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맛] 8 청송 달기약수 한방백숙
청정 주왕산 '맑은 공기'+대표 보양식 '닭백숙'=힐링
12가지 반찬과 함께 차려진 궁중백숙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 서민들의 보양식이라고 하면 바로 닭백숙을 첫 번째로 친다. 경북 도내에서 닭백숙이
라고 하면 바로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터를 떠올릴 정도로 약수백숙이 유명하다. 주왕산 심장부 암반 깊숙
이서 솟아오르는 달기약수는 위장병과 신경통, 빈혈 등에 효험이 있기로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달기약수를 떠서 갖은 약재를 넣고 푹 고아 낸 약수한방 닭백숙은 비린
맛이 없으며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어서 남녀노소가 한자리서 즐길 수 있는 사계절 보양식이다. 약수로 밥을
지으면 약수에 함유된 철분으로 푸른빛이 돌며 밥이 더 찰지다. 약수로 닭고기를 삶으면 지방성분이 탄산에
의해 분해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의 닭백숙을 얻어 낼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달기약수 닭백숙은 청송의
오래된 향토음식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었다.
달기약수터 천탕
△맑은 공기 + 닭백숙 보양 = 힐링 청송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닭익는 마을’ 부곡리 마을에는 원탕인 하탕을 비롯해 상탕, 중탕, 그리고 계곡
상류 천탕, 신탕 등 10여 개의 약수터가 자리잡고 있다. 바위틈에서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약수는 아무리 가물
어도 분출되는 양이 일정하다. 약수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약수 백숙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이곳 달
기약수터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철 삼복지간이면 더위를 피해 피서 온 사람들이 개울가 주변에다 가마
솥을 걸어 두고 약수를 떠 와서 닭을 삶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을 땐 무명 천막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개울가 전체를 하얗게 뒤덮기도 했다고 합니다” 천탕 약
수터 터줏대감 소나무식당 주인 윤미옥 대표는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닭백숙을 대신 해주다가 한집 한
집씩 늘어나 오늘에 이른다’면서 약수터 연혁부터 설명했다. 달
탄산과 철분이 다량함유된 천탕약수 (2)
기약수는 조선 철종 때 한양에서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화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이곳에 정착하다가 부곡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개울가 수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약수터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기라는 명칭
은 청송군 부내면 달기동 옛 지명을 따 온 것이라고 한다.
맑고 푸른 공기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힐링의 고장 청송. 여기에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인 닭백숙이 보태
지면 그저 그만 더할 나위가 없다. 이를 즐겨보기 위해 청송군 부곡리 292번지에 자리한 ‘소나무식당’을 찾았
다. 이 식당은 맨 아래 하탕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주왕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맨 위 천탕 옆에 자리해 있다.
이곳은 특히 청송 현지인들이 몰래몰래 찾을 만큼 숨겨진 맛집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달기 약수터 본탕에서 보면 끝집이지만 주왕산에서 내려올 때는 첫 번째 집이 되지요. 꼬불꼬불한 구 도로
지만 이 옛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으셔요”
입구에는 달기약수터의 세월을 말해 주듯이 큰 왕버드나무가 한그루 떠 크니 서 있다. 식당 건물 옆이나 뒤는
온통 울창한 소나무들로 둘러 싸여 있어 주왕산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능이버섯백숙
△약수 한방백숙에다 열두 가지 산나물
소나무식당 윤 대표는 청송읍에서는 매년 실시하는 향토음식 아카데미 과정을 3년 연속 신청해 음식조리를
배울 만큼 대단한 노력파다. 같은 수업을 다시 들어도 들을 때마다 또 배울 게 있다는 윤 대표는 매사가 열성
적이다.
윤 대표가 구사하는 메뉴는 달기약수를 토대로 토종닭에 황기, 뽕나무, 엄나무를 넣고 오랫동안 가마솥으로
삶아내 깊고 진한 맛을 선사하는 궁중백숙과 능이버섯백숙 등 보양음식이다.
