한 가압류였기 때문에 그의 가압류가 효력을 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본래 독일 민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압류제도는 우선주의의 법제에 부응한 보전적 담보권 제도인데, 강제집행에 있어서의 우선주의와 가압류에 있어서의 우선주의가 조화를 이루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압류법제는 강제집행절차와 조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먼저 강제집행절차가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는 이상 가지류채권자의 지위도 다른 채권자에 비하여 우선적일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가압류는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의 집행을 불가능하게 할 우려 있는 채무자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우선적인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가압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압류법제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해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하여 실제 우선주의를 취하는 것과 다름없이 하여 평등주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은 가압류가 본집행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_ 결국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가압류에 관한 이같은 부조화는 우리 강제집행법이 취하고 있는 평등주의가 얼마만큼 약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밝혀주는 자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좀더 상세히 밝혀보기 위하여 평등주의와 우선주의의 장단점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561]

Ⅳ. 평등주의와 우선주의에 대 한 재검토

_ 대체로 배당주의에 관한 우선주의와 평등주의의 장단점은 상호교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우선주의의 장점만을 강조하게 되고, 평등주의자들은 평등주의의 장점만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어느 하나만의 장단점을 가지고서는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없다. 여기서는 종래 논의되어 오고 있는 양주의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일반적 측면에서의 검토
_ (1) 먼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는 집행에 먼저 착수한자를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채권자를 평등하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관하여 우선주의자들은 근면한 채권자를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고, 평등주의자들은 집행의 착수의 선후는 우연한 사실에 불과하고 또 먼저 집행에 착수한 자들은 대개 악질의 김융업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상대적으로 선의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는 모든 채권자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주28) 확실히 우리 민사소송법이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은 평등주의논자들의 이같은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채택하고 있었던 절충적인 군단우선주의조차 배척하고 종래 많은 비난을 면치 못하였던 평등주의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주의 깊게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권리의 확보에 열심인 압류채권자가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집행한 성과를 무임승차한 배당요구자인 채권자가 동등하게 배당 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그에 대한 상당한 대우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정의의 관점에서는 우선주의가 타당하다고 한다.주29)
주28)

김홍규, 전게논문, 554면; 류택형, "개정법을 통해 본 채권자 평등주의와 채무부리행자명부등재제도", 「인권과 정의」166호, 50면. 또 실제 우선권은 집행의 착수시기가 아니라 소의 제기와 같은 채무명의를 얻기 위한 행동을 한 때를 기준으로 부여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한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입장도 있다. 김학대, 전게논문, 119면.

주29)

이러한 견해를 보상설이라 한다. 종래의 보상설은 "자신의 리익에 유의하여 이에 주의깊게 대처한 채권자에 대한 보상"이라 하였으나, 새로운 견해는 "타인에 앞서 권리를 실행한 자에 대해서는 국가는 이에 상응하는 성과를 보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주장하고 있다. 산전성, 전게논문, 1467면.

[562]

_ 이 논의를 역설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의 권리확보에 게으른 채권자들에 대해 그만큼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악착같이 자신의 권리확보만을 추구하는 악질적인 권리자들을 우대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로 된다.주30) 이에 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으나, 간역절차에 의한 민사분쟁사건처리특예법 제5조를 도입한 민사소송법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자를 대폭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는 결국 평등주의로 인한 폐단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우선변제청구권이 없는 채권자나 집행정본이 없는 채권자라도 무조건 악의의 채권자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그러나 또 한편 가압류만으로 배당요구를 하게한 것은 가압류의 용이성으로 인해 결국은 채무자가 제3자와 공모하여 허위채권을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주31)
주30)

결국 이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법률관 국가관에 부응하는가(우선주의), 아니면 채권자들의 연대사상에 기초하여 누가 만족을 받는가 못받는가 하는 문제는 힘과 힘의 문제로서 경쟁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모든 채권자의 안분적 만족에 대해 배려하여 누가 채권에 상환에 대해 노력하였는가는 묻지 아니하는가하는 집단적 일반적 법률관 및 국가관에 부응하는가(평등주의)의 문제라고 하는 Fragistas의 견해가 탁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국정유대,"강제집における평등주의", 「법학협회잡지」제62권 2호, 181면.

