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8 – 11. 21 인천아시아아트쇼 (T.+82-10-6357-2434, 에바황)
멀티아티스트 에바황(Eva Hwang)의
‘꿈과 같이’
“나는 가치와 사치 사이에서 문화적 향유를 꿈꾼다! 나누는 것이 곧 사랑이다!”
Multi-artist Eva Hwang's 'Art Collection Like a Beautiful Dream'
"I think 'life shared for others' is valuable.
The purpose of this exhibition is to show valuable steps for world peace through art.
A life that shares artistic values, that is true love.” - Eva whang -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인천송도컨벤시아에서는 11월18일부터 21일까지 2021인천아시아아트쇼(asia-artshow.com)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275개 부스에서 1,000여 명의 국내외 현역작가와 5,000여 점 작품들이 선보이는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술적 가치를 나눔에서 찾는 에바황의 공간’이다. 바로크미술의 한 장면을 옮긴 듯한 <아티스트의 방>은 나무로 된 앤틱의자와 예술가 감성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멀티아티스트 에바황’의 오피스 풍경은 무엇도 채워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담았다. 음악을 전공한 그는 미술계의 숨은 후원자이자 스스로 작품을 하는 아티스트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에바황이 아버지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모은 오랜 아트컬렉션과 후원작가들, 청년신진작가들을 위한 갤러리아이엠(정경아 대표)와의 협업으로 구성되었다. 올해로 70세를 맞이한 황관장은 이번 전시 컨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림 표지와 같은 <아티스트의 방>은 알고 보면 제 인생입니다. 저는 70살 잔치를 대신해 전시를 하려고 합니다. 작품판매엔 처음부터 큰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후원해온 예술가들을 함께 응원하고 이러한 예술행위를 통해 즐거운 자극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도전입니다. 지난 2년 여 기간이 넘는 긴 코로나 시대 속에서 나에게 전시는 꿈을 나누는 것입니다.”
꿈과 같은 인생, 훈장과도 같은 11월의 후원전시
인생과 꿈의 차이가 무엇일까? 꿈처럼 지나간 70여년의 인생길은 두려움과 기쁨, 행복이 함께한 세월이었다. 예술과 함께한 훈장같은 시간들을 잔치처럼 나누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는 크게 세 파트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무거움과 밝음전-Old & Young’, 환경문제를 서술하기 위한 재활용과 나눔의 실행 ‘퍼포먼스 Box쌓기’, 멋진 여심으로 표출되는 에바황의 예술파트가 그것이다. 전시 제목인 <꿈과 같이>는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Friedrich von Flotow-M’appari tutt’amor)의 ‘꿈과 같이(Like a dream)’의 제목처럼, 에바황이 살아온 꿈과 같은 인생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펼쳐낸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생을 음악 속에서 살았지만, 미술이 주는 감성도 마음을 울리는 데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깨달은 것이다. 추상이지만 리얼한 꿈과 같은 해석을 전시 컨셉으로 삼아 사랑 가득한 삶을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겠다는 시도이다. ‘Eva’라는 이름 안에도 사랑이 담겨 있다. 프랑스 신부님이 아담과 이브에서 차용하여 추천한 이름으로, ‘에바’는 이브의 프랑스 발음이다. 에바관장은 겉으로 보기엔 단단하고 강해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따뜻한 모성애를 끌어들이는 큰 마음을 품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컬렉터의 초이스, 문화로 좇는 평화의 발란스
문화를 일상화한 친정아버지는 평생에 걸쳐 24권의 책(문집, 서집 등) 쓰고 이를 대학 등 주요기관에 설파할 만큼 기증문화에 힘쓴 한학집안의 지식인이었다. 이는 문화외교에 힘쓰는 이들과 딸로 이어져 문화로 ‘WPP(World peace people) 평화의 발란스’를 좇는 3세대 문화 DNA로 이어졌다. “아버님의 가르침은 여성도 사회를 위해 기여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바황은 인터뷰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여성도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직업을, 자기만의 후원의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과 여성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지극히 섬세하고도 냉철한 자기관리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가져야할 생각일 것이다. 예술가를 예술가답게 대우하는 문화는 컬렉션을 가벼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을 깊이 있는 향기로 끌고 갈 하나의 가치 있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 에바황의 컬렉션들은 어느 하나 사연 없이 선택된 것이 없고, 의미와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전시를 접하는 모든 이들이 꿈과 같은 낭만을 얻기를 바라는 따스한 마음은 ‘컬렉션 전시=문화 축제’라는 공식을 만든다. 평소 음악, 사진, 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을 가진 데는, 수원대에 출강하던 친구 최교수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갤러리 운영과 작업을 직접 해 내면서 느낀 마음은 베토벤의 감성이 미술에도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예술과 함께 하는 감성어린 삶은 에바황의 최종 목적을 뮤지엄 건축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더 레드’ 미술관 설립으로 가기 위한 과정
현재까지 보여준 미술에 대한 관심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자 기획된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예전 도상봉 작가의 <라일락>의 컬렉션을 제안받는 과정에서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제안을 받고 구입을 고민하자 어떤 사정모르는 지인이 “홍라희 관장이 갖고 있으면 가짜를 갖고 있어도 진짜로 보겠지만, 에바황이 갖고 있으면 진짜도 가짜라고 오해받을 수 있으니 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그 사실에 분노한 후, 에바황은 자신이 아무리 좋은 컬렉션을 가져도 성공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라일락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고, 팔려던 사람은 후에 그 작품을 신촌의 한 병원에 기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때 다짐한 것이 바로 허영과 욕심의 성공이 아니라, 가치의 성공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알기에 주변인들은 황관장에게 더 좋은 작품 하나라도 건네주려고 마음을 쓴다.
