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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기맥 종결(바래기재-남덕유산)**
-.일자 : 2013년 10월 13일
-.코스 : 바래기재-기백산-금원산-수망령-월봉산-남령-남덕유산-영각사
-.거리 : 27.2km(24km + 3.6km)
-.시간 : 13시간 15분
-.참가 : 권연임,김문섭,김영창,문재균,정길수,
잔설이 하얗게 깔리고 매화가 꽃 몽우리를 앙다물고 있을 즈음에 시작한 진양기맥이 산천이 초록물결로 출렁이는 신록의 계절을 지나 성장을 갈무리하여 산 능선이 단풍으로 물들어 갈 쯤에서야 종결산행에 나서게 된다.
특히나 이번 구간은 큼직한 산봉우리가 4개나 버티고 있고 산행거리가 만만치 않아 평소 은근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는데 추분을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다 보니 13시간이란 산행 시간을 염두 해 새벽 3시에 집을 나선다.
▲새벽에 길을 나선다.
조식를 함양휴게소에서 해결 하고서 찾아 든 바래기재는 두터운 어둠의 장막에 묻혀 있어 기억의 편린에서뿐만이 아니라 재로서의 굴곡도 없는 허허벌판과 다름없으니 암소한마리란 식당만 없다면야 여기가 맞는지 조차 의구심이 가는 곳이다.
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얼마 만에 보는 밤하늘이고 별무리인가.
수없이 반짝이는 별빛이 굴곡 없이 그대로 지상으로 전달되는 것은 미세공기마저 응축시켜 버린 싸늘한 냉기 때문인지 한기가 몰려와 출발인증샷도 없이 들머리를 찾는다.
전에 없던 일이다.
▲바래기재(암소한마리식당)
닭들이 훼를 쳐대는 정겨운 소리를 들으며 등산안내도 뒤로 들어선 들머리는 헤드랜턴 불빛에 반짝거린 이슬방울이 하늘의 별들을 옮겨 놓은 듯 영롱하지만 스산함이 더욱 한기를 부추기고 환절기의 풀잎이슬 맺힘에 대한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초입에 등산안내도가 있던 거와는 달리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하나도 안보여 조금은 불안하지만 등산로 상태는 무척이나 좋고 우려했던 이슬도 없다.
등로상에 토실한 알밤이 깔려있어 유혹을 하나 장거리 때문에 하나만 주워서 깨물고 간다.
입안에 씁쓰레한 밤 맛이 가실 때에 상비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오고 길은 산비탈을 타듯 좌측으로 유도하지만 곧 방향을 잡아 삼각점이 있는 580.7봉에 올라선다.
바래기재의 고도가 약 350m이니 대략 200m를 올라섰고 1331m의 기백산까지는 750m을 더 올라야 하며 기백산을 향해 즐곳 7.5km를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비재로 방향을 선회한다.
▲580.7봉(등로 상태도 양호하고 이정표도 수시로 나타난다.)
좀 전의 계단에 이어 상비재를 향해 긴 계단이 이어진다.
그러나 앞 구간시 수풀과 관목 등으로 악전고투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융숭한 대접에 아직도 그때의 고난을 기억하고 있는 몸은 쉽사리 경직됨을 풀지 못하고 있다.
▲기맥길에서 때아닌 호사를 누린다.
▲상비재(바래기재에서 기백산까지 7.9km를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상비재에서 올라 임도로 들어선다.
곧 임도는 밤나무 단지인 듯 한 과수단지로 들어가 언제 미로가 되어 버릴지 의구심을 풀지 못한 채 우측의 산능선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진행하는데 감시자와 같은 GPS가 경고음을 내지 않는 것은 길라잡이를 잘 했다는 증거다.
▲임도(과수단지로 연결된다.)
임도를 벗어나 사면을 조금 올라 묘지에서 제대로 된 등로에 들어선다.