주31)

결국 이러한 점에서 압류채권자와 배당요구자의 불균형, 채무자와 통모하여 집행을 면탈 내지 방해할 목적으로 하는 가장채권에 의한 배당요구에 대한 무대책, 채권확정의 소 내지 배당리의의 소를 유발하여 강제집행을 지연하고 완결을 어렵게 하는 것이 평등주의의 일반적 난점이다. 류택형, "강제집행의 리상과 채권자 평등주의",「사법행정」90년 4월호, 42면.

_ (2) 다음으로 양주의 중 어떠한 것이 보다 적절하게 집행을 실시하는 것인가를 본다. 이는 집행절차상의 채무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데, 그것은 항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절차상 수동적 당사자로서 자신을 충분히 보호하기가 쉽지 않은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 볼 때 평등주의하에서는 항상 초과압류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된다. 압류채권자로서는 얼마만큼의 채권자가 배당요구를 해올지 알 수없기 때문에 결국은 평등하게 배당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여 충분히 압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일단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액과는 무관하게 많은 재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으므로 채무자로서는 한번 강제집행을 당하게 되면 이는 곧 사실상의 파산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다른 채권자들도 적기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최소한의

[563]

변제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한꺼번에 배당요구를 하게 되어, 결국은 채무자를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빠뜨려 스스로의 이익도 해치게 됨은 물론, 압류채권자도 충분히 만족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만다. 이것이 바로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강제집행법의 현실인 것이다.
_ 이에 비하여 우선주의를 취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보호는 평등주의에 비하여는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압류채권자로서는 압류에 의하여 우선적 배당을 받을 지위가 확보되어 있으므로, 조급히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다른 채권자들로서도 스스로 집행에 착수하지 않은 이상 배당요구를 해 보았자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하나의 강제집행이 개시되었다고 하여 이 절차에 몰려들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강제집행으로 인하여 바로 파산까지 가는 경우는 예상하기 어렵다. 물론 이에 대하여 채권자들이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압류에 착수하지만, 일단 채권자가 집행에 착수한 이후 필요이상으로 절차를 지연시킨다는 등의 비판도 있을 수 있다.주32)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도 우선주의의 장점으로 꼽아야 할 것으로는 초과압류의 금지라고 하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압류채권자로서는 다른 채권자를 생각할 필요가 거의 없으므로 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초과압류를 금지하는 것에 무리가 없고, 결국은 채무자도 확실하게 보호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평등주의 하에서도 일단 초과압류를 금지하였다가 후에 배당요구가 있을 때 압류의 확장을 하게 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쓸데없이 우회적이고 또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 같다.
주32)

리영섭, "강제집행에 있어서의 평등배당주의",「사법행정」제6권 11호, 49면.

_ (3) 절차의 간역성에 대해 본다. 평등주의와 우선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배당절차상 나타나는 것이므로 배당의 용이성에 대해서 본다면, 우선주의를 취하는 것이 평등주의를 취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배당절차가 간명해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평등주의를 취하는 경우에는 실체법적인 우선변제권자 등을 포함한 총채권자를 복잡한 산식에 의하여 계산하여 배당액을 계산하게 되지만, 우선주의를 취하는 때에는 채권자들을 순위대로 계산하여 우선권자에게 먼저 배당하고, 나머지가 있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564]

배당을 실시하게 되므로 절차가 단순 간명하게 된다. 따라서 복잡한 절차에서는 오류도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리의도 많을 수밖에 없으며, 절차의 지연도 자주 초래된다. 우리 민사소송법이 다수채권자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유체동산집행절차의 배당에 대해서 집행법원이 하게 한 것이나(제556조), 김전의 압류나 채권추심시에 다수 채권자가 있는 때에는 바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공탁을 거쳐 법원에 의한 배당을 실시하게 한 것(제556조 2항, 제569조 2항)도 한편에서는 이같은 평등주의하에서의 절차의 복잡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우선주의를 취한다면 이러한 배당절차라도 무조건 법원이 할 필요는 없으므로 법원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등주의는 결국 채권자가 처음 집행으로 만족을 얻지 못했던 경우에는 재차의 집행을 하게 하여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_ (4) 다음으로 파산제도와 강제집행의 관련에 대하여 본다. 이에 관하여는 앞에서도 간략히 본 바이나, 일반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에서는 우선주의가 타당하고, 상인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 하에서는 평등주의가 보다 타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왜냐하면 일반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하에서는 총괄집행절차인 파산절차에서 종국적으로 채권자간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통상적 채권채무의 이행절차인 강제집행절차에서는 우선주의를 취하는 것이 보다 논리적일 뿐 아니라, 파산제도와 강제집행의 기능을 분화한 법제도의 취지에도 맞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채무자가 임의적으로 채무를 이행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서 이 때에는 채무자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채무를 이행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통상적인 거래의 일부로써 인정되기 때문에 지급정지상태나 지급불능(파산법 제116조, 제117조)에 이르기까지는 비록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종국적이고 총괄적인 집행을 하는 파산절차와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상인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하에서는 일반인인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들은 파산제도에 의한 평등한 지위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평등주의를 취할 실익이 있다고 한다.
_ 이에 대한 평등주의자들의 반논은 다음과 같다. 상인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는 말할 것도 없이, 일반파산주의를 취하는 법제하에서도 강제집행절차상 채권자들 사이에 평등한 지위를 보장할 필요는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565]