그렇다면 왜 설립하려는 미술관의 이름이 ‘더 레드’인가? 이에 대해 황관장은 “붉은 색(더레드)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치의 발란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색에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색이 좋은 일을 일으킨다는 믿음은 우리 모두를 위한 조화와 평화를 예술로 공유하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뮤지엄을 내려는 이유도 같습니다. 안에 어떤 컬렉션이 있을지언정 (작고 사소한 컬렉션이더라도) 타이틀을 뮤지엄이라고 정한다면, 세상의 모든 레드(내 소장품)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려는 에바황 컬렉션을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실제 인천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페어는 세계적인 문화도시 송도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페어 한감독과 유국장은 황관장의 참여를 권유했다고 한다. 판매목적이 아닌 소장한 작품을 소유가 아닌 가치로 향유하려는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70세의 잔치 같은 ‘주는 전시’로서의 가치는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가 이야기한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라는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에바황은 지금까지 유슈의 해외전시를 기획하고 전시를 만들면서 다양한 문화파티를 기획한 셈이다. 에바 관장은 강남 양재동 SU갤러리를 경영하였다. 라틴 현대미술을 기획한 ‘송라예술숲미술관 오픈기념’ 전시와 중국 칭화대작가 9명과 한국작가9명을 직접 연결하는 ‘한중문화교류’전을 직접 기획하여 대중과 전문가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고 싶은 ‘문화나들이’, 이제는 ‘더레드 뮤지엄’을 설립하여 앞으로의 큰 뜻을 펼치겠다는 포부이다. 에바황의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인사동 라메르에서 열린 안려원의 개인전에서 있었다. 안작가의 색채에 매료된 황관장에게 아무런 사심없이 쉬민케(SCHMINCKE)라는 물감브랜드를 알려준 것이 계기였다. 항상 색채 등을 쫓아가는 지적 욕구를 알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작가가 가진 순수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람을 향한 관계의 믿음은 ‘더 레드’ 뮤지엄을 향한 작가의 순수한 동력이 된 셈이다.
가치를 찾는 예술후원의 길, 컬렉터 전시로 이어지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마크 로스코의 대형판화, 왕쯔지에(계집아이 시리 ), 플로라 훵, 잰트리 맥망 같은 국제적 작가들의 컬렉션과 이정규, 황호섭, 국내 1세대 작가와 정찬부, 이수, 송형노, 심주하, 박준상, 아이야기, 김지선, 이상미, 이동욱 같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젊은 갤러리스트인 갤러리아이엠 정경아 대표도 이번 에바황 관장과의 협업을 ‘예술후원’의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청년작가를 후원하는가? 미술을 즐기는 기존권력들은 인상파 정도의 수준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컬렉터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는 에바 관장의 철학은 “청년작가 후원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예술계가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배경엔 30-40년 이상의 예술후원을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세월이 자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을 베이스로 활동해온 박시현 작가로, “안지는 오래 안 되는 사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여성 선배로서 다정하게 이끌어주시는 멋진 분”이라는 박 작가의 인터뷰처럼 에바황의 예술사랑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다. 이번 전시에도 출품한 박시현 작가는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오랜 세월 상해에 거주하며 중국화를 연구했다. 주로 상해에서 개인전과 국제전 위주의 그룹전을 하며 중국 추상작가들과 긴밀하게 교류했으며, 중국 슈닝전자기업, 상하이 하나은행, 상하이 윤아르떼, 복건성 토지개발주식회사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작업에 사용한 숱한 바느질은 상실과 상처를 꿰매고 삶과 죽음의 경계는 허무는 과정이며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기도 했다. 작업은 끊임없는 나다움을 찾아나서는 여행이자 용서와 화해,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작가가 밝힌 작품세계는 삶의 목적을 나누는 가치에서 찾는 에바황 작가의 철학과도 일치하는 면모를 보인다.
송형노 작가 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림 미술관, 삼성화재본사, LG유플러스본사, 인천 옹진군청사, 홍콩기업사옥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대표작가는 중남미에서 정상급 작가로 인정받는 플로라 훵(Flora Fong)이다. 중국 사탕수수 이민 3세인 플로라 훵은 1949년 생으로 소장자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스페인 국왕부부, 쿠바 카스트로, 쿠바 하바나미술관, 중국베이징 국회, 한국 경주 선재현대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그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그림을 사 갈 정도로 중국 측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다. 얼굴은 동양인, 모든 관습은 쿠바인이라는 것에서 출발한 그의 탐구는 카리브해안의 강렬한 자연환경과 상형문자인 한자의 획들을 연합한 방식으로 작품 안에는 ‘평화와 행복’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긍정적인 요소를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은 에바황이 ‘꿈과 같이’라는 서술로 전시를 연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전시이후에도 이어질 꿈과 같은 예술컬렉션을 향한 에바황의 아름다운 행보를 기대해 본다.