사위가 식별될 만큼 밝아졌고 어슴프레 들어난 시야에는 산아래 마을들을 솜 같은 운해가 덮여 놓아 선계에 올라선 듯 하고 연홍빛으로 산금을 확연하게 갈라놓은 여명의 빛은 만물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해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듯 신경세포들이 촉수를 펼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여명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에 발걸음이 경쾌하고 천천히 올라 채는 고도에 여유로움도 있지만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로 인해 원시림 같은 풍경들이 연속되어 육상경기의 허들을 넘듯 나무를 넘기도 하고 때론 기기도 하여 연신 시야를 묶어 놓고 아예 등로도 에돌아 가기도 한다.
나무가 자라난 헬기장이 나온다.
또 묵힌 헬기장이다.
아마도 872봉 쯤일 것이다.
날씨가 시원해 산행하기도 딱 좋지만 비록 잡목지라도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여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상촌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이번에는 가을의 대명사 격인 억새가 할랑거리는 헬기장인데 늘밭고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헬기장
▲상촌마을 갈림길
여지 것 육산이여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데가 없었는데 앞에 바위군락지가 보이고 그 위에 올라서니 전망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내려다본 골짜기의 운해는 여전하고 지맥에서 갈래 친 오두산의 자태는 앞에 우뚝한 기백산 동봉이 아니라면 주로 생각 할 만큼 우람하다.
계곡이 있으면 삼겹살이 자연스레 따르고 이런데 서는 막걸리가 없으면 서운하다.
씨원하게 한 모금씩 나눠 마시고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일어나 높은 고도 차를 극복하다 보니 금방 공복상태로 되돌아가 허기가 진다.
▲기백산 동봉이 조망된다.
▲전망바위
▲동봉의 모습
▲상촌에서 올라 오는 등로가 많다.(이정표의 거리가 상이하다.)
동봉에서 기백산은 완만한 능선상이라 부담감이 없으나 어쨌든 정성에서 쉼은 당연하니 거친 호흡을 가라 안쳐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능선을 따라 기백산으로 향한다.
능선부는 내내 불어 오는 바람도 차갑지만 나뭇잎을 다 떨구어 다소 썰렁함이 있다.
동봉에서도 부터도 이미 봐 왔지만 건너편의 거망산 황석산의 능선이 길게 펼쳐진 뒤로 천왕봉의 주능선이 장막을 치고 있는 깨끗한 시야 속에 오늘의 종착지인 남덕유산 마저도 금방 닿을 듯이 선명해 요즘의 시대상에 맞게 아날로그를 탈피한 고화질 총천연색의 풍경들이다.
현재 거리상으로도 삼분의 일은 마친 것 같고 금원산으로 뻗은 산줄기도 누럭덤의 바위를 제외하면 완만하고 더더구나 이 산자락들은 수차례 다녔던 터라 지형들이 무척이나 익숙해 걱정의 한자락을 내려 놓으니 산정이 머믐이 즐겁다.
▲동봉에서 바라 본 기백산능선
▲기백산
▲거망산,황석산 줄기와 그 뒤로 지리산의 주능선들..
평소 모자도 쓰지 않던 산적님이 바위면의 밧줄에만 신경을 섰던지 돌출된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심히 괴로워한다.
나 또한 예전 똑 같은 위치에서 당했던 터라 동병상련의 마음과 측은지심이 동시에 드는데 어쩌겠는가 당분간 자책하며 상처가 아물길 기다려야지...
▲에궁 아파라...
▲누럭덤 그리고 금원산과 아득한 남덕유의 모습
바위길이지만 모두들 홍길동이 축지법을 쓰듯 무당이 뛰듯 발걸음 들이 날렵하다.
어쩌다 보니 누럭덤은 우회하여 버렸고 용추사계곡을 내려다 보는 전망대에 내려선다.
전에 없던 곳으로 앞의 거망산과 황석산을 조망하기 보다는 그 뒤로 펼쳐진 지리산 줄기를 조망하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하는데 곳곳이 바위지역으로 조망이 트인 이곳에서 생뚱 맞기는 하다.
▲가야산의 줄기가 아닐까??
▲전망대
▲황석산 그리고 지리산줄기
임도가 지나가는 시홍골삼거리에 내려선다.
