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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도둑맞은 완두콩과 경찰관
1
‘666호’ 라는 번호의 경찰관은 몹시 더위를 타고 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무더위다. 셔츠는 땀에 절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제복의 세운 깃은 목을 간질이고 있다. 모자 속에 고인 땀은 방울방울 흘러 내렸는데 때때로 목까지 흘러내려 깃에 쏠리는 목을 더 한층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얼굴은 마치 닦아서 윤을 낸 황동처럼 빛이 났다. 경찰관 ‘666호’는 땀을 몇 번이나 훔쳤는데도 완전히 닦아낼 수가 없었다. 아! 대단히 어려운 근무야! 이게 웬 일이야! 아직 6월 밖에 안됐는데, 그리고 벌써 해가 기울어지려고 하는데 벌써 7월과 8월의 더위라니!
경찰관은 하천의 얕은 여울에서 말을 씻어주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면서 피곤해진 발을 질질 끌며 하천 옆을 걸어갔다. 말은 배까지 물에 잠겨 있고, 젊은이들은 가슴까지 물에 담근 채 있는데 모두의 몸은 태양 빛에 반짝반짝 거렸다. 그것은 땀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시원한 물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더위에 짜증이 나 눈에 들어온 땀을 훔치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살이 찐 몸무게로는 여름은 딱 질색이지만 겨울은 다르다. 기온이 얼마나 내려가든 싱글거리며 걸을 수 있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경찰관 ‘666호’는 젊을 때 그로코로만형 레슬링의 헤비급 선수였고 역도 챔피언이었다. 브레이하라는 이름 앞에서는 힘센 사람들조차 동경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연습을 중단하자 근육이 모두 지방으로 변해 조금 걸었다 싶으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플란티크는 하천의 물가로 걷고 있다. 보찬씨의 일로 머리가 꽉 찼으나 더위는 그 모든 고민들을 증발시켜 버렸다.
“수영이나 해 볼까. 그렇게 하다보면 뭔가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몰라.”
플란티크는 다리 곁에서 수영장을 하고 있는 하로와세크씨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이 아저씨와는 사이가 좋아 언제든지 쾌히 그 수영장으로 뛰어들어도 좋다고 허락받아 놓은 상태였다. 플란티크는 물고기와 같은 수영의 명수로 알려져 있고, 다이치 섬의 해녀와 같이 능숙하게 깊은 곳까지 자맥질도 할 수 있었다.
머리를 숙이고 걷고 있던 플란티크는 경찰관 브레이하씨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다. 깜짝 놀라 사죄를 하려던 플란티크의 몸은 벌써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666호’는 플란티크의 벨트를 손으로 움켜잡아 들고는 두세 번 흔들거리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좀 더 주의해서 걷지 못 해!”라고 잔소리를 하고는 “어디에 가느냐?”라고 물었다.
플란티크는 이 사람을 잘 알고 있다. 정박된 어선 위에서 못된 장난질을 하다 발각되어 몇 번이나 잡혀갈 뻔 했지만, 그때마다 플란티크가 수영을 잘 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바람에 방면해줘서 둘은 대단히 가까운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수영 좀 할까 하고 생각 중이었어요. 이렇게 더운 데도 저를 들어 올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요.”
“정말이야. 이곳에 주저앉아 더 이상 한 걸음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마치 나는 열여섯 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구나!”
두 사람이 마주친 곳은 하천의 돌로 된 제방을 드러내고 그곳에 화강암으로 만든 벤치가 놓여 져 있는 곳이다. 돌로 식혀져서 그곳은 기분이 좋을 정도로 시원했다. 플란티크는 잠시 생각을 한 후 브레이하씨 곁에 가서 앉았다. 앉는데 보니 반바지 주머니에 아직 적은 양의 완두콩이 들어 있다. 전부 보슈카에게 주었어야 했는데, 그런 일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결국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플란티크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남은 완두콩을 브레이하씨에게 내밀었다.
“드시지 않을래요?”
“이거 정말 좋은데. 마치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죽을 것 같이 목이 마른 참이었는데. 윤이 나고 싱싱한 풋 완두콩이라면 조금은 목을 축여 주겠는데.”라며 말하고는 브레이하씨는 껍질을 벗기고는 완두콩을 입속에 훑어 넣었다.
“흐음.”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셔가면서 “마치 벌꿀과 같이 달콤하군. 어디서 났지?”라며 물었다.
