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꾸벅꾸벅 다가오는 합천 황강
*함벽루 기둥면과 주변돌에 저명한 조선시대 유생 방문객들이 바퀴벌레마냥 글과 현판 등으로 지저분하게 흔적을 여기저기 남겨 놓았다. 합천거류민도 아닌 주제에 문화재를 훼손한 꼴이다. 방문석에 간단히 다녀간 일시와 감평을 한두줄로 차례차례 남겨 놓았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기대하는 자체가 과한 무리수이다. 하여튼 연호사는 부처님을 모시는 곳이라 손도 못대고, 만만한 함벽루에 객지문객들이 지네마냥 낙서를 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매일 구름속 밤으로, 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그믐의 어두운 달빛을 남루하게 등으로 느끼며 또 한번의 돌아오는 시간의 옷을 걸치고 희미한 수명이 다한 정신으로 여전히 마음도 몸도 자면서 그가 잠자야 하는 둥지로 걸어 오는 저물어 가는 모습의 그가 알든 모르든 돌아온 긴 저녁의 모든 꿈결에서 합천강양의 모래햇볕이 누추한 역사를 품으며 비와 바람처럼 함께 스스로 중심이 되어 밤을 새며 일렬로 흐르고 흐르며 자꾸 지나가는 그를 연이어연이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물속으로 비추며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
- 출처 -
https://youtu.be/lP46PvYmV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