_ 그것은 파산절차가 강제집행절차에 비하여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모든 채권채무의 청산에 단순히 지급정지 또는 지급부능을 이유로 파산을 개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파산(파산법 제330조 이하)의 경우에도 파산관재인은 꼭 괼요하므로 그 기구나 절차의 간이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점을 감안한다면 소규모의 재산권의 청산절차에 있어서는 강제집행절차상 평등주의를 취하는것이 훨씬 간편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주33)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역시 파산이 복잡한 것은 그만큼 절차상의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총채권자를 포함시키는 것도 아닌 강제집행절차에서 평등주의를 취한다고 하여 당해 채무자에 대한 청산절차를 완결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점, 또 소규모의 채무자파산에 대해서는 현행의 소파산이 아니라 철저한 의미의 특예를 두면 파산법에 의한 파산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주33)

김홍규, 전게논문, 556면.

_ (5) 마지막으로 신용창조와의 관련성에 관하여 본다면, 평등주의를 취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는 먼저 집행에 착수하더라도 결국은 총채권자가 평등하게 배당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채권변제를 확보하기 위해 담보를 요구하게 되어 신용창조를 어렵게 한다고 할 수 있으나, 우선주의를 취하게 되면 집행절차의 선착에 의하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므로 담보권 없이도 신용창조가 용이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평등주의자의 반론은 신용제공자는 우선주의하에서는 장차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급변하는 경우에는 다른 채권자가 먼저 집행에 착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장기신용제공을 꺼리게 된다고 한다.주34) 이에 대한 양주의의 의견이 다 타당성이 없지 않으나, 우선변제청구권을 인정하는 실체법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논의는 본질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주34)

김학대, 전게논문, 119면.

2. 가압류와의 관련하에서의 검토
_ 위에서 살펴본 바를 토대로 하여 가압류와 양주의의 장단점을 검토하여볼 때, 그 결론은 다분히 상대적 성격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566]

전체적인 강제집행의 구조와, 배당주의, 그리고 가압류체제는 서로 밀접한 관련 하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으므로, 특정 배당주의의 장단점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상호간의 관계를 토대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대체로 배당주의와 가압류와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1) 우선주의와 우선주의적 가압류
_ 이 조합은 독일법이 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독일 민사소송법과 강제경매 및 강제관리에 관한 법률이 우선주의를 취하고 있음은 이미 본 바와 같으나, 독일의 가압류체제도 우선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주35) 즉 독일의 프로이센을 비롯한 각 란트들이 종래 견지하여 오던 평등주의적 성향을 전부 버리고 우선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주36) 독일에서는 가압류채권자가 가압류를 통하여 취득한 질권이나 저당권은 본집행에까지 유지되며, 따라서 가압류와 본집행의 경합은 양자가 다같이 우선권을 확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가 본압류로 전환하더라도 전혀 스스로의 집행상의 지위에 변동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채권자나 채무자에게 특히 문제될 것도 없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는 일단 본압류에 착수하여도 가압류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본압류에 착수였다가 이를 취하하여도 가압류는 남아있으므로 그 우선적 지위는 의연히 보호되는 것이다.
주35)

김홍규, 전게논문, 551면 주34.

주36)

삼ケ월 장, "가압류の효력", 길천대이낭환력기염 「보전처분の체계」(하), 481-482면.