“약수는 미리 떠다 놓지 않고 매일매일 천탕에서 길러다 백숙을 끓입니다. 달기약수는 하루만 지나면 철분은
가라앉고 탄산은 날아가기 때문에 물이 싱거워지거든요.” 닭백숙에 신선한 닭을 쓰는 것처럼 약수도 신선한
약수를 쓴다는 윤 대표의 말에 깊은 신뢰를 느끼게 한다.
닭불고기
본식으로 닭백숙이 나오기 전 기본 찬이 차려진다. 백숙에 곁들여지는 찬들이라 일반적인 장아찌나 김치
종류가 차려지겠거니 했는데 놀랍다. 무려 열두 가지의 반찬이 차려진다. 모두가 주왕산 산속에서 나는 제
철 산나물들이다.
경쟁 때문에 찬이 이렇게 많으냐는 질문에 “아니에요 다른 집들도 모두 이렇게 많이 내고들 있어요. 주왕산
에서 나는 나물이며 식재료들이 풍부하다 보니 그저 하나라도 더 내고 싶은 거지요.”
김치찌개나 된장전골 하나만 더 보태면 웬만한 한정식 수준의 상차림이다.
“찾아오시는 고객층은 중, 장년 손님들이 많기에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릇
하나도 도자기 그릇을 사용한다고 한다.
기름장에 무쳐진 은이버섯과 흑임자에로 버무린 궁채나물을 맛보는 사이에 궁중백숙이 상에 오른다. 뜨거운
김이 오르는 뚝배기 전골냄비가 상위 가스레인지에 놓여 진다. 먹음직하다.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닭백숙
△달기백숙 닭다리, 임꺽정 산채에 온 듯
잘 익은 토종닭 위에 옥색빛이 감도는 찹쌀과 녹두가 적절하게 섞여진 찰밥이 올려져 있다. 밥 위에 찐 토종
닭을 올려 주는 북한식 토닭백숙과는 반대이다. 이 집 찰밥에는 흑미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약간은 옥색과
검은빛이 섞여 있어 닭백숙 국물 색깔이 더욱 진해 보인다. 윤 대표는 국물을 먼저 떠서 목을 축인 다음 고기
를 소금에 찍어 먹어 보라 권한다.
닭불고기를 들고 있는 소나무식당 윤미옥 대표.
“닭백숙에 빠질 수 없는 황기와 뽕나무, 엄나무. 그리고 약수물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토종닭 백숙맛
은 곧 달기약수의 물맛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보약 국물이라는 비유가 딱 맞는 맛이다. 이렇게 진하고 입안 가득히 구수한 약수백숙 맛은 절대 잊을 수 없
을 듯하다. 구운 소금을 찍은 닭 다리 하나를 들면 임꺽정 산채에 온 듯한 넉넉한 음식 상차림 분위기에 빠져
들게 된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별미는 한가지 더 있다. 닭불고기이다. 팍팍하지 않고 조금 더 부드러운 맛으로 먹을 수 있도록 닭가슴살과 함께
닭다리살도 함께 다져서 만든다. 토종닭의 살을 발라 곱게 다지고 여기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후추, 그리고 다
진마늘과 생강을 넣어 양념했다. 짠맛을 중화시켜 내는 단맛은 야채청을 이용했다. 마치 떡갈비처럼 다져서 도톰
한 전과 같이 석쇠로 그릴에 구워내면서 불맛까지 살짝 입혔다.
말미에 윤 대표는 앞으로 닭과 약수를 이용한 보양음식과 포장유통 음식도 개발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안동찜닭이나 켄터키치킨 처럼 청송의 향토음식 달기백숙이 포장유통 소재가 될 수 없다는 법도 없다. 시작이 반
이다. 매 순간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것 또한 우리 음식이기에, 윤 대표의 손에 의해 청송 향토음식 달기백숙이
청송사과처럼 또 하나의 전국 유통상품으로 개발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