용추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된 곳으로 차량이 올라오니 정자 주변은 쓰레기가 가득한데 있는 넘이 더한다고 편히 올라온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로 대두된다.
▲시흥골삼거리
재는 오름길이 있다는 또 다른 역설적 의미다.
오름길에서는 언제나 힘들어 하는 마운팀님은 역시나 그 고비를 맞고 있어 모습이 보이질 않는 가운데 능선마루에 올랐다가 금원산의 동릉을 빤이 보면서 정자가 있는 안부로 내려선다.
이제는 현성산이 눈길을 잡고 그 골짜기에 있는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이어 받아 그곳으로 향한 긴 나무계단이 설치되 있다.
이른 시간인데도 술잔을 나누며 담소를 하고 있는 님들이 있는데 우리들도 이에 못지 않게 막걸리를 몇 병째 비우고 있어 산이 안겨주는 일탈의 경험을 공유한다.
▲전망대 안부
▲전망대에서 바라 본 기백산의 지나온 산줄기
산정이 빤이 보이는 개활지라 오름길에서의 버거움을 조금은 감해준다.
동봉은 정상위주에 밀려 돌탑과 이정표만이 있어 우리들 또한 추세에 따라 뒤도 안 돌아 보고 금원산에 오른다.
금원산의 정상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월영산에서부터 이어져 칼날바위봉을 지나 우뚝 서 기준을 잡고 있는 남덕유산이 육십령에서 덕유산능선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줄기에서 갈래 친 지맥상의 시종점이기 때문이다.
오늘산행은 몇 번의 서로간 일정조율로 권태감마저 들 싯점에 나선 종결산행길인지라 의미를 더욱더 부여하고는 덕유의 능선을 지긋이 바라보며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진양기맥에서 막걸리는 주류라기 보다는 공복과 갈증의 해소로 필수품이 되어 이를 물보다도 더 중요시 한 터라 이 산행을 마치면 막걸리 마니아가 되어 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여성인 올챙이님이야 우아하게 포카리스췌이트와 커피를 마시며 짐승 같은 우리를 빤이 지켜볼 뿐이지만...
정상의식은 매번 이런 식으로 시작해 이렇게 끝을 맺는다.
▲금원산 동봉 오름길...
▲금원산 동봉
▲금원산
거망산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월봉산은 자그마한 동산처럼 보여 금방이라도 수망령에 내려섰다가 올라설 것 같다.
물론 거리가 있으니 이것은 깨끗한 시야가 주는 착시효과다.
금원산 서봉은 존재도 모른 채 수망령을 향해 곧장 내려간다.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보폭을 제한하지만 내림길이니 두어 칸씩 잡아서 내려서는데 오름길이 우려될 정도로 그 골이 깊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하지만 이러다 바닥까지 내려서 버릴지 걱정스럽다.
능선상에서 처럼 노도와 같은 풍파가 없는 골짜기의 나무들은 은은하고 곱게 단풍이 물들어간다.
▲월봉산과 남덕유산이 가까이 보인다.
공사소음이 수망령에서 들려오고 곧 차량과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는 수망령에 내려선다.
용추휴양림에서 올라 오고 있는 MTB 일원들은 금원산까지 욕심을 내는데 한번 올라가 보시라 얼마나 급경사인지를...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정자에서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일어선다.
▲수망령
역시나 내려왔던 것이 있으니 오름길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토록 시원스럽게 불어오던 바람마저도 없는 적막강산에 효소가 발효활동을 하듯 스믈스믈 올라 오는 땀방울을 억누르는 사이 의기탱천했던 기운도 점점 쇠락해져 가고 우리 또한 불순물을 털어내는 자기극복의 과정 속에서 소음하나 보태지 않은 채 월영산 갈림길에 오른다.
점심시간은 막걸리가 두 병이란 특혜가 있어 즐겁다.
▲월영봉 오름길..
▲월영봉 갈림길
이젠 월영산이 지척인지라 힘이 생긴다.
그러나 조금은 거칠어진 길을 따라 큰목재까지 내려서고 보니 이 또한 다가서기가 만만치 않음을 체감으로 느낀다.