_ 이러한 조합 아래에서는 우선주의냐 평등주의냐에 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가압류와 강제집행 사이에 별다른 부조화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평등주의와 평등주의적 가압류
_ 이 조합은 1940년 이탈리아 신민사소송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함께 배당에 관해 평등주의를 취하는 국가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동법을 제정하면서 채택한 가압류제도도 또한 마찬가지로 평등주의를 취하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민사소송법에서 가압류에 해당하는 것은 보전관리(sequestro conservativo)라고 하는데, 동법상 보전관리는 관리를

[567]

구한 채권자가 집행력 있는 리행판결을 얻은 시점에 압류로 전환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보전관리되고 있는 재산이 다른 채권자에 의해 집행의 대상이 된 때에는 보전관리채권자는 이 채권자와 함께 매득김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686).
_ 동법상 보전관리 채권자가 집행력 있는 이행판결을 얻은 때, 실제 자동적으로 본집행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가 판결의 사본을 법원에 제출하고 소정의 통지를 행하거나, 등기부에 기재해줄 것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주37)
주37)

삼ケ월 장, 전게논문, 504-505면.

(3) 우선주의와 평등주의적 가압류
_ 이 조합은 1896년의 오스트리아 강제집행법이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스트리아 강제집행법은 배당주의에 관해서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우선주의를 철저히 관철하고 있으나, 우리의 가압류에 해당하는 김전채권보전을 위한 가처분(§379)에 있어서는 일체 순위보전의 효력을 버리고 오로지 본집행 개시까지의 사실상태의 보존, 즉 처분금지의 효과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가처분은 뒤에 행해진 본집행에 대항할 수도 없다. 이와 동시에 아직 채무명의를 가지지 못한 채권자를 위해 가처분이 행해지는 것을 고려하여, 부동산에 대한 보전처분은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_ 오로지 집행의 보전이라고 하는 가압류의 본래적 기능에만 충실하고 있는 이러한 법제하에서는 독일에서와 같은 가압류의 우선적 효력의 본집행에로의 이행이라고 하는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어떻게든 가압류의 기능은 집행개시시까지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현상을 보존하는 것으로 족한 것이라고 본다면, 그 이후에 보전된 물건에 대하여 채무명의에 기하여 가압류와 별개의 집행절차가 독자적으로 개시된다고 하는 것이 이 조합의 특징이라 하겠다.주38) 이 조합은 후에 1931년의 독일 민사소송법 초안에도 도입되었다.주39)
주38)

삼ケ월 장, 전게논문, 495면.

주39)

vgl. Entwerf einer Zivilprozeressordnung, 1931, S. 551.

(4) 평등주의와 우선주의적 가압류
_ 이 조합은 프랑스의 민사소송법이 1955년 보전제도를 혁신하면서 이루어진

[568]

것이다. 그 이전의 프랑스법은 상사법원에서의 보전처분조차도 의식적으로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를 제외하고 있었으나, 신법은 일반법으로서 보전처분(mesures conservatoires; Art. 48 et. suiv.)제도를 도입하면서 부동산의 보전처분에는 재판상의 저당권을 인정하고(Art. 54), 이와 함께 영업재산에 대해서는 질권설정을 인정하였던 것이다(Art. 53). 아직 채무명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당권 또는 질권을 인정하는 것은 바로 독일법상의 보전저당권을 도입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주40) 동산가압류의 영역에 있어서는 바로 질권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초과압류를 금지하면서, 채무자가 피보전채권과 이자 및 비용을 포괄하는 금액을 공탁하면 가압류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가압류 채권자는 이로부터 독점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하여 사실상 우선주의가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도록 하였다(Art. 50).
주40)

삼ケ월 장, 전게논문, 509면.

(5) 우리 나라의 경우
_ 우리 나라의 배당주의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철저한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음에 이설이 없으나, 가압류법제는 다소 중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즉 앞에서 본 설례에서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가압류에는 어느 정도의 우선권이 인정되어 있고, 이는 본집행에서도 반영이 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독일식의 철저한 우선주의는 아니다. 실제로 가압류에는이에 의하여 질권이나 저당권과 같은 우선적 효력은 인정되지 않고 있고, 가압류집행과 본집행은 반드시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여전히 평등주의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가압류의 우선주의적 요소는 평등주의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평등주의를 왜곡한다는 점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Ⅴ. 결 언

_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법제가 취하고 있는 평등주의는 강제집행법이 취하는 체재와 어울린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569]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우리 강제집행법이 바로 우선주의를 취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주의는 또한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법체계와의 조화, 그리고 우리의 법현실과의 일치라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우리나라의 전부명영제도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선호되는 것은 바로 채권자들이 평등주의에 의한 평등배당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든가, 파산과의 관련성을 고려한다면 대대적인 법체계상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가압류제도와의 관연성도 포함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