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면 미륵세계, 내리면 선계 - 고창 선운산
오르면 미륵세계, 내리면 선계(仙界)라는 말처럼 고창 선운산은 불교와
연관이 깊다. 산자락을 따라 도솔암, 용문굴, 마애불, 진흥굴 등 유적들이 불교
벨트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지명도에 비해 높이는 낮은 편이며 마니아들은 단순 높이(336m)만 보고 우습게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쯤엔 이 산이 왜 호남의 명산 반열에 올랐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고 한다.
연간 선운사를 찾는 탐방객의 수는 40만명 내외라니 놀랍다
2년전 구황봉-비학산-희여재-선운사 코스로 산행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입구에서 맴돌다 정작에 유명한 도솔봉 주변은 가보지도 못했던 곳이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인증샷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김해에서 먼 곳 고창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아무리 잘 발달되어 있다 하더라도 거리가 어딘데...
장유에서 8시에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인 희여재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됐다.
4시간 가까이 걸린셈이다.
11시 45분 월성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희여재를 거쳐 12시 20분 쥐바위봉에
도착했다. 쥐바위라 하여 조그마한 바위하나 있는줄 알았는데 천길 낭떠러지
아슬아슬한 절벽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능선길을 올라가니 암봉을 따라 로프가 있고 희미
하지만 우회길도 있다. 앞사람이 우회길로 가기에 나도 따라 간다.
낙엽이 떨어져 수북하고 길은 가파르다. 우리회원 외 다른사람은 보이지 않는
호젓한 산길이다.
우회로를 돌아 다시 능선길에 접어드니 몇몇이 점심을 먹고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 35분 배고플 시간이다. 양지바른곳을 찾아 5명이 자리를
펼쳤다. 날씨가 추울까봐 따뜻한 물에 보온도시락을 준비했는데 예상외로
포근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1시 청룡산을 향해 걸어간다
좌우로 소담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건너편에 우뚝 선 배맨
바위가 보인다. 지형의 모습이 진해 시루봉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산도 아닌 능선에 하늘에서 떨어진듯 암봉하나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배맨 바위라니 과거에는 산자락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룡산을 거쳐 긴 철계단을 내려서니 오후 2시.
어느새 낙조대가 있는 천마봉까지 왔다. 여기서부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흔한 표지석하나 없고 산 자체만을 본다면 볼품도 없는 산이
주산(主山) 대접을 받는 것은 순전히 선운사를 끼고 있는 프리미엄
때문일 것이다
위치적으로 보면 선운산은 곰소만을 사이에 두고 변산과 마주보고 있다.
운무에 가린 저 산자락 끝이 바다라고 부회장님이 그러길래 자세히 보니
해무에 가린 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누군가 그랬다. 낙조대에 올라야 선운산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이곳이 해넘이 풍경의 명소란다
포항을 비롯하여 동해안에 일출과 관련된 명소가 많듯이 서해안엔 일몰과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낙조대 바로 옆 천마봉은 선운산을 통틀어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며
특히 도솔암의 내원궁이 있는 위치가 제일 좋은 자리란다.
병풍처럼 바위로 둘러싸인 내원궁과 도솔암의 소담한 풍경이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천상봉 품에 깃들은 도솔암은 부회장님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눈에도
그곳이 좋은 자리 길지임을 알 수 있겠다.
좌측 철계단으로 내려가면 용문굴이 바로 나오는데 길을 잘못들어 마애불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용문굴로 올라갔다
조금 돌아가긴 했으나 호젓한 그길이 참 좋다. 비오는 날 우산쓰고 홀로
아니면 둘이서 조용히 한번 걸어봤으면 하는 다시 찾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장방형의 긴 바위굴 용문굴안엔 백여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근처에 진흥굴 등 불교성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스님들의 수도 장소였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다시 마애불로 내려와 천마봉에서 바라본 내원궁으로 간다.
도솔암 마애불상은 커다란 병풍바위에 조각으로 만들어진 불상이다
그리 멀진 않지만 돌계단 오르기가 이제 힘이 든다
부지런히 부회장님을 따라 내원궁에 올라서니 열심으로 기도 올리는 사람이
보인다. 내마음도 경건해진다
선운사로 내려가는 숲길은 이미 단풍은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선운사 앞을 흐르는 도솔천 주변에는 9월이면 꽃무릇이 융단을 깔았을텐데
지금은 붉은 상사화 꽃은 지고 푸른잎맥만 남아 있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는 몇번 와봤지만 고찰답게 올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시원한 물맛한번 보고 내려 오니 선운사 동백꽃을 노래한
미당 서정주의 문학재가 열리고 있다는 팜플랫이 보인다
왔을때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장소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4시 주차장에 도착하니 선두팀들 내려와 있다. 산행코스가 길지 않아 그런지
다들 빨리 내려온것 같다
오늘의 하산주는 지난번에 못먹은 멍게 비빔밥.
집에서 만들었다는 총무님의 음식솜씨는 역시 수준급^^*
언제와도 푸근하고 정감있는 곳이 고창 선운산이다.
가야불교회원님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습니다. 아, 그리고 회장님이
나눠주신 예쁜 선물 고마웠습니다.
◈ 산행일시 : 2011년 11월 12일(토)
◈ 산행지 : 선운산(336m, 전북 고창)
◈ 산행시간: 4시간
◈ 등산코스: 희여재→청룡산→천마봉→도솔암→선운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