오붓한 산길을 발걸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큰 복이다.
월봉산 또한 안내산행으로써 인지도가 있는지라 또 다른 갈림길을 지나 멧돼지때 지나가듯 수풀을 거침없이 헤치며 큰목재에 내려서고 급경사지대를 오른다.
에고 힘들다.
이곳 헬기장에서 일본에 비해 아직은 공짜인 구급헬기나 부르고 싶다.
월봉산은 월영봉이란 자그마한 정상석이 커다란 원석으로 바뀌었고 이름도 월봉산으로 승격되어있다.
이젠 한층 가까워진 칼날봉 뒤로 남령을 감추고 있는 남덕유산을 향해 능선이 유순하게 올라가고 있어 금방이라도 닿을듯하다.
그러나 1229.2m 의 이곳에서 1502m는 덕유산까지는 270m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그것도 남령을 평탄화 시켰을 때의 일이지만 어디 정맥길이 요령이 있던가.?
펄펄 날던 산적님이 한쪽 다리를 절고 있고 마운틴님은 평소처럼 오르막길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만 말라깽이 상승백마님도 엉덩이 큰 올챙이님도 의외로 선전하고 있어 걱정은 없다.
▲큰목재
▲월봉산
▲지나온 금원산과 기백산
월봉산을 내려서자마자 암릉지대다.
쉬이 끝마치라 예상했던 것은 암릉과 어울려진 멋 찐 풍광과 맞바꾸어 점점 더디어 진다.
저 멀리 하얀 바위에 단풍이 들듯 알록달록한 산꾼들이 보여 이들이 무지하게 반가웠는지 아님 여성들만의 등산객인줄 착각을 했는지 백마님이 소리쳐 보는데 화답이 오는 듯도 하다.
결국 서울서 온 중년의 남녀 혼성팀 이였고 기운찬 천하장사 올챙이님도 바위를 오르지 못해 마운팀의 등을 빌려야 할 만큼의 암반지대를 어떻게 내려섰는지 의구심이 든다.
▲칼날봉과 남덕유산
▲뒤돌아 본 월봉산
▲올챙이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
다시금 솔솔 불어 오는 전형적인 갈바람 속에 바위를 오르내리며 달궈진 열기를 식혀 칼바위와 대면을 한다.
등로상에 이정표가 떨어져 있고 칼바위의 우회로가 있지만 칼바위를 향한 표지기들도 펄럭이고 있어 쉽사리 결정을 못 짓고 있는 사이 칼날봉을 향해 올라섰는데 안전시설 하나 없는 바위뿐이라 공포스러움이 있고 되돌아 내려올 땐 오금이 저린다.
되돌아 나온 우회길이 계단까지 설치되어 있는 주 등로였음을 뒤돌아본 칼날봉의 단면이 칼날처럼 날을 세워 내려설 곳이 없슴을 눈치 챘으니 설핏 접한 정보가 무모함을 부축인 결과다.
▲칼날봉
▲뒤돌아 본 칼날봉의 위용
상남리에서 황점을 향해 꾸불꾸불 넘어 오는 남령 도로를 보며 진양기맥길에 막 입문한 팀들과 교차하여 남령재로 내려선다.
절개지 때문에 능선을 고집하지 못하고 작은 계곡을 건너 내려선 남령의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어 여지 것 짊어지고 온 물이 우습다.
이것 또한 정보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것이 지금까지 어깨 통증을 가중시켰고 이럴 줄 알았으면 물대신 막걸리나 두어 병 더 넣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산성 없는 잡생각들이 지배한다.
▲남령으로 올라오고 있는 도로와 남덕유산
▲남령에 물이 있다.
▲남령
남령에서 남덕유산을 올라서는 길은 출입금지로 묶어 놓았다.
무엇 때문에....느낌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
곧바로 덕유산으로 이어질 거란 착시 효과는 이 남령재까지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버려 이곳 남령재가 895m이니 1500m까지 올라갈 것이 까마득하다.