플란티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보슈카도, 이 아저씨도 일부러 그런 것처럼 그런 것을 물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관에게는 잠자코 먹어, 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심부름 값으로 받은 거예요.”라며 확실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때 급하게 겁을 조금 집어먹고 말았다. 훔쳐온 완두콩을 경찰관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되자 어떻게든 말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되었다.
“만약에 이것이 훔쳐온 것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브레이하씨는 마침 새로운 완두콩을 입에 가져가려던 차였으나 도중에 손을 멈추었다. 플란티크가 말한 것이 농담이라고 하지만 혹시 거기에 진실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라며 한동안 갈팡질팡한 끝에 “무슨 소리야? 플란티크.”라며 위협하듯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플란티크는 뭔가 대담한 것을 말하고 말았는데 누가 들어도 걱정이 될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얼굴로 변한 것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급히 말했다.
“안심하고 드세요. 농담이에요.”
“정말이지?”
“정말이고 말구요.”라고 플란티크는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미안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시선을 하천 쪽으로 돌려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이런 잘못은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방치한 채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벌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찬씨야말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야.” 브레이하씨는 안심이 되는 듯 말하고는 아직 용무가 남은 것처럼 말해가며 방금 깐 완두콩을 입에 털어넣었다. 브레이하씨가 완두콩을 맛보고 있는 동안 플란티크는 잠자코 생각에 잠긴 듯하다, 돌연 물었다.
“그럼, 브레이하씨. 만약에 이 완두콩이 정말로 훔쳐온 것이라면? 당신은 저를 감옥에 집어넣으실 건가요?”
“어쩐 일일까? 플란티크. 뭔가 이상한데.” 브레이하씨는 한 번 더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부디 맛있게 드세요. 제가 이것을 받았다고 했으니 틀림이 없어요.”라고 플란티크는 조금 화난 채 말하며 “그밖에 조금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물어보려는 데요.”라며 덧붙였다.
“물론, 훔친 것이라면 너를 강제 연행해서 경찰서까지 끌고 가지 않으면 안 돼.”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훔친 사람은 누구라도 그렇게 되나요?”
“누굴 지라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도 말이야. 그래서 네가 훔쳤다면 너는 벌을 받아야 해.”
그 부분에서 플란티크는 뭔가 설명을 더해주기를 원했기 때문에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만약인데요, 어떤 사람이 외상으로 물건을 산 사람의 금액을 부풀려서 장부에 적어 넣고는, 그 금액대로 갚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지요?”
“으음, 그것은 물론 분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통 그런 경우에는 우리가 어떻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브레이하씨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말했다.
“왜요?”
“왜라고? 그런 놈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벌을 받지 않으려 하거든. 그런 문제는 우선 누군가가 고소를 해서 그것이 법정에 제출되어 기소되게 하고, 재판관이 사정을 들은 후 그곳에서 사실임이 증명되면 즉시 벌을 받는 것이 가능하단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나요?”
“그렇게 되면 집어넣지. 하지만 이런 놈들을 집어넣는 것은 여전히 상당히 어려워. 놈들은 어떻게든 벌을 면하려고 하고 게다가 상고를 하거든. 만약 법정에서 불충분하다고 하면 벌을 피할 수 있거든.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묻는 거냐?”
“그냥, 조금요. 요즘 할아버지께서 그런 것들을 말씀하셔서 정말인지 아닌지 알고 싶었거든요.”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니?”
“여전하세요. 지금쯤 집에서 주무시고 계시지만 때가 되면 일어나셔서 물건을 받아와서 팔러다녀요.”
“그래, 할아버지께 안부를 전해주렴. 볼 일은 다 봤고, 나에게 질책을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착실히 일을 해야 돼.”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관에게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거든요.”라고 말하며 플란티크는 이를 드러내며 빙긋 웃었다.
브레이하씨는 낮게 중얼중얼 거리며 순찰을 계속하기 위해 일어나 걸어갔다.
2
플란티크는 그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다 벌떡 일어나서 하천 쪽으로 가지 않고 반대편의 ‘대장간골목’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보슈카는 중정에 있는 집 앞에서 유모차를 왔다 갔다 하면서 쭈그려 앉은 채 목탄 쪼가리를 들고 길 가장자리 바닥에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 곁에까지 와서 플란티크가 물었다.
“어머니는 돌아오셨니?”
“조금 전에 막 돌아오셨어.”라고 보슈카는 대답하고는 여자의 모습을 계속 그렸다. 거미와 같이 손발이 길고, 머리는 부수수하며 입은 이빨 빠진 빗처럼 보이는 여자였다.
“야, 잘 그리는데.”라며 플란티크가 놀렸다.
“쓸데없는 참견 마.”라며 보슈카가 응수했다.
플란티크는 집에 들어갈까 생각했다가 그곳에서 잠시 궁리를 했다. 아직 중요한 것 하나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그것을 지연시키게 되면 오늘 저녁 잠을 자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보찬씨의 가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질질 끌 듯 걸어갔다가 좀처럼 결심이 서지 않은 채 한동안 제자리걸음만 하고 말았다. 완두콩이 들어있는 자루 위에는 검은 양철판이 씌워져 있는데 그 위에는 백묵으로 일 킬로그램에 이 코루나라고 쓰여 있다.
“이백오십 그램이면 오십 할렐이구나.”라고 플란티크는 계산했다. 그리고 반바지 주머니로부터 할아버지께 받은 오래된 담배 주머니를 끄집어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모두 들어 있다. 칼, 철사, 백묵 동가리, 피리, 오래된 코르크 마개, 니켈을 도금한 철 구슬, 정성스럽게 감은 낚시 줄과 낚시 바늘이 들어있고, 펜촉 그리고 잔돈 조금이다. 플란티크는 이 담배 주머니를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며 약대라고 불렀다. 인디언이 뭔가 여러 가지 진기한 것들을 넣어 두던 자루를 그렇게 부른 것을 흉내 낸 것이다. 그 안에서 조금 깊숙이 놓인 오십 할렐 동전을 발견하고는 손바닥으로 꽉 움켜쥐고 가게로 갔다. 올라가며 두 계단 째에서 뭔가 떨어진 것을 줍는 듯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 위의 벨이 요란스럽게 울리자 집 뒤로부터 보찬씨가 구르듯 나왔다.
“뭐야, 너야. 또 무슨 일이냐?” 라며 매우 성가신 듯 플란티크를 쳐다보았다.
“지금 혹시 어떤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되어 왔어요?”
“벌써 없다고 말했는데. 무슨 일로 또 온 거야.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늦지 말고 제시간에 와야 한다.”
“상점 계단에서 오십 할렐 동전을 발견했어요. 아마 이것은 주인님 것이겠지요.” 라고 말하며 플란티크는 동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보찬씨는 커다랗게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잽싸게 그것을 쥐고 진짜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빨로 물어보고는
“이것은 내 것이 틀림없다. 내 상점의 계단 위에 있었던 것이라면 그 밖의 다른 사람 것은 아니지. 그렇지?” 라며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개와 같이 소리를 질렀다. 만물상 주인이 한 마디라도 사례의 말을 하지 않자 당연하다는 듯 돈을 주워 주었다는 사실에 화가 조금 치밀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곳에 떨어뜨렸다고도 생각해야 해요.”
“떨어뜨렸다고!”
“만약 떨어뜨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즉시 말해다오. 누구라도 자신의 돈은 소중한 만큼 빼앗기면 안 되니까.”
3
플란티크는 길로 나왔는데, 마치 지하실로부터 기어 올라온 것과 같이 깊은 숨을 들이켰다.
“자, 이것으로 안심이다. 보찬씨의 완두콩은 이제 잊어버리자. 이것은 다른 방법으로 계산을 해야겠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살짝 할증하여 부풀린 부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군.” 라며 플란티크는 고민했다. 그리고 나서 지나는 길에 잠시 보슈카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놀리고는 쫓아오지 못하도록 집으로 안전하게 도망쳐 들어갔다.
그렇지만 보슈카는 터널을 지나 쫓아왔기 때문에 둘은 같이 중정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중정의 중앙에는 설거지대가 있어서 보슈카의 엄마인 빌레크 아줌마가 더러워진 물을 버리는 곳이다. 설거지대 주변은 언제나 젖어 있다. 일 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곳에다 더러워진 물을 버리러 오고, 햇볕이 따스한 날에는 이 아파트 대부분의 여자들이 세탁을 하러 온다. 이 낡은 아파트에는 집 안에 세탁실이 없기 때문이다.
빌레크 아줌마는 플란티크의 뒤로 화가 난 채 뒤쫓아 오는 보슈카를 보고는 손을 멈추고 보슈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얘가 지금. 동생을 보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내버려두고 오다니. 빨리 아기 옆으로 가. 그렇지 않으면 혼낼 거야.”