등로를 묶어 놓은 것답게 길은 약간 거칠지만 어렵지 않게 넓은 공터의 묘지를 지나 1015의 헬기장에 올라선다.
그동안 유혹의 손길을 놓지 않았던 남덕유의 정상은 산릉을 은폐삼아 숨어 버렸고 서봉만이 우뚝해 까마득함을 전한다.
▲지맥의 들머리다.
▲1015 헬기장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칼날봉
진양기맥을 완주하기 위한 산고가 계속된다.
진통만이 계속되는 난산이다.
막걸리로 수혈을 해 보지만 약발이 안 듣는다.
더욱이 남덕유산은 삼지창처럼 우뚝 솟아 올 테면 와 바란 듯 날 끝을 세우고 있고 그곳으로 이어진 기다란 철계단이 더욱 아득하게 만든다.
그래도 저곳만 올라서면 하산주를 달게 마실 수 있고 더더구나 또 여기서 관둘 수도 없다.
▲하봉
▲하봉에서 바라 본 남덕유산
▲향적봉으로 이어진 백두대간길...
▲삼지창으로 객들을 방어하고 있다.
영각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에 들어서면서 금줄도 풀렸다.
이 영각재는 어차피 되돌아 와야 할 곳이기에 배낭을 한쪽에 놓아 두고서 정상으로 향한다.
좀비처럼 허느적 거리고 때론 원숭이처럼 네발로 기어서 올라선 남덕유산은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산하만큼이나 감정을 무디게 한다.
정상의식을 겸한 완주 식은 올챙이님의 지인이 감춰 놓았던 캔맥주로 인해 의외로 성대해 졌다.
참으로 짧지만 의외로 긴 여정들이 또 이렇게 알싸한 술과 함께 희석되어 간다.
오늘은 잘 모르겠지......
훗날 이 과정들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 한 자락씩 꺼내 볼 수 있는 자산이 되어 우리의 삶을 외롭지 않게 할 것이다.
이젠 내려갈 길 만이 남아 있다.
지금 시간으로 보아선 아마도 야간산행이 불가피 하겠지만 게으치 않는다.
▲영각재
▲0.9km가 고난의 길이다.
▲남덕유산
영각재에서 영각사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은 돌들로 속도를 낼 수 없다.
점차 계곡은 어둠의 장막에 갇혀 버리고 랜턴과 감각에 의지해 영각지킴터에 내려서니 수문장마저 없이 썰렁하다.
▲되돌아 나 온 영각재(남덕유에서 영각재까지 0.9km와 영각공원 지킴터 2.5km는 어프로치 구간이다.)
▲영각공원지킴터
계곡을 타고 오면서도 씻지 못해 소금기로 꺼칠꺼칠해진 피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택시를 기다리는데 택시는 영각사 입구에 있다가 한참이나 후에 나타난다.
앞 구간시 이용했던 택시로 바래기재로 알아서 잘 가겠지 했던 것은 그전의 춘천재까지 이동해 버려 오늘 한번도 산행알바를 안했던것을 택시로 1시간 가까이 해 버렸다.
올챙이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전을 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그러나 누구나 도전을 했어도 소정의 결과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
모두가 물 흐르듯 남진을 택해 버려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우리만이 역행을 택하다 보니 알바가 산행의 한 과정이 되었지만 밀림 같은 미로의 길을 찾고 되돌아 오는 과정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산우애를 키웠다.
또한 근무패턴의 상이로 인해 날짜를 선정하는데 지루한 협상은 되려 소통의 통로가 되었으며 긴 여정을 소화하는데 매개체가 되어 산길에서의 시종일관 즐거움으로 작용하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중도 하차한 비보이님과 김하사님인데 이은 다음 테마산행에서의 발걸음 맞춤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첫댓글 진양기맥 ...7구간인데도 길게만 느껴지는 지맥길였네여 ..
함께 걸은 백두님들 수고하셨고 ...안전운전 해 주신 산적님 넘 감사드립니다.
멋진 산행기 써주셔서 감사하고 ...오랫도록 진양기맥 기억에 남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