보슈카는 울상을 짓고는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단 말이에요. 머리카락을 뽑아버려서… 봐요, 뽑힌 머리카락이 한웅큼이나 되잖아요.”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 좀 봐 주세요.”
플란티크의 할아버지의 음성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바깥 복도에 서서 난간에 기댄 채 긴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관계없으니 안 도와 주셔도 돼요. 할아버지, 얼른 저녁식사 하세요. 곧 바로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이곳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빌레크 아줌마와 의논하지 않으면 안 돼요.” 라고 플란티크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 있다가는 곧 다시 플란티크의 불량한 태도에 중얼중얼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란티크가 조금도 개의치 않자 홱 방향을 바꾸어서는 조용히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플란티크. 나한테 말할 게 있다는 게 뭐야?” 라며 빌레크 아줌마가 물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라면 안으로 들어갈까?”
“음,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여기서 말해도 좋은데. 여기라면 누구도 듣지 않을 거예요.” 라고 플란티크는 아줌마의 집이 그다지 넓지 않아 마음을 써서 말했다.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인 모양이구나.” 라며 빌레크 아줌마가 웃었다.
“그런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알 필요가 없는 일이에요. 아줌마, 제가 듣고 싶은 것은요, 오늘 보찬씨의 가게에서 아줌마는 정말로 계산 착오를 하지 않았냐는 것이에요. 정말로 그것은 아저씨가 쓴 삼십이 코루나가 아니고, 아줌마가 말한 것처럼 모두 십구 코루나 이십 할렐이었어요?”
“플란티크, 내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을 두는 거니?” 라며 빌레크 아줌마는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아줌마,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플란티크가 당황해서 말했다.
“저는 아줌마께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에요. 그래도 무심코 계산 착오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계산 착오를 할 리가 없어. 언제든지 갚아야 할 외상매입대금과 빌려서 갚지 않아 남은 대출금들을 정확하게 기록해 두기 때문이야. 지난주의 기록도 아직 가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주면 보여줄 수 있어.”
플란티크는 빌레크 아줌마와 같이 가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아줌마는 손에 메모 조각을 들고 왔다. 그곳에는 큰 글씨로 서툴게 쓴 숫자로 증거가 될 계산이 적혀 있었다.
“음, 이거라면 정확해. 하지만 우유에 관한 부분은 적혀 있지 않네.”
“왜 우유가 적혀 있어야 하지? 우리는 우유는 가게에서 사지 않아. 아이들은 보육원이나 학교 급식으로 받고, 나와 아빠는 우유 없이도 커피는 충분하니까.”
플란티크는 서투르게 말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져서 당황했다.
“그러면, 빌레크 아줌마. 보찬씨는 물건 값을 기록한 것을 아줌마에게 알려주나요? 그 밖의 다른 단골손님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것 같은데?”
“외상으로 물건을 산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라도 가격을 부풀려서 장부에 기록해 두는 모양이구나.” 라며 빌레크 아줌마는 화가 나 말했다.
“저 말이지, 보찬씨 말이야. 그것은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인데, 바로 조금 전에 그런 짓을 저질렀구나. 이 아파트의 소익 아줌마나 코르도 아줌마에게 물어보렴. 내가 방금 한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테니까.”
“보찬씨가 모두로부터 몰래 필요 이상으로 돈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무엇인가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그곳에 물건을 사러가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 말이에요?” 라고 플란티크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것은 어려워.” 빌레크 아줌마가 어깨를 힘없이 내리며 말했다.
“네가 잘 알 테지만, 우리들은 다만 얼마라도 빌린 돈을 갚았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이미 새로운 대출을 해버리고 말거든. 그래서 대출은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그곳으로 물건을 사러 가는 거야. 거기에다 다른 가게에서는 우리들을 알고는 상대해 주지를 않는단다. 외상으로 물건을 팔려고 하지를 않는 거야. 아, 우리 아저씨께서 다시 일을 찾아서 일하기 시작하기만 한다면! 그러면 저 흡혈귀에게 일 할렐도 남기지 않고 다 갚고 두 번 다시는 그런 가게에 가지 않을 텐데. 하지만 플란티크, 너는 왜 이런 일에 깊이 간여하는 거야?”
“사실은요, 무슨 일로든 혼을 내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것은 안 돼는 일이야. 너에게 그렇게 되면 큰 일이 일어난단다.”
빌레크 